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심폐소생사’들, 지속가능자원관리 세계 챔피언 되다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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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이 폐휴대폰을 들고 웃고있다

5000만 톤.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폐기된 전자제품의 총량이다. 190억 달러(약 20조 3566억 원) 규모. 그중 82%(4100만 톤)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에서 발생됐을 것으로 추정된다[1]. 현대인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제품은 개발 속도만큼이나 빠르고 방대하게 버려지고 있다. 문제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사용자에게, 그리고 지구 환경에 되돌아오고 있단 사실이다. 어느 순간, ‘쓸모’를 잃고 버려진 전자제품은 정말 미련 없이 폐기해야 할 물건일까? 재활용 가능성은 ‘제로(0)’인 걸까?

폐휴대폰이 쌓여있다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서랍 속 스마트폰 단말기를 바라보던 ‘갤럭시 업사이클링(Galaxy Upcycling)’ 팀원들의 고민도 여기에서 시작됐다. 그저 “일부 기능이 망가져서”, 혹은 “너무 오래 써서 싫증난다”는 이유로 갇혀 있기에 이들 기기의 ‘두뇌’는 여전히 썩 괜찮은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 얼마 후, 이들은 기발한 방법으로 잠자던 폐(廢)휴대전화를 깨웠다. 그리고 그 성과를 인정 받아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환경보호청(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이하 ‘EPA’)이 주관하는 ‘2017 SMM 어워드(Sustainable Materials Management Award, 이하 ‘SMM 어워드’) ‘챔피언’ 부문에서 ‘신기술상(Cutting Edge Award)’을 수상했다.


SMM 어워드

효율적 자원 활용으로 소비자의 친환경 행동을 유도한 개인이나 단체에 주어지는 상. 2014년부터 EPA의 주관으로 시행되고 있다. (비)제품과 신기술을 대상으로 하는 ‘챔피언(Champion)’ 부문과 재활용 수준에 따라 등급(골드∙실버∙브론즈)을 매기는 ‘티어(Tier)’ 부문으로 나뉜다. 삼성전자는 2016년 ‘카드뮴 프리퀀텀닷 기술’로 챔피언 부문 신기술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 ‘갤럭시 업사이클링’ 기술로 2년 연속 수상 기록을 세웠다. 특히 ‘티어’ 부문에선 4년 연속 ‘골드’ 레벨을 취득, 자발적 재활용 수거 노력을 인정 받고 있다.

본래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는 것들에 기술을 접목,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원들. 이들을 만나 ‘지속 가능한 기술’을 주제로 이런저런 얘길 나눴다.

리사이클링’ 넘어 ‘업사이클링’…서랍 속 폐휴대전화의 외출

갤럭시 업사이클링 설치물

자원 순환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 받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은 다 쓴 물건을 단순히 재사용하는 ‘리사이클링(recycling)’과 달리 그 물건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능동적 솔루션이다.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은 업사이클링을 IT 분야에 적용, 중고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등 다른 용도의 기기로 재탄생시킨다.

업사이클링 기술에 대해 설명 중인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원들. (왼쪽부터)허영채∙고민형∙양경모 씨

▲업사이클링 기술에 대해 설명 중인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원들. (왼쪽부터)허영채∙고민형∙양경모씨

전체 프로젝트의 기틀을 다진 고민형(삼성전자 무선사업부 IoT상품전략그룹)씨는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능 중 IoT가 적용될 수 있는 분야별 모듈 역할에 주목했다. 그는 “휴대전화는 사람 손 위에서 작동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센서나 모터, 인공지능(AI) 등과 연결되면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질 거라 생각했다”며 “특히 스마트폰은 출시된 지 삼사 년밖에 안 된 제품이 대다수라 프로세서나 모뎀 등의 성능이 우수한 만큼 ‘해볼 만하다’ 싶더라”고 말했다.

고씨의 아이디어는 삼성전자 사내벤처 프로그램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이하 ‘C랩’)을 통해 싹을 틔웠다. 하지만 스마트폰뿐 아니라 IoT 산업 전반을 들여다봐야 해 다방면의 인재 영입은 필수였다. 다행히 그의 아이디어에 공감한 엔지니어 10명이 프로젝트 동참의 뜻을 밝혔다. 마침내 C랩 과제 중에서도 손꼽히는 대규모(11명)로 팀이 꾸려졌다. 본격적 작업에 착수한 건 2016년 1월. 이후 작업은 일사천리였다. 이들은 앉은 자리에서 두세 시간 토론을 이어가는 건 ‘기본’.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일찌감치 서로에 대한 호칭도 생략했다.

중고 갤럭시로 ‘홈 IoT’ 구현… 가성비·기능 두 마리 토끼 잡다

▲갤럭시업사이클링 팀원들의 사무실 곳곳에 자리 잡은 프로젝트 결과물.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교육용 키트, 소형 디지털 사이니지, 리눅스 데스크톱, 스마트 화분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원들의 사무실 곳곳에 자리 잡은 프로젝트 결과물.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교육용 키트, 소형 디지털 사이니지, 리눅스 데스크톱, 스마트 화분

이날 인터뷰를 위해 찾은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 사무실은 소형 IoT 전시장 같았다. 간단히 작동시킬 수 있는 소형 기기에서부터 대형 설치물에 이르기까지 팀원들의 아이디어가 녹아든 작품을 여럿 마주할 수 있었다.

스마트 어항의 불이 자동 조절되는 모습

사무실 한가운데 놓여있는 ‘스마트 어항’<위 사진>은 실제 물고기를 기르는 팀원의 아이디어로 탄생했다. 갤럭시 S3와 여러 가지 센서로 구현된 이 제품을 활용하면 챗봇으로 물고기 상태를 관찰하거나 먹이를 줄 수 있다. 양경모(삼성전자 무선사업부 IoT상품전략그룹)씨는 “기존 어항 원격 관리 프로그램은 상당히 비싸지만 갤럭시 폐제품을 활용하며 단가를 확 낮췄다”며 “해외 여행 등의 사유로 장기간 집을 비우는 이들에게 특히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사이니지로 게임중인 모습

‘디지털 사이니지’<위 사진>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가미된 제품으로 실제 팀원들의 ‘활력 충전’을 담당하고 있다. 팀원들은 대형 화면을 보며 비눗방울 터뜨리기 게임을 진행하는가 하면, 영상을 감상하기도 한다. 고민형씨에 따르면 이 기기 역시 갤럭시 스마트폰 내 LED 제어 데이터를 활용, 비교적 손쉽게 제작이 가능하다. 대형 LED 컨트롤박스를 대동해야 하는데다 가격도 비싼 시중 디지털 사이니지에 비해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

▲‘스마트 도어벨’로 인물 인식 테스트를 진행해보고 있는 갤럭시업사이클링 팀원들

▲‘스마트 도어벨’로 인물 인식 테스트를 진행해보고 있는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원들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의 기본 운영 원리는 ‘오픈 플랫폼’이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내∙외부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수용, 협업한다. 지난해 고려대학교 학생들과의 산학협력으로 탄생한 ‘스마트 도어벨’이 대표적 작품이다. “학생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많이 줬어요. 스마트 도어벨은 부엉이 눈 부분에 구형 갤럭시를 장착한 플랫폼인데, 방문자가 벨을 누르면 그와 동시에 전면 카메라가 작동해 사람을 인식하고 문을 열지 말지 판단해주죠.” 이 제품은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 개발자 컨퍼런스 2017(Samsung Developer Conference 2017, 이하 ‘SDC 2017’)에 전시돼 주목 받기도 했다.

▲파손된 구형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제작한 ‘스마트 펫 식기’. 미리 설정해두면 사용자가 반려동물과 떨어져 있어도 반려동물의 식사 여부를 알람(alarm) 메시지로 확인 받을 수 있다

▲파손된 구형 갤럭시 스마트폰으로 제작한 ‘스마트 펫(pet) 식기’. 미리 설정해두면 사용자가 반려동물과 떨어져 있어도 반려동물의 식사 여부를 알람(alarm) 메시지로 확인 받을 수 있다

프로젝트 설계 과정부터 전 세계인과의 ‘소통’을 계획했던 이들은 앞으로도 오픈 플랫폼의 취지를 이어갈 계획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건 물론, 홈페이지를 통해 그간 개발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제작 가이드, 3D 도면 등을 공개할 예정.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이 업사이클링 제품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단 포부다.

삼성전자 임직원 열한 명의 아이디어, 전 세계 공감 얻기까지

개발에 사용할 갤럭시를 고르고 있다

올 1월 1일부터 국내에서도 ‘자원순환기본법’이 전면 시행됐다. 자원순환기본법은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억제하고, 자원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것. 유럽연합(European Union)에선 이미 2015년 “자원 순환율을 30%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허영채(삼성전자 글로벌CS센터 제품환경팀, 위 사진)씨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의 SMM 어워드 수상은 그런 상황에서 전해진 소식이어서 더욱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갤럭시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을 대외에 알리고 삼성전자 대표 프로그램으로 구축 중인 허영채(삼성전자 글로벌CS센터 제품환경팀, 위 사진)씨는 “이번에 우리가 받은 신기술상은 환경기술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에 주어지는 상”이라며 “갤럭시 업사이클링이 자원순환형 산업구조를 이끄는 혁신적 선도 기술이란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라고 자평했다. (실제로 EPA는 갤럭시 업사이클링 기술을 가리켜 “휴대전화 폐기물을 줄이는 혁신적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허씨에 따르면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의 행보는 이제 시작이다. “2030년이면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이를 전망입니다. 지금처럼 자원을 채취해 제품을 만들고, 사용 후 폐기하는 선형적 경제 체제에선 그 많은 인구가 쓸 자원을 모두 조달할 수 없을 거예요. 그런 사회적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순환형 경제 체제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의 존재가 필수입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적지 않은 가정이 오래된 스마트폰을 처분하지 않은 채 보관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수거, 해체된 후 부품으로 재활용되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탄소발자국이 남고 추출되는 자원 또한 한정적이다. 양경모씨는 “우리가 업사이클링 개념을 떠올린 건 바로 그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능동적 자원순환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해 업사이클링이 세계적 트렌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세상 모든 갤럭시, 수명 다하는 날까지 가치 있게 쓰이도록”

제품에 대해 논의중인 팀원들

갤럭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를 ‘자식’처럼 소중히 여기는 임직원들이 갖고 있던 구형 모델을 기증하고 응원 메시지를 전하는 등 꾸준히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 SDC 2017 참가 이후부턴 외부 관심도 증가했다. 대략적 프로젝트 소개가 전부인 홈페이지 ‘웰컴(welcome) 페이지’만 보고 “함께하고 싶다”며 이메일을 보내온 사람이 벌써 6000명을 넘어섰다.

▲2018년 1월 현재 임시로 개설된 갤럭시 업사이클링 공식 홈페이지 내 ‘웰컴 페이지’. 접속자라면 누구나 맨 하단에소개된 팀 계정으로 협업 요청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바로 가기)

▲2018년 1월 현재 임시로 개설된 갤럭시 업사이클링 공식 홈페이지 내 ‘웰컴 페이지’. 접속자라면 누구나 맨 하단에 소개된 팀 계정으로 협업 요청 이메일을 보낼 수 있다 (바로 가기)

제작한 제품을 들고 웃고 있는 개발자들의 모습

C랩 소속이던 팀원들은 올해부터 무선사업부로 자리를 옮겼다. 한층 체계적인 시스템 아래서 갤럭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를 하루라도 더 빨리 상용화시키기 위한 회사 차원의 조치다. 고민형씨는 “생산자와 소비자 간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보급형 IoT 서비스를 구현, 이른 시일 내에 선보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갤럭시 하드웨어의 수명이 다하는 날까지 그 가치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자원은 끊임없이 소비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유한하다. 누군가 자원을 소비할 때 또 다른 누군가는 소비되는 자원 총량을 줄이려 고민을 이어간다. 시야를 넓혀 지구 전체를 위해 ‘착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갤럭시 업사이클링 팀원들의 친환경 발걸음이 좀 더 일찍, 좀 더 많은 이들의 목표로 자리 잡길 기대한다.


[1]2015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보고서 ‘폐기물 범죄, 폐기물 위협, 폐기물 분야에서의 격차와 도전’(원제 ‘Waste Crime – Waste Risks Gaps in Meeting the Global Waste Challenge: A Rapid Response Assessment’) 내용 일부 발췌,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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