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은 잠들지 않는다”… 2016 소스콘 ‘패밀리 허브 해커톤’ 21시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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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삼성전자서울R&D센터(서초구 우면동)에서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Samsung Open Source CONference, 이하 ‘소스콘’) 2016이 개최됐다. 올해로 3회째를 맞는 소스콘은 매년 10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참가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픈소스 컨퍼런스. △오픈소스 기술 소개 세션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 △핸즈온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꾸려진 올해 행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무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삼성 홈어플라이언스 해커톤(Samsung Home Appliance Hackathon)’이었다.

☞해커톤이란?

해킹(hacking)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 마치 마라톤 하듯 정해진 시간 동안 난이도 높은 프로그래밍 작업을 수행하는 경연을 뜻하는 말이다

 

SAMSUNG HOME APPLANCE HACKATHON -> 패밀리 허브 트랙

이번 해커톤의 주제는 미래의 스마트홈을 염두에 둔 ‘당신의 아이디어를 집으로(BRING YOUR IDEA HOME)’였다. 기존 해커톤이 모바일 기기 부문에 한정됐던 것과는 달리 올해 처음으로 ‘가전 대상 해커톤’이 기획된 것. 과제로 주어진 가전은 삼성 패밀리 허브 냉장고(이하 '패밀리 허브')였다. 참가자들은 사물인터넷 기능이 탑재된 패밀리 허브를 활용, 저마다 독창적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만 48시간 동안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 과정을 꼬박 동행,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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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오리엔테이션과 멘토링 순서가 끝난 후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됐다. 참가자들은 각자 배정 받은 방으로 들어가 아이디어 구상에 나섰다. 성인 개발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여느 해커톤과 달리 이번 행사는 고교생∙대학(원)생∙외국인 등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비전공자와 1인 개발자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성균관대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바다 팀원들이 패밀리 허브 앞에서 셀카를 찍고있는모습
▲성균관대 대학원생들로 구성된 바다 팀원들이 본격적 개발에 착수하기 전 패밀리 허브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같은 연구실을 사용하는 대학원생(성균관대학교)들로 뭉친 ‘바다(VADA)’ 팀은 냉장고 사용이 잦은 ‘어머니 사용자’를 떠올리며 일명 ‘패밀리 가드 허브(Family Guard Hub)’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이들이 특히 주목한 건 △주방에 머물면서도 현관 상태를 수시로 점검, 방문객을 확인한 후 문을 열어주고 △집 밖에서 노는 자녀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아이디어 구현이었다. 팀장 박진원씨는 “만날 답답한 연구실에서만 지내다 모처럼 동료들과 밖에 나와 작업하니 새롭고 좋다”고 말했다.

직접 고안한 프로그램의 유스케이스를 동료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바다 팀원 루이스 카바조스(Luis Cavazos)
▲직접 고안한 프로그램의 유스케이스[1]를 동료들에게 설명하고 있는 바다 팀원 루이스 카바조스(Luis Cavazos)씨

새론(SeRon) 팀은 이번 해커톤에서 ‘최연소 팀’으로 시선을 모았다. 전원 고교생(한국디지털미디어고등학교)인 이들은 패밀리 허브 사용자(혹은 사용 가정 구성원)에게 1일 적정 섭취량을 알람(alarm) 형태로 알려줘 3대 영양소를 고루 섭취하도록 돕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헬시(Healsh)’ 개발에 나섰다. 팀원 이상훈군은 “해커톤은 여러 차례 접해봤지만 가전 분야 해커톤은 처음 본다”며 “타이젠을 다뤄야 하는 점이 좀 낯설긴 했지만 소재가 워낙 신선해 재밌을 것 같아 도전했다”고 말했다.

전원 고교생으로 구성돼 이번 해커톤에서 ‘최연소’ 팀으로 눈길을 모았던 새론 팀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길범준∙이상훈∙박성우군, 송혜민양
▲전원 고교생으로 구성돼 이번 해커톤에서 ‘최연소’ 팀으로 눈길을 모았던 새론 팀원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길범준∙이상훈∙박성우군, 송혜민양

최연소 팀이 있으면 ‘최고령 팀’도 존재하게 마련. 이번 해커톤에선 ‘줌마재’ 팀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팀명 자체가 ‘아줌마’와 ‘아재(아저씨)’의 조합 형태여서 구성원의 연령대를 짐작하게 했던 이 팀은 “엄마와 아빠의 마음으로!”란 각오로 출사표를 던졌다. 줌마재 팀에서 하드웨어 개발을 맡은 장성숙씨는 실제 가정에서 냉장고를 사용해본 경험을 떠올리려 애썼다. “평소 냉장고에 음식을 넣어두곤 그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잦았거든요. 그래서 특수 용기로 무게나 온도 등 음식의 특성을 파악, LCD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장씨는 해커톤 현장에 3D 프린터를 갖고 와 자신이 구상한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용기)로 구현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그가 시연용 용기 제작을 위해 직접 들고 온 3D 프린터와 본인의 냉장고 사용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착안, 개발에 나선 줌마재 팀원 장성숙(왼쪽 사진)씨.
▲본인의 냉장고 사용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착안, 개발에 나선 줌마재 팀원 장성숙(왼쪽 사진)씨. 오른쪽 사진은 그가 시연용 용기 제작을 위해 직접 들고 온 3D 프린터다

‘델리(SRI-D)’ 팀과 ‘방갈로르(SRI-B)’ 팀은 둘 다 삼성전자 인도연구소(SRI) 소속 임직원들로 꾸려졌다. 한 방에 나란히 앉아 과제 해결에 골몰한 팀원들은 소속 부서도, 담당 업무도 조금씩 달랐지만 ‘사용자의 건강 상태에 맞는 음식을 추천하는 프로그램’과 ‘냉장고 사용자끼리 음식을 공유하고 가전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을 각각 개발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델리 팀원 파디프(Pardeep Kumar)씨는 "사물인터넷 원리를 활용, 냉장고가 사용자 상태를 감지하고 그에 따른 음식을 추천할 수 있다면 생활이 더욱 편리해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 아이디어와 활용 방안을 설명 중인 방갈로르 팀원 파니(PHANI AVADOOTH REKAPALLI VV, 사진 왼쪽)
▲직접 개발한 프로그램 아이디어와 활용 방안을 설명 중인 방갈로르 팀원 파니(PHANI AVADOOTH REKAPALLI VV, 사진 왼쪽)씨

 

23:00 피자 치킨 등 야식 공수... 밤새도록 시행착오 거듭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덧 밤이 깊었다. 주행 도중 기력이 달리는 선수들을 위해 이온 음료와 바나나 등 영양 보충용 음식이 제공되는 마라톤처럼 해커톤에도 ‘야식 시간’이 존재한다. 실제로 이날 밤 11시가 되자, 각 방에 치킨과 피자 등이 배달됐다. 밤새 연구를 거듭해야 하는 참가자들을 위해 주최 측이 특별히 마련한 음식이었다. 그 덕에 참가자들은 잠시 긴장을 풀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짧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야식을 즐기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다∙새론 팀원들
▲야식을 즐기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바다(왼쪽 사진)∙새론 팀원들. 수면 부족과 누적된 피로에 지칠 법도 한데 다들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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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 측은 해커톤 참가자들을 위해 비타민 음료와 생수, 캔디 등 다양한 간식을 계속 조달했다

‘무박(無泊)’ 타이틀에 걸맞게 이튿날 새벽까지 작업이 이어졌다. 절로 감기는 눈을 부릅뜨며 참가자들은 팀별 결과물을 완성시키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부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답답함을 토로했고 일부는 멘토에게 끝도 없이 질문을 던졌다. 시행착오를 수 차례 반복하며 겨우 문제 해결에 이른 팀도 있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며 프로그램은 점차 구체적 형태를 띠어갔다.

일정 막바지, 졸음을 참지 못한 바다 팀원 양진(YANG JIN)씨가 잠시 눈을 붙인 채 휴식을 취하고 있는모습
▲일정 막바지, 졸음을 참지 못한 바다 팀원 양진(YANG JIN)씨가 잠시 눈을 붙인 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뭔가 계속 잘 안 풀리다 드디어 프로그램 구동에 성공한 새론 팀장 길범준군은 “이번 해커톤에서 최고로 행복한 순간”이라며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마감 직전까지 작업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마음 졸이던 새론 팀장 길범준(사진 왼쪽)군이 프로그램 구동을 성공시킨 후 팀원 박성우군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마감 직전까지 작업이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아 마음 졸이던 새론 팀장 길범준(사진 왼쪽)군이 프로그램 구동을 성공시킨 후 팀원 박성우군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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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아침이 밝았다. 마감을 불과 한 시간 앞둔 오전 11시 무렵, 여기저기서 “다 풀었다(Solved Issue)!”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종 과제는 총 21시간 만에 각자 구상한 아이디어의 프로토타입[2]을 완성하는 것. 대부분의 팀이 막판엔 시간에 쫓기며 밤샘 개발에 몰두했지만 그 덕분에 정해진 기한 내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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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제출을 앞두고 완성된 결과물을 최종 확인 중인 참가자들

이번 해커톤에 참여한 팀은 모두 14개. 완주율은 100%였지만 한 팀이 “완성도 부족”을 이유로 최종 발표를 하지 않기로 결정, 이어진 발표 시간엔 13개 팀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팀별 발표가 계속될 때마다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치열하게 소통했다. 발표가 끝난 후엔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서로 응원하고 격려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니 해커톤이 ‘단순 경연’이라기보다 ‘함께 즐기는 축제’란 사실이 새삼 실감났다.

팀별 발표 시간, 바다 팀이 심사위원과 참가자들 앞에서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다 ▲팀별 발표 시간, 바다 팀이 심사위원과 참가자들 앞에서 결과물을 발표하고 있다

30분간의 심사 집계 결과, 2∙3등 각 두 팀 등 총 4개 팀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등은 ‘스마트 용기’를 개발한 줌마재 팀과 ‘저장된 식재료 기반 음식 추천 앱’을 개발한 ‘프리즈플리즈’ 팀에, 3등은 바다 팀과 새론 팀에 각각 돌아갔다.

 

 

패밀리 허브 해커톤 수상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리즈플리즈 팀, 줌마재 팀, 새론 팀, 바다 팀
▲패밀리 허브 해커톤 수상자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리즈플리즈 팀, 줌마재 팀, 새론 팀, 바다 팀

프리즈플리즈 팀은 수상 소감에서 "냉장고가 사물인터넷 역할을 한다는 게 신기해 이번 해커톤에 참가하게 됐다"며 "사용자와 함께하는 냉장고를 개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줌마재 팀원 장성숙씨는 "생각지도 않았던 영광이 주어져 굉장히 떨리고 기쁘다"며 "함께 밤을 지새우며 끝까지 협동한 팀원들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이번 해커톤은 수상 결과와 무관하게 모든 팀이 레이스를 완주했단 점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팀원들은 각자의 아이디어에서 뜻밖의 통찰력을 얻기도, 현업 개발자와의 멘토링 과정에서 그간 몰랐던 사실을 익히기도 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불과 21시간 만에 완성된 프로토타입치곤 완성도가 꽤 높았다는 후문. 참가자들의 ‘고밀도 열정’이 돋보였던 이번 행사가 모든 참가자의 앞날에 튼실한 자양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1] Use case. 특정 시스템의 작동 구조를 사용자 입장에서 정리한 일종의 시나리오

[2] prototype. 상품화에 앞서 성능을 검증, 개선하기 위해 핵심 기능만 간단히 넣어 제작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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