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알려진 ‘CEO 성공 신화’, 태반은 엉터리”
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오르기 어렵고 유지하긴 더더욱 힘든 자리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주변 환경을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그에 맞설 최선의 경영 전략까지 구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너도나도 CEO에게 조언을 건네지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최종 결정은 CEO 본인의 몫이다. 제아무리 좋은 보스(boss)였던 사람도 막상 CEO가 되고 나면 결과에 따르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결정이 적절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잘못된 선택에 수반되는 책임 역시 고스란히 CEO의 몫이다. “최근 4년(2010~2013)간 포춘[1] 선정 500대 기업 CEO 가운데 약 25%가 해고됐다”는 컨퍼런스보드[2]의 조사 결과만 봐도 CEO의 세계는 냉혹함 그 자체다.
“CEO로 성공할 수 있는 씨앗, 누구에게나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기업인이 ‘성공적 CEO’를 꿈꾼다. 예비 CEO에게 유용할 만한 노하우가 담긴 정보도 쏟아져 나온다. 성공한 CEO를 둘러싼 ‘신화’ 역시 차고 넘친다. 하지만 그런 얘길 아무리 들여다봐도 대다수 일반인의 귀엔 ‘딴 세상 소리’ 같다. 어린 나이에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여줬다거나, 남달리 과감한 결정으로 쓰러져가는 회사를 되살려냈다거나 하는 에피소드는 ‘괜찮은 CEO’를 꿈꾸는 예비 리더들을 주눅들게 할 뿐이다.
“우린 성공한 CEO를 꽤 많이 만났습니다. 대부분은 무수한 실수와 좌절 끝에 현재 자리에 오른 이들이었죠. CEO에 관한 우리 연구는 성공하는 리더십은 바꿀 수 없는 특성도, 도달할 수 없는 배경에서 오는 결과도 아니란 사실을 보여줍니다. 다시 말해 CEO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씨앗은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엘레나 보텔로(Elena Botelho)는 “누구나 CEO로 성공할 수 있다”고 단언한다. 지에이치스마트(ghSMART)[3] 소속 컨설턴트인 그가 회사 동료 킴 파월, 언론인 출신 베스트셀러 작가 탈 라즈와 함께 쓴 책 《이웃집 CEO: 보통 사람을 세계 일류 리더로 성장시키는 4가지 행동》(원제 ‘The CEO Next Door: The 4 Behaviors that Transform Ordinary People Into World-Class Leaders’, 이하 ‘《이웃집 CEO》’)<위 사진>엔 1만8000명 이상의 CEO와 ‘C레벨(C-level)’로 불리는 최고위급 경영진의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수행한 분석 결과가 담겼다. 일명 ‘CEO 게놈(genome)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를 위해 보텔로를 비롯한 세 저자는 데이터베이스와 별도로 2600명 넘는 지도자를 직접 만났고, 그 결과를 심층 분석했다. 누적 면접 시간만 9만 시간을 훌쩍 넘긴 이 ‘대형 프로젝트’의 목적은 ‘성공한 CEO를 만드는 요인 규명’이었다.
보텔로는 맥킨지그룹에서 5년간 경영 전략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200여 명의 CEO를 자문해왔다. 지에이치스마트로 이직한 후에도 여전히 글로벌 기업 CEO와 이사회에 크고 작은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CEO 연구만 10년여, 2018년 12월 현재 ‘미국 최고 CEO 전문가’로 인정 받으며 왕성하게 활동 중인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Q. 당신은 오랫동안 수많은 CEO를 만나왔습니다. 성공한 CEO는 정말 뭔가 특별하던가요?
우리의 연구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CEO 성공 신화 대부분이 틀렸단 사실을 입증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사람들은 흔히 ‘위대한 CEO는 어릴 때부터 뭔가 남달랐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속담까지 들먹여가며 이런 추측을 공고히 하곤 하죠.
그런데 우리 연구팀이 만난 CEO의 70%는 처음부터 CEO의 길을 걸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경력 후반기까지도 CEO에 도전할 계획이 없었다”고 답했죠. 폐기물 처리 업체 리퍼블릭 웨이스트(Republic Waste)를 운영하는 돈 슬라거(Don Slager) 사장은 원래 쓰레기 트럭 운전사였습니다. 필라델피아어린이병원장 매들린 벨(Madeline Bell)은 소아과 간호사였고요. 소아과 경력 32년 만에 그 병원 최초 여성원장이 됐죠.
성공한 CEO와 관련, 또 다른 신화는 이들이 흠잡을 데 없는 ‘스펙’을 쌓아왔을 거란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실제론 어떨까요? 저희가 만난 CEO 중 ‘아이비리그’로 통하는 미국 명문 대학 출신은 7%에 불과했습니다. 8%는 아예 대학 졸업장이 없었죠. 또 “이제껏 단 한 번도 실수한 적이 없다”고 말한 CEO는 전무했습니다. 응답자 중 45%는 “(경력을 망칠 수도 있는) 중대 실수를 최소 한 번 이상 저질렀다”고 말했죠. 그뿐 아닙니다. 모든 응답자가 “정상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좌절감에 직면했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Q. 그래도 성공한 CEO라면 어느 정도 공통점을 지니고 있을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비교적 성공적 경력(career)을 쌓았다고 평가 받는 이들은 네 가지 특징을 숙달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연구팀은 이를 ‘DARE’로 정리했습니다. △Dare(매사 확신을 갖고 재빨리 결정을 내린다) △Adapt(변화에 신속하게 적응한다) △Reliable(어떤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타인이 신뢰할 수 있도록 행동한다) △Engage(갈등에 직면했을 때 이해 당사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결과를 도출해낸다) 등 네 가지 영단어의 머리글자를 따서 새로운 용어를 만들었죠.
만약 회사에 다니며 ‘미래 CEO’로서의 가능성을 마음속에 품고 있는 분이라면 제 책에서 추가로 몇 가지 교훈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이를테면 △급속도로 정상에 오른 사람의 진로 △원하는 직업을 얻기 위해 극복해야 할, 숨은 장애(handicap) △새로운 역할로 승격된 이를 탈선시키는 위험 같은 것들이죠.
Q. 20년 가까이 CEO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성공한 CEO의 자격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나요? 다시 말해 20년 전 성공한 CEO의 자질이 20년 후에도 유효할까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조직이 변해도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엔 고유한 점이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DARE가 대표적 예죠. 그런 특성은 수십 년이 흘러도, 산업군과 소재지가 달라져도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별 행동의 상대적 중요성이나 표현 방식은 여러 맥락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오늘날 그 어떤 사업도 디지털화(digital化)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런 경향이 CEO의 자질이나 생존 여부에 영향을 끼치나요?
오늘날 CEO라면 누구나 디지털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산업에 종사하든 정보통신기술(ICT)이 본인, 혹은 자신이 이끄는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제대로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이사회가 ‘디지털 마인드’에 정통한 CEO 후보를 찾아나서는 것만 봐도 디지털 마인드가 오늘날 CEO의 자질과 얼마나 직결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기술 산업 분야 출신 지도자(leader)가 유독 강한 적응력을 보여온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고요. CEO 게놈 프로젝트에서도 이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Q. 솔직히 세상엔 ‘CEO 아닌 사람’이 더 많습니다. CEO를 삶의 목표로 삼지 않는 사람도 꽤 되고요. 당신의 연구가 그들에게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요?
그렇고말고요! 세계 각국에 거주하는 10만여 명이 우리 연구를 읽고 감화됐습니다. 당연히 그들 대부분은 CEO가 아니죠. 《이웃집 CEO》엔 저와 제 동료들이 최첨단 연구를 거쳐 추출해낸, ‘CEO의 (놀라운) 성공 요인’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집필하는 내내 우린 현직·예비 CEO는 물론, 대학 졸업생에게까지 적용 가능한 실질적 조언을 책에 녹여내려 최선을 다했어요. 물론 주요 내용은 ‘성공한 리더들의 노하우’가 맞습니다. 하지만 그걸 접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은 자신의 배경이나 직위와 상관없이 저마다 필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또 하나, 우리의 연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여성 CEO와 지도자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나 ‘10년 후 CEO로 정상에 오를 사람의 덕목과 전략’ 같은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내놓을 연구 결과에도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Q. 2019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끝으로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어느 조직에 몸담고 있든 그 조직을 선도하는 입장에 서고 싶다면 과감히 ‘DARE’하라, 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늘 단호하게 결정하고(Decisively) 빠르게 적응하며(Adaptively) 남들의 신뢰를 살 수 있도록(Reliably) 행동하세요. 그리고 무슨 일이든 적극적으로 움직이시고요(Engaging)! 그게 바로 여러분과 여러분 주변을 ‘더 나은 미래’로 이끄는 길이니까요. 제 책이나 우리의 연구 결과가 당신, 그리고 당신이 아끼는 사람들 모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1] Fortune. 미국 격주간 종합 경제지
[2] Conference Board. 미국의 대표적 경제조사 기관 중 하나로 매월 소비자신뢰지수(Consumer Confidence Index)를 발표한다
[3] 미국 시카고에 본사를 둔 리더십 컨설팅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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