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만 나면 바닷속으로 “풍덩”… 삼성전자 내 ‘못 말리는 바다 사랑꾼들’
미지의 것을 접할 때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대개 두 가지다. 두려워서 무시하거나, 호기심을 갖고 동경하게 되거나. 심해(深海)도 그런 대상 중 하나였다. ‘언더 워터’ ‘47미터’ 같은 영화를 보면 깊은 바다에 대한 인류의 경외심이 잘 드러난다. 바다를 다룬 스릴러 영화 대부분이 ‘죠스’처럼 바닷속 미지의 괴물에 대한 공포를 다룬 데 비해 이들 영화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바닷속 세상 자체에 대한 인류의 근본적 두려움을 다뤘다. 비단 영화뿐 아니다. 국내 록밴드 넥스트 역시 ‘디 오션(The ocean): 불멸에 대하여’란 노래로 바다에 대한 두려움과 존경심을 표현하곤 했다. 사실 이런 예를 하나씩 들자면 끝이 없다. 인류는 푸른빛 바다 아래 미지의 세상에 관한 관심을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표현해왔으니까.
여기, 바다에 대한 두려움은 이겨내고 호기심은 충족시키기 위해 그 세상으로 직접 뛰어들어 온몸으로 바닷속 세상을 체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화창한 날 바다에 부딪혀 반짝반짝 산란하는 햇빛과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보다 수면 아래 미지의 세상에 더욱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삼성전자 사내 스쿠버다이빙 동호회 ‘세미콘 수중탐험대’가 그 주인공이다. 어느 여름날, 활력 넘치는 이 모험가들의 여름 다이빙 여행에 동행했다.
설립 4년 만에 110명 규모로… 회원이면 누구나 수준별 교육 무료 수강
세미콘 수중탐험대는 ‘반도체’란 뜻의 영단어 ‘semiconductor’에 다이빙을 의미하는 ‘수중탐험대’를 합쳐 만들어진 동호회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위치한 나노시티 기흥·화성캠퍼스 소속 임직원으로 구성돼 있으며 2013년 여름 결성됐다. 당시 △NASE(National Academy of Scuba Educators) △SI(Scuba International) △ACUC(American Canadian Underwater Certifications) △SSI(Scuba Schools International) △TDI(Technical Diving International) 등 다수의 스쿠버다이빙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허긍욱(현재는 무선사업부 글로벌제조센터 소속으로 베트남법인에서 근무 중이다)씨를 중심으로 스쿠버다이빙에 관심 있는 10여 명이 모인 게 시작이었다. 마음 맞는 사람끼리 모여 소소하게 시작된 동호회는 4년여 만에 여러 사업부를 아우르며 110명 규모로 성장했다.
사실 스쿠버다이빙을 ‘로망’으로 품은 이는 꽤 많다. 젊은이 중에서도 ‘스쿠버다이빙 자격증 따기’를 한 해 목표로 정한 경우가 상당하다. 실제로 국내 다이빙 명소 중 상당수는 오래전부터 예비 스쿠버다이버를 대상으로 강습을 진행, 기본적인 OW(Open Water)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OW 강습 기간은 코스별로 다르다. 소요 비용은 50만 원 정도.
세미콘 수중탐험대에선 강습료를 지급하고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대신, 임직원 회원의 재능 기부를 통해 스쿠버다이빙 강습을 진행한다. 덕분에 초보자들도 자신의 수준에 맞게 일정을 조절해가며 무료로 다이빙을 배울 수 있다. 교육은 크게 △이론 △수영장 연습 △해상 실전 등 세 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이론 교육은 사내 회의실에서 이뤄지고 수영장 연습 교육은 매주 일요일 초보 과정에서부터 마스터 과정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모든 회원은 이 두 단계 교육을 수료해야 바다로 뛰어들 진짜 ‘준비’를 마치게 된다.
회원끼리 계획해 저렴하게 떠난다, ‘연간 최대 20회’ 국내외 다이빙 투어
회원들은 “연평균 15회, 많게는 20회쯤 국내외 다이빙 투어를 저렴하게 떠날 수 있다”는 점을 세미콘 수중탐험대의 최대 장점으로 꼽는다. 투어에선 실제 바다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실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후 8시 이전까진 야간 다이빙도 체험할 수 있다. 야간 다이빙은 칠흑같은 바닷속에서 손전등 불빛과 파트너에만 의지해야 하는, 어찌 보면 위험천만할 수 있는 체험. 하지만 동시에 회원들의 도전정신이 빛을 발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상노대도 다이빙 투어 도중 장비 점검(위 사진) 후 야간 다이빙을 위해 배에 오른 회원들
▲모든 준비를 마친 후 드디어 야간 다이빙에 도전! 물에 뛰어드는 순간을 GIF 파일로 재구성했다
삼성전자 뉴스룸이 세미콘 수중탐험대 회원들을 만난 건 지난달 21일. 경남 통영시 인근 섬 상노대도 투어가 있는 날이었다. 해가 지고 야간 다이빙이 시작될 무렵, 강석현(DS부문 반도체연구소 NRD[1]설비기술그룹) 회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올 초부터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며 회원들에게 철저한 장비 점검을 당부했다. 이때 기본이란 다이빙 전 공기통[2] 점검 단계에서 200bar(기압 단위)의 공기를 채우는 것 등을 의미한다.
▲200bar의 공기가 있으면 15m 내지 20m 깊이의 바다를 30분에서 40분 사이로 잠수할 수 있다. 단, 이때 50bar는 압력 감소 상황을 대비해 남겨둬야 한다.
▲야간 다이빙 후 펼쳐진 회식 자리에서 신입 회원 장윤봉(민소매 셔츠 차림으로 서 있는 사람)씨가 투어 소감을 밝히고 있다
장비 점검 후, 야간 다이빙을 마친 회원들 앞엔 생선회와 각종 밑반찬이 펼쳐졌다. 신선한 음식과 그날 체험한 바닷속 세상을 안주 삼아 간단한 회식이 진행됐다. 회원들이 입을 모아 “다이빙 투어의 백미”라고 말하는, 바로 그 자리였다. 장윤봉(DS부문 메모리제조센터 메모리환경안전그룹) 회원은 동호회에 가입한 지 얼마 안 된 ‘신참’이다. “지인이 ‘정말 분위기 좋은 모임’이라며 극찬을 늘어놓길래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투어에까지 참석하게 됐다”는 그는 “하루 빨리 다이빙 기술을 배워 실제 체험도 함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 와서 보니 회원들이 다이빙하는 틈틈이 개체 수가 너무 많아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불가사리와 바닷가에 버려진 페트병을 수거하더라”며 “회원들이 종종 ‘에코 다이버(eco diver)’란 별명으로 불리는데 그 이유를 오늘에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튿날, 어김없이 동이 텄다. 이날의 일정은 섬 속의 또 다른 섬으로 이동해 진행되는 일명 ‘섬 다이빙’. 회원들은 전날 이뤄진 야간 다이빙 때와 마찬가지로 장비를 꼼꼼히 점검하는 한편, 서로의 신체 상태를 확인하고 다이빙 지점의 지리적∙환경적 특성을 파악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마침내 입수 시각! 무사히 다이빙을 마친 회원들은 “어젯밤보다 수온이 적당해 쾌적하게 다이빙을 즐길 수 있었다”며 하나같이 만족스러워했다.
▲낮에 진행되는 섬 다이빙은 야간 다이빙과는 또 다른 매력을 품고 있다. 용감하게 뛰어든 후 두 손으로 ‘V’ 자를 만드는 한 회원의 포즈가 발랄하다
바다 좋아하면 누구나 환영하지만 쉽게 봐선 곤란… “경력자도 조심해야”
“아마추어 다이버의 대부분은 물에 관심이 많고 물속 활동을 유독 좋아합니다. 저도 그중 하나고요. 하지만 좋아한다고 결코 쉽게 봐선 안 되는 게 바로 바다예요.” 오랜 투어 경험으로 세미콘 수중탐험대 내에서도 화려한 프로필을 자랑하는 강석현 회장은 인터뷰 내내 “바다는 항상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채(DS부문 반도체총괄 메모리디펙트제어그룹) 회원 역시 “다이빙할 때엔 결코 가벼운 마음가짐만 가져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스쿠버다이빙이 위험한 활동이란 뜻이다. 그에 따르면 다이버는 깊은 물속에서 자기 자신, 파트너와 연결된 끈 하나에 생명을 맡기는 행위다.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제게도 물은 엄청 두려운 존재였어요. 당연히 다이빙을 시작하기도 쉽진 않았죠. 그런데 여러 제약과 스트레스로 일상과 직장 생활 모두 동력을 잃고 방황했던 적이 있어요. 그때 다이빙이 제 일상의 돌파구가 돼줬죠. 다이빙을 하며 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며 다른 어려움을 헤쳐갈 용기도 얻었습니다.”
세미콘 수중탐험대의 진입 장벽은 의외로 높지 않다. 수영을 잘하지 못해도, 심지어 물을 무서워해도 괜찮다. 필요한 요건은 오직 스쿠버다이빙에 대한 열정과 관심뿐. 가까이서 지켜본 세미콘 수중탐험대는 머릿속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매력적인 동호회였다. 뙤약볕 내리쬐는 여름날, 바닷속을 유유히 누비는 어릴 적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준단 점에서 특히!
강석현 회장이 알려주는 ‘이퀄라이징 잘하는 법’
수압은 10m씩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높아진다. 다이빙할 땐 이 점을 숙지하고 몸을 그 변화에 잘 적응시켜야 한다. 수압이 갑자기 높아진 상황에서 코와 입을 막고 숨을 거세게 내쉬면 귀가 ‘펑’ 하고 뚫리는 경험, 물놀이 도중 한두 번은 해봤을 것이다. 이를 ‘이퀄라이징(equalizing)’이라고 한다. 초보 다이버가 다이빙을 배울 때 가장 어려워하고 고통스럽게 여기는 게 바로 이퀄라이징이다. 귀의 압력평형을 위한 유스타키오관이 선천적으로 다이빙에 적합하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아무리 경력이 오랜 사람이라 해도 이퀄라이징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기 때문. 이와 관련, 강석현 세미콘 수중탐험대 회장은 “이퀄라이징에 따르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아래 요령을 반드시 숙지하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1. 컨디션 조절에 유의해야
감기에 걸리거나 기타 이유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유스타키오관이 좁아질 수 있다. 따라서 투어 전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2. 시도는 천천히, 부드럽게
수중에서 하강할 때 이퀄라이징은 되도록 천천히, 부드럽게 시도한다. ‘2m 내려갈 때마다 한 번씩’이 적절하다
3. 잘 안 되면 일단 올라올 것
이퀄라이징에 실패했다면 무리하게 하강하지 말고 일단 서서히 상승했다 다시 시도한다
4. 안 되는 쪽 귀는 수면 방향으로
이퀄라이징이 한 쪽만 안 되면 그쪽 귀를 수면으로 향하게 한 후 다시 한 번 시도한다
5. 때론 빠르고 과감한 포기도 필요
위 방법을 모두 써도 이퀄라이징이 잘 되지 않는다면 그날은 다이빙을 과감하게 포기한다
[1] 연구개발(R&D) 전용 반도체 제조 라인
[2] 공기통엔 질소(70~80%)와 산소(20~30%)가 섞여있기 때문에 공기통을 ‘산소통’이라고 부르는 건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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