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고교서 소프트웨어 교육 실험 중인 ‘전직 프로그래머’ 박정희 경남 김해 삼문고 교사
2016/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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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삼문고등학교(이하 ‘삼문고’)엔 좀 특별한 이력의 교사가 한 명 있다. 10년간 공장 자동화 시스템 관련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다 ‘정보 선생님’으로 변신한 박정희 교사가 바로 그 주인공. 박 교사는 프로그래머로 근무하던 당시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현재 인문계 고교인 삼문고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전담하고 있다. 이 학교에 개설된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이하 ‘주소아’) 지도 교사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지난 주말, 겨울방학인데도 교내 컴퓨터실에서 프로그래밍 공부에 매진하고 있던 박정희 교사와 학생들을 만났다.
주변의 부정적 시선 딛고 소프트웨어 수업 ‘안착’
“모든 학생이 프로그래머가 될 것도 아니잖아요.” “인문계 학교에서 프로그래밍 수업이 꼭 필요한가요?”… 처음 박정희 교사가 소프트웨어 교육을 제안했을 때 학부모는 물론, 동료 교사들마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소프트웨어 교육은 ‘전문 프로그래머 양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의 사고력 신장’을 위해 필요하다”며 포기하지 않고 설득을 계속했다.
▲박정희 교사는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조기)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학교는 겨울방학에 돌입했지만 박 교사와 학생들은 요즘도 교내 컴퓨터실을 찾아 틈틈이 소프트웨어 공부로 시간을 보낸다
박정희 교사는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신입사원들을 관찰할 기회가 많았는데 1년쯤 흘러도 실무에 투입될 만큼의 자질을 갖추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그때 경험을 통해 ‘학창 시절 소프트웨어적 사고력을 갖춘다면 실무에 투입됐을 때 부딪치는 문제를 더욱 쉽게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좀 더 일찍 접하게 해주면 프로그래머에 적합한 인재로 발전시킬 수 있겠다, 싶었어요. 그런 생각을 거듭하며 자연스레 교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것 같습니다.”
그는 “힘들 때도 많지만 학생들을 볼 때마다 소프트웨어 교육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가끔 절 찾아와 ‘이런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상의하는 학생이 있어요. 제 수업을 듣고 생각하는 힘이 자란 것 같다며 고마워하는 아이들도 있죠.” 그는 ‘교사로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프로그래밍에 전혀 관심 없던 학생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거친 후 ‘프로그래머가 되고 싶다’고 했을 때”를 꼽았다.
“주소아 덕분에 프로그래밍의 재미에 눈떴죠”
삼문고 학생들과 박정희 교사는 주소아에도 참여하고 있다. 홍수민(1학년)양은 “프로그래밍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얼떨결에 참여하게 됐다”고 주소아 시작 당시를 회상했다. 정세빈(1학년)양은 “평소 ‘기계치’로 불릴 만큼 스마트 기기와 소프트웨어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박정희) 선생님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삼문고 1학년 동갑내기 친구’ 홍수민∙정세빈양은 “우연한 기회에 주소아를 접하게 됐지만 이젠 소프트웨어를 공부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삼문고 학생들은 지난해 12월 최종 과제를 끝으로 주소아 활동을 마친 상태다. 홍수민양은 “주소아를 시작하기 전까진 프로그래밍 지식이 전혀 없었다”며 “주소아 수업을 들으며 코딩의 기초를 탄탄히 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세빈양은 “시연 동영상과 파워포인트 자료 등으로 촘촘히 구성된 수업 덕분에 내용 이해가 쉬웠다”며 “특히 주소아는 소프트웨어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삼문고 학생들이 참여한 주소아 최종 과제 발표물. 이들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하도록 돼있는 주소아 최종 과제 프로젝트를 통해 프로그래밍 실력이 부쩍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홍수민양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주소아 최종 과제’다. 수민양을 비롯한 삼문고 학생들은 지난해 말 ‘크리스마스’란 주제를 받아 들고 △빛 센서를 이용한 자동 오르골 △산타로이드 뮤직 플레이어 등 다양한 발명품을 제작했다. “센서에 입력 값을 넣는 실행 과정이 매우 어려웠지만 최종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프로그래밍 실력이 많이 발전했다”고 말하는 수민양의 얼굴에선 자신에 대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홍수민∙정세빈양의 주소아 최종 과제 관련 동영상을 보시려면 아래 작품명을 클릭하세요

삼문고 학생들에게 주소아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꾼 경험이다. 수민양과 세빈양은 “앞으로도 프로그래밍 공부를 계속해 친구들과 함께 더 크고 멋진 프로젝트를 진행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더없이 좋은’ 주소아… 더 많은 학생이 경험했으면

박정희 교사는 앞으로도 교내 소프트웨어 교육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프로그래밍에선 다양한 접근 방법을 통해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만 대학수학능력시험식(式) 문제 풀이에 익숙한 학생들은 ‘정답은 하나’란 생각을 갖고 정해진 길로만 가려는 경향이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학생들이 고정된 시각을 벗어나 다양한 문제 해결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여전히 인문계 고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 받긴 어려운 게 현실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삼성전자 덕에 주소아에 참여하며 학생들에게 소프트웨어를 가르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죠. 특히 주소아는 교사가 오로지 교육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행정적∙재정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그 점 역시 교사 입장에선 무척 고맙습니다.”
다방면의 소양을 바탕으로 창의적 문제 해결이 가능한 일명 ‘융합형 인재’가 주목 받는 요즘이다. 직접 만나본 삼문고 학생들은 박정희 교사의 지도와 주소아의 지원 아래 미래의 융합형 인재로 자라나고 있었다. 박 교사의 교육적 실험이 성공을 거둬 삼문고의 소프트웨어 교육이 탄탄하게 자리 잡길, 아울러 박 교사 같은 지도자가 여럿 등장해 제2, 제3의 삼문고가 탄생하길 기대한다.
‘마이 스토리 위드 삼성’ 관련 콘텐츠는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