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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컴퓨팅,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의 새 장(場)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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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 컴퓨팅(edge computing)’이 뜨고 있다. 혹자는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시대가 지나고 머지않아 엣지 컴퓨팅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Forbes)를 비롯, 수많은 저널리즘이 ‘2017 메가 트렌드’ 중 하나로 엣지 컴퓨팅을 꼽기도 한다. 엣지 컴퓨팅, 대체 어떤 기술일까?

 

#기존 벽 깨는 특별함… 명칭도 ‘엣지’ 있네!

영단어 ‘엣지(edge)’는 크게 두 가지 뜻으로 쓰인다. 하나는 어떤 사물의 맨 끝 부분인 ‘첨단(혹은 가장자리)’, 다른 하나는 ‘칼이나 가위 등 날카로운 면을 사용하는 도구의 날 부분’이다. 국내에선 지난 2009년 방영된 TV 드라마 ‘스타일’(SBS)에서 한 등장인물이 시종일관 “엣지 있다”는 말을 쓴 덕(?)에 한동안 이 표현이 유행하기도 했다.

드라마 속 ‘엣지 있다’는 ‘어떤 사물이나 스타일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특별한 점을 갖고 있다’는 의미로 쓰였다. 이는 흡사 엣지의 형용사형인 ‘엣지(edgy)’를 번역한 표현인 듯하다. 뭔지 모르지만 짜릿한 느낌,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날카로운 면모를 갖춘 사물에 붙이는 수식어라고나 할까? 이렇게 볼 때 엣지는 앞서 구분한 사전적 정의 중 두 번째 뜻(날)과의 거리가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엣지 컴퓨팅에서의 엣지는 두 가지 사전적 의미와 모두 관련된다. 첫째, 지금까지의 클라우드 컴퓨팅과 달리 컴퓨팅 장치가 멀리 떨어진 센터에 위치하는 게 아니라 단말 장치와 가까운 기기 ‘가장자리’에 위치한다. 둘째, 정보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오늘날 기존 데이터 처리 방식의 무딘 ‘날’을 단단히 벼려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을 시도하는 컴퓨팅 방식이다.

 

#‘포그 컴퓨팅’ ‘클라우드렛’ 등 다양하게 불려

엣지 컴퓨팅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대조되는 콘셉트의 기술이다. 두 방식은 언뜻 (아주 단순한) 물리적 구조 차이로 구분되는 것처럼 보인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중앙 데이터센터와 직접 소통(communicate)하는’ 방식이라면 엣지 컴퓨팅은 기기 가까이 위치한 일명 ‘엣지 데이터센터’와 주로 소통하며 2차 작업(과 그 결과물의 저장)을 중앙 클라우드에 맡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탄생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온라인 상에서 오가는 데이터 양이 급증했다. 동시에 대개 컴퓨터에 국한됐던 단말기가 스마트폰·웨어러블·스마트홈(센서) 등으로 확장되고 그 크기도 점차 작아졌다. 그 결과, 데이터 처리·저장 작업은 기기 외부 먼 곳에 떨어져 있는 별도 장치(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로 ‘아웃소싱’되기에 이르렀다. 그게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기본 개념이다.

반면, 엣지 컴퓨팅은 과거 클라우드에 위임했던 작업의 대부분을 엣지(가장자리)에 맡기는 방식이다. 그 단계에서 한 차례 추려진 상위 작업은 다시 클라우드로 전달된다. 이때 엣지는 당연히 클라우드 데이터 센터보다 물리적으로 단말기 가까운 곳에 위치하게 된다. (한편에선 이 방식을 가리켜 엣지 컴퓨팅 대신 ‘포그(fog·안개) 컴퓨팅’으로 명명하기도 한다. 클라우드, 즉 구름이 지상에서 멀리 떨어진 상공에 위치하는 데 반해 안개는 인간이 사는 지표면 가까이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엔 플랫폼 자체를 일컫는 표현으로 엣지도, 포그도 아닌 ‘클라우드렛(cloudlet)’이란 표현을 쓰는 이도 점차 느는 추세다.)

 

#데이터 처리 속도, 클라우드보다 ‘한 수 위’

클라우드 컴퓨팅이 엣지 컴퓨팅으로 바뀌면 뭐가 달라질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데이터) 처리 시간이 큰 폭으로 줄어든단 사실이다. 처리 시간 단축은 모든 컴퓨팅 작업에서 바람직하지만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생체(얼굴·음성)인식 등 최근 각광 받고 있는 빅데이터 기술 관련 컴퓨팅에서 특히 유의미하다.

인간이 일상적 밝기 조건에서 안면을 인식하는 덴 최소 370ms[1], 최대 620ms가 걸린다. 음성 인식에도 짧게는 300ms, 길게는 450ms가 소요된다. 특정 음성이 인간의 것인지 여부를 인식하는 덴 4ms면 충분하다. 이처럼 예민한 시청각 반응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단 몇 백 ms 차이만으로도 가상(증강)현실 화면이 주는 몰입감은 엄청나게 달라진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엣지 컴퓨팅의 차이는 또 있다. 이와 관련, 모바일 컴퓨터 과학 전문가인 마하다예프 사티야나라야난(Mahadev Satyanarayanan) 미국 카네기멜론대학 교수는 엣지 컴퓨팅이 지닌 이점으로 다음 세 가지를 꼽는다.

일단 엣지 컴퓨팅이 도입되면 클라우드에 걸리는 데이터 부하(負荷)가 대폭 줄어든다. 단말기에서 모든 데이터를 곧바로 중앙 클라우드와 주고받을 때보다 데이터 부하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스마트 보안 장치 등 비디오 센서에서 보내는 자료가 늘어나고 화질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존 대역폭 상으론 문제가 많았던 부분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또 엣지 컴퓨팅 체계에선 데이터를 엣지에서 클라우드로 보낼 때 프라이버시(privacy) 정책을 강화할 수 있다. 그뿐 아니다. 네트워크∙클라우드 오류, DoS(Denial of Service, 서비스 거부) 공격 등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을 때에도 엣지 컴퓨팅에선 가까운 엣지(클라우드렛) 플랫폼에서 ‘임시 처방’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안 수준이 한층 더 강화되는 것이다.

 

#빅데이터 시대, 차이 만드는 건 ‘머신 러닝’

사실 엣지 컴퓨팅은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을 보다 정교하게 만든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엣지 컴퓨팅이 ‘중앙 집중형 텔레커뮤니케이션’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다면 바로 그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엣지 컴퓨팅과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제껏 인간이 개발해온 대부분의 기술이 그렇듯) ‘경쟁’ 관계라기보다 ‘공생’ 관계에 더 가깝다.

양자 간 관계에 ‘공생’이란 명칭이 붙는 건 두 단계의 클라우드, 다시 말해 상위의 ‘집중형’ 클라우드와 하위의 ‘분산형’ 클라우드 사이에 분업 내지 협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큰 구름(cloud)’과 ‘작은 구름(edge)’은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파트너십을 형성하게 되는 걸까?

클라우드 컴퓨팅 아키텍트(architect)로 잘 알려진 재너카이럼(Janakiram MSV)은 이 관계를 위 도표에서처럼 ‘3중 구조’로 설명한다. “엣지 컴퓨팅 환경에선 세 개의 층, 즉 △데이터 소스(data source) △인텔리전스 레이어(intelligence layer) △실천 가능한 인사이트(actionable insight)가 서로 맞물리며 상호작용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데이터 소스는 말 그대로 ‘데이터가 나오는 부분’을 가리킨다. 그런데 과거 단순 계산에서 출발했던 컴퓨팅과 달리 오늘날 컴퓨팅은 점점 더 많은, 그리고 복잡한 데이터 처리와 관련된다. TV나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산업장비·고객·물품 등 각종 관리 프로그램과 헬스케어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이르기까지 요즘은 모든 기기와 프로그램, 앱이 그 자체로 데이터 생성 원천이자 데이터 처리 수요가 된다.

이처럼 데이터 양이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수많은 데이터 간 관계도 점차 복잡해진다. 판단과 행동의 지침을 올바르게 내리려면 그 모든 변수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시시각각 새롭게 생성되는 데이터 속에서 일정한 관계성을 찾아내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인간 두뇌론 결코 처리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또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요즘은 그 일을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이 해내고 있다. 실제로 머신 러닝은 점차 늘어나는 데이터를 (이전엔 상상조차 하기 어려웠던) 조합으로 재구성, 창의적 통찰력(insight)을 제공하는 촉매로서 기능하고 있다.

엣지 컴퓨팅에서 머신 러닝은 엣지와 클라우드 간 파트너십을 규정한다. 클라우드는 대용량 데이터 세트와 복잡한 알고리즘에 기초해 머신 러닝 모델을 창출, 엣지 플랫폼에 넘겨준다. 그러면 엣지 플랫폼은 해당 모델을 이용, 실시간으로 데이터 세트를 처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엣지 층(layer)과 클라우드 층을 연결해주는 게 바로 인텔리전스 레이어, 곧 엣지 컴퓨팅 체계의 두 번째 차원이다.

엣지 컴퓨팅 시스템 사용자(이를테면 기업의 정책 결정자)는 인텔리전스 레이어가 제공한 분석에 기초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게 바로 엣지 컴퓨팅의 세 번째 요소, 곧 실천 가능한 인사이트다. 요컨대 엣지 컴퓨팅은 머신 러닝의 지원에 따라 과거 인간 전유물로 간주됐던 창의적 인사이트를 기계로 창출, 인간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이 같은 작동 기제는 곧 엣지 컴퓨팅이 ‘가장 바람직한 행동을 위한 판단’을 도출해낼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보안·정보량 등 과거 방식 한계 극복에 기대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엣지 컴퓨팅은 ‘클라우드-엣지-디바이스’라는 (물리적 차원의) 3중 구조를 띤다. 동시에 ‘데이터 소스-인텔리전스 레이어-실천 가능한 인사이트’라는 (형이상학적) 3중 구조를 취하고 있기도 하다. 말하자면 ‘2중적 3중 구조’인 셈이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컴퓨터는 대기업, 혹은 공공 기관에서나 들여놓을 수 있는 기기였다. 하지만 이 거대한 기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퍼스널 컴퓨터(PC) 형태로 진화했다. 그 과정에서의 1등 공신은 뭐니 뭐니 해도 (IC칩을 활용한) 스토리지 소형화 기술이었다.

오늘날 모바일 기기의 개발과 보급, 그와 함께 진행된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으로 정보통신 기술 세상은 완전히 변모했다. 하지만 새로운 컴퓨팅 환경은 새로운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취약한 보안이나 한계에 이른 데이터 저장 용량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상황은 자연히 ‘신개념 컴퓨팅’의 수요를 높였고, 그 결과 스토리지 간 분업을 가능케 하는 머신 러닝 기술을 토대로 ‘엣지 컴퓨팅’이란 명칭의 신기술이 등장했다. 엣지 컴퓨팅에 거는 기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1] 밀리세컨드, 1초의 1000분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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