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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세상을 뒤집다 ②경제·경영_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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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두 손으로 번쩍이는 칼을 잡고 왼쪽 어깨 높이로 들어올렸다가 머리 위로 한 번 휘두르곤 엄청난 힘으로 내리쳤다. 무쇠봉은 마치 나무꾼이 잘 드는 도끼로 어린 가지를 내리쳤을 때처럼 두 조각 나서 땅으로 떨어졌다.

"위대한 예언자의 목에 걸고 하는 말씀입니다만 이렇게 훌륭한 솜씨는 처음 봅니다!“ 술탄은 잘린 무쇠봉의 단면을 꼼꼼히 살피며 말했다. 그러곤 왕의 크고 단단한 손을 잡고 들여다보더니 웃으며 자신의 여위고 마른 손과 비교했다.

다음으로 술탄은 바닥에서 비단과 깃털로 된 쿠션을 집어 들고 왕에게 말했다. “형제여, 그대의 무기가 이 쿠션을 자를 수 있겠소?” “아니요.” 왕이 대답했다. “이 세상의 어떤 칼도 그에 맞서는 힘을 갖지 않은 걸 자를 순 없소. 아더왕의 보검(寶劍) 엑스칼리버라 해도 그 일은 해낼 수 없을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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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위키피디아

“그럼 보시지요.” 술탄은 이렇게 말한 후 소매를 걷어 (가늘고 마른, 하지만 끊임없는 훈련 덕에 뼈∙근육∙힘줄만으로 굳어진) 팔을 드러내곤 초승달처럼 얇고 굽은 그의 칼을 칼집에서 빼냈다. 그 칼은 프랑크족(族)의 칼처럼 빛나지 않았고 둔탁하게 푸른빛이 감돌았지만 섬세한 물결무늬가 수도 없이 새겨져 장인이 얼마나 공들여 만든 무기인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리처드왕의 그것에 비하면 보잘것없어 보이는 이 무기를 휘두르며 술탄은 왼쪽 발에 체중을 실어 약간 앞으로 나아가며 쿠션을 갈랐다. 그 동작이 얼마나 솜씨 있게, 힘 들이지 않고 진행됐던지 쿠션은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 쪼개졌다기보다 저절로 갈라진 것처럼 보였다.

 

이상은 스코틀랜드 역사소설가 월터 스콧(Walter Scott, 1771~1832)의 대표작 ‘십자군 이야기(Tales of the Crusaders)’의 한 대목이다. 때는 소위 ‘암흑기’로 불리던 12세기 말. 3차 십자군 전쟁의 접전지였던 예루살렘 인근 아크레에서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 1세(Richard the Lionheart)와 적장인 이슬람 쿠르드족 출신 술탄 살라딘이 물 밑 협상을 위해 은밀히 회동, 서로의 칼을 비교하는 장면이다.

이 소설이 출간됐던 1825년은 서유럽이 세계 최고 강자로 군림하던 시기였다. 특히 영국의 위세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반면 유럽인은 자신들의 초라했던 과거, 즉 중세 얘긴 좀처럼 꺼내려 하지 않았다. 월터 스콧은 이런 상황에서 십자군 이야기를 비롯, 여러 작품을 잇따라 발표하며 중세 기사들의 용맹과 낭만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그 덕분이었을까, 이후 중세를 향한 유럽인의 시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콧은 이 같은 성과를 인정 받아 당시 ‘제일 잘나가는 작가’로 인식됐을 뿐 아니라 남작 작위까지 받았다. 오늘날에도 문화사에서 널리 거론되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21세기와 중세, 실은 서로 닮았다?

요즘 중세는 좀 다른 맥락에서 재평가 대상에 올랐다. ‘21세기 사회가 여러모로, 특히 거시적 경제구조란 측면에서 중세와 퍽 닮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실제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역사학자 중 한 명인 에릭 홉스봄(Eric Hobsbawm)은 일찍이 1990년 다음과 같이 말하기도 했다. “세계 경제는 20세기 후반 테크놀로지와 19세기 자유무역, 중세 (국경을 초월한) 세계무역의 흥미로운 조합이 돼가고 있다.”

중세와 21세기의 ‘닮은꼴’을 주장하는 이 같은 이론을 학계에선 ‘신중세주의(neo-medievalism)’라고 명명한다. 신중세주의 이론가의 대표 주자인 스티븐 코브린(Stephen J. Kobrin)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경제사학)는 “오늘날 국제정치∙경제 분야에서 벌어지는 변화는 중세 유럽 사회의 주요 조직 원리와 비슷한 측면이 많다”며 그 근거를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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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유럽을 통일했던 문화 시스템이 ‘기독교’였다면 21세기 문화 시스템은 ‘디지털’이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이야말로 전 세계에 통용되는 시스템이며, 온라인을 통해서라면 예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집중성이 동원될 수 있다.

코브린 교수는 “오늘날 세계 경제는 과거처럼 조직적 위계 질서 속에서 엮이는 게 아니라 정보 체계와 기술을 통해 통합되는 ‘전자 경제’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현대인은 △고도의 정보통신 기술 △융통성 있는 생산 체계와 조직 구조 △시장 세분화 △세계화 등을 특징으로 하는 ‘제3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 같은 디지털 혁명은 제조업과 상업을 물질적 차원에서 해방시켰으며, 모든 기업을 (업종과 무관하게) ‘정보 처리자’로 만들었다.

 

‘4차 진입’의 근거, 속도∙범위∙효과

코브린 교수를 비롯한 여러 석학이 3차 산업혁명 이론을 처음 내세운 건 1990년대 말이었다. 하지만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일부에선 이미 “3차 산업혁명을 넘어 4차 산업혁명기에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오늘날 세계 경제가 3차 산업혁명의 연장선상에 그치지 않고 (전혀 별개의 과정인) 4차 산업혁명의 출발선에 있다고 보는 근거는 속도와 범위, 그리고 (시스템) 효과 등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현대 사회의 기술 혁신 속도는 과거 어느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게다가 그 변화는 ‘직선적’이 아니라 ‘지수함수적’이다. 둘째, 각각의 혁신이 미치는 범위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모든 산업’에 이른다. 이처럼 폭넓고 심도 있는 변화로 인해 생산과 경영, 그리고 통치방식 등 모든 게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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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억 세계 인구가 모바일 기기로 연결되면 정보 처리 능력과 정보 저장 용량, 지식 접근성은 사실상 무한대로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이 가능성은 △인공지능 △로봇공학 △사물인터넷 △자율자동차 △3D 프린팅 △나노 테크놀로지 △바이오 테크놀로지 △물질과학 △에너지 스토리지 △퀀텀 컴퓨팅 등 분야별 기술 혁신에 힘입어 몇 배, 아니 몇 십 배로 증폭되고 있다. 말 그대로 가공할 만한 효과를 발휘하는 셈이다. 

‘세상을 뒤바꾼 디지털’을 정치 부문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했던 지난 회차 스페셜 리포트에도 언급됐듯 지식은 권력의 기반이다. 그런데 누구나 거의 대등하게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세상에서 권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자연히 그에 따른 자원 분배도 상대적으로 균등해질 것이다. 그 결과, 물건이 생산∙소비되는 방식은 과거와 완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화 혁신이 정치 혁신으로, 다시 경제 혁신으로 이어지는 이 같은 방식은 예부터 인류 역사가 반복해온 유형이기도 하다.

 

세계경제포럼, ‘셀럽’들의 말∙말∙말

디지털 경제가 수렴되는 개념인 4차 산업혁명과 관련, 오늘날 가장 치열하고 진지한 토론이 벌어지는 장(場) 중 하나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다. 세계경제포럼은 전 세계 저명 기업인∙경제학자∙저널리스트∙정치인 등이 모여 경제 현안을 놓고 토론, 연구하는 국제민간회의다. 매년 1월 말 개최되는 이 포럼의 올해 주제가 때마침 ‘제4차 산업혁명’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패널들의 발언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글로벌 여론의 현주소를 가늠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그중 일부를 잠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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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조직, 변화 맞춰 재점검돼야”

제3차 산업혁명이 단순히 컴퓨팅을 산업과정에 도입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제4차 산업혁명은 여기에 다양한 기술이 통합되면서 경제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빠르고도 거대한 변화의 물결은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경영진 역시 이렇게 변화하는 환경을 이해하고 조직을 기초부터 재점검, 혁신을 끊임없이 거듭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어릴 때부터 급변하는 디지털 문화를 접한 사람은 이전 세대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마치 힘들이지 않고 모국어를 구사하듯 쉽고 자연스럽게 디지털과 더불어 살아간다.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 경제 돌파구를 모색하는 작업 역시 이들 세대에 잠재된 힘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 때 한층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지 않을까? 교육 역시 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1] biomass energy. 생물 자원을 발효하거나 가스화(혹은 광합성)해 거기서 알코올∙메탄∙수소 등을 채취, 이용하는 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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