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6부작 특별 기획 ‘IT로 문화 읽기’_①융합, 모든 게 합쳐져 ‘당신’이란 점(點)으로 수렴된다

201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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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모든 게 합쳐져 '당신'이란 점(點)으로 수렴된다 6부작 특별기획 'IT로 문화 읽기'_ 1편 융합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투모로우 전문 작가 필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투모로우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연재를 시작하며

 

문화는 ‘경제’와 ‘과학기술’이란 현실적 구조 위에 쌓아 올려진다. 따라서 첨단 정보기술(IT)이 주도하는 오늘날의 경제구조에서 문화가 펼쳐지는 모습은 IT와 깊이 관련돼 있다.

삼성투모로우는 △융합 △콘텐츠 △원 소스 멀티 유즈 △취향-구별 짓기 △마이크로 밸류마케팅 △프로슈머와 크리슈머 등 최근 문화 분야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키워드를 IT와의 관련성 속에 조명하는 6부작 특별 기획 ‘IT로 문화 읽기’를 시작한다(단, 진행 상황에 따라 회차별 주제는 변동 가능).

 

#1. 1995년, 직장인 어수선씨의 어느 날

때르르르릉! 오늘 아침 방송 시작합니다~!!! 삐삐~ 삐삐~ 손님, 카드 기기 고장입니다. 북적 북적 전자야, 모임 장소는... 삼성아, 모임 장소는...

“때르르르르릉!”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에 어수선[1](27)씨는 눈을 떴다. 황급히 일어나 후다닥 출근 준비를 마친 그는 버스에 올라 회사로 향했다. 버스 안은 기사 아저씨가 틀어놓은 라디오 방송 소리로 왁자지껄하다. 잠이 덜 깬 표정의 승객들은 좋든 싫든 그 방송을 들을 수밖에 없다. 회사에 도착한 어씨는 사원증을 꺼내 경비 아저씨에게 보인 후 사무실로 들어와 출근부 도장을 찍었다.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자마자 직속 상사 K과장이 자리로 서류를 수북이 갖다 놓는다. “A가 오늘 결근했네. 이 서류 전부 다 오늘 중 협력 업체에 팩스로 보내줘야 해. A 몫까지 좀 부탁해!” 자꾸 ‘에러(error)’ 메시지가 뜨는 팩스와 씨름하고 있는데 옆 자리 동료 B가 전화 좀 받아보라며 수화기를 바꿔준다. 어머니다. “얘, 오늘이 아파트 관리비 납부 마감일이야. 돈 좀 보내줘.” “네, 엄마. 이따 점심 시간은 돼야 해요.” 겨우 팩스 업무를 마친 후 자리로 돌아오니 시계는 어느덧 정오를 가리킨다.

회사 근처에서 B와 함께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신용카드로 계산하려는데 “결제기 고장이라 현금 결제밖에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하는 수 없이 B에게 돈을 꿔 계산을 마친 후 커피 한 잔 할 여유 없이 은행을 찾았다. 은행은 점심 시간에 짬을 내 용무를 보려는 이들로 이미 인산인해. 겨우 어머니 계좌로 송금하고 현금을 좀 찾은 어씨는 부리나케 회사로 달려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허리에 찬 삐삐가 울려대기 시작했다. 자리로 돌아와 삐삐에 찍힌 번호로 전화해보니 초등학교 반창회 총무를 맡고 있는 친구 C다. 다음 달 말로 예정된 모임 장소를 어디로 정하면 좋겠냐고 묻더니 대뜸 “나 혼자 연락 돌리기 버거우니 좀 나눠서 해달라”고 한다. 결국 그는 오후 내내 업무 중 눈치를 봐가며 자신에게 할당된 친구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렸다.

 

#2. 2015년, 직장인 우수인씨의 어느 날

업무 파일 전송, 관리비 송금, 음악 감상, 알람 설정, 삼성페이 결제, 단체 문자 전송

“♩~♪♫♬~~” 익숙한 멜로디가 우수인(27)씨의 잠을 깨웠다. 손을 뻗어 스마트폰 알람을 중지시키고 기지개를 켠 우씨는 출근 준비를 시작했다. 버스 안에선 기사 아저씨가 틀어놓은 아침 방송이 울리고 있었지만, 우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승객은 자신의 스마트폰 이어폰을 꽂아 각자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상을 즐기고 있었다.

스마트폰 알림음이 울렸다. 어머니가 보낸 카톡(카카오톡 메시지)이다. “아들, 오늘 관리비 마감일인데 은행 잔고 부족. 돈 좀 보내줄 수 있어?” “옙!” ‘답톡’을 보낸 후 곧장 스마트폰 뱅킹을 이용해 송금을 끝냈다. “입금이 완료됐다”는 카톡을 보내자마자 어머니에게서 ‘하트(♥)’ 이모티콘으로 가득 채워진 답장이 도착했다.

회사 현관에 들어선 후 사원증 인식기에 스마트폰 바코드를 스캔하자, 게이트가 열렸다. 커피 한 잔을 내려 들고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켜니 곧바로 인트라넷이 켜지며 공지 사항과 함께 오늘 할 일이 일목요연하게 떠오른다. 협력 부서∙업체들과 인터넷으로 서류 파일을 주고받으며 착착 업무를 진행해나간다. 점심 약속이 있어 좀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스마트폰 알림음이 울린다. “우수인씨, 아까 보내준 파일 하나가 잘 안 열리네. 다시 보내주세요.” 함께 일하는 L과장이다. 우씨는 약속 장소로 여유 있게 걸어가며 스마트폰을 뒤져 해당 파일을 찾아 ‘전송’ 버튼을 누른다.

여자친구와 분위기 있게 식사를 마친 그는 디저트까지 즐긴 후 레스토랑 입구에서 삼성 페이로 간편하게 결제한다. 친구와 헤어져 회사 현관에 들어서는 순간, 또다시 울리는 스마트폰. 초등학교 반창회 총무를 맡은 친구 O의 메시지다. “수인아, 지난번 괜찮다고 했던 식당 이름이 뭐였지?”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리며 엘리베이터 안에서 식당명을 스마트폰으로 검색, O에게 전송했다. 1분도 지나지 않아 반창회 모임 ‘단톡방(SNS 단체 채팅 방)’에 새 메시지가 도착했다. 반 친구 25명 전원에게 다음 반창회 일정이 동시에 전달 완료!

 

융합, 디지털화(化)로 현실이 되다

위 두 에피소드는 현대 직장인의 일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어수선씨도, 우수인씨도 내용상으론 비슷한 일을 처리했지만 효율성이나 편리성 측면에선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불과 20년 만에 일어난 이 같은 변화의 기저엔 스마트폰이 있다. 오늘날 스마트폰은 단순한 휴대전화가 아니다. 시계·라디오·TV·ID·컴퓨터·팩스·신용카드·은행·삐삐의 기능을 모두 품고 있다. 그뿐인가. 수십 통, 때론 그 이상의 전화를 걸거나 발품을 팔아야 가능했던 일이 이제 스마트폰 하나로 가뿐하게 해결된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가 한 곳으로 수렴, 집중되는 현상은 21세기 들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융합’의 대표적 특성이다. 융합이란 영단어 ‘converge’의 명사형 ‘convergence’를 번역한 표현으로 ‘(다양한 갈래가 어느 한 지점으로) 수렴되다’란 뜻을 담고 있다. ‘다양한 인간 활동 방식이 하나의 형태(pattern)로 녹아들며 모인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하나의 기기(device)로 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걸 해결해주는 스마트폰은 단연 21세기를 대표하는 ‘융합의 아이콘’이라 할 만하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해진 건 기술적 측면의 융합, 즉 테크놀로지 컨버전스(technology convergence) 덕분이다. 과거엔 소리를 널리 전파하는 것, 영상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 멀리 떨어져 있는 (여러) 사람과 대화하는 것, 필요한 자료를 찾아보는 것 등등의 행동이 제각기 다른 기술과 시스템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소통과 방송, 정보와 관련된 제반 기술이 모두 ‘디지털화(digitalization)’를 기반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성격의 기술 간 통합이 수월해진 이유다.

예를 들어 전화는 수화기 속 탄소 입자의 밀도 변화에 따라 전달되는 전기 강도가 달라지고, 이를 다시 소리로 변환해 다른 수화기로 전달하는 원리로 구동된다. TV는 전자총으로 발사된 빛이 브라운관의 형광 물질에 부딪쳐 영상이 형성되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젠 전화와 TV 할 것 없이, 메시지를 보내는 쪽이나 받는 쪽이나 공통적으로 디지털화 과정을 거친다. 즉 컴퓨터가 송∙수신 과정에서 발생하는 신호를 전부 ‘0’과 ‘1’의 조합으로 변환해 소리로, 또 화면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앞서 우수인씨 사례에 등장한 사원증 스캔과 모바일 뱅킹, 인터넷 검색 등은 모두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인터넷을 이용한 디지털 디바이스 원리와 디바이스 융합 인터넷 인터넷 라우터 폰 어댑터 셋톱박스 디지털 전화기 디지털 TV 스마트폰▲오늘날 스마트폰은 디지털화로 인해 과거 각각의 독립적 기기가 수행했던 기능을 모두 소화해낸다. 디지털 기술이 스마트폰을 매개로 ‘기기 간 융합’을 가능케 한 것이다

 

기술 융합, ‘통합’과 ‘상호작용’을 낳다

기술적 융합은 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변화를 불러일으켰으며, 그 변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어수선씨와 우수인씨가 누리는 일상의 차이, 그 이면엔 엄청난 속도의 기술 발전과 그에 따른 경제·산업 구조의 변화가 숨어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특징은 ‘통합(integration)’과 ‘상호작용(interaction)’ 두 가지로 요약된다.

‘정보 이용’ 측면을 예로 들어보자. 예전엔 책을 통해 얻는 정보(물론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책과 사서 보는 책은 그 성격이 좀 다르다)와 TV·라디오 등 미디어를 통해 얻는 정보, 그리고 이발관이나 미용실 등에서 입소문으로 듣는 정보의 경로·주제·성격이 제각기 달랐다. 하지만 지금은 책이나 문서도 (도서관을 통한 것이든 개인적으로 구입한 것이든) 스마트폰에서 전자 서식으로 볼 수 있다. TV나 라디오의 콘텐츠도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접할 수 있다. 심지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일명 ‘카더라 통신’도 SNS 채널을 통해 이전보다 훨씬 활발하게 확산된다. 다양한 정보 이용 방식이 스마트폰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가리켜 ‘매체의 융합(media convergence)’이라고 말한다. 정보 전달 경로(매체=미디어)가 소비자(스마트폰 사용자)의 손 안에 있는 하나의 기기로 수렴된다. 통합된 정보 이용 체계인 스마트폰은 사용자에게 무궁무진한 지식과 정보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누구나 다양한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어 선택의 폭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춤과 노래 등 엔터테인먼트 쇼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예전 같았으면 보고 싶은 쇼가 방영되는 시간까지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원하는 쇼 프로그램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이나 특정 곡의 무대만 반복해서 돌려볼 수도 있다. 이 모든 기록은 ‘조회수’로 남아 해당 프로그램 제작자를 포함한 모든 이에게 알려진다. 지금 이 시각, 어떤 곡이 얼마나 인기를 끌고 있는지 바로 평가되는 구조다. 실제로 영상 클립이나 음악 제공 웹사이트들은 대부분 댓글 등 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공개,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다양한 콘텐츠가 깔때기를 통하여 스마트폰에 들어오는 그림입니다.▲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직업과 관심사, 성격 등에 따라 동일한 기기라 해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다

바로 이 과정에서 상호작용성(interactiveness)의 수준이 껑충 뛴다. 과거에도 TV나 신문에 대중적 인기 프로그램이 소개되면 그 콘텐츠가 얼마나 대중적 인기를 끄는지 평가하는 과정은 존재했다. 하지만 그 형태는 대부분 여론조사이거나 특정 매체의 구매 수준 조사 과정을 거쳐야 해 정확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상당한 시차가 발생했다. 반면, 미디어 융합 이후 제작된 콘텐츠는 소비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어 말 그대로 ‘소비자와 함께하는 미디어’의 탄생이 가능해졌다.

 

디지털 세상에서도 관건은 ‘좋은 콘텐츠’

이상은 단순 정리에 불과하지만 사실 그 과정은 엄청난 변화를 일으키는 토네이도와 같다. 이는 누군가에겐 처참한 재앙이 될 수 있다. 토네이도의 진로에 걸려들면 제아무리 크고 단단한 구조물도 사정없이 부서져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커다란 기회일 수도 있다. 과거 유물이 청산되면 반드시 뭔가 새로운 구조물을 지어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보다 많은 이가 편리하게 누릴 수 있는 세상’이 될 수도 있다. 토네이도가 쓸고 지나간 자리의 공기는 한층 깨끗해지고 생태계는 활기를 띠게 마련이다.

우리 모두는 이처럼 엄청난 변화는 너무 당연한 듯 누리고 있다. 상당수의 현대인이 이 같은 변화의 방향을 좋아하고 있다는 방증인지도 모르겠다. 한층 다양해진 ‘옵션’과 그걸 누릴 수 있는 ‘자유’. 반면, 서비스 제공자 입장에선 ‘(이들의 시선을 붙잡아둘)콘텐츠 생산’이란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됐다.

‘스마트폰 사용자’로 대표되는 신규 문화 소비자 계층이 자유롭고 당당하게 문화 콘텐츠를 선택하게 되면서 일명 ‘좋은 콘텐츠’에 대한 요구는 점차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사람들은 더 이상 ‘누군가가 정해놓은 시간에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소비하기 위해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는다.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롭게 감상하고 맘에 안 들면 뒤도 안 돌아본 채 다른 콘텐츠로 갈아탄다. 좀 더 적극적인 소비자는 일명 ‘악플(악성 댓글)’의 형태로 본인의 의사를 강력하게 개진한다. 융합의 시대에 ‘콘텐츠’가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 다음 회차 주제는 ‘콘텐츠’입니다)


[1] 이 글에 언급된 인명은 모두 독자의 편의를 돕기 위해 임의로 설정한 가상의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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