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반도체 미세화, 새로운 길을 가다

2019/05/15 by 전용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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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 사진, 동영상 등 일상에서 PC나 스마트폰으로 접하는 디지털 정보의 형태는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러나 이 모든 디지털 정보를 이루는 기본은 매우 단순하다는 사실. 이진법 숫자인 ‘0’과 ‘1’만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 문서, 사진, 동영상 등 디지털 정보는 이진법 숫자인 '0'과 '1'로 이뤄져 있다.

▲ 문서, 사진, 동영상 등 디지털 정보는 이진법 숫자인 ‘0’과 ‘1’로 이뤄져 있다.

반도체 칩의 가장 기본 요소인 트랜지스터(Transistor)[1]는, 이런 이진법으로 이뤄진 디지털 정보를 전기신호로 만드는 반도체 소자다. 경제성을 위해 한정된 면적의 실리콘(Si) 기판 위에 가능한 많은 반도체 칩을 얹으려면, 트랜지스터의 크기는 최대한 작아져야 한다. 또, 전자 제품의 절전과 배터리 수명 증대, 발열 감소 등 효과를 보려면 전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반도체의 기본이 되는 트랜지스터의 동작 전압도 낮아져야 한다. 다시 말해 반도체 발전 역사는 바로 트랜지스터를 더 작고 빠르게, 또한 더 적은 전력만을 소모하도록 만들어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 반도체는 더 작고 빠르게, 더욱 적은 전력만을 소모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왼쪽부터 평판(Planar) 트랜지스터, 완전공핍층(Fully Depleted, 또는 Fin) 트랜지스터, GAA(Gate All Around) 트랜지스터

▲ 반도체는 더 작고 빠르게, 더욱 적은 전력만을 소모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왼쪽부터 평판(Planar) 트랜지스터, 완전공핍층(Fully Depleted, 또는 Fin) 트랜지스터, GAA(Gate All Around) 트랜지스터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트랜지스터는 MOS(Metal-Oxide-Semiconductor) 구조를 가지고 있다. MOS 구조는 △금속(Metal) 전극 △산화물(Oxide) 절연막 △반도체 채널로 이뤄져 있다. 초기 MOS 트랜지스터인 평판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와 채널이 모두 하나의 평면에서 맞닿는 구조다. 이 평판 트랜지스터를 활용해 동작 전압을 낮추는 건, 20나노미터[2] 까지가 한계였다.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줄어들수록 소스와 드레인 간 거리가 가까워져서, 게이트가 스위치 역할을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 이를 ‘단채널(Short Channel) 현상[3]‘이라 한다.

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후보로 대두한 것이 완전공핍층 트랜지스터다. 완전공핍층 트랜지스터는 요철 형태의 실리콘(Si) 채널을 세워 게이트가 채널을 조정하는 능력을 증대시키며, 이를 바탕으로 단채널 현상을 개선한다. 게이트와 요철 형태로 세운 실리콘 채널이 3면에서 맞물리는 3차원 구조다. 얇고 길게 세워진 채널이 물고기 등 지느러미를 닮아 ‘핀(Fin) 트랜지스터’라고도 부른다. 단채널 현상을 개선해 동작 전압을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채널과 게이트가 닿는 면이 넓어져 성능도 향상시킬 수 있다. 삼성전자는 2012년 14나노 공정부터 핀 트랜지스터를 적용했다.

하지만 더 작은 반도체 칩을 위해 몇 세대 공정의 전이 과정을 거친 뒤, 핀 트랜지스터 역시 한계에 도달했다. 핀 트랜지스터 구조는 4나노 이하 공정에서 동작 전압을 줄이는 게 불가능했던 것. 동작 전압을 더 낮출 수 있는 새로운 트랜지스터가 필요하게 됐다.

▲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픽

▲ 반도체 트랜지스터 구조의 차이를 보여주는 그래픽

바로 이 칼럼에서 얘기하고자 하는 GAA 구조의 트랜지스터다. GAA는 ‘Gate All Around’라는 이름처럼 게이트가 채널을 전방위로 감싸게 해, 채널 조정 능력을 극대화했다. 이로 인해 단채널 현상이 크게 개선되고, 동작 전압 또한 낮출 수 있다.

일반적인 GAA 트랜지스터는 채널 영역이 나노와이어(Nanowire)[4] 형태로 가늘고 긴 모양(아래쪽 이미지 참고)이다. 많은 전류를 흐르게 하기 위해선 전류가 흐르는 채널의 폭이 넓어야 하는데, 나노와이어처럼 가느다란 구조는 충분한 전류를 얻기 힘들다.

삼성전자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MBCFET(Multi-Bridge Channel Field Effect Transistor)이라는 아이디어를 냈다. 와이어 형태의 채널 구조를 얇은 종이 모양의 나노시트(Nanosheet)로 만들어, 채널이 게이트에 닿는 실질적인 면적을 늘린 것. 그만큼 전류량도 증가한다. 삼성전자만의 독자적인 GAA 기술인 MBCFET은 GAA 구조의 장점인 단채널 현상 개선뿐만 아니라, 채널 영역을 확장해 성능 개선까지 달성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트랜지스터 구조다.

MBCFET공정은 기존 7나노 핀 트랜지스터 공정과 비교했을 때, 소비전력이 약 50% 절감되고, 성능은 30% 정도 개선되며, 공간도 약 45%나 줄일 수 있다.

▲ GAA 트랜지스터의 나노와이어 구조(왼쪽)와 나노시트 구조. 나노시트 구조로 채널과 게이트가 닿는 실질적인 면적이 더 넓어진 것을 볼 수 있다.

▲ GAA 트랜지스터의 나노와이어 구조(왼쪽)와 나노시트 구조. 나노시트 구조로 채널과 게이트가 닿는 실질적인 면적이 더 넓어진 것을 볼 수 있다.

반도체 기술 영역에서 GAA 트랜지스터 개발은 ‘산업혁명’에 비견될 정도로 획기적인 기술의 변환이다. 또한 현재 세계에서 삼성전자만이 그 적용 계획을 제시하고 있을 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공정이기도 하다. 20년에 가까운 연구 개발 기간을 거쳐 오늘날 삼성전자만의 독창적인 MBCFET으로 탄생했다. 이는 회사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쾌거라 할 수 있겠다.

삼성전자는 한계라 여겨졌던 ‘4나노의 벽’을 넘으며 반도체 역사를 다시 써 내려 가고 있다. 사람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미세’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넘어 기술과 산업의 ‘원대한 미래’를 열어갈 GAA 트랜지스터와 MBCFET이라는 신기술. 거대한 기술의 변환, 그리고 새로운 역사와 마주하고 있는 반도체 엔지니어로서 전율을 느낀다.


[1]트랜지스터는 소스(Source)와 드레인(Drain) 양단 간에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에 흐르는 전류의 흐름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구성된다. 게이트가 전류를 증폭하거나 스위치 역할을 해 이진법의 데이터를 만들어낸다.
[2]반도체의 크기를 측정하는 단위로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
[3]트랜지스터의 게이트 길이가 줄어듦에 따라 소자특성이 나빠지는 현상
[4]단면의 지름이 1나노미터 정도인 극미세선

by 전용주

파운드리사업부 마케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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