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 VR 개발진 인터뷰] 가상현실 헤드셋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다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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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공간 이동 능력이 있어 전 세계를 맘껏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공간 이동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능력인데요. 만약 여러분이 앉은 자리에서 원하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어딜 가고 싶으신가요?

지난해 12월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스마트폰 기반의 가상현실 헤드셋 ‘기어 VR’을 출시했습니다. 기어 VR은 가상현실 헤드셋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제품인데요. 갤럭시 노트4와 연동해 사용하면 더욱 실감 나는 모바일 콘텐츠 감상이 가능하죠.

기어 VR은 PC에 연결해 사용하는 다른 가상현실 헤드셋과 달리 ‘모바일 연동’이란 특징을 갖고 있는데요. 편리한 사용성과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덕분에 올 초 열린 CES 2015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답니다. 삼성투모로우에선 기어 VR의 상품기획, 개발 담당자를 만나 '아이디어 고안부터 제품 출시까지' VR 탄생에 얽힌 얘길 들었습니다.

3인의 기어 VR 개발자가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피처폰으로 가상현실 헤드셋을 만들다?

그동안 가상현실 헤드셋은 대부분 PC 기반 제품이었습니다. 가상현실 기술을 구현하려면 높은 사양의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기어 VR은 스마트폰 기반으로 가상현실 기술을 구현, 가상현실 헤드셋에 대한 이 같은 고정관념을 철저히 깨뜨렸습니다.

기어 VR의 시작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지난 2005년부터 삼성전자는 피처폰을 이용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ead-Mounted Display)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왔는데요. 당시 휴대전화의 해상도와 성능이 가상현실 기술을 구현할 만큼 뛰어나지 않아 상품화는 추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삼성전자는 휴대전화를 이용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기술을 미국에 특허 출원하고 훗날을 기약했는데요.

출허 출원한 2G 폰을 이용한 가상현실 헤드셋의 그림입니다. Also, the device can be used as a personal display device with a similar use to an HMD(Head Mounting Display), thereby allowing use without interruption of surroundings in public places.▲ 지난 2005년 휴대전화를 이용한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기술 관련 특허 (US 7,706,677)

위에 보이는 그림이 바로 2005년 1월에 특허 등록한 ‘휴대폰을 이용한 가상현실 헤드셋’의 모습입니다.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 논의된 내용이지만 휴대폰을 이용한 가상현실 헤드셋 구현 방법이 매우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는데요. 삼성전자는 이미 10년 전부터 '가상현실 헤드셋을 대중화하려면 PC보다 모바일 환경에서의 기술 구현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판단했던 거죠.

이후 삼성전자는 꾸준히 모바일 기반의 가상현실 헤드셋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2년여 전부턴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기반의 가상현실 헤드셋 제품 기획에 나섰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구현하려면 고사양의 컴퓨팅 자원, 초정밀 센서 기술, 고해상도의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요. 기어 VR 개발진은 “연구는 오래전부터 진행했지만 여러 가지 변수가 많아 상품 기획부터 출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입을 모읍니다.

 

누구도 예상 못한 ‘환상의 파트너’ 오큘러스

지난 2013년 초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기어 VR 개발진은 ‘갤럭시 S4를 이용한 기어 VR 프로토타입’ 제작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프로토타입이 제작될 때까지도 기어 VR의 성공을 점친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요. 하지만 개발진은 성능 면에서 기어 VR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합니다.

기어 VR의 프로토 타입 모습입니다.▲ 갤럭시 S4를 이용한 기어 VR 프로토타입. 2013년 3월 제작됐습니다

이후 삼성전자는 테스크포스(Task Force)팀을 꾸려 기어 VR 출시에 박차를 가했는데요. PC 기반 가상현실 헤드셋과 관련, 다양한 기술력을 보유한 오큘러스(Oculus)와 개발 단계부터 협업해 지금의 기어 VR을 탄생시켰습니다.

이야기하고 있는 남궁주 과장

남궁주 남궁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상품기획팀 과장은 “스마트폰의 성능으론 가상현실 헤드셋을 구현하기 어려울 것”이라던 오큘러스와의 첫 미팅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오큘러스 측은 반신반의했지만 '모바일 기반 가상현실 헤드셋'의 가능성에 대한 삼성전자 개발진의 믿음은 확고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굳은 심지가 통했던 걸까요? 삼성전자는 자사가 가진 모바일 분야 전문성과 오큘러스의 가상현실 기술을 적절히 조화시켜 높은 성능의 모바일 기반 가상현실 헤드셋 개발에 성공했는데요.

제스처를 취하며 기어 VR 개발 과정을 설명하는 남궁주 과장

남궁 과장은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미국 오큘러스 본사를 수차례 방문했다”며 “초기엔 기어 VR에 대한 접근법도 일부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는 기어 VR을 게임·영화·여행·교육 등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선보이고자 했으나, 오큘러스는 생생한 고차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기에 집중하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는 협업을 진행하는 동안 기어 VR의 다양한 가능성을 오큘러스에 제시, 가상현실 헤드셋의 새로운 정의를 내렸습니다.

어쩌면 이런 의견 차이는 당연한 것일지 모릅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기였던 만큼 아무도 기어 VR의 방대한 활용 가능성을 예측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양사는 가상현실 헤드셋의 대중화를 위해 발전적 논의를 거듭했고, 고사양 PC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상현실 헤드셋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기어 VR, 가상현실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 갈 혁신적 제품

혹자는 가상현실 헤드셋의 구현 환경을 'PC 기반'에서 '모바일 기반'으로 바꾼 데 대해 '그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라며 폄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실로 대단한 ‘혁신’인데요. 기어 VR은 유선으로 PC와 헤드셋을 연결해야만 했던 기존의 공식을 파괴했으며 일반 소비자가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가격도 낮췄습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PC의 역할을 고사양의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4’로 대체해 언제 어디서나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더불어 갤럭시 노트4의 쿼드HD 해상도를 활용해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화질을 제공했습니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표정의 이진구 수석

이진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팀 수석은 “PC의 역할을 갤럭시 노트4로 대체하기 위해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칩부터 커널(kernel, 운영체제의 핵심 단위)까지 모두 새롭게 만들었다”고 말했는데요. 일반 스마트폰과는 달리 갤럭시 노트4엔 고사양의 기어 VR용 콘텐츠를 소화하는 데 최적화된 소프트웨어가 적용돼 있습니다.

실제로 기어 VR과 갤럭시 노트4를 연결하면 스마트폰의 펌웨어가 업데이트되며 ‘기어 VR’ 모드가 작동되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요. 기어 VR 모드가 시작돼도 스마트폰 본연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한다고 하네요. 이처럼 기어 VR과 ‘찰떡 호흡’을 자랑하는 갤럭시 노트4엔 엄청난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숨어 있는데요. 작은 스마트폰이 PC의 역할을 어엿하게 수행한다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이야기하는 윤용섭 수석

윤용섭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팀 수석은 “기어 VR은 가상현실 헤드셋의 대중화를 연 제품”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삼성전자와 오큘러스의 기술력으로 기어 VR의 화면 전환 속도를 20ms(밀리세컨드, 1ms는 1000분의 1초) 수준으로 구현하는 등 사용자가 가상현실을 체험할 때 멀미 현상 등과 같은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며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습니다.

또한 윤 수석은 “기어 VR은 렌즈로 왜곡될 수 있는 화면을 역왜곡 처리해 사용자가 화면에 보이는 형상을 현실감 있게 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는데요. 이와 동시에 “모션 센서를 최적화해 사용자의 머리 움직임을 정밀하게 감지, 고개를 이동할 때마다 현실에 가까운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하네요.

기어 VR 프로토타입을 마네킨이 착용시킨 모습▲ 기어 VR 개발진은 다양한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남녀노소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최적의 기기를 개발했습니다

웨어러블 기기다 보니 착용감을 높이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개발진은 착용감을 높이기 위해 체형이 서로 다른 3000여 명의 신체 데이터를 분석했는데요. 동양인과 서양인, 다양한 연령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들기 위해 머리 둘레와 얼굴의 입체감, 눈 사이 간격 등을 고려해 제품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기어 VR 개발진은 “동양인과 서양인의 얼굴이 달라 이들의 중간점을 찾는 게 무척 어려웠다”고 말했는데요. 완성도 높은 40여 개의 프로토타입을 제작한 끝에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기기 형태를 갖췄다고 하네요.

기어VR의 3가지 프토토타입, 고글형 프토로타입에 스트랩이 각기 다릅니다.▲ 시력조절 방안, 카메라 최적화를 비롯해 기기의 무게까지 꼼꼼히 검토한 결과 지금과 같은 형태의 기어 VR의 프로토타입이 제작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로토타입으로 제작했을 땐 기어 VR의 무게가 무거워 한두 시간만 사용해도 목에 피로감이 느껴졌다고 합니다. 이에 개발진은 기기의 무게를 혁신적으로 낮출 방법을 고안했는데요. 삼성전자는 기기의 무게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기기에 연결된 스마트폰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도록 상단 헤드 스트랩을 추가했습니다.

실제로 기어 VR을 들어보면 ‘가볍다’는 생각이 들 정돈데요. 기어 VR을 착용하고 두세 시간 분량의 영화를 봐도 문제없습니다.

다양하게 디자인된 쿠셔닝 폼 10종이 진열돼 있습니다.▲ 개발진은 쿠셔닝 폼도 다양하게 제작해 사용자의 착용감을 극대화했습니다

한 가지 더, 고글형 가상현실 헤드셋을 즐겨 사용하시는 분들이 반길 만한 소식이 있습니다. 안경이나 고글과 같은 형태의 기기를 장시간 사용하다 보면 눈 주변에 자국이 남기 마련인데요. 고글 형태로 빨갛게 자국이 남아 난감할 때가 많았습니다. 기어 VR은 기기와 얼굴이 맞닿는 부분에 쿠셔닝 폼을 넣어 보다 편안한 착용감을 주는데요. 쿠셔닝 폼을 제작하는 데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합니다.

기어 VR 개발진은 “기어 VR의 궁극적 목표는 가상현실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기기를 통해 생생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를 위해 엄격한 기준을 세워 개발했다고 하네요.

환하게 웃고 있는 기어 VR 개발진 3인방의 모습입니다.

개발 초기엔 기어 VR의 성공에 반신반의했던 분들이 많았지만 현재 기어 VR은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사용자에게 새로운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밤낮으로 노력한 담당자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기어 VR은 미국에 이어 조만간 국내에서도 출시될 예정인데요. 가상현실 헤드셋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 기어 VR의 활약,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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