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로 진출한 인공지능, 이젠 창작까지?!

2018/03/29 by 감동근
공유 레이어 열기/닫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예술로 진출한 인공지능, 이젠 창작까지?

다음 그림들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 러트거스(Rutgers)대학 내 ‘예술과인공지능연구소(The Art and Artificial Intelligence Lab)’에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일종인 생성적 적대 신경망(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 이하 ‘GAN’)을 변형한 창조적 적대 신경망(Creative Adversarial Network, 이하 ‘CAN’)을 이용해 만든 작품이다.

예술작품 모사에 그쳤던 ‘옛날 AI’가 아니다

서로 다른 인공지능이 상호 경쟁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는 방식인 생성적 적대 신경망(GAN)이 최근 머신러닝 분야에서 연구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과 이를 감별하는 인공지능이 서로 경쟁하며 진짜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든단 것이다. 예를 들어 위조지폐 제작 기술과 감별 기술이 반복적으로 경쟁하면 진짜와 구별이 어려운 지폐가 생성될 수 있다

GAN은 서로 다른 인공지능이 상호 경쟁을 통해 성능을 개선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방법이다. GAN의 두 인공지능은 각각 생성자(generator)와 감식자(discriminator)다. 생성자는 이미지를 생성하고 감식자는 생성자의 이미지를 감별한다. 화폐 위조범이 위조지폐를 만들면 경찰은 이를 진짜와 구별하고, 위조범이 더 정교하게 위조지폐를 만들면 경찰은 더 뛰어난 감식 기술을 개발하는 식이다. 궁극적으로 위조범의 솜씨가 너무 좋아져 경찰이 더 이상 위조지폐와 진짜 지폐를 구별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는 것이다. 이전에도 다양한 생성 모델이 있었지만 GAN의 성능이 워낙 좋기 때문에 머신러닝 분야 연구자들이 열광하고 있다.

연구소 팀원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을 현대 미술(Contemporary Art)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보여주고, 사람들에게 인간이 그린 건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건지 맞혀보도록 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 작품을 인간이 그린 걸로 추측한 경우가 53%나 됐다. 예술가의 작품을 인공지능이 만든 걸로 오인한 경우도 38%였다. 인공지능 작품이 예술가 작품보다 높은 평점(호감도)을 받은 경우도 많았다.

GAN이 진짜에 가깝게 이미지를 생성한다면, CAN은 기존 예술작품 양식과의 차이를 극대화해 이미지를 생성한다. ‘기존 작품(prior art)’을 학습하는 것에서 출발해 ‘새로운 것(something new)’을 추구하는 인간의 창작 활동과 비슷하지 않은가? 연구소 팀원들은 이렇게 만들어진 그림을 관객에게 현대 미술(contemporary art) 작가들의 작품과 함께 보여준 후 인간이 그린 건지,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건지 맞혀보도록 했다. 그 결과, 인공지능 작품을 인간이 그린 걸로 추측한 경우가 53%나 됐다. 예술가의 작품을 인공지능이 만든 걸로 오인한 경우도 38%였다. 인공지능 작품이 예술가 작품보다 높은 평점(호감도)을 받은 경우도 많았다.

러트거스대학 연구팀은 기존 예술과의 차이를 극대화해 이미지를 생성하는 인공지능(CAN)으로 그림들을 만들어낸 후 이를 실제 작가의 작품과 함께 걸었다. 흥미로운 건 관람객 중 53%가 인공지능 그림을 ‘사람 작품’으로 추측했단 것. 물론 작가의 인격이 깃들지 않은 인공지능 작품을 예술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만든 그림을 예술 작품으로 볼 수 있을까? 혹자는 “작가의 철학이 담기지 않은 그림이 무슨 예술이냐”고 반박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50년 전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는 저서 ‘저자의 죽음(The Death of the Author)’을 발표했다. 예술 작품은 작가의 의도나 배경에 구속되지 않는, 독립된 존재로 받아들여져야 한단 얘기다. 결국 미술의 역사는 예술 작품을 체험의 대상으로 간주해 수용자의 몰입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에서 “진품만이 갖는 아우라(aura)는 사라지지만 그 덕에 오히려 대중이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작품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희소성이 없는 건 예술이 아니다”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코드가 완성되고 머신 러닝이 끝나면 같은 그림을 무한히 찍어낼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 (Walter Benjamin, 1892~1940)은 저서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Das Kunstwerk im Zeitalter seiner technischen Reproduzierbarkeit)’에서 “진품만이 갖는 아우라(aura)는 사라지지만 그 덕에 오히려 대중이 거리를 두고 비판적으로 작품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고 주장했다.

도덕적 결함 없는 AI 작가, 당신의 선택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1967년 출간한 저서 ‘저자의 죽음(The Death of the Author)’에서 작가를 배제한 텍스트의 중요성을 말했다. 작품과 작가의 분리가 가능하다면 인공지능이 생산한 작품엔 결정적 장점이 있다. 작가의 인격이 도덕적∙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걱정할 필요가 없단 사실이 그것. 대중은 작가의 의도나 배경에 구속 받지 않고 오로지 작품만 감상할 수 있다

평소 좋아하던 예술 작품의 작가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는 상황에 처했다면 그의 작품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반대로 감흥이 없던 예술 작품인데 어느 날 문득 작가에게 호감이 생겼다면? 과연 작품과 작가는 완전히 분리될 수 있을까? “그렇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작가의 인격과 작품을 분리하려는 노력 자체가 이미 감상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까지 부정하진 못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공지능이 만든 예술 작품엔 결정적 장점이 있다. 창작자가 도덕적∙사회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인지 걱정할 필요 없이 오직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단 사실이 그것. 그런 의미에서 인공지능이 만드는 예술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갈수록 커질 게 분명하다. 세상은 더 이상 예술가의 방종에 너그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감동근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부교수

기획·연재 > 오피니언 > 세상을 잇(IT)는 이야기

기획·연재 > 오피니언

삼성전자 뉴스룸의 모든 기사는 자유롭게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일부 기사와 이미지는 저작권과 초상권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삼성전자 뉴스룸 컨텐츠 이용에 대한 안내 바로가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