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금형 제조 10년차, “기계 소음이 ‘이유 있는 소리’로 변했죠”

2019/02/07 by 허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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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임직원 칼럼 허전회 편 금형 제조 10년차, “기계 소음이 ‘이유 있는 소리’로 변했죠”

‘Over the horizon’ 멜로디가 두 번 정도 반복돼 울려야 무거운 몸이 일으켜지고 아침을 맞습니다. 샤워기에서 시원스레 쏟아지는 물줄기를 마주하자 살짝 찡그린 얼굴이 말끔하게 펴집니다. 오늘도 옷장 속의 옷들을 뒤적이다, 그 어렵다는 ‘옷 고르기’를 마치곤 현관문 도어록(door-lock)의 닫히는 소리를 뒤로한 채 집 밖을 나섭니다. 출근길 도시 곳곳서 들리는 멜로디와 함께 여느 때처럼 하루가 시작됩니다.

위 이야긴 하루를 여는 제 일상입니다. 아마, 이 글을 눈으로 따라 가다 보면 대략 상황이 그려지실 거예요. 안십중구(眼十中九)라 했던가요?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란 말처럼 우리 몸에서 눈이 차지하는 역할이 매우 큽니다. 그래선지 정보를 수용할 때도 가장 먼저 시각화를 한 후 인지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 글에선 ‘시각’ 다음의 감각, 바로 ‘청각’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왜 ‘청각’이란 감각에 유독 관심을 두게 됐는지, 제 회사생활 이야기와 곁들여 소개하겠습니다. 그 전에 이 글의 첫 머리에 있던 제 하루의 시작을 소리 내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금형 만드는 기계 소음, 특별한 소리가 되기까지

10년 전 미틈달은 허전회 씨가 삼성에 입사한 달이다

10년 전 미틈달은 제겐 꽤 특별한 시기였습니다. 회사 사원증을 발급받아 첫 출근한 달이거든요. 사원증을 회사 출입문에 갖다 대고 ‘삑’하는 소리와 함께 출입문을 통과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제조 현장의 수많은 기계를 공부하며 하루하루를 보냈던 날도 생생하고요. 입사 전엔 인터넷, 또는 전시회에서나 볼 수 있던 기계들을 눈 앞에서 생생하게 볼 수 있던 게 제겐 남다른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기계를 알아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부서는 금형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이른바 쇠를 깎고 다듬고 조립해 제품을 만들어 내는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안전보호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곳에서 다양한 설비가 내는 소음을 종일 듣는다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부서는 금형을 개발하고 제작하는, 이른바 쇠를 깎고 다듬고 조립해 제품을 만들어 내는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낯설고 무서웠던 설비들을 조금씩 알아가자, 이들이 내던 소음이 ‘소리’로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시끄럽고 단조로운 기계 소음이 부품을 가공하는 소리로, 금형이 만들어지는 소리로, 휴대폰이 만들어지는 소리로 다가온 거죠. 그렇게 밉지만은 않은 소리였습니다. “조용한 공장은 죽은 공장이야.” 신입사원 시절, 선배가 건넨 말이 불현듯 머리 속을 스치더군요.

업무 현장 소리가 다양할수록 좋은 제품 나와

제조 현장뿐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다양한 소음이 존재합니다.

제조 현장뿐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다양한 소음이 존재합니다.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는 소리, 전화 통화하는 소리, 회의하며 내는 소리 등등. 회의 중엔 자신의 아이디어를 어필하며 목에 핏대를 세우기도 하고, 제품을 위해 논쟁을 벌이기도 해 다채로운 소리가 만들어 지죠.

전 오랜 시간 이런 소리를 인지하지 못하고 지내왔습니다. 헌데, 제조 현장의 기계 소음이 소리로 느껴진 경험을 떠올리다가, 사무실의 소리도 다시금 돌아보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의견이 논쟁 없이 고요하게 집행된다면 그 과정은 옳은 걸까?’ 그간 경험에 비춰 보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해야 하고, 제품에 대한 논의가 뜨거울수록 비로소 훌륭한 제품이 탄생하곤 했습니다.

원석을 연마해야 보석 되듯, 좋은 결과 내려면 험한 과정도 견뎌야

기계 설비 중엔 ‘텀블러 광택기(tumbler polishing machine)’란 게 있습니다. 반지나 목걸이를 보드랍게 윤을 낼 때 쓰는 기계에요.

기계 설비 중엔 ‘텀블러 광택기(tumbler polishing machine)’란 게 있습니다. 반지나 목걸이를 보드랍게 윤을 낼 때 쓰는 기계에요. 원리는 간단합니다. 작은 돌멩이 같은 연마재와 반지를 함께 통에 넣으면, 통이 돌면서 반지에 광택이 나는 거예요. 이 기계가 재밌는 이유는 반지와 연마재가 서로 뒤엉키며 내는 소음이 무척 괴롭지만, 그 결과 새 것처럼 반짝이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단 겁니다.

기계 설비 중엔 ‘텀블러 광택기(tumbler polishing machine)’란 게 있습니다. 반지나 목걸이를 보드랍게 윤을 낼 때 쓰는 기계에요.

지금 이 순간,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도 일상에서, 업무 현장에서 다양한 소음을 겪고 계시겠죠. 반짝이는 반지를 얻기 위해선 거친 소음을 견뎌야 하듯, 여러분이 하는 일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소음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들려오는 ‘소음’이 반짝이는 결과물을 만들어 줄 ‘소리’가 될 거라 믿어보는 건 어떨까요?

by 허전회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메카솔루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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