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소유의 종말’ 시대, 사물인터넷 기업이 가야 할 길

2015/12/02 by 김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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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소유의 종말’ 시대, 사물인터넷 기업이 가야 할 길.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국내 최고 전문가의 깊이 있는 통찰을 만나보세요. 매주 화요일 투모로우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김학용 부산대 사물인터넷산학협력단 교수


 

IT 미래학자이자 작가인 니콜라스 카(Nicholas G. Car)는 지난 2008년 발표한 자신의 책 ‘빅스위치(The Big Switch)’에서 “앞으로의 사회는 가상화 시스템과 클라우드 컴퓨팅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이나 기업이 고가(高價)의 IT 장비를 구매하거나 소프트웨어를 설치, 이용하는 대신 IT 자원이 필요할 때마다 약간의 비용을 내고 빌려 쓰는 형태로 바뀌게 될 거란 얘기다. 이런 변화는 결국 PC 시대의 종말과 같은 전통적 하드웨어 비즈니스의 종말을 야기할 것이며, 패러다임 변화를 수용하느냐의 여부에 따라 기업들의 흥망성쇠도 결정되리란 게 그의 주장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의 다양한 예시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상품, 이제 ‘소유’ 대신 ‘접근’한다

세계적 사상가의 생각을 두세 문장으로 요약하니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니콜라스 카의 주장을 좀 더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앞으론 개인이 문서 작업을 하기 위해 자신의 PC에 한글(HWP)이나 MS오피스 같은 응용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 구글독스(Google Docs)나 조호라이터(Zoho Writer)처럼 ‘인터넷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문서 편집 프로그램에 접속, 문서 작업을 마친 후 자신이 이용한 서비스 분량만큼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물론 이때 비용은 대부분 광고 등 간접적 방식으로 지불되므로 온라인 문서편집기 정도는 무료인 것처럼 이용할 수 있다.

카가 말하는 IT 기술에서의 가상화(virtualization) 개념은 소유의 가상화, 즉 ‘내가 갖고 있진 않지만 마치 갖고 있는 것과 같음’을 의미한다. 사용자 PC에 워드프로세서가 설치돼 있지 않아도 온라인상 워드프로세서에 접속하면 마치 PC에 워드프로세서가 설치된 것처럼 문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집마다 있는 수도꼭지는 집안에 우물이나 펌프를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줍니다.

사실 이런 개념이 IT 기술에 한정돼 사용되는 건 아니다. 집집마다 있는 수도꼭지는 집안에 우물이나 펌프를 갖고 있는 것과 같은 상황을, 두꺼비집은 집안에 발전소를 보유한 것과 같은 상황을 각각 만들어준다. 렌터카, 혹은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는 마치 사용자가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것처럼 만들어줘 자동차가 필요할 땐 언제든 이용할 수 있게 해 준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의 저서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2000)가 주장한 것처럼 소유 방식에 일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유 한 잔 마시려 소를 산다고?

이 같은 변화의 흐름에 따라 이제 특정 제품의 가치는 그 제품을 ‘소유’하는 것에서 그 제품이 제공하는 본질적 기능을 ‘이용’하는 쪽으로 움직였거나 움직이고 있다. 보다 현실적으로 말하면 문서편집기든 자동차든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자원에 더 저렴한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하면 비용은 그에 비례해 저렴해지는 ‘규모의 경제(Economics of Scale)’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땅을 깊게 파고 길다란 파이프를 박은 후 묵직한 펌프를 설치하는 것보다 수도관을 들이고 수도꼭지를 다는 쪽이 더 저렴하다. 몇 천만 원짜리 자동차를 사고 자동차세와 보험료를 내는 것보다 차가 필요할 때 근처에 있는 공유 자동차를 이용하는 게 더 경제적이다.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이용하면 비용은 그에 비례해 저렴해지는 ‘규모의 경제(Economics of Scale)’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개인용 PC마다 워드프로세서를 설치하는 것보다 인터넷에 접속해 문서편집기를 이용하는 게 더 저렴하고 편리하다. 와이파이(Wi-Fi)나 LTE 같은 무선통신기술의 발달은 경제적 혜택뿐 아니라 시∙공간의 제약까지 극복하게 해주고 있다. 리프킨의 말처럼 자원을 소유하는 대신 접근(access)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사업 모델도 ‘자원 접근’ 위주로 재편

물이나 전기, 워드프로세서의 접근 비용 하락은 개인의 삶과 업무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을 뿐 아니라 기업의 비즈니스 방식도 크게 변화시켰다. 한 번에 큰 돈을 주고 문서편집기를 구매하는 대신 문서편집기를 사용할 때마다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서비스화(servitization)한 것이다. 즉 니콜라스 카가 말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은 ‘제품의 서비스화’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business model)의 변화를 의미한다.

이제 자동차 제조사는 더 이상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론 판매 기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한편에선 일정 이용료를 받고 자동차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아직 국내 완성차 업체 사이에선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지만, BMW와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업체는 ‘드라이브나우(DriveNow)’와 ‘퀵카(Quicar)’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로 유명한 다임러나 푸조 등도 ‘카투고(Car2Go)’나 ‘뮤바이푸조(Mu by Peugeot)’ 등의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는 자동차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이제 자동차 제조사는 더 이상 자동차를 생산,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물론 판매 기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한편에선 일정 이용료를 받고 자동차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아직 국내 완성차 업체 사이에선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지만, BMW와 폭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업체는 ‘드라이브나우(DriveNow)’와 ‘퀵카(Quicar)’ 같은 카셰어링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로 유명한 다임러나 푸조 등도 ‘카투고(Car2Go)’나 ‘뮤바이푸조(Mu by Peugeot)’ 등의 유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수도∙전기∙가스처럼 전통적인 유틸리티(utility) 산업은 물론, 자동차나 집과 같은 물리적 제품의 서비스화가 가능한 건 단연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 때문일 것이다. ICT가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물과 더욱 밀접하게 결합되는 시대를 ‘사물인터넷 시대’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물인터넷 시대엔 또 어떤 형태의 변화가 나타날까?

 

아마존이 ‘대시’를 개발, 보급한 이유

글로벌 전자상거래(e-commerce) 업체 아마존은 지난해 4월부터 자사 ‘아마존프레시(Amazon Fresh)’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대시(Dash)’라는 소형 막대 장치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e-commerce) 업체 아마존은 지난해 4월부터 자사 ‘아마존프레시(Amazon Fresh)’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대시(Dash)’라는 소형 막대 장치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이 장치는 음성이나 바코드를 인식해 식료품이나 생필품을 주문할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가 대시에 대고 “토마토케첩!”이라고 말하면 해당 사용자의 아마존 계정에 자신이 이전에 주문했던 토마토케첩이 등록된다. 이후 추가 주문 시엔 주문 내용과 수량을 확인한 후 결제 버튼을 누르면 ‘주문 완료’다.

아마존은 대시 외에도 ‘파이어폰(FirePhone)’ ‘에코(Echo)’ ‘대시버튼(Dash Button)’ 같은 유사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아마존이 이런 제품을 출시하는 배경엔 ‘제품 판매에 따른 추가 수익 발생’ 이상의 뭔가가 있다. 고객의 주문 과정을 편리하고 단순하게 처리함으로써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하고자 하려는 것이다. 즉, 이들 제품은 ‘판매용 기기(devices for sale)’가 아니라 ‘서비스용 기기(devices for service)’인 셈이다.

실제로 아마존뿐 아니라 보험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같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신생 건강보험회사인 오스카 헬스케어(Oscar Healthcare Insurance)는 ‘오스카 미스핏(Oscar Misfit)’이란 자사 상품 가입자에게 ‘미스핏 플래시(Misfit Flash)’란 명칭의 활동 측정기를 무료로 제공한다. 그뿐 아니다. 매일 바뀌는 개인별 걸음 수 목표를 달성하면 하루 1달러씩의 보상을 제공하는가 하면(단, 연간 240달러 내에서 제공), 개인의 운동량을 바탕으로 피트니스 센터나 헬스케어 전문의를 연결해주기도 한다. 자신들의 보험 상품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서비스용 기기를 이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헬스케어 생태계까지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향후 이런 움직임은 피트니스센터, 자동차 보험회사, 물리 보안 분야 등에서 한층 더 광범위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센서와 통신 기능을 포함한 ‘뉴 디바이스’를 내놓고 있는 사물인터넷 기업이라면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향후 이런 움직임은 피트니스센터, 자동차 보험회사, 물리 보안 분야 등에서 한층 더 광범위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센서와 통신 기능을 포함한 ‘뉴 디바이스’를 내놓고 있는 사물인터넷 기업이라면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김학용

부산대 사물인터넷산학협력단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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