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모로우 에세이]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나요?

2015/09/11 by 곽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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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모로우 에세이]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나요? 여러분의 취향에 '맛'과 '멋'을 더해 줄 에세이스트 8인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매주 목,금요일 투모로우 블로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곽정은 칼럼니스트


 

스물다섯 살부터 서른일곱 살까지 매달 한 권씩의 잡지를 만들었다. 1개월에 열흘씩 고된 야근을 견디며 책을 만든 지 몇 년쯤 지나서였을까, 하루는 새벽 마감 도중 표지 문구의 오∙탈자를 점검하다 퍼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다 뭐라고 몇 년째 이렇게 애쓰고 있는 거지? 이깟 여성 잡지, 안 읽는다고 아쉬울 것도 없는데. 이 글 하나로 세상을 구할 것도 아니고!’ 그저 일에 대한 권태 때문에 그런 기분이 든 건 아니었다. 다만 ‘내 젊은 날을 꼬박 바쳐 하고 있는 일이 대체 어디로 수렴하는지’에 대한 자기확신이 필요했다.

한 여성이 테이블 위에 문서를 늘어놓은 채 노트북을 만지고 있다.

 

패션지 속 ‘매력 발산 팁’이 공허한 이유

답을 찾는 덴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힌트는 그날 밤 내 눈에 띈 표지 문구 안에 있었다. 멋진 스타일링과 아름다운 메이크업에 공 들이는 것, 최신 건강 정보를 챙기고 커리어 계발용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것, 그때그때 유행하는 레스토랑·숍·여행지를 알아두는 것…. 이 모두가 실은 하나의 가치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내 일은, 아니 모든 사람의 일은 ‘매력적인 존재가 돼 누군가에게 사랑 받고 싶다’는 열망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희한하게 밤 새워 마감하는 일이 제법 수월해졌다.

각종 패션∙라이프스타일 잡지에 빼곡하게 소개된 ‘매력 발산 비법’ 기사를 열심히 읽고 거기서 시키는 대로 하면 누구나 매력적인 사람이 될까? 실제로 어떤 사람은 그게 꽤나 도움이 된다고 믿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그런 책을 만들어온 내가 분명히 얘기할 수 있는 건 ‘잘 선별된 정보를 업데이트하는 것만으론 매력적 인간에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한 여성이 쇼파에 앉아 패션지를 보고 있는 그림입니다.

우린 이미 ‘정보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서 ‘어떤 정보를 누가 먼저 아는가?’의 문제가 삶의 많은 부분을 좌우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일은 어떤 주식을 언제 사고 팔지 결정하는 문제처럼 단순하지 않다. 누군가의 진짜 매력은 그를 지켜보거나 그와 소통하는 사람의 존재에 의해 규정되므로 단순한 ‘정보’보다는 ‘태도’의 문제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한 달에 몇 권씩 패션 잡지를 읽고 매일같이 자기계발에 애쓰는데도 무던히 매력 없는 사람을 만나는 일, 그리 어렵지 않다.

 

진짜 매력은 ‘정보’ 아닌 ‘태도’서 온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몸의 태도’를 잘 갖추는 데 있다. 미(美)에 대한 사회 전체의 강박적 분위기는 많은 사람을 성형수술이나 다이어트에 매달리게 하고, 몸에 투자하는 일을 일명 ‘웰빙’과 동일한 의미로 이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또렷한 이목구비나 군살 없는 몸매가 불러일으키는 선망의 감정이란 얼마나 얄팍하고 위태로운지.

한 여성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눈코입과 고강도 웨이트 트레이닝의 결과로 만들어진 몸은 언제나 평가 대상에 오른다. 그에 걸맞은 나머지 요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오히려 그 사람은 평가절하된다. 하지만 인간의 육체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노화와 변질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육체의 매력이란 그 한계가 뚜렷하고, 딱 그만큼 얄팍하다.

내가 생각하는 ‘지속적 아름다움’은 예쁘거나 잘생긴 얼굴, 비율 좋고 군살 없는 몸이 아니라 에너지 넘치는 육체와 좋은 자세에서 나온다. 자기 몸이 어떻게 생겼든 그 자체를 좋아하고 아끼며, 세상이 정해놓은 미의 기준에 다소 못 미치더라도 주눅들지 않고 몸에 밴 긍정적 정서로 받아 넘길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더없이 매력적이다.

한 여성이 웃는 표정을 그린 태블릿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그저 외모가 아름다울 뿐인 사람을 만나면 한 걸음 뒤에서 선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게 전부다. 하지만 에너지가, 또 자세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나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그의 얘길 경청하게 된다. 낮엔 좋은 음식을 적당히 먹고 밤엔 자신에게 완벽한 휴식을 주는 사람,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운동하는 사람, 움츠러들기보다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에너지이고 자세이기 때문이다.

매력적인 사람이 갖춰야 할 두 번째 태도는 ‘들어주는(傾聽)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지인 A 때문에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일곱 명 정도가 모인 자리에서 각자 그간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하는데 A는 누가 무슨 화제를 꺼내든 “그건 내가 아는 얘기”라며 그에 관한 자신의 경험담과 지식을 늘어놓았다. 자기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는지, 얼마나 많은 나라에 가봤는지, 얼마나 많은 고급 레스토랑 음식을 맛봤는지 설명하고 싶어하는 A의 태도 때문에 그날 모임의 대화는 조금씩 맥을 잃어갔다.

두 친구가 커피를 마시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험이 많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 경험을 나누는 태도가 엉망이라면 그 사람은 더 이상 매력적이기 어렵다. 자신이 얼마나 굉장한 사람인지, 얼마나 괜찮은 삶을 누리고 있는지 열 올리며 설명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타인과 제대로 교류하고 대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저 사람과 더 많이 얘기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저 사람은 내 얘길 잘 들어주고 내게 좋은 질문을 던져준다’는 자각이다. 적어도 ‘저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멋진지 설명하느라 바쁘다’는 인식은 아니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기억해야 할 마지막 태도는 혼자 있을 때 드러난다. 우린 타인과의 교류를 통해 자신을 확인하기도 하지만 홀로 남겨졌을 때 진정한 자아에 더 깊숙이 도달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가 혼자 있는 상황을 정말 허락하는가에 있다. 화장실 갈 때조차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새 메일이 온 것도 아닌데 수시로 메일함을 확인하며, 혼자 있을 땐 TV라도 틀어놔야 외롭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에게 진정한 ‘혼자만의 시간’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

한 여성이 안락한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고 있다.

통신 기기와 관련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우린 언제 어디서든 타인과 소통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오히려 그 속에서 자신과 오롯이 대화하는 법은 차츰 잊어가고 있다. 외롭지 않으려고 벌이는 일들이 오히려 우릴 더 외롭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고 혼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이에게만 허락되는 ‘묵직한 평온함’은, 어쩌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가장 어려운 덕목일지 모른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특별하게 빛나는, 진정 매력적인 사람이다.

 

산다는 것, 힘들지만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한없이 쏟아지는 정보와 끝없이 발달하는 기술 속에서 우린 어쩐지 이전보다 훨씬 더 쉬이 길을 잃곤 한다. 하지만 한동안 깜빡 잊고 있었던 태도들을 기억한다면 우린 최소한 길을 잃고 헤맸던 바로 그 지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글 쓰느라 자꾸만 움츠러들고 구부러지는 등을 다시 한 번 꼿꼿하게 세우며 새삼 생각했다. 산다는 건 얼마나 힘들면서도 좋은 일인가.

※ 이 칼럼은 전문가 필진의 의견으로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by 곽정은

㈜왓츠넥스트 대표 (삼성전자 에세이 필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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