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행복의 지름길은 있다, 생각보다 가까이!

2015/10/06 by 강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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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행복의 지름길은 있다, 생각보다 가까이!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국내 최고 전문가의 깊이 있는 통찰을 만나보세요. 매주 화요일 투모로우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강준호 서울대 스포츠경영학 교수


 

‘저녁이 있는 삶’에 환호하는 현대인

당신은 행복한가?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언젠가부터 ‘행복’이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정치 슬로건이나 기업 이념에 행복이 활용되는가 하면 각종 인문교양 강좌에서도 행복이 단골 주제로 등장한다. 이 같은 현상은 거꾸로 ‘우리 사회가 행복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산업화∙민주화 과정을 거치며 경제적∙정치적 자유를 얻으면 그만큼 행복해질 줄 알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한국인은 행복하지 않다. 이제까진 모든 관심의 초점이 국가, 그리고 사회에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저녁이 있는 삶을 표현한 사진입니다.

오늘날 국민은 국가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지금은 정계를 은퇴한) 손학규 전 국회의원이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내걸었던 ‘저녁이 있는 삶’은 시대 흐름을 정확히 꿰뚫어 본, 멋진 슬로건이었다. 개인의 행복에 대한 갈급은 한 나라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현상이다. ‘국민의 희생을 대가로 국가 발전을 도모하는’ 단계가 개발도상국이라면 선진국은 ‘국가가 개인의 성취와 행복을 뒷받침해주는’ 단계다.

국가가 행복을 논하는 건 어찌 보면 촌스러운 일이다. 그 어떤 선진국에서도 행복 자체를 화두로 삼지 않는다. 행복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한 인간 존재의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행복에 관한 한 ‘일반적이고 총체적인 논의’에 앞서 ‘(행복을 안겨주는) 구체적이고 다양한 활동’이 관심 대상으로 떠올라야 한다. 다시 말해 개개인에게 존재감과 성취감, 행복감을 선사하는 소재가 다양하고 정교하게 분화된 나라일수록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은 ‘생활스포츠’에 강하다, 왜?

선진국의 공통적 특징 중 하나로 ‘스포츠 문화’를 꼽을 수 있다. 선진국의 스포츠 문화는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의 그것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보다 많은 국민의 스포츠 참여’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 유소년 여성 축구단입니다.

미국 여성 유소년 축구의 저변은 실로 대단하다. 유치원에 다니는 네 살짜리 소녀에서부터 시작해 연령과 수준별로, 마을∙지역∙전국 단위 리그가 진행된다. 독일에선 10만 개가 넘는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전국 주민들이 스포츠를 일상처럼 누린다. 두 나라 모두 학생과 일반인, 엘리트 선수 할 것 없이 저마다의 행복과 성취를 경험하기 위해 자발적이고도 자유롭게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다.

반면, 개발도상국의 스포츠는 개인보다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국위선양(國威宣揚)을 위한 엘리트 스포츠만 강조되고 일반 국민 중심의 생활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다. 자연히 특정 종목의 국제대회 경기 운영 능력이 우수해도 막상 해당 종목의 스포츠 문화 수준은 취약하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스포츠 문화의 차이는 “스포츠를 왜 하는가?”란, 아주 근본적인 질문에서 비롯된다. 그 대답이 ‘참여자의 성취와 행복’이냐, ‘국위선양’이냐에 따라 둘의 수준은 명확하게 나뉜다.

 

우울증 약보다 낫다, 운동의 ‘위력’

스포츠와 행복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스포츠선수나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관람할 때 행복해진다. 하지만 보다 근원적인 행복감은 ‘내 몸으로 체험하는 스포츠’에서 얻을 수 있다.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입니다.

스포츠는 '몸을 움직이는 행위' 자체에 내재적 목적이 있다. 피트니스와 운동, 야외 레저 활동도 넓은 의미에선 모두 스포츠다. 스포츠는 몸을 통해 자유와 성취감, 그리고 (몸과 마음이 하나 되는) 온전함을 경험하게 한다. 이는 인간이 행복을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근원적이고 숭고하며 궁극적인 체험이다. 스포츠가 교육과 문화 전반에 깊이 뿌리내려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국가는 국민이 유소년 시절 체험한 스포츠를 성인이 된 후에도 이어가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전 국민이 일생에 걸쳐 신체활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보다 활력 있고 행복하게 만들도록 도울 의무를 지닌다.

달리는 모습입니다.

‘신체 활동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사실은 과학적으로도 규명되고 있다. 운동이 뇌에 끼치는 효과를 연구해온 존 레이티(John J. Ratey) 미국 하버드대 정신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운동은 뇌 구조를 개선해 학습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집중력과 침착성을 높이고 충동성은 낮춰줘 우울증 치료제(프로작∙리탈린 등)를 복용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나타낸다.

운동 후 기뻐하는 모습입니다.

신경과학자인 스콧 스몰 박사(미국 컬럼비아대 메디컬센터)와 프레드 게이지 박사(솔크연구소)는 지난 2007년 “석 달간의 규칙적 운동이 새로운 신경세포를 생성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 ‘뇌세포는 새로 생성되지 않는다’는 이전까지의 학설을 뒤집었다. 과학자들은 신체 활동에 대해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효과적인 항우울제 겸 각성제로서 각종 중독과 우울증∙스트레스∙치매 등의 질환을 한꺼번에 예방, 치료할 수 있는 명약(名藥)”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마디로 인간의 뇌는 몸을 움직여야 더 잘 작동하고 긍정적 감정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더 이상 추상적 구호가 아니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어엿한 사실이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몸’을 움직여라!

행복은 ‘살아있는 나’를 생생하게 느끼는 과정이다. 그리고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실존적으로 확인하려면 몸 전체를 움직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스포츠 활동은 인간이 가장 손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 인간 존재의 궁극적 목적인 행복은 몸에서 출발한다. 행복해지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자발적으로, 즐겁게, 그리고 많이!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하나 갖는 것, 그것이야말로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강준호

서울대학교 스포츠경영학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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