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세이] 우리가 만난 인도_②인도에서 ‘정(情)’을 느끼다

2014/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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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보다 약 33배 큰 나라,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 18개 공용어를 사용하는 다문화 국가,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얼핏 보면 인도와 우리나라는 비슷한 점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두 나라는 딱 하나 통하는 게 있는데요. 바로 ‘IT 강국’으로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단 겁니다. 지난여름,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IT’라는 공통분모를 가슴에 안고 인도라는 낯선 땅으로 향했습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모두가 하나 될 수 있었던 좌충우돌 그들의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컴퓨터를 처음 본 학생들의 반응은 고개만 까딱?

‘가는 날이 장날’이란 속담처럼 인도는 우기(雨期)로 접어들면서 덥고 습한 날씨가 연일 지속됐습니다.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 봉사팀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인도 베이드푸라(Baidpura) 마을에 위치한 스리산트비노바학교(Shri Sant Vinoba Inter College)를 찾았는데요. 이곳에서 크게 네 가지 분야(IT 교육, 과학 교육, 치·위생 교육, 환경 개선) 자원봉사를 진행하기로 했거든요.

우리 학교에 한국 선생님들이 오셨어요. 한국와 인도 국기를 들고 환영했는데, 선생님들 마음에 들었을까요? "어서오세요. 스리산트비노바학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인도 수도인 델리에서 차를 타고 두 시간 더 이동해 도착한 스리산트비노바학교. 학교 입구에서부터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 봉사팀을 마중하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학교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인도 나눔빌리지로 선정한 베이드푸라 마을 내 위치한 공립학교인데요. 명실상부 ‘IT 강국’이란 명성이 무색하게 한 반에 40명 정도 되는 학생들 중 한두 명만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대다수 학생이 컴퓨터를 ‘글’로 배우고 있었죠.

다행히 지난 9월 초 삼성전자 지원으로 스마트 클래스가 완공되면서 스리산트비노바학교 학생들은 보다 깨끗한 환경에서 IT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는데요. IT 교육 담당 봉사자들은 학생들에게 기본적인 컴퓨터 사용법을 알려줬답니다.

책에서 보던 컴퓨터를 직접 만져보고 사용법도 배웠습니다. 친절하게 알려주신 선생님을 향해 고개를 ‘까딱’ 했는데,  어째 선생님의 표정이 이상합니다.

그런데 IT 교육을 진행한 임직원들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합니다. 컴퓨터 사용법을 설명할 때마다 학생들이 고개를 옆으로 갸우뚱하는 게 아니겠어요? 마치 우리나라에서 ‘모르겠다’ 싶을 때 하는 그 동작 있잖아요. 임직원들은 ‘컴퓨터를 처음 접해서 많이 낯선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학생들이 더 이해하기 쉽도록 또박또박 말하고 여러 차례 설명을 반복했습니다.

첫째 날 수업이 끝나고 알게 된 새로운 사실! 인도에서는 고개를 옆으로 까딱하면 ‘오케이(OK)’라는 의미와 동일하게 쓰인다고 합니다. 인도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이 몸짓의 의미를 알게 된 후부터 삼성전자 임직원 자원봉사자들은 말 대신 고개를 까딱하는 것으로 의사 표현을 대신했답니다.

 

서먹서먹했던 과학 교육 첫날, ‘강남스타일’로 하나 된 사연

세계 유수 기업엔 인도 엔지니어들이 많이 포진해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도 아이들 또한 엔지니어의 꿈을 안고 수학과 과학을 중시하죠. 하지만 스리산트비노바학교는 아이들이 꿈을 키워나가긴 고사하고 학생을 제대로 수용하기조차 어려웠는데요.

과학교육팀은 현지 사정을 고려해 학생들이 기초적인 과학 원리를 실습, 이해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했습니다. 드디어 수업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왔다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 인도 아이들 사이엔 어딘지 모르게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감도는데요. 과연 이들은 친해질 수 있을까요?

이렇게 얇게 생겼는데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대요.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기만 했는데도 막 움직여요.

과학교육 진행을 맡은 백미란 삼성전자 조명개발그룹 선임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서로 언어가 달라도 통할 수 있는 수단엔 어떤 게 있을까?’ 고민하다 ‘음악’에서 답을 찾았죠.

백미란 선임이 인터넷을 이용해 좋아하는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찾는 방법을 알려주자 한 아이가 인도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뮤직비디오를 재생합니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아이들이 하나둘 흥겨운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했는데요.

케이팝의 위력이 인도에까지 미친 걸까요? 뒤이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삼성전자 임직원들과 아이들은 언제 서먹했냐는 듯 춤판을 벌였습니다. 비록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지만, 노래와 춤을 진정으로 즐기는 모습만큼은 서로 닮아있었습니다.

 

쓱싹쓱싹 손 씻기와 이 닦기, 이젠 자신 있어요!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위생 상태가 나쁜 국가로 꼽힙니다. 해마다 약 60만 명이 설사로 목숨을 잃을 정도인데요. 인도 사람들은 손으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손만 깨끗하게 씻어도 설사를 유발하는 세균을 포함해 전염병의 70%를 예방할 수 있거든요. 치·위생 교육 봉사팀은 아이들에게 간단하지만 중요한 ‘손 씻는 법’과 ‘이 닦는 요령’을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오늘은 비누로 손 닦는 방법을 배웠어요. 미끌미끌해서 기분이 조금 이상하기도 했지만 깨끗해진 손을 보니 엄청 뿌듯해요. "제 손, 반짝반짝 한가요?"

손 씻기와 이 닦기의 중요성을 들은 아이들, 실전에서도 손 닦기를 잘 해낼 수 있을까요? 아이들은 손가락 사이사이부터 손바닥, 손톱 끝까지 꼼꼼하게 비누칠을 하며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했습니다. 처음엔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어 옆 친구 손 씻는 모습을 흘깃 쳐다보는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는데요. 얼마나 열심이던지 말 한마디 건넬 틈도 없었습니다.

이 닦기 수업에 칫솔과 치약을 사용했는데 이를 닦을 때마다 입 안에 거품이 생겨요.  이렇게 작고 하얀 거품들이 이를 깨끗하게 해준다니 참 신기해요.

손 씻기에 이어 이 닦기도 실습도 이어졌는데요. 칫솔과 치약이 생소한 아이들은 쳐다보기만 할 뿐 이 닦기를 주저했습니다. 치·위생 교육 봉사팀원들이 “함께 이를 닦아보자”고 손을 내밀자 그제야 아이들은 칫솔을 집어 들었는데요. 이를 처음 닦아본 아이들은 잇몸에서 피가 나기도 하고 또 어떤 아이들은 입안에 생긴 거품을 어찌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기도 했습니다.

치·위생 교육 수업을 들은 학생 중 한 명은 “집에 가서 꼭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에게도 오늘 배운 손 씻기와 이 닦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며 선물로 받은 비누와 칫솔·치약 세트를 가슴에 꼭 끌어안더라고요.

 

밝은 세상을 보여주고픈 마음, 학교 곳곳 밝히다

뜨거운 태양 아래 학교 벽면과 씨름하고 있는 환경 개선팀이 보입니다. 환경 개선팀은 학교 곳곳을 알록달록한 그림으로 물들이는 역할을 담당했는데요. 제아무리 모자와 마스크로 무장해도 모자 사이로 줄줄 흘러내리는 땀과 여기저기 날리는 녹슨 쇳가루는 막을 수 없었습니다.

자원봉사자 아저씨들이 학교를 예쁘게 꾸미는 중이라고 해서 친구들이랑 가봤어요. 그런데 아저씨들은 추위를 많이 타나 봐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긴팔과 긴바지를 입었네요. 아저씨들, 힘내세요!

더위와 쇳가루만큼이나 환경 개선팀원들을 괴롭혔던 게 있는데요. 바로 지독한 페인트 냄새입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페인트를 칠하면 작업 시간은 단축시킬 수 있겠지만 한정된 페인트 양으로 학교 곳곳과 책걸상에 색을 입히려면 최대한 얇게 여러 번 칠해야 했거든요.

입에서 새어 나오는 숨마저 뜨겁게 느껴지는데 마스크를 뚫고 들어오는 페인트 냄새까지… 그늘 하나 없는 악조건 속에서 벽화 작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이들을 찾아와 응원과 감사를 건넨 베이드푸라 마을 주민들 덕분이었습니다.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수업 시간에 배운 손 씻는 방법을 학교 벽에도 그려줬어요. 이제 손 씻을 때마다 까먹지 않을 것 같아요.

조상현 삼성전자 생산운영2그룹 대리와 유인학 삼성전자 인도 지역 전문가 과장은 “스리산트비노바학교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 마을 주민들의 뜨거운 응원으로 이열치열(?)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힘든 상황에서도 노력 봉사팀원들이 ‘으쌰으쌰’ 힘을 낼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 있었네요.

자원봉사자 선생님들이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신대요. 선생님들, 우리를 잊으시면 안돼요!  그리고 컴퓨터 하는 법, 손 씻는 법, 이 닦는 법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모든 수업이 끝난 마지막 날, 인도의 아이들은 정성껏 그린 그림과 편지들을 삼성전자 임직원 자원봉사자들에게 전했습니다. 편지엔 ‘선생님, 잊지 못할 거예요’ ‘저희를 기억해주세요’라는 문장이 가득했는데요. 짧은 봉사 기간이었지만 봉사단원들도 그동안 아이들과 정이 많이 들었는지 눈물을 훔치며 쉽사리 발길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진심 어린 미소가 빛났던 인도에서의 일주일.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원들은 아직도 아이들과 함께 했던 나날들을 회상하며 그때를 떠올립니다. 인도 아이들에게도 ‘한국에서 온 선생님과 보낸 즐거웠던 여름’으로 기억되길 바라면서요.

‘우리가 만난 인도’ 이전 콘텐츠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현장에세이] 우리가 만난 인도_①인도에서 ‘열정’을 되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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