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 이렇게 절묘한 ‘콜라보’를 봤나!

20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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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기술로 말하다 ③‘LED 디스플레이’ 편  아래 청소기 자리에 시네마 LED를 적당하게 넣어주세요 마땅한 제품 컷이 없어 아래 이미지 드립니다 만약에 밝은 것이 더 괜찮으시면 2안으로 부탁 드려요 이 글은 LED 디스플레이 개발 업무에 참여한 조성필∙이호섭∙김대식(이상 삼성전자 VD사업부 개발팀, 사진 왼쪽부터)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세 사람 뒤로 보이는 게 삼성전자가 개발한 고해상도 LED 대형 디스플레이입니다)

크지 않은 상영관. 실내엔 조명이 환하고 스크린 앞 스탠드 위, 또 하나의 가설(假設) 스크린이 놓였다. 평상시 상영 시각이라면 대부분 채워졌을 객석은 텅 빈 상태. 대신 중간쯤 중·장년 남성 열 명 남짓이 팔짱을 낀 채 영화 감상 모드로 앉아 화면을 응시하고 있다. 상영 담당 기술자를 포함한 실무진과 임원들이다.

“……”

화면 위로 영상이 흐른다. 그런데 이 스크린, 뭔가 다르다. 일반 영화처럼 어둠 속에서 빔 프로젝터를 향해 쏴주는 빛이 스크린에 맺히는 게 아니라, 화면 자체 빛으로 화사한 영상이 빚어진다. 기술 개발은 완료됐지만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영화용 LED 화면이 실험적으로 구동되는 현장이다.

영화가 끝나고 화면이 암전되자 관람에 집중하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간간이 헛기침 소리도 들린다. LED 화면을 구동시키던 기술팀은 조용히 관람석에 앉아있던 남성들의 표정을 살핀다. 잠시 거북한 침묵이 계속된다.

“이건 아닙니다.”

일갈하는 소리가 침묵을 깬다. 그중 나이가 가장 지긋하고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듯한 한 명이 일어나 나가며 한마디 뱉는다. 그러자 몇 사람이 주저주저하다 따라 나가고 남은 일부는 난처한 기색으로 기술팀에 말을 건넨다. “저희하곤 좀 맞지 않는 것 같네요. 기존 영상과 워낙 달라서….”

기술팀원이 “뭐가 문제인 것 같으냐”고 물어도 명확한 대답은 없다. 돌아오는 답변은 “이제껏 보던 영상과 다르다” “우리 영화랑은 뭔가 맞지 않는다”처럼 하나같이 모호한 것뿐. 기술팀장은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지만 다시 정신을 가다듬는다. ‘다시 대화를 시도해보자!’

극장 상영 전문가 대상 ‘LED 스크린’ 프레젠테이션, 그 결과는

위 상황은 지난해 삼성전자가 LED 시네마 스크린 시장을 개척하던 당시 모습을 재구성한 것이다. 지난 7월 26일자 스페셜 리포트(삼성 LED 스크린, ‘최후의 집중형 문화 공간’ 극장을 도발하다’)에서 살펴봤듯 LED 스크린은 ‘암전 공간에 설치된 빔 프로젝터로 빛을 쏴 화면에 영상을 맺히게 했던’ 이제까지의 영화 상영 패러다임을 완전히 뒤집는 기술이다. 120년간 이어져온 ‘전형적 극장 스크린’과 전혀 다른 동시에 상당한 장점을 보유한 기술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기업 중에서도 LED 디스플레이 기술 부문에서 독보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2017 시네마콘[1]’ 기간이었던 올 3월 27일(현지 시각)엔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재 영화관 시네마크(Cinemark)에서 세계 최초 극장 전용 LED 디스플레이 ‘삼성 시네마 스크린’ 공개 시사회를 열었다. 국내에선 지난 7월 13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역시 세계 최초로 시네마 LED 스크린 상영관 ‘수퍼S(SUPER S)’를 선보였다.

삼성 시네마 스크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올해 시네마콘 기간 중 미국 시네마크 영화관에서 개최된 ‘삼성 시네마 스크린’ 공개 시사회 당시. 다 함께 행사를 준비했던 삼성전자 임직원이 한데 모여 포즈를 취했다

롯데 시네마 LED 스크린▲지난 7월 13일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열린 ‘수퍼S’ 관 개관 행사 당시 모습

사업적 측면으로 보면 시네마 LED 스크린은 아직 초기 단계다. 이 정도의 가시적 결실을 이끌어내기까지도 DMC(Digital Media & Communications)연구소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등 삼성전자 내 두 조직의  역량이 총집결됐다. 그 종류가 어떤 것이든 변화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포함, 세상 모든 사물과 현상엔 지금까지의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으려는 속성, 즉 관성(慣性)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때 관성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새로운 움직임 일체를 차단하려는 힘이다, 마치 출입구가 어딘지 감(感) 잡을 수 없는 벽처럼.

극장 문화 전반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킬 이 기술은 시장에 진입하기까지 기술 개발 단계에서 한 번, 사업 파트너 확보 단계에서 또 한 번 등 ‘관성의 벽’을 최소 두 차례 이상 뛰어넘어야 했다. 선행기술 개발에 주력한 삼성전자 DMC연구소, 그 바통을 이어 받아 현장 곳곳을 발로 누빈 삼성전자 VD사업부가 각 단계마다 제 몫을 다한 결과였다.

장점 많은 LED 디스플레이, 실내용 제품도 잘 만들 수 있을까?

취재진이 삼성디지털시티(경기 수원시 영통로)를 찾은 건 막바지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3일. 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참여했고, VD사업부 주도로 진행된 시네마 LED 스크린 프로젝트까지 수행한 삼성전자 임직원들을 만나 관련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 등에 얽힌 뒷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김대식∙이호섭∙조성필▲김대식∙이호섭∙조성필(왼쪽부터)씨는 셋 다 DMC연구소에서 수 년간 LED 디스플레이 기술을 개발해왔고, 지금은 나란히 VD사업부로 소속을 옮겨 관련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LED는 ‘Light Emitting Diode’의 약자다. 해석하면 ‘빛을 내뿜는 단자’ 정도가 된다. 말 그대로 작고 빛을 내는 단자를 모아 커다란 발광체를 만드는 기술인데, 굳이 비교하자면 아주 작은 전구 비슷한 거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빛을 내는 원리 측면에선 전구와 전혀 다른 기술이 적용된다.

기존 전구는 필라멘트를 가열시켜 빛을 낸다. 그런데 이 방법을 쓰면 빛보다 열이 훨씬 더 많이 나온다. 모닥불을 피우면 나무가 타며 열을 내지만 그 과정에서 빛도 어느 정도 나와 주변을 밝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따라서 이 발광체를 폭넓게 적용하려면 ‘빛을 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열을 기기가 어떻게 견뎌내도록 할 건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반면, LED에서 빛을 내는 단자는 양자역학 수준에서 작용한다<양자역학에 대해선 지난달 16일 발행된 스페셜 리포트(’찰나의 마법’ 양자컴퓨터 세계가 온다)를 참조할 것>. 다시 말해 특정 구조에서 전자가 움직이면서 남은 에너지가 광자(光子)[2]로 전환되기 때문에 열이 전혀 나지 않은 상태로 빛이 발생한다.

이런 특성 때문에 LED는 적어도 두 가지 면에서 지금까지의 전구와 차별화된다. 첫째, 열이 나지 않기 때문에 많이 모아 사용할 수 있다. 둘째, 단자를 어느 정도 모으느냐에 따라 지극히 작은 기기에서 엄청나게 큰 기기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 실제로 오늘날 △전기 조명 △TV 모니터 △실내∙외용 사이니지 △극장 스크린 등 분야를 막론하고 가히 ‘LED 혁명’이라 할 정도로 다양한 LED 기술이 개발, 응용되고 있다.

LED를 활용한 화면 확장은 기술적으로만 봤을 땐 얼마든지 구현 가능하다. 화면을 계속 이어 붙이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특정 용도의 디스플레이를 만들려면 기술을 해당 용도에 맞춰 조정해가야 한다. 예를 들어 야외용 대형 전광판 같은 건 여러 개 이어 붙여도 대부분의 사용자가 멀리서 보게 되는 만큼 이음매가 그리 거슬리지 않는다. 또한 화소(畵素) 하나하나를 구성하는 LED 모듈 자체 크기가 상당해 전체 해상도가 다소 떨어져도 전광판 내용을 이해하는 덴 지장이 없다.

하지만 이 디스플레이를 실내로 끌어들여 가까운 데서 보게 하려면 앞서 살펴본 두 가지 특성이 오히려 골치 아픈 난제로 바뀐다. 이음매 없이 매끈하게, 전체적으로 하나인 듯 보이도록 하는 게 중요해지는 것. LED 모듈을 아주 작게 만들어 화질을 실물 수준으로 선명하게 개선하는 작업도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후발업체 한계 딛고 ‘고해상도 실내 사이니지’ 개발 나서기까지

삼성전자 DMC연구소가 처음 실내용 대형 디스플레이 제작에 도전했을 당시, 개발진은 초기 연구 방향을 ‘LCD 디스플레이 개발 승계’에 맞췄었다. 관건은 LCD 화면 테두리, 즉 ‘베젤(bezel)’을 없애는 것. 작업은 크게 두 방향으로 진행됐다. 기존 LCD 디스플레이에서 베젤을 점점 없애나가는 게 하나, 작은 LED로 기존 베젤 영역을 덮어 안 보이게 하는 게 다른 하나였다. 특히 후자는 보다 미세한 LED 단자를 개발,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과정이기도 했다.

우선 베젤 없애기부터. 2014년 말 삼성전자는 기존 14.8㎜였던 베젤을 1.7㎜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기존 베젤을 LED로 덮는 작업은 이보다 이른 그해 8월 완성됐지만 막상 해놓고 나니 생각지 못했던 문제가 불거졌다. LCD 화면과 베젤 부위 LED 화면 간 화질을 균일하게 맞추는 일이 여간 어렵지 않았기 때문.

VD VIDEOWALL
▲삼성전자는 2014년 말 이미 기존 14.8㎜였던 베젤을 1.7㎜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결국 개발진은 당초 방향을 선회, ‘(일반 LCD가 아닌) LED 액정 화면 개발’에 집중하기로 했다. LED 디스플레이는 베젤이 없어 이음매 처리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반면, 이전까지의 LED 디스플레이가 ‘멀리서도 보이게’ 야외용 전광판 스타일로 제작됐었다면 이제부턴 보다 더 일상에 가깝게, 또 널리 적용될 수 있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 추가 노력이 필요했다.

방향은 크게 두 가지였다. 일단 아주 작은 LED 모듈용 화면을 제작해야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초소형 LED 패키지를 사용하면서도 최소 피치(pitch)[3]를 갖춘 화면 개발에 성공했다. 다음으로 중요한 건 무수한 LED 모듈이 한꺼번에 구동될 때 들어가는 에너지를 적정화(optimization)하는 것. 원하는 수준의 이미지를 얻어내려 에너지를 무작정 쏟아 붓기보다 적정 에너지를 투입하되, 인간 육안으론 들인 에너지에 비해 훨씬 밝고 선명하게 보이도록 만들어야 했다. 요컨대 ‘적은 에너지로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는 동시에 소비전력은 줄일 수 있는’ 묘책 마련이 시급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고해상도 LED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은 혁신적일 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이란 측면에서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란 옛말이 있듯 제아무리 시대적 흐름에 맞는 기술이라 해도 그게 시장에서 통하려면 소비자 입맛에 똑 맞아 떨어지는 형태로 제공돼야 한다.

삼성전자가 고해상도 LED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나설 당시만 해도 글로벌 LED 디스플레이 시장은 전광판 중심으로 형성돼 있었다. 그리고 해당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후발업체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하지만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고해상도 실내용 사이니지’ 모델에 주목, 본사 차원에서 본격적 개발을 추진했다. 때마침 그 즈음 이뤄진 미국 LED 전문 기업 예스코 일렉트로닉스[4] 인수는 삼성전자가 보다 적극적인 시장 진입을 모색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로 꼽히는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선보이며 전 세계 이목을 사로잡았던 일명 ‘트랜스포머블 TV’<아래 영상, 관련 기사는 여기 참조>는 그런 노력이 빚어낸 성과였다.

그 무렵 DMC연구소와 VD사업부의 고민은 이미 ‘그 다음 단계’, 즉 ‘실내용 대형 화면이 가장 필요한 장소는 어딜까?’로 향해 있었다. 그리고 ‘영화관’은 그 질문에 마침맞은 대답이었다.

120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극장 스크린 시장, 보란 듯이 바꾸다

기술 개발과 시장 개척. 두 분야는 업무 성격이 전혀 다르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엄청난 노력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란 사실이 그것이다. 영화 상영 기술만 해도 그렇다. 장장 120년간 크고 작은 기술 혁신이 있긴 했지만 암흑과 빔 프로젝터를 활용한 기본 기술 구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돼왔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면 ‘모든 게 집중 영사 방식에 맞춰져 익숙해진’ 기존 방식에 의문을 품고 새로운 질문을 계속 던져야 한다. 수퍼S관은 그런 노력의 결실이 탄생시킨, 삼성전자가 새롭게 개척한 시장인 셈이다.

“정치적 혁명도 마찬가지지만 기술 패러다임이 바뀔 때 최상위 기준은 ‘관련된 공동체의 선택’이다. 이런 기준은 논리나 실험 결과를 내세웠을 때와 달리 일단 한 번 형성되면 절대 뒤집히지 않는다.” (토마스 쿤 , ‘과학혁명의 구조’ 중)

굳이 쿤의 주장을 들먹이지 않아도 다들 안다, 아무리 낯설어 보이는 기술도 (그 기술을 실제로 접할) 소비자의 선호와 선택이 뒷받침되면 금세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단 사실을. 물론 초기 관성의 작용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문화 자체가 소비자 중심으로 흘러가는 변화의 물결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도저한 인류의 역사가 이를 웅변하고 있다. 그 물결을 거스르지 않는 ‘기술’이야말로 삼성전자의 자부심 아닐까? 120년간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았던 시장 개척에 보란 듯이 성공한 LED 디스플레이처럼 말이다.


[1] CinemaCon. 세계 최대 영화산업 박람회
[2] photon. ‘빛 입자’를 일컫는 말
[3] 픽셀과 픽셀 사이 간격. 피치가 작을수록 면적당 점(點)의 수가 많아져 보다 세밀하고 선명한 영상 표현이 가능해진다
[4] 이후 사명이 ‘프리즘뷰(Prismview)’로 바뀌었다(공식 홈페이지 https://www.prismview.com/)
[5] Thomas S. Kuhn. 미국 출신 과학철학자(1922~1996)로 버클리대∙프린스턴대∙매사추세츠공과대 교수를 역임했다. 버클리대 재직 당시 출간한 ‘과학혁명의 구조(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로 큰 명성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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