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세이] 우리가 만난 인도_④인도에서 ‘가능성’을 발견하다 <연재 끝>

201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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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로 해외봉사를 떠나게 된 김엄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출하품질그룹 사원에겐 한 가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인도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국민 70%가 극빈층’ ‘빈곤과 질병에 허덕이는 나라’ ‘시체의 숲’ 등 미디어를 통해 접했던 게 대부분이었거든요. 그렇다 보니 현지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죠. 언어도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마냥 밝게 웃고만 있을 수도 없고, 문화 차이로 인해 오해를 사지 않을까 행동도 조심스러웠습니다.

“그 사람들은 이미 준비돼 있어. 너만 먼저 다가가면 돼.”

김엄지 사원의 머릿속에 문득 스치는 한 마디가 있었습니다. 고민하던 그의 모습을 본 선배가 던진 의미심장한 조언이었는데요. 인도에 관해서라곤 피상적 지식이 전부였던 ‘이방인 김엄지’가 현지인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발견한 인도, 그리고 인도인의 진짜 모습은 어땠을까요?

 

카메라 렌즈에 비친 인도 아이들의 꿈

인도에서 사진관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먹고사는 일은 물론,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교육조차 받기 힘든 상황에서 사진을 찍는 건 그저 먼 나라 얘기일 뿐인데요. 삼성전자 임직원 해외봉사단은 인도 사람들이 사진 찍는 걸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 오늘만큼은 밥보다 추억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원 포토, 플리즈. 카메라 앞에 선 아이들은 저마다 자신 있는 표정과 멋들어진 포즈를 취해봅니다.

낯선 사람의 카메라에도 스스럼없이 웃으며 모델이 돼주는 인도 스리산트비노바학교(Shri Sant Vinoba Inter College) 아이들. 먼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척척 전문 모델 못지 않은 포즈를 취하며 “원 포토 플리즈(One photo, please)!”를 외칩니다. 그리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무섭게 “나도 볼래, 나도 볼래” 앞다퉈 김엄지 사원 주위를 둘러싸는데요. 네모난 프레임 안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이 무척 신기했는지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납니다.

카메라에 담긴 건 천진난만한 인도 아이들의 모습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두 눈에서 꿈을 발견할 수 있었죠. ‘꼭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거창한 목표를 가져야만 꿈인 건 아니잖아요. 카메라는 인도 아이들에게 그동안 경험하지 못 했던 세계를 열어줬습니다. 이를 통해 인도 아이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세상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을 그릴 수 있을 거고요. 막연할지라도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을 것’이란 희망은 아이들을 자라나게 하는 자양분이 될 겁니다.

 

달걀 대신 비누 품은 ‘미래의 에디슨’들

위생 교육 시간엔 ‘미래의 에디슨’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단,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달걀이 아닌 비누를 품고 있었는데요. 무슨 일인가 하고 보니 ‘비누 만들기’ 수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비누 만들기 재료를 앞에 두고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이었는데요.

달걀 대신 비누와 칫솔 치약을 가슴에 품은 인도 아이들. 이 아이들의 미래가 기대되는 건 두 눈이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누 만들기 재료를 하나씩 넣을 때마다 왜 이 재료를 넣는지, 비누가 만들어지는 원리는 무엇인지 등 쉴 새 없이 질문 공세가 이어져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김시연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시생산파트 사원은 호기심 많은 학생들과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더 많이 배웠다”고 전했는데요.

누구 먼저 가르쳐주지도 않아도 스스로 세상을 배워나가고 있는 스리산트비노바학교 학생들. 머지 않아 제2, 제3의 에디슨을 만날 수 있겠죠?

그의 말처럼 인도 아이들은 새로운 대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며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심리학에선 호기심을 ‘뭔가 하고자 하는 내적 동기에 의해 나타나는 행동’으로 정의하는데요. 호기심이 한낱 어린이에 불과했던 에디슨을 위대한 발명가로 키웠듯 인도 아이들도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습니다. 머지않아 제2, 제3의 에디슨을 만날 수 있겠죠?

 

맨발의 청춘, 한 바탕 힘 자랑 벌이다

인도 해외봉사 마지막 날엔 미니 운동회가 열렸습니다. 나이·학년 구분 없이 스리산트비노바학교 학생들이 한데 모여 줄다리기 시합을 했는데요. 운동회의 백미(白眉)라 불리는 종목답게 시작 전부터 두 팀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영차 영차. 맨발 투혼을 불사하고 줄다리기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아이들. 조금만 더 힘을 내!!

“준비, 시~작!” 구호가 떨어지자마자 두 팀 줄다리기 선수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시합에 임했는데요. 여기에 각 팀의 뜨거운 응원도 더해져 미니 운동회 열기를 더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 운동회에서 “청팀 이겨라, 백팀 이겨라” 하는 웬만한 응원 구호 저리 가라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단 한 발자국도 내주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로 맨발 투혼(?)도 마다하지 않은 인도 아이들. 몸집이 작아도 어찌나 하나같이 힘차고 다부지던지 아직도 그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미니 운동회가 한창인 때 김엄지 사원은 교실 한편에서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는데요. 그는 다른 봉사단원들과 함께 사진 한 장도 갖기 어려운 인도 아이들을 위해 학급 게시판을 사진으로 꾸며줬습니다. 각 아이들에게 독사진을 주진 못해도 최소한 매일 보고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찍은 사진만큼은 전해주고 싶었죠. 미니 운동회를 마치고 사진이 전시된 교실을 본 아이들은 “여기에 나 있다!”며 서로 자신이 나온 사진을 찾기에 바빴는데요. 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더욱 커졌습니다.

인도 아이들과 보낸 1주일은 사진 속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준 것보다 받은 게 더 많은 이 곳이 많이 그리울 거예요.

모든 행사가 끝나고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스리산트비노바학교는 그야말로 눈물바다가 됐는데요. 삼성전자 임직원도, 인도 아이들도 펑펑 울며 이별을 아쉬워했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이별도 있는 법.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삼성전자 임직원과 인도 아이들 모두 그새 정이 많이 들었나 봅니다.

인도에서 보낸 1주일은 사실 그 무엇 하나 특별할 게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롯이 그 시간에만 집중해 매 순간을 뜨겁게 살 수 있었죠. 마치 한여름밤의 꿈 같았던 인도 봉사, 우리는 그렇게 또 한 번 살아 숨 쉬는 인도를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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