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 속 생명을 구하는 목소리 ‘메이데이’
‘화재 현장에서도 잘 터지는 무선 통신 장비 있었으면…’
올해 삼성투모로우솔루션에선 본인이 종사하고 있는 분야의 현안을 들고 나온 전문직 참가자 비중(약 30%)이 유독 높았다. 재난 현장에서 소방관의 의사소통을 돕는 솔루션으로 ‘아이디어(Idea)’ 부문 대상을 차지한 ‘메이데이’도 박영신<위 사진> 경기 화성소방서 소방관이 근무 중 겪은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모인 팀이다.
“(화재) 현장에선 무전 통신이 중요해요. 내부에 있는 대원이 외부에서 파악한 추가 정보를 듣고 사람을 구하거나 대피 시점을 파악할 때가 잦거든요. 하지만 주변 소음 때문에, 혹은 구조 활동에 집중하느라 중요한 정보를 종종 놓치곤 해요. 그런 문제 해결에 유용한 통신 장비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구조 현장에서도 말하거나 듣는 데 불편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지만 통신 관련 배경 지식은 부족했던 박 소방관은 ‘지인(知人) 찬스’를 적극 활용, 삼투솔 참가 팀을 꾸렸다. “소방학교 교관으로 근무할 때 가르쳤던 학생(지준현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여주소방서 소방관)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했어요. 소방통신 전문가를 수소문하던 중 김병구 소방청 소방관을 알게 됐고요. 장비 제작 문제는 평소 알고 지내던 교수님 소개로 건국대 전자공학과 재학생(김명규·김일승·문용준·이재민)들을 만나며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메이데이에 합류했지만 공모전을 준비하며 부쩍 책임감을 느꼈다”는 김일승씨는 “처음엔 그저 기술 뽐내는 공모전인 줄 알고 가벼운 맘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실제 소방관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단 생각에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직 소방관 641명 의견에 멘토 조언 더해 ‘업그레이드’
‘듣는’ 기능에 집중했던 초기 아이디어는 시간이 흐르며 골전도 방식[1]으로 발전했다. 내부 대원 간 의사소통이 가능한 스피커도 더해졌다. 성능 개선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현직 소방관들. 시제품 제작까지 불과 4개월밖에 남지 않은 시간을 쪼개어 현직 소방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게 주효했다. 문용준<위 사진 왼쪽>씨는 “조사에 응한 641명의 소방관 대다수가 골전도 방식과 일체형 헬멧을 원하더라”며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나온 아이디어를 장비 개발에 즉각 반영할 수 있어 뜻깊었다”고 말했다.
팀당 한 명씩의 멘토가 배정됐던 예년과 달리 올해 삼투솔 참가 팀은 최대 세 명까지의 삼성전자 임직원 멘토를 만날 수 있었다. 각 팀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보다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운영진의 배려였다. 메이데이 팀 역시 자체 역량으론 부족하다고 여겨졌던 ‘기술’ 분야 조언을 얻기 위해 김윤래(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실)씨와 김경민(삼성전자 개인정보보호사무국)씨 등 두 명의 멘토와 만났다.
“시제품을 만들던 중 생각지 못했던 난관에 부딪쳐 고민하다 멘토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김명규<위 사진 왼쪽>씨는 ‘그날의 감동’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연락 드리자마자 저희가 있는 곳 주소를 내비게이션으로 찍고 달려와주셨어요. 1주일 내내 붙들고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가 두 분의 멘토 덕분에 순식간에 해결됐죠. 무척 신기했고 정말 고마웠습니다.”
특히 김윤래씨는 지난해 삼투솔 당시 열화상카메라를 개발한 ‘이그니스’ 팀 멘토로 활약한 경험이 있어 메이데이 팀원 사이에서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박영신 소방관은 “멘토링 현장에서 멘토들이 소방관 업무 환경을 너무 잘 알고 있어 대화가 잘 통했다”며 “우리가 원하는 걸 바로 이해하고 솔루션을 제안해줘 전반적 과제 방향을 빠르게 설정할 수 있었다”고 귀띔했다.
소방학교 투입되던 날, 체험해본 소방관들 “제 점수는요…”
소방관 팀원들은 일과, 대학생 팀원들은 학업과 솔루션 준비를 각각 병행해야 해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회의 한 번 진행하려 서울과 경기도를 무시로 오갔고 툭하면 밤샘 연구와 토론이 이어졌다.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지난 8월 시제품이 완성됐다.
다음 순서는 실제 제품 시연 점검. 이를 위해 팀원들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여름, 경기소방학교(경기 용인시 처인구)를 찾았다. 박영신 소방관은 “당시 우리 장비를 직접 착용해본 교관들이 ‘이제 주변이 시끄러워도 무전 놓칠 일은 없겠다’ ‘(헬멧 외부) 스피커 덕에 재난 현장 내부에서도 동료들과 의사소통이 잘 된다’ 등의 얘길 해줘 ‘그간 노력한 게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삼투솔을 운영하는 삼성전자 사회공헌사무국에 따르면 메이데이 팀은 여러 심사 기준 중 특히 ‘사회적 영향력’과 ‘공감성’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얻어 대상 수상의 영예를 얻었다. 자연스레 팀원들의 다음 목표가 궁금해졌다. “현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개발, 보완 작업을 꾸준히 해서 언젠가 우리 장비가 모든 소방관에게 한 대씩 보급되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교신 문제 때문에 다치거나 희생되는 분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요.”(이재민)
메이데이 팀엔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 내년 삼투솔 ‘임팩트(Impact)’ 부문에 진출, 이번에 개발한 솔루션을 실제 사회에 적용시켜볼 수 있게 된 것[3]. 삼투솔 운영 업무를 담당하는 김보년(삼성전자 사회공헌사무국)씨는 “올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메이데이 팀 장비가 내년엔 실제 재난 현장에서 제 몫을 단단히 발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약속했다.
기발한 아이디어만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니다. 메이데이 팀은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작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후, 팀원 간 협업과 외부 멘토링 활동 등을 적극 활용하며 자신들의 솔루션을 차근차근 완성해갔다. 그 결과,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 사회 여기저기 산재한 불편을 그냥 두지 않고 어떻게든 개선해보려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각자의 꿈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삼투솔. 이 둘이 빚어낼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1] 소리 진동이 고막을 거치지 않고 뼈와 근육을 통해 전달되는 방식. 귀에 이어폰을 꽂지 않아도 외부 구조 요청 소리나 추가 정보를 동시에 들을 수 있다. 마이크 역시 착용자의 숨소리가 차단돼 불필요한 소음을 줄여준다
[2] Push To Talk. 무전기의 기본 통화 방식으로 말할 때 누르고 들을 땐 떼는 방식으로 간단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만든 버튼
[3] 삼투솔 아이디어 부문 수상 팀은 이듬해 임팩트 부문에 진출,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각자의 솔루션을 사회에 실제로 적용시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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