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TV 옷’ 사는 사람들을 아세요?

2018/11/22 by 이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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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직원 칼럼 / 삼성전자의 기술이나 삼성전자가 만든 제품에 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 바로 삼성전자 임직원이겠죠? 삼성전자 각 부문에서 최고의 업무 역량을 발휘하며 근무 중인 임직원 필진이 전하는 '삼성전자의 혁신 기술과 제품 이야기'. 뉴 임직원 칼럼에서 만나 보세요!

지지 않고 하루 종일 이글거리며 우릴 지켜볼 것 같던 태양도 이제 퇴근길이면 어둠에 자리를 내어주고, 쌀쌀한 바람이 코끝을 스치기 시작하네요. 이런 계절이 오니 폭신한 소파에서 담요를 끼고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나른하게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어집니다. 여러분도 그러신가요?

장밋빛 크리스털 공예 연상시켰던 베젤

TV를 보고 있는 두 명의 사람

졸업 후 고향을 떠나 ‘서울 가까운 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입사를 했었는데 어느덧 10여 년이 흘렀네요. 회사에 들어와 제일 처음 한 일이 부모님께 당시 가장 ‘핫(hot)’하던 디자인의 46인치 TV를 선물해드린 거였어요. 직접 만든 건 아니지만 구매팀에 몸담은 제가 구매한 자재들로 만든 TV였기 때문에 자부심을 갖고 기기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각각의 부품이 만들어지는 게 얼마나 힘든지 굳이(!) 설명해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전 삼성전자에서 ‘TV의 옷’이라 할 수 있는 기구부품 구매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TV를 선택할 때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적지 않은데요. 제가 속한 부서에선 패널을 감싸는 ‘커버프론트·리어(Cover front·Rear)’, TV를 지탱하는 ‘스탠드’ 등 TV를 사러 가면 바로 눈에 들어오는 부품을 구매하고 있습니다.장미빛 베젤 TV

제가 입사했을 때만 해도 TV 테두리(베젤·bezel) 부분이 상당히 두꺼웠습니다. 그런 만큼 당시엔 넓은 베젤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드는 데 신경을 꽤 많이 썼죠. 일명 ‘ToC(Touch of Color)’로 불린 이 디자인은 투명한 TV 베젤 내에 있는 장미색이 빛에 따라 자연스레 변해 크리스털 공예 작품을 연상시킵니다. 여기엔 사출(射出) 기법이란 게 활용됐는데요. 사출은 플라스틱 수지를 뜨거운 열로 녹여 틀(금형)에 넣은 후 원하는 모양의 제품으로 만드는 공법을 말합니다. ToC는 일반 사출에서 한 차원 더해 이중 사출을 한 디자인으로 두 색상의 수지를 한번에 사출하는 가공 기술이에요.

아름다운 만큼 그걸 탄생시키기까지의 고충도 많았습니다. 당시 자재 구매를 담당했던 동료가 관련 부서는 물론, 협력사 담당자들과 거의 매일 만나고 통화하던 모습이 아직도 선합니다. 제가 부모님께 TV를 선물로 드리며 ‘대신’ 생색 낼 만도 했죠.

베젤리스 디자인에 이런 첨단 기술이?!

이 흐름은 일명 ‘베젤리스(bezel-less) 디자인’이 나오며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화합니다. 베젤에서 아름다움을 느꼈던 시기를 지나 ‘베젤 없이 큰 화면’에 몰입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욕구에 주목하기 시작한 거죠. 실제로 TV 테두리 폭은 몇 년 새 54㎜에서 5㎜까지 줄어들었습니다.

베젤리스 TV

얇은 베젤을 구현하려면 앞서 말씀 드린 사출이 아니라 다른 방식을 사용합니다. 일단 화면의 네 모서리를 감싸기 위해 길쭉한 막대 모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쓰이는 재료는 알루미늄입니다. 우선 압출 방식을 사용해 알루미늄을 틀에 넣고 가래떡 뽑듯 길쭉하게 뽑아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알루미늄 압출물은 사람들이 매일 마주하는 부분이니 더 예쁘게 다듬어줄 필요가 있겠죠. 그래서 프레스(press) 공법을 활용, 모양과 길이를 1차로 손봅니다. 프레스 공법이란 금형의 압력을 이용, 금속 자재를 눌러 원하는 모양으로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한 번 다듬어진 자재는 두 번째로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가공을 거칩니다. CNC는 컴퓨터로 제어하는 공작기계인데 섬세한 재료 절삭 가공이 가능합니다. 컴퓨터에 원하는 모양을 입력하면 이를 토대로 재료를 매끈하게 만들어주는 거죠. 여기에 무늬를 넣어주고 TV 모양으로 꺾는 벤딩(bending) 작업을 거치면 세상에 나올 준비가 거의 다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산화 방지를 위해 피막만 입혀주면 소비자를 만나기 위한 알루미늄의 긴 여정은 끝이 납니다.

삼성전자 TV

우리가 TV를 시청할 때 마주하는 앞면뿐 아니라 화면을 든든하게 받치는 스탠드, 뒷면을 덮고 있는 부분 등 TV를 구성하는 부분은 꽤 많습니다. 이걸 만드는 데 쓰이는 자재를 조달하기 위해 TV 제조사는 사출이나 프레스 외에도 다이캐스팅[1] ·도장[2] ·NCT[3] 등 다양한 재료와 가공 방식을 채택합니다. 대개는 대량 양산에 적합한 일반적 공법을 많이 사용하는데 새로운 디자인이 등장한다면 그걸 구현해내는 신(新)공법도 필요할 겁니다. 점점 줄어들던 베젤이 아예 없어지며 ‘진정한 베젤리스’를 구현한 제품 ‘더 월(The Wall)’의 탄생이 저희 구매팀원들에게 ‘(사라진 베젤 대신) 또 다른 기구부품 구매’란 숙제를 안겨준 것처럼요.

TV 앞에선 어쩔 수 없이 ‘제조자 마인드’

유려한 기구부품을 구매하고 있지만 멋진 디자인을 감상하는 낭만을 만끽할 때보다 구매한 부품을 별 탈 없이 TV 제조라인에 도착시키기 위해 종종걸음 칠 때가 더 잦은 우리 부서원들. 매장에 전시된 제품을 앞에 두고도 매일 자재 챙기느라 고생하는 옆자리 동료가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TV 앞에선 어쩔 수 없이 소비자 입장이 아니라 제조자 입장에 서게 되는 모양입니다.

다음 편에선 구매팀이 확보한 자재가 어떻게 제조 라인까지 가 닿게 되는지 알아보려 합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 기계로 가공된 강제(鋼製) 금형에 용융(熔融)금속을 주입, 금형과 똑같은 주물을 얻는 정밀 주조법
[2] 塗裝. 재료의 부식을 막고 모양을 내기 위해 겉면에 도료를 칠하거나 바르는 방식
[3] Numerically Controlled Turret. 자동화 기계를 활용, 프레스가공이 필요한 부품을 금형 없이 생산하는 방식

by 이주영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구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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