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 그 진화의 끝은?

20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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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이는 도로 위, 바로 앞에 서 있던 신사 한 사람이 갑자기 벨트에서 내려 옆으로 가더니 코트 주머니에서 전화 수화기를 꺼내 뭔가 번호를 말한 다음, 소리쳤다. “거투르드, 나야. 점심 약속 한 시간 정도 늦을 것 같아, 실험실에 가봐야 할 일이 생겼거든. 이따 봐, 내 사랑!” 그는 다시 수화기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컨베이어 벨트에 올라탄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1931년의 ‘판타지’, 1세기도 안 돼 ‘현실’로

이 글은 1931년 독일 작가 에리히 캐스트너(Erich Kastner)가 쓴 판타지 소설 ‘5월 35일, 혹은 콘라트, 남쪽 바다로 가다(Der 35. Mai oder Konrad reitet in die Südsee)’의 한 대목이다. 주인공 소년 ‘콘라트’는 ‘링겔후트 아저씨’와 함께 지내던 어느 날, 말할 줄 아는 데다 기막힌 롤러스케이트 실력까지 갖춘 검은 말 ‘네그로 카발로’를 만난다. 이 말을 타고 아저씨의 오래된 옷장으로 들어간 콘라트는 과거와 미래에서 펼쳐지는 모험에 뛰어들게 된다. 위 상황은 그중 ‘미래의 나라’에 갔을 때의 장면이다. 온통 ‘칙칙한 잿빛’인 그 나라에선 휴대전화와 움직이는 도로(무빙 워크)를 비롯, 당대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의 첨단 기술이 등장한다.

소설 ‘5월 35일(에리히 캐스트너, 시공주니어)’ 표지 ▲소설 ‘5월 35일(에리히 캐스트너, 시공주니어)’ 표지

일반인이 ‘갖고 다니며 통화할 만한’ 전화기를 갖게 된 건 에리히 캐스트너의 예지적 상상력이 발표된 지 85년이 지난 1973년이었다. 모토롤라사(社)가 만든 이 초기 휴대전화는 약 2㎏ 무게에 23㎝×13㎝×4.45㎝ 크기로 웬만한 사람은 한 손으로 들기조차 힘들 정도였다. 배터리 성능도 형편없어서 30분 통화하고 나면 10시간은 충전해야 다시 쓸 수 있었다.

디지털 방식을 채택, 문자 메시지 송∙수신 기능이 더해진 2G 제품이 등장한 건 이후 18년이 흐른 1991년이었다. 10년 후인 2001년엔 인터넷을 사용, 마치 소형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게 된 3G 스마트폰이 등장했다. 네이티브 IP 네트워크(Native IP networks) 방식을 도입, 속도가 10배 이상 빨라진 4G 제품이 나온 건 다시 8년이 지난 2009년이었다. 스마트폰 성능 개선의 가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기록들이다.

 

기분 따라 디자인 바꿔 신는 ‘스마트 슈즈’?

모바일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며 관련 기기(device)의 소형화∙경량화 경향은 자연스레 ‘신체 부착 여부’ 시도로 이어졌다. 실제로 손에 들고 다니는 기기는 떨어뜨리거나 잃어버릴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같은 기기를 몸에 고정시킬 수 있다면 훨씬 안정적이면서도 기동력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웨어러블(wearable), 즉 옷이나 장신구처럼 몸에 붙이고 다닐 수 있는 기기가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건 그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진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공개한 웨어러블 신제품 ‘기어 핏2’(왼쪽 사진)와 ‘기어 아이콘X’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진출,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왔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지난 3일(현지 시각) 미국에서 공개한 웨어러블 신제품 ‘기어 핏2’(왼쪽 사진)와 ‘기어 아이콘X’

웨어러블 기기의 역사를 논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17세기 중국에서 만들어진, 손가락에 끼고 다니는 주판 반지가 최초의 모바일 디바이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 통용되는 모바일 기기의 정의는 ‘몸에 부착할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벼우면서 전선 없이도 전기 에너지가 공급돼 작동하는 컴퓨터 응용 기기’다. 이런 관점에서 모바일 기기의 ‘최초 실용화 버전’은 단연 1961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 도박장에 등장한 ‘룰렛 번호 예측 장치’였다. 성능이 꽤 좋았던 이 ‘사기 도박 보조 장치’는 1985년 네바다 주립 정부에 의해 사용이 금지됐을 정도였다.

21세기로 접어들며 스마트폰 발달과 함께 다양한 무선 기기 사용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도 안정화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관련 기술 역시 이 같은 기반에서 가히 폭발적이라 할 정도로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시계와 목걸이, 안경 형태 기기는 이미 대중화된 상태. 그 밖에도 ‘몸에 붙일 수 있는’ 방식으로의 개발은 대부분 완료된 상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심지어 1회용 밴드처럼 생긴 기기도 나와있다. 이 기기를 몸에 부착하면 사용자의 신체 상태 관련 데이터가 스마트폰으로 전송돼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진다. 그뿐 아니다. 의수나 의족, 보청기 등 장애인용 신체 기능 보완 장치도 스마트 기술과 결합돼 ‘(이전과) 차원이 다른’ 성능을 과시한다.

오늘날 웨어러블 기기는 ‘몸에 붙일 수 있는 모든 형태’로 진화해왔다, 헤어 밴드, 안경, 이어폰, 이텍스타일 의복, LED 의복, 문신 혹은 테이프, 팔목 밴드, 반지, 벨트, 팔찌, 스마트 신발, 발목 밴드

▲오늘날 웨어러블 기기는 ‘몸에 붙일 수 있는 모든 형태’로 진화해왔다

안경형 웨어러블 기기는 지난 2014년 제작된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에서 주인공 ‘해리’(콜린 퍼스 분)가 안경을 활용, 상대방에게 필요한 정보를 증강현실로 열람하는 장면을 통해 대중적으로 알려졌다. △(팔목이나 발목에 착용하는) 밴드형 △신발형 △이텍스타일(e-textile)을 포함한 의복형 웨어러블 기기는 신체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많이 쓰인다.

옷이나 신발 표면에 LED 기술을 적용, 시각적으로 돋보이면서도 안전성을 높인 제품은 시중에 이미 많다. 최근엔 스마트폰에서 특정 디자인을 선택하면 해당 무늬, 심지어 애니메이션까지 투사되는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매일매일 그날의 기분이나 활동 계획에 따라 디자인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신발이라면 좀 비싸도 장만하고 싶어지지 않을까? (애니메이션 기능이 적용된 스마트 슈즈 관련 영상은 여기를 클릭하면 감상할 수 있다)

 

파괴력 갖춘 기술 많아 시장 전망도 ‘맑음’

온라인 시장조사 웹사이트 ‘아이디테크엑스(IDTechEx)’에 따르면 지난해 200억 달러(약 23조8000억 원) 선이었던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700억 달러(약 83조3000억 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의료용 기기다. 다만 최근 의료용 웨어러블 기기는 단순 치료 목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피트니스’와 ‘웰빙’ 개념까지 결합한 일명 ‘토탈 헬스케어’를 지향한다. 삼성전자를 비롯, 애플∙액센츄어∙아디다스∙후지쯔∙나이키∙필립스∙리복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이 이미 이 부문에 진출한 상태다.

‘웬만큼 몸에 부착할 수 있는 형태는 다 나온 것 아닌가’ 싶은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선 지금 이 시각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쏟아지고 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간 경계가 빠른 속도로 무너지고 있는 것 역시 뚜렷한 특징이다. 실제로 빛을 받으면 색깔이 바뀌는 옷, 주변 열을 끌어 간직함으로써 보온 효과를 극대화하는 아웃도어 등은 관련 소프트웨어가 (의복이란) 하드웨어에 통합돼 비로소 탄생한 결과물이다.

기업 입장에서 웨어러블 기기 시장은 ‘매력 포인트’를 충분히 갖춘 블루오션이다. 기존 시장을 단숨에 뒤엎을 수 있는, 파괴력 있는 기술이 많을 뿐 아니라 지적재산권 보호에 용이해 특허 분쟁에 시달릴 염려도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IT 분야에서 특허 분쟁은 종종 선도 기업의 발목을 잡는 방해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관련 내용은 지난해 6월 삼성전자 뉴스룸에 실린 스페셜 리포트 ‘특허가 경쟁력이다’ 시리즈를 참조할 것.) 21세기, 인간과 기계 간 공생의 새로운 유형을 이끌 웨어러블의 세계, 그 향방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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