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나눔·지속가능경영… CSR이 걸어온 길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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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시,CSR을 말하다 /1. 어디까지 발전했나/2. 이행,평가 방식은 /3. 지금 세계 각국에선/4.그리고 남은 이야기/분배·나눔·지속가능경영... CSR이 걸어온 길/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뉴스룸 전문 작가 필진과 함게하는 기획 콘텐츠이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 거리로 주 1회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이하 CSR)은 21세기 기업들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이는 현대의 기업이 단지 경제적인 견인차 역할을 넘어, 사회 전체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중심축 역할을 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에서 출발한다. 그 때문에 현장의 요구 못지않게 CSR 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각 기업들이 얼마나 CSR에 최선을 다하는지를 평가하는 등급 시스템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 내용을 보면 평가 기준도 애매하고, CSR을 잘 지키기 위해 필요한 기업의 역할도 선명하게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에 삼성전자 뉴스룸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정리하고, 향후 어떤 전략이 가능한지 짚어보고자 한다 기원전 2500년 히브리 인들 십일조 세금 실시, 소득이 많은 이들이 적은 이들에게 나눠주었다 기원전 30년 로마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의 경제적 지원을 받은 사람이 20만명에 달했다 1601년 영국 의회는 '자선행위법'을 제정했다 1600년대 후반 청나라의 한족 상인들은 '하오시'라고 불리는 자선 활동으로 상권을 확장했다 1700년대 후반 기업의 경제적 후원을 통해 체계적인 자선 행위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과 단체가 등장했다. 1990년대 이후 환경 문제 등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1953년 미국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정립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커져감에 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기업 경영 전략에 도입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도덕적 ‘분배’에서 제도적 ‘나눔’까지 

#1
기원전 2500년, 히브리인들은 십일조 세금 제도를 실시해 소득이 많은 사람이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자원을 나누는 ‘소득의 재분배’를 실현했다.

#2
기원전 30년경, 로마제국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는 빈곤층에게 경제적 지원을 풍족하게 제공, 그 혜택을 받은 사람이 2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3
1600년대 후반, 청나라의 지배를 받게 된 한족(漢族) 상인들은 중국의 주변부로 상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혜택을 주는 ‘자선(慈善)’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하오시(好施)’라고 불리던 이 자선 활동은 명나라 시대까지 사대부들의 미덕이었지만, 이 시기부턴 한족 상인들이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벌이는 일이 됐다.

#4
19세기 후반, 앤드류 카네기(1835~1919)는 철강산업으로 미국 역사상 최고의 부호 중 하나가 됐다. 그는 중년 이후 박애주의에 몰두해 미국 전역에 2811개 도서관을 기증하는 등 사회 공헌을 위한 다양한 기부로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사용했다.

많이 가진 사람이 자기가 가진 것을 가지지 못한 사람과 나누는 것은 문명의 시작과 더불어 권장돼온 일이다. 힌두교 경전인 베다와 수트라, 그리고 기독교 성경과 불교 경전에서도 고리대금업을 경계하고, 자신의 재산을 나누는 일을 장려하는 내용이 공통적으로 들어 있다.

수천 년간 이어진 이 ‘전통’은 자원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는 사람들의 생각이 ‘한 사회가 만들어 내는 자원의 총량이 정해져 있어, 한쪽이 이득을 보면 다른 한 쪽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제로섬(Zero-sum) 게임’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즉, 플러스(+)와 마이너스(-)가 제로인 사회라면 많은 것을 누리는 사람은 부족한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챙길 ‘가능성’을 빼앗은 셈이므로, 그들에게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암묵적 합의를 한 것이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도덕적인 행위가 ‘제도’로서 정착되기 시작했다

유럽 중심이었던 경제활동 무대가 전 세계로 확장되기 시작했던 17세기 중엽, 이 ‘암묵적 합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면 누구라도 새로운 부(富)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사람들 사이에 퍼져 나갔기 때문. 하지만 새로운 기회의 그늘에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있었다. 이 새로운 기회를 찾아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그 즈음부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는 도덕적인 행위가 ‘제도’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1600년대 초 영국 의회는 ‘자선행위법’을 제정했고, 유럽과 신대륙에서 자선행위를 전문으로 하는 단체와 기관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 역시 성공적인 사업 경영을 통해 자원을 많이 갖게 된 이들이 그 중 일부를 나눠준다는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즉, 당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경제 개발 자체가 사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에 대해 기업이 책임감을 느끼고, 스스로 바람직한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수준까진 이르지 못했던 것.

나눔을 넘어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데이비드 코튼(David Korten, 1937~) 그는 미국의 저술가이자 활동가로 사회에 대안적 경제 개발 방식을 적용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대공황 직후 출생해 미국이 뉴딜정책으로 야심 차게 세계로 뻗어나가던 시기에 성장한 그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주로 개발도상국 원조 프로젝트에서 일하게 된다. 1970~1980년대에 걸쳐 15년간 동남아시아에 살면서 산아 제한 정책부터 댐 공사까지 다양한 영역의 개발 계획에 참여했던 경험은 데이비드 코튼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소위 선진국들이 성공적으로 추진해왔다는 경제 개발 패러다임이 실은 마을 공동체와 생태계를 파괴하고, 빈부 격차와 사회적 폭력을 심화시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 시기의 경험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 그는 개발도상국의 시만단체(NGO)와 함께 자연생태계와 기존 공동체의 질서를 흔드는 마구잡이식 개발은 위험하다는 주장을 저술과 강연 등 다양한 방식으로 펼치고 있다. 또한 유엔지속가능발전위원회 등의 국제기구 회의에서도 현장의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 지속가능 하지 않은 개발’의 위험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뿐 아니라, 시민단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현장

해마다 1월 말이면 스위스의 작은 도시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 일명’ 다보스 포럼’이 열린다. 이 포럼 참석자들은 ‘다보스 맨’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세계적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기업가와 정치인, 학자, 기타 사회 지도자들이 모여 산업적 현안을 의논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다양한 연사들이 참여해 토의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 영향력을 가진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이 기간 동안 다보스엔 앞서 소개한 데이빗 코튼처럼 사회적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활동가들도 모여든다. 이들은 세계경제포럼 회의장을 중심으로 도시 곳곳에서 노상 연설과 시위, 퍼포먼스를 벌인다. 전 세계 매스컴의 관심이 집중되는 기간을 노려 현행 경제활동 방식의 문제점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한편, 각국의 주요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오늘날 경제 활동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걸까? 이들의 다양한 주장을 한 마디로 요약하긴 어렵지만, 최근 화두를 짚어볼 순 있다. 대규모 경제 활동이 야기하는 불평등과 불공정 문제는 기업이 등장한 이래 어느 시대에서나 공히 제기돼온 문제다. 때문에 최근 이들의 주요 관심 분야는 바로 ‘지속가능성’ 여부다. 현재의 경제활동 방식은 지속적인 환경 오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구에서 계속해서 잘 살기 어렵게 된다는 것.

다음 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경영이 대두되고 있다

그럼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경제 활동은 구체적으로 어떤 걸 의미할까? 사실 이는 전 세계 경제인들이 1980년대부터 고민해온 문제였다. 1986년, 당시 노르웨이 환경부장관이던 그로 할렘 브룬틀란트(Gro Harlem Brundtland)가 중심이 돼 만든 보고서 ‘우리 공동의 미래’는 지속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지속 가능 경영이란 ‘미래 세대가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할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고 현재의 필요를 충족하는 것’

지속가능성은 인류에서 상당히 중요한 문제다.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해 많은 사회생물학자들은 인간을 ‘자신의 성공적 삶을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자신의 후손이 번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존재’로 정의하고 있다. 즉, 현재 아무리 풍족한 삶을 살아도 그 성공이 다음 세대의 가능성을 훼손한다면 현재의 활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는 뜻이다.

20세기 말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이 문제의식은 수천 년에 이르는 인류 역사상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았던 경제인들의 활동과 나눔의 프레임을 흔들고 있다. 경제적 자원 중 큰 몫을 차지하고 이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를 넘어서, 이제 그 몫을 만들어내는 방법 자체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는 방법

부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자선도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부를 상상력 있게 건설적으로 사용해 인류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새로운 것이다.  미국 작가 존 가드너

‘CSR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경제학자 하워드 보웬은 자신의 저서 ’사업가의 사회적 책임’에서 “오늘날 회사는 사회적 권력의 중심이며, 회사의 행동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기업 경영인은 사회 전체에 대해 근본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단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 빙하가 녹고, 무분별한 개발로 하루 아침에 숲 하나가 사라지기도 한다. 따라서 지구 환경 문제에서 기업은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지구의 미래를 위해선 기업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압박의 목소리도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때론 이런 압박의 목소리가 기업 입장에서 억울하게 적용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세계 생수 업계 선두 기업인 네슬레는 주요 환경 자원 중 하나인 수자원 생태계를 훼손하는 기업으로 종종 공격 받는다. 하지만 네슬레가 판매하는 전체 생수량은 세계 민물 자원의 0.0008%에 불과하다. 세계 민물 총량의 70%가 농업 용수로 사용되지만, 사람들은 당장 개선하기 어려운 농업 용수 사용보다 쉽게 눈에 띄는 세계적 대기업을 표적으로 삼는다. 이는 현대인의 삶에 미치는 ‘기업’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증거인 동시에,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포드 자동차'의 창립자인 헨리 포드(Henry Ford)가 1921년에 만들어진 자동차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포드자동차 창업주 헨리 포드(Henry Ford)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사회 풍조는 시대 흐름에 따라 바뀌어왔다. 그 변화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포드자동차’다. 1919년 포드자동차 창업주 헨리 포드(Henry Ford)는 자동차 가격을 낮추고 판매 수익금으로 공장을 확장했다. 그는 “기업은 사회에 봉사하는 존재”란 생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자동차의 편리함을 제공하려 했다. 그러자 주주들은 자신의 배당금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시건주(州) 대법원은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80년이 지난 1999년, 창업주 헨리 포드의 손자이자 당시 포드 자동차 대표였던 윌리엄 클레이 포드 주니어(William Clay Ford Jr.)가 자신의 할아버지와 비슷한 결정을 내렸을 때, 이 결정은 주주를 포함해 각계각층의 환영을 받았다.

요즘 기업은 “단순한 ‘구색용 CSR’을 넘어 CSR의 전략적 실천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CSR을 연구하는 대표적 이론가 마이클 E. 포터(Michael E. Porter) 미국 하버드대 경영학부 교수는 CSR의 4대 기준으로 △도덕적 의무 △지속가능성 △사업적합성 △평판을 각각 제안했다. 그는 “기업이 이 네 기준을 잘 지킨다면 CSR은 단순히 긍정적 기업 이미지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회사 경영의 전략적 견인차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회적 자원의 배분배에 기반한 나눔, CSR

사회적 자원의 재분배에 기반한 ‘나눔’에서 시작된 CSR은 이제 하나의 경영 전략으로서도 그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CSR에 대한 역사적 흐름을 짚어봄으로써 앞으로의 방향성 역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 편에선 현재 진행중인 CSR 관련 논의와 기업별 실천 방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그 결과 변하게 될 21세기 기업 문화의 방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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