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 아세요? 시간과 재능은 나눈 것 이상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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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뉴스룸이 직접 제작한 기사와 사진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삼성전자 봉사왕을 만나다 ③평생 나누는 삶, 이 사내처럼 스페셜 리포트는 풍부한 취재 노하우와 기사 작성 능력을 겸비한 뉴스룸 전문 작가 필진이 새롭게 선보이는 기획 콘텐츠입니다. 최신 업계 동향과 IT 트렌드 분석, 각계 전문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읽을거리로 주 1회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연재를 시작하며

“네가 얻는 걸로 네 생계가 꾸려진다. 그리고 네가 누군가에게 주는 걸로 네 삶이 이뤄진다.” 노벨문학상(1953) 수상자이기도 한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 전 영국 총리가 남긴 명언이다. 그의 말처럼 가치 있는 삶은 타인과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 있는 헌신’이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사회가 건강해야 기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공존의 철학을 바탕으로 소외된 이웃과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를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매해 국내 임직원의 90% 이상이 연평균 10시간 남짓을 투자해 크고 작은 사회공헌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지난 1994년 출범한 삼성전자 사회공헌사무국(옛 사회봉사단사무국)은 180여 개 해외 법인, 8개 사회공헌센터와 손잡고 24년째 변화와 발전을 거듭하며 나눔과 공생의 기업가치를 실천해오고 있다.

사실 사회공헌 활동의 면면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건 숫자도, 그래픽도 아니다. 그걸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삼성전자 뉴스룸이 ‘봉사를 실천하는 임직원’을 만나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삼성전자 봉사왕을 만나다’는 이 같은 취지 아래 출발한 3부작 연재. 총 인터뷰이만 일곱 명에 이르는 이 대형 기획의 마지막 회차는 단독 인터뷰로 꾸려진다. 김용운(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씨가 그 주인공이다.

 

토요일이었던 지난달 20일 오전 10시, 수원보훈원(경기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로) 메인홀. 여느 때 같았으면 조용했을 공간이 아연 시끌벅적해졌다. 일명 ‘모자이크 찾아가는 재능 나눔 연합 봉사활동’의 날을 맞아 삼성전자 임직원 봉사단원 여럿이 이곳을 찾았기 때문. 레퍼토리는 다양했다. 밴드 공연과 합창에 이어 이날 행사의 백미인 ‘재능 나눔’ 시간이 돌아왔다. 지압·꽃꽂이·침…. 다양한 프로그램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가운데 저쪽에서 건장한 체격의 사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자타공인 발 마사지 전문가’ 김용운씨였다.

수원보훈요양원을 찾은 봉사단원들이 어르신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봉사단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 수원보훈요양원을 찾은 봉사단원들이 어르신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르신들이 박수를 치는 모습▲지난달 20일 수원보훈원을 찾은 봉사단원들이 어르신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12년째 발 마사지 봉사… 수혜자 늘리려 3년 전엔 자격증도 취득

용운씨는 지난 2006년부터 지역사회 어르신이나 거동이 불편한 이웃을 찾아 발 마사지 재능 기부를 펼쳐오고 있다. 올해로 벌써 12년째다. 지난해부턴 삼성디지털시티 볼런테인먼트(voluntainment) 프로그램의 하나로 발 마사지 재능 기부 동호회 ‘따수미’를 만들어 활동 중이다[1].

“처음 발 마사지 재능 기부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재능 봉사’란 개념이 없었어요. 그저 ‘뭐가 됐든 기술을 배워 사람들과 나누자’ 그렇게만 생각했죠. 때마침 접하게 된 게 발 마사지였고요. 실제로 마사지 기술을 배워 나눔 활동을 해보니 어르신뿐 아니라 저희 가족에게도 도움이 되던걸요.”(웃음)

지난 2014년, 용운씨는 아예 발 마사지 자격증을 취득했다. 마사지 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줄을 섰는데 혼자서 그걸 다 소화해내려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던 것. ‘나처럼 발 마사지 할 줄 아는 재능 기부자를 늘리는 편이 훨씬 생산적이겠다!’ 판단했고, 그 길로 지체 없이 필요한 과정을 이수한 후 자격증을 땄다.

사내 발 마사지 재능 기부 동호회 ‘따수미’ 회원들과 수원보훈요양원을 찾은 김용운씨▲사내 발 마사지 재능 기부 동호회 ‘따수미’ 회원들과 수원보훈요양원을 찾은 김용운(뒷줄 가운데 분홍색 반팔 티셔츠 입은 사람)씨

이날 따수미 회원들과 함께 수원보훈원을 찾은 용운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자리에 누운 어르신의 발을 꾹꾹 눌렀다. 그에게 발을 내맡긴 어르신은 처음 잠깐 쑥스러워하는 듯했지만 어느새 편안히 자리를 잡더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어려운 이 도우려 공부한다”는 지체장애 소년 만나 봉사에 관심

용운씨는 ‘봉사’보다 ‘나눔’이란 표현을 더 좋아한다. ‘남에게 뭔가를 베푼다’는 의미보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웃과 함께 내 시간과 재능을 나눈다’는 생각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그는 “봉사하는 내내 느끼는 거지만 타인을 돕는 활동으로 인해 오히려 나 스스로 도움 받을 때가 많다”며 “시간과 재능은 나눈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반드시 내게 다시 돌아오더라”고 말했다.

“처음 나눔 활동을 시작했을 땐 내심 ‘나보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 뭔가 해주는 일’이란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건 저만의 착각이었어요. 정말 중요한 건 함께 어울려 지내는 시간 자체가 주는 ‘소통’의 기쁨이더라고요. 소통 없는 나눔은 소외된 이들을 더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거든요. 그건 나눔을 받는 이뿐 아니라 나눔을 주는 이에게도 해당됩니다. 반대로 소통 가득한 나눔은 끊어졌던 인간 관계의 연결고리도 다시 이어주죠.”

마사지 봉사에 한창인 따수미 회원들▲마사지 봉사에 한창인 따수미 회원들. 2014년 발 마사지 자격증을 취득한 용운씨는 요즘 회원들을 대상으로 마사지 기술을 가르치며 재능 나눔에 앞장서고 있다

그가 처음 봉사에 눈뜬 건 군(軍) 복무 시절이었다. 물론 ‘자의’는 아니었다. 당시 소속 부대의 지역 공헌 활동 중 하나로 중대장 손에 이끌려 마지못해 시작했기 때문. “그때만 해도 제가 왜 이런 활동을 해야 하는지, 이 일이 나나 지역사회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말 그대로 ‘하라니까’ 했던 거죠.”

그의 생각이 바뀐 건 제대를 얼마 남기지 않았을 때였다. 분대장의 지휘 아래 다른 장병들과 함께 한 지체 장애인 시설을 찾았다가 한 소년을 만난 것. 당시 15세였던 소년은 중증 지체장애를 앓고 있었다. 특이한 건 그의 손에 항상 들려있던 책이었다. 이유를 묻는 용운씨에게 소년은 답했다. “저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려면 열심히 공부해야 하잖아요.”

천진한 표정으로 답하는 소년을 보며 용운씨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제껏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의지로 뭔가 해본 적이 있었나’ 스스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그는 “그 일이 있고 나서부터 나눔 활동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식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월 평균 70시간 봉사… “원칙? 조금씩, 주변부터, 꾸준히 하는 것”

1997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용운씨는 2002년부터 사내 동호회 등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쳐왔다. 일단 시작한 활동은 웬만하면 꾸준히 이어갔다. 워낙 오래,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다 보니 알아주는 이도 하나둘 늘어갔다. 대가를 바란 건 아니었지만 경사도 있었다. 지난 2015년 삼성사회공헌상을 수상한 데 이어 지난해엔 266회 1024시간 동안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삼성디지털시티(경기 수원시 영통구 삼성로) 봉사왕’에 오른 것.

용운씨가 사회공헌 활동에 할애하는 시간은 월 평균 50시간에서 60시간 사이다. 회사 활동과 별개로 진행되는 ‘비공식 나눔’까지 더하면 70시간을 훌쩍 넘긴다. “1주일에 한두 번 지역사회 청소년 공부방을 찾습니다. 발 마사지 봉사는 매주 주말이나 금요일에 잡히죠. 아, 월 1회 미혼모 시설에 살고 있는 아이들 성장 앨범 사진 촬영 봉사도 나갑니다. 아이들 사진 외에 크고 작은 행사 사진도 찍어주고 있어요. 그 밖에 한 달에 한 번쯤 각종 요양 시설이나 노인 복지 시설을 찾아 어르신들 장수 사진도 촬영합니다.” 최선을 다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이 일은 하면 할수록 필요로 하는 사람이 더 많이 보이거든요. 늘 ‘내 몸이 여러 개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은 삼성전자 임직원이 한 어르신의 장수 사진을 찍어드리는 모습▲수원보훈원에서 진행된 봉사 활동 중엔 ‘어르신 장수 사진 촬영’도 포함돼 있었다. 사진은 삼성전자 임직원이 한 어르신의 장수 사진을 찍어드리는 모습. 용운씨도 월 1회 집 인근 요양 시설을 찾아 장수 사진 촬영 봉사에 나선다

알고 보면 그의 ‘나눔 DNA’는 대물림된 것이다. “어릴 때 아버지께서 종종 기부를 하셨어요. 그런데 꼭 제 손에 돈을 쥐여주시고 제가 직접 기부함에 넣도록 하셨죠. 비록 어렸지만 그런 경험 덕분에 어렴풋이 ‘누군가를 위해 나누는’ 자세를 배울 수 있었어요. 지금껏 그 영향을 받고 있단 생각도 듭니다.”

용운씨는 아버지에게 배운 나눔 정신을 자녀에게도 물려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실제로 용운씨 가족은 그의 나눔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어르신 장수 사진을 찍을 땐 아내가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격으로 동행하고 여덟 살배기 아들은 아버지의 발 마사지 재능 기부 현장에 종종 따라 나선다.

“제가 바라는 건 제 아이가 나눔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으로 자라나는 겁니다. 봉사를 나갈 때마다 아이와 동행하는 건 그 때문이에요. 아이 스스로 나눔의 정신을 깨닫고 그게 본인에게도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으면 하는 거죠. 그래서 훗날 어른이 됐을 때 자연스레 사회공헌 활동을 일상으로 여길 수 있게 됐으면 좋겠어요. 제 꿈이죠.”

 

‘봉사 초심자’에게 건네는 조언 “일단 현장 따라가 뭐든 도우세요”

인터뷰 내내 느낀 건 용운씨에게 나눔이 더 이상 사전적 의미의 ‘봉사’가 아니란 사실이었다. 밥 먹고 회사를 다니듯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자, 자신과 다음 세대를 위해 당연히 품어야 하는 꿈이었다.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 실제로 해보면 안다,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단 사실을. “처음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기가 주저된다면 봉사를 많이 하는 주변 동료 일을 조금씩 도와주는 걸로 시작해보세요. 현장에서 조금씩 일손을 돕다 보면 자연스레 자신의 역할이 하나둘 보입니다. 처음부터 혼자서 다 도맡아 하려 하기보다 서로 조금씩 도와간단 생각으로 차근차근 접근하면 막연한 부담감은 덜 수 있습니다.”

‘나누는 삶’을 꿈꾸는 이에게 용운씨가 던지는 조언은 간명하다. “타인을 돕고 싶단 마음, 누구나 갖고 있습니다.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걸 어려워할 뿐이죠. 부담감 때문입니다. 그럴 땐 스스로에게 질문해보세요.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바라서 그런 것 아닐까?’ 하고요. 봉사는 결코 대단한 게 아닙니다.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겁니다. 봉사에 대한 생각만 달리해도 쉽게 시작하실 수 있을 거예요.”


[1] 삼성디지털시티는 임직원이 ‘자원봉사(volunteering)와 놀이(entertainment)를 융합시킨 재능 나눔 사회공헌 활동’ 볼런테인먼트 활동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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