룩앳미 탄생의 숨은 주역들, 개발진과 연구진을 만나다 <연재 끝>

2015/01/13
공유 레이어 열기/닫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오늘 몇 명의 사람과 눈을 맞춰는지 셀 수 있으신가요? 하루에도 수십 명, 수백 명과 맞닥뜨리게 되는 일상 속에서 그걸 다 헤아릴 순 없는 노릇이지요. 하지만 누군가에겐 단 한 번의 눈맞춤이 절실하기도 합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이하 ‘자폐’)를 겪고 있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특히 그렇습니다.

‘룩앳미(Look At Me)’는 자폐를 겪고 있는 아이와 부모 사이의 관계를 개선시킬 목적으로 세상에 나온 기특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입니다. 삼성투모로우에선 룩앳미 영상 소개와 영상에 직접 출연하기도 했던 종현이 어머니 류승현씨 인터뷰 게재 등 다방면으로 이 주제를 다뤘는데요. 오늘은 마지막으로 이 앱을 개발하기 위해 다양한노력을 기울인 개발진과 연구진의 얘길 들어보려 합니다.

룩앳미 개발 과정에 참여한 종현이와 종현 어머니가 서로 눈을 맞추는 모습입니다

 

운명처럼 찾아온 키워드, ‘눈맞춤’

룩앳미 영상 제작에 참여한 이주희 제일기획 프로는 가까운 지인의 아이가 자폐를 겪고 있어서 늘 이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자폐아 자녀를 둔 가수 김태원씨가 TV에 출연해 “난 아직도 우리 아이와 마주 보고 대화하는 꿈을 꾼다”고 말한 것을 듣고, 눈맞춤이 누군가에게는 일생의 꿈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 프로는 “그(지인의) 아이가 어릴 땐 왜 말이 더딘지 고민했고, 발달장애 판정을 받았을 땐 함께 슬퍼했으며, 최근엔 아이가 엄마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왔다”고 합니다. 이 프로는 어쩌면 룩앳미 제작 준비를 진작 해 오고 있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제일기획 이주희 프로를 비롯해 팀원들이 룩앳미 제작 관련 회의를 진행하고 결과 발표를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런 이 프로에게도 룩앳미 영상 촬영에 참여할 실제 가족을 섭외하는 일은 난관이었습니다. 일단 부모들이 노출을 꺼리고, 부모가 결심을 한다 해도 주인공인 자폐아가 40여 차례의 촬영 일정을 소화할 수 있는지가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유일한 답은 ‘설득’이었습니다. 이 프로는 류승현씨에게 “이번 촬영이 종현이의 새로운 인간관계 형성에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한마디가 류씨의 마음을 움직였죠.

이 프로에게 “룩앳미 제작 과정에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물었더니, “촬영이 끝나고 변화된 종현이 소식을 들을 때”라고 말합니다. 특히 류승현씨는 종현이 일로 작년 한 해 다니던 직장을 잠시 쉬었었는데요. 새해를 맞아 복직하게 된 그가 이 프로에게 “지난 1년간 룩앳미 덕분에 나도, 종현이도 참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며 감사 인사를 건넸다고 합니다. 이 프로는 지금도 그 당시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하네요.

 

자폐아에게 스마트폰 쥐어주다

룩앳미는 삼성전자 글로벌 캠페인 ‘론칭피플(Launching People)’의 일환으로 출발했는데요. 론칭피플 캠페인을 통해 세계의 소비자들이 삼성의 제품이나 기술을 통해 꿈을 실현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론칭피플과 함께 이번 룩앳미 캠페인 기획에 참여한 심석영 삼성전자 GMO 브랜드전략그룹 과장은 “룩앳미를 단순한 마케팅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실제 소비자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던 거죠.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등 전문 연구진과의 협업을 진행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습니다.

자폐 아동인 종현이가 룩앳미를 통해 스마트 기기와 친해지고, 엄마와도 더 가까워진 모습을 표현한 사진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폐아는 소통 능력이 부족해 엄마와의 눈맞춤도 어려워하지만 전자기기를 좋아하고, 거기에서 안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스마트 기기, 특히 스마트폰 사용이 보편화되면서 많은 부모들이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을 걱정하고 있지만 룩앳미는 스마트 기기의 유용성을 잘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종현이 사례에서 보듯 룩앳미는 자폐아와 그 가정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켰다는 점에서 의의가 큽니다.

심 과장은 “삼성전자는 론칭피플 캠페인이 그렇듯 룩앳미를 통해서도 사용자들이 꿈을 실현하기를 바란다”며 “자폐를 겪고 있는 아이가 부모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은 꿈 실현의 첫 걸음인 셈이죠”라고 덧붙였습니다.

진행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물론 있었습니다. 역시나 프로그램에 참여할 아이를 모집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자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여전히 부정적이기 때문에 부모들도 쉽게 나서려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룩앳미를 통해 아이와 부모의 거리가 좁혀지고, 자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긴다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꿈에 이르는 길

룩앳미에 대한 아이디어는 개발진이 구체화할 수 있었지만, 실제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힘이 된 건 의사와 교수, 치료센터 연구진 등 전문가들의 조언이었습니다. 연구진들은 ‘단순 조언’을 건네는 데 그치지 않고 그야말로 ‘무한 열정’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요. 제작에 참여한 연구진 중 정경미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에게 룩앳미 캠페인 참여 소감을 물었습니다.

정경미 교수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룩앳미 개잘과정에 전문가로 참여했습니다.
정 교수는 룩앳미 아이디어를 처음 접했을 때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합니다. 룩앳미 이전에 자폐아가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 중이었는데, 이 연구의 궁극적 목표와 룩앳미의 지향점이 일치했다는 것이죠. 정 교수는 또한 “자폐아 중에서도 특히 고기능이나 아스퍼거라고 불리는 어린이는 기계 작동에 능하거나 이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고, 기계와 있을 때 더 흥미를 느끼고 지속적 관심을 보이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소통 개선이라는 아이디어에 쉽게 수긍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 교수는 “디지털 기기는 자폐아의 수행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줄 뿐 아니라, 이들에게 필요한 치료를 제공할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런 시도가 아직 해외에서도 거의 이루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잘 발전시킨다면 자폐아 치료에 큰 기여를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고 합니다.

정 교수는 룩앳미 개발 과정에서 실험 참가 어린이들이 앱 구동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을 보고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아무리 효과가 좋아도 재미가 없어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 효과마저 반감됐겠죠.

룩앳미 애플리케이션의 실제 실행 화면들입니다. 점점 더 기뻐하는 표정이 되도록 사진을 선택하는 미션입니다.

정 교수는 룩앳미의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자폐는 그 증상이 매우 넓고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모든 자폐아에게 같은 효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이기 때문이죠. 이런 이유로 정 교수는 룩앳미가 공개된 이후 난이도 조절 등의 내용이 담긴 사용 후기를 꼼꼼하게 점검 중이라고 합니다. 정 교수는 “룩앳미 사용층을 보다 넓히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개발이 진행돼야 한다”며 꾸준한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작은 노력으로 누군가 더 밝은 세상을 꿈꿀 수 있다면 고된 일정에도 힘이 나지 않을까요? 개발진과 연구진의 얘길 들어보니 룩앳미가 탄생하기까지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습니다. 룩앳미를 통해 차갑게만 느껴지던 스마트 기기가 다시 보이기도 하는데요. 앞으로도 스마트 기기에 온기를 불어넣을 따뜻한 소식 더 많이 전해드리겠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