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한라산에서 만난 특별한 인연, 게으른 제 일상을 바꿨죠”

2019/02/28 by 김도영
본문듣기 AUDIO Play
공유 레이어 열기/닫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SAMSUNG Newsroom 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new임직원 칼럼 / 삼성전자의 기술이나 삼성전자가 만든 제품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바로 삼성전자 임직원이겠죠? 삼성전자 각 부문에서 최고의 업무 역량을 발휘하며 근무 중인 임직원 필진이 전하는 '삼성전자의 혁신 기술과 제품 이야기', "뉴(new) 임직원 칼럼에서 만나 보세요!

얼마 전 회사 동료들과 함께 한라산 눈꽃 산행을 다녀왔다. 그리 가파르지 않은 등산코스였지만 쌓인 눈과 영하의 온도, 제주도의 세찬 바람을 생각하면 산을 오르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이런 일정에 조금 특별한 일행 한 명이 함께했다.

다소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 구부정한 자세, 약간씩 떨리는 손과 발…. 무거운 배낭을 고쳐 매는 숨소리는 거칠었고 마주치는 사람마다 걱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그는 주변의 걱정이 무색하게 일행 중 가장 먼저 정상에 올랐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Flash설계팀에 근무하고 있는 최진원 씨가 그 주인공이다.

▲ 한라산을 등반 중인 진원 씨. 펼쳐진 설경이 등반 과정이 녹록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 한라산을 등반 중인 진원 씨. 펼쳐진 설경이 등반 과정이 녹록지 않았음을 보여 준다

“도움이 필요한 삶은 그만, 장애 있어도 남 돕고파”

진원 씨는 뇌병변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지금은 눈 덮인 한라산 산행도 거뜬하지만, 한때는 몸이 불편함을 원망하며 주변의 도움과 배려에 기대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사람들에게 의지만 하며 살아가는 태도가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나도 해 보자, 뭐가 됐든 똑같이. 나아가 내가 그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 보자.” 그는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몸의 한계를 끊임없이 극복했다. 지금은 자전거 전국 횡단, 스쿠버다이버 상급 단계 취득, 스카이다이빙 등 비장애인도 힘겨워하는 일을 속속 해내고 있다.

▲ 진원 씨는 일반인도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며 삶을 즐기고 있다

▲ 진원 씨는 일반인도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며 삶을 즐기고 있다

“자전거 횡단보다 짜릿한 봉사활동…지난해 230시간 기록해”

그런 진원 씨에게 요즘 가장 즐거운 일이 뭔지 물었다가 생각지도 못한 답을 들었다. “봉사 활동이요! 다른 사람을 돕는다는 게 너무 즐거워요.” 실제 그는 벽화 그리기, 난치병 어린이 소원 들어주기, 제빵 봉사 등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그가 기록한 봉사활동 시간은 무려 230시간을 훌쩍 넘는다.

봉사활동은 마음이 있어도 선뜻 시간을 내 하기 힘든 일이다. 진원 씨가 쉬지 않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던 동인은 무엇이었을까? “아이들과 어르신들의 환한 웃는 얼굴이요.” 그는 봉사활동을 할 때마다 만난 이들의 미소가 그렇게 좋았단다. 주변의 도움을 받는 데 익숙했던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후, 주는 기쁨이 삶의 가장 큰 행복임을 무한 만끽하고 있다.

▲ 진원 씨는 매주 화요일마다 빵을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드린다. 함께 만든 빵을 들고 포즈를 취한 진원 씨(사진 왼쪽에서 6번째)와 공부방 아이들

▲ 진원 씨는 매주 화요일마다 빵을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드린다. 함께 만든 빵을 들고 포즈를 취한 진원 씨(사진 왼쪽에서 6번째)와 공부방 아이들

진원 씨의 봉사활동 과정이 마냥 수월했던 건 아니다. 벽화 그리기 봉사를 할 땐 손 떨림이 멈추지 않아 쉽게 적응하기 힘들었고, 발음이 부정확해 의사소통에도 애를 먹었다. 외려 도움을 받아야 할 사람이 봉사 활동을 한다는 편견에 부딪혀 그만둘까를 생각한 것도 여러 번.

하지만 ‘여기서 멈춘 채 평생 받고만 살 수 없다’는 다짐이 그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벽화 봉사팀에서는 채색(彩色) 대신 도색(塗色)과 조색(調色), 벽화 마감을 담당하며 제 역할을 찾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쌓이자 의사소통도 한결 나아지기 시작했다. 궂은일을 도맡아 척척 처리하는 모습에 팀원과 수혜자들이 그에게 가졌던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어 갔다. 그 결과 진원 씨는 올해 벽화동호회 운영진으로 당당히 선발됐다.

벽화를 그리고 있는 진원 씨

집에서 꼼짝 않는 것만큼 편한 건 없다. 이 때문에 이불 밖은 위험하단 우스갯소리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귀찮단 이유로 새해 다짐을 하나둘 미루며 집 밖을 좀체 나서지 않던 요즘, 동료 손에 이끌려 나간 한라산 산행에서 만난 진원 씨와의 인연. 이 특별한 인연이 다행히 좋은 자극이 됐다. 몸의 불편함을 극복하고 이젠 누구보다 불편하지 않은 삶을 마주한 진원 씨에게 존경과 응원의 인사를 건네고 싶다. 이 글을 만난 뉴스룸 독자들에게도 진원 씨의 면면이 새로운 자극으로 가 닿길 바란다.

by 김도영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부문 메모리P기술팀

기획·연재 > 오피니언

기획·연재 > 오피니언 > 임직원 칼럼

삼성전자 뉴스룸의 직접 제작한 기사와 이미지는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 뉴스룸이 제공받은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사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콘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