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고객이 당신 제품에 빠져들게 하라!

2015/05/15 by 여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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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잘 돌아가는 물건이나 일 잘하는 사람을 보면 일단 좋다. 다른 말로 ‘만족스럽다(be satisfied)’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그런데 만족이란 말엔 수동성이 내포돼 있다. 이성적이고 표면적인 반응 수준이란 뜻이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인게이지먼트(engagement)’에 도달해야 한다.

인게이지먼트는 ‘뭔가에 몰입한다’는 뜻이다. 기업 입장에서 인게이지먼트의 주체는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소비자(고객)다. 거꾸로 말해 고객이 특정 기업의 제품이나 브랜드에 빠져들도록 해야 해당 제품(브랜드)는 오래갈 수 있다. 마니아층도 생긴다. 그 브랜드를 자발적으로 대표하고 널리 알리는 ‘브랜드 앰배서더(brand ambassador)’도 자생적으로 나타난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인게이지먼트를 이뤄낼 수 있까? 힌트는 ‘감성적 접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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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다르지 않은’ 존재가 주는 매력

감성을 건드리기에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인간미(humanity)’로 접근하는 것이다. 상대 역시 완벽한 기계가 아니며 소비자 자신과 같은 일개 인간일 뿐이란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 인간적이란 느낌(humane)은 빈틈·여백·절제·여유·자연·간접·은유 같은 가치에서 나온다. 뭔가를 잘하는 사람에겐 누구나 호감을 갖는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에게 빠져 있다면 그 원인은 그 사람의 ‘능력’ 때문이라기보다는 ‘인간미’ 때문일 것이다. 완벽함은 호감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몰입, 즉 인게이지먼트의 대상이 될 순 없다.

사람들은 ‘기능적으로 완벽한 기계(well-functioned machine)’보다 ‘인간적인 것(human being)’, 즉 ‘나와 다르지 않은 느낌을 주는 존재’에 보다 끌린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기능적으로 우수한 기계는 많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성능 차이는 줄어들게 마련이므로 대부분의 존재는 기능적으로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정 성능을 갖춘 동시에 인간적인 걸 찾기란 쉽지 않다.

인간미는 단순히 반(反)기계적인 것과 동의어가 아니다. 시대가 바뀐 만큼 인간미에 대해서도 재고찰(revisiting)이 필요하다. 기계의 존재뿐 아니라 뭐든 최고로, 최대로 만들어내는 ‘과잉 생산 시대’가 빚어내는 피로나 지침에 대한 역(逆)작용적 이해도 수반돼야 하다. 우리 사회는 갈수록 기술과 정보, 지식이 넘쳐나며 ‘완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느새 우리 일상은 ‘완전’ ‘충족’ ‘신속’ ‘조작’ ‘직접’ ‘직설’ 같은 말들로 채워지고 있다. 매일 이런 말을 남에게 하기도, 듣기도 하며 살아간다.

 

소년합창단원 화음으로 된 ARS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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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DNB은행은 ARS(자동응답시스템)에 저장된 안내 음성을 노르웨이소년합창단 코러스로 바꿔 큰 반향을 일으켰다. ARS 너머 음성이 사람 음성이라고 여기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은 ‘15○○’로 시작되는 번호를 누를 때마다 으레 기계음일 거라고 생각한다. 누구도 사람 목소리로 느끼지 않는 음향을 좀 더 사람답게, 자연스런 음향으로 바꾸면 어떨까? DNB은행은 바로 이 점에 착안, 자사 ARS 안내 메시지에 소년합창단의 화음을 입혔다. 이를 통해 고객은 잠시나마 ‘비록 자동응답장치와 마주하고 있지만 사람을 통해 서비스 받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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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지역에서 한정적으로 점포를 운영 중인 인앤아웃버거(IN-N-OUT BURGER)는 국내외 여느 햄버거 가게에선 찾아볼 수 없는 ‘절제’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인앤아웃버거 매장은 여느 햄버거 가게의 풍경과 사뭇 다르다. 벽면 가득 복잡한 메뉴판, 신메뉴 광고 포스터로 도배된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메뉴판은 벽 한 쪽에 조그맣게 걸려 있을 뿐이다. 햄버거와 치즈버거로 된 메뉴 구성 또한 단출하다. 햄버거의 참맛을 즐기려 온 고객에게 굳이 인위적으로 신제품을 만들어 강요하지 않는다. 토핑은 요구해오는 고객에게만 추가해준다. 완전과 신속, 조작을 벗어나 절제와 여유, 자연을 느끼게 해주는 영업 방식인 셈이다.

 

‘빈티지 스타일’ 호텔이 사랑 받는 이유

역시 미국에서 소규모 체인 방식으로 운영되는 에이스호텔(Ace Hotel) 역시 고객에게 빈틈과 여백, 절제와 여유를 총체적으로 느끼게 해준다는 점에서 인앤아웃버거와 일맥상통한다. 몇 년 전 ‘착한 브랜드 리포트(Good Brands Report)’ 톱(top) 10에 오르기도 한 이 ‘개성 만점 부티크호텔’은 특히 젊은 층 사이에서 각광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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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호텔의 최대 특징은 투숙객에게 ‘마치 집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에이스호텔 체인은 번화가에 터를 잡지 않는다. 부도심의 낡은 건물을 리노베이션, 재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공사 중에도 낡았다는 이유로 무조건 버리기보다는 시대적 재해석이 가능하도록 일명 ‘빈티지 스타일(vintage style)’로 살려둠으로써 투숙객에게 자연스런 여유를 제공한다.

포토 부스(photo booth)나 피트니스센터 같은 부대시설도 ‘고객의 지갑을 열기 위한 촉매제’가 아니라 ‘호텔의 전반적 개성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상징물’로 활용되고 있다. 객실 벽면 인테리어는 지역 아마추어 예술가의 작품으로 장식돼 있다. 일명 ‘아트 플랫폼(art platform)’ 전략이다. 투숙객들은 비록 아마추어 솜씨이긴 하지만 정겹고 소소한 디자인을 감상하며 오히려 일상의 여백을 즐기게 된다. 이 같은 경험은 고스란히 에이스호텔의 매력으로 치환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성공 이면에도 인게이지먼트의 마법이 숨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킨 ‘겨울왕국’(2014)은 다양한 은유로 구성된다. 제작진은 관객에게 작품 속 메시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기보다 단 몇 컷의 함축적 장면을 통해 넌지시 알린다. 북유럽이란 배경이나 ‘두 자매 간 우애’란 주제도 직접적으로 알리기보다는 마치 ‘내 주변 얘기’인 듯한 설정으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그 결과, 관객은 작품을 감상하며 인간미를 느끼게 되고 이는 곧 몰입으로 이어진다.

 

마니아층 거느린 브랜드엔 ○○가 있다

스타벅스와 나이키, 애플의 공통점은 뭘까? 다른 경쟁 브랜드와 달리 소위 ‘○○빠’로 불리는 마니아층이 존재한다. 이들 브랜드가 단순히 더 맛있고, 더 질기고, 더 잘 구동되기 때문일까? 비결은 ‘은유 활용 전략’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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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도, 나이키도, 애플도 ‘은유의 달인’이다. 과한 표현도, 부담스러운 강요도 없다. 절제와 자연, 여백과 여유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이런 전략은 고객에게 ‘이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인간적인 내 동반자이므로 사랑해줄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한다. 이들 브랜드의 로고를 국내 주요 브랜드의 로고와 비교해보면 양자 간 브랜드 전략의 차이는 한층 뚜렷해진다. 우리나라 브랜드 로고는 정적이고 직접적이며 무미건조하다. 반면, 인간미를 강조해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는 해외 브랜드 로고는 동적이고 간접적이며 은유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면서 고객의 인게이지먼트를 유도하고 있다.

그간 우리 사회는 매사 완벽하고 빨라야 한다는 ‘완벽 강박’ ‘속도 강박’에 시달려 왔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직접적이고 과한 표현이 넘쳐나는 반면, 인간적 가치는 소홀히 여겨진다. 그 결과는 크고 작은 사회적 병폐로 나타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여유와 인간미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기업과 공공기관, 각종 단체 할 것 없이 인간미를 전달하는 ‘절제와 여유’의 마케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객과 소통할 때도 인간미에 초점을 맞춘, 이제까지와는 다른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

당신의 브랜드를 성공시키고 싶은가? 그렇다면 단순히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으론 불충분하다. 고객이 당신 브랜드에 진정으로 빠져들어 ‘브랜드 앰배서더’를 자처하도록 해야 한다. 그게 바로 한 차원 높은 ‘미래 브랜딩 전략’이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여준상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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