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21세기 리더의 키워드 ‘NQ’

2015/04/21 by 김무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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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옛 시조의 한 구절이다. 어릴 때 누구나 어머니에게 한 번쯤 들어본 말(“넌 백로니까 까마귀 같은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말거라”)이기도 할 것이다.

자기 자식은 어딘지 모르게 남보다 우월해 보이는 게 부모 맘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자칫 자녀의 ‘더불어 사는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다. “너보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과는 같이 놀면 안 된다” “너보다 나은 사람과 사귀어야 해”…. 부모에게 이런 말을 들으며 자란 아이는 자신도 모르는 새 타인의 단점부터 찾는다. 그리고 바로 그 습관이 본인의 단점으로 자리 잡는다. 어릴 때부터 훈련을 거쳐 타인의 좋은 점을 보려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과 다른 이를 인정하고 거기서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자식을 ‘백로’로 여기는 요즘 부모들

우리 사회는 해방 직후부터 20세기 끝 무렵까지만 해도 머리의 좋고 나쁨이 인생 전체를 지배하는 사회였다. 그 시절 부모들은 자녀가 공부를 잘해 속칭 ‘1류 학교’에 들어가고 판·검사나 의사, 고위직 공무원이 되길 바랐다. 자녀의 지능지수(IQ, Intelligence Quotient)를 높이기 위해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한 건 그 때문이었다. 실제로 해방 이후 50년간은 ‘머리 좋은 사람들’의 시대였다. 좋은 두뇌에 학연과 지연까지 더해지면 금상첨화였다. 별 고생 없이도 평생 남들 위에 군림하며 편하게 살 수 있었다.

IQ가 높은 아이의 사진

하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며 머리‘만’ 좋은 사람들의 시대는 빠르게 저물고 있다. 우선 지식의 양과 질이 한 개인의 능력으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팽창했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어지간한 지식과 정보는 컴퓨터를 켜고 클릭만 몇 번 하면 누구나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세상에선 제아무리 천재라 해도 한 사람의 머릿속 지식이 그리 큰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오히려 편재돼 있는 지식과 정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검색하는가, 어떤 대상과 공유하는가, 그리고 그 결과를 어떤 이용자에게 알맞게 편집할 것인가 등이 더 큰 과제로 떠올랐다.

예전엔 나 하나 뛰어나면, 나 혼자 열심히 노력하면 잘 먹고 잘살 수 있었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고 지식의 양이 늘어날수록 혼자서 할 수 있는 종류의 일은 점점 줄어든다.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지닌 여럿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회사는 더욱 그렇다. 창업자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면 왜 회사를 만들겠는가? 특출한 재능과 정보를 지닌 소수가 지식과 부(富)를 독점하던 시대는 지났다. 정보는 네트워크에 의해 전달되고 부는 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따라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유지하며 강화하는 능력, 타인과 협동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갈수록 중요해진다.

협업하는 사람들 이미지

“이 사람과는 함께 일해볼 만하다” “이 사람은 나의 성공을 돕는 사람이다”란 평가로 공존 능력을 인정 받은 이들이 일취월장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는 건 그 때문이다. 반면, 머리만 좋은 사람들은 종종 조직 내 적응에 실패하거나 리더로서의 자질을 의심 받는다. 공존·공유·협업의 네트워크 시대, 우린 여전히 케케묵은 IQ 사회의 논리를 못 버리고 있는 것 아닐까? 함께 살고, 나누고, 일하는 능력을 자녀에게 길러줘야 할 부모들이 아직도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고 외치는 걸 보면 안타까울 뿐이다.

 

NQ 함양의 기반은 ‘네트워크 지도’

나는 이 같은 문제를 풀 수 있는 대안으로 NQ(공존지수, Networking Quotient)를 제안해왔다. NQ는 타인과의 관계를 꾸려가는 능력, 더불어 사는 능력, 그리고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네트워크 사회에서 ‘특수한 연줄’이 아닌 ‘보편적 대인관계’를 맺는 능력이다.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컨설턴트인 존 림펄리는 말한다. “내 꿈을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루는 길은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과 네트워크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젠 무엇을 아느냐(know what)보다 누구를 아느냐(know who)가 더욱 중요한 시대다.” 사람들과 적절한 관계를 맺는 게 곧 힘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네트워크는 어떻게 쌓아야 할까?

네트워크 이미지

먼저 자신이 현재 보유한 네트워크 자산부터 평가해보자. 백지를 한 장 꺼내 주변 사람을 △내게 도움을 주는 사람 △지속적으로 연락하는 사람 △믿을 수 있는 사람 △영향력 있는 사람 △지식(정보)이 있는 사람 △내 말을 적극적으로 들어주는 사람 등 5개 그룹으로 구분, 나열한다. 그런 다음, 그 사람들을 다시 △친구(동창) △친척 △직장 동료 △고객 △공급자 △우연히 알게 된 사람 등으로 분류해보자.

여기까지의 작업만으로도 자신의 네트워크에서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 어떤 편중을 시정하고 어떤 관계를 심화시켜야 하는지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대부분의 네트워크가 학교 동창에 집중돼 있을 것이다. 고객으로 구성된 네트워크가 유독 강력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자신에게 정보를 주는 사람은 많은데, 자신의 고민을 조건 없이 들어줄 상담자는 없다는 사실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서 ‘네트워크 지도’가 완성되면 이를 바탕으로 본인 네트워크의 확장과 수정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네트워크 지도가 구성됐다 해서 자신의 네트워크가 금세 다시 구축되고 바뀌는 건 아니다. 그럴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고, 그게 바로 NQ다.

 

NQ 높은 이들의 세 가지 공통점

본인의 ‘네트워크 현주소’를 파악했다면 이제 구체적으로 NQ를 높이는 작업이 남았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한 규정(self defining)부터 다시 하는 일이다. 이를테면 이런 자기 규정은 어떨까?

첫째, ‘넉넉하게 베푸는 사람(openhanded giver)’이 되자.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밥값 먼저 낼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좋은 정보가 있으면 숨겨두지 말고 “좀 보여달라”는 부탁이 나오기 전 먼저 나눠주는 게 좋다. 결혼 축의금이나 장례 부의금은 되도록 넉넉히 하자. 꼭 특별한 때가 아니라도 소박한 선물을 건네는 습관을 기르자. 물론 뇌물은 금물이다.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아이들

둘째, ‘타인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good listener)’이 되자. 예수나 석가, 유비 등 역사적으로 존경 받았던 위인 관련 기록이나 그림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모두 ‘귀가 큰 사람’으로 묘사돼 있는 것. 여기엔 사실적 의미와 상징적 의미가 모두 있다. 귀가 크다는 건 곧 타인의 말을 잘 들었다는 얘기다. 거꾸로 말하면 사람들은 자기 얘기 잘 듣는 지도자를 원했다는 뜻이다.

셋째, ‘연락 잘 하는 사람(good communicator)’이 되자. 사람들이 먼저 연락해오길 기다리지 말고 전화나 이메일, 편지, 휴대전화로 먼저 연락하자. 그리고 부탁할 일 없어도 가끔은 한 잔 사자. 지금 당장 필요 없는 만남이라도 소중히 여기자. “언젠가 이용해먹자”며 잔머리 굴리는 소리는 남에게도 들린다. 하지만 “서로 좋은 인연을 맺어 즐거울 때나 어려울 때 손 내밀어주자”는 진심은 사람들의 마음에 전달돼 끈끈하고 따뜻한 네트워킹의 초석이 된다. NQ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가짐’이다.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김무곤

동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삼성전자 전문가 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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