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와 찻잔?! 삼성 QLED에 쓰이는 노벨상 ‘꿈의 물질’ [리얼 퀀텀닷 인터뷰①]

2025/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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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닷에 주목했던 이유 중 하나는 뾰족한 꼭지점을 갖는 컬러”
-손상현 삼성전자 선행디스플레이랩장-

 

2023년 노벨 화학상의 주인공은 ‘퀀텀닷(Quantum dot, 양자점)’이었다. 당시 노벨 위원회는 “퀀텀닷이 디스플레이와 의료계에 이미 기여하고 있으며 추후 전자, 통신, 발전 등 더욱 폭넓은 활용이 기대된다”며 퀀텀닷의 발견과 합성에 크게 기여한 학자들의 수상 업적을 발표했다.

똑같은 물질인데 크기에 따라 다른 색깔 빛을 내는 신기한 입자, 심지어 그 색깔이 아주 순도 높고 선명하다. 세계 1위 TV 제조사가 이런 소재를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노릇, 그게 바로 퀀텀닷이다.

삼성전자 뉴스룸이 퀀텀닷 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현택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와 이도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그리고 손상현 삼성전자 선행디스플레이랩장을 만나 디스플레이의 새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퀀텀닷에 대해 낱낱이 파헤쳐 봤다.

※단락 바로가기

승온법 연구로 퀀텀닷 양산 앞당긴 세계적인 나노기술 거장 현택환 석좌교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구 기초과학연구원 나노입자 연구단장 고분자와 친황경 기술로 퀀텀닷 혁신 이끄는 선구자 이도창 교수 KAIST(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세계 최초 무카드뮴 QLED 상용화의 산 증인 손상현 랩장 삼성전자 선행디스플레이 랩

밴드 갭(Band Gap) – 도체, 부도체, 반도체, 그리고 퀀텀닷의 열쇠

“퀀텀닷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밴드 갭 개념이 필수적”
– 현택환 서울대학교 석좌교수

 

전기가 흐른다는 것은 전자(electron)가 이동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원자의 가장 바깥에 있는 최외각전자(가전자)가 이동하게 되는데, 최외각 전자들이 분포하는 에너지 범위를 ‘가전자대(Valence Band)’, 그보다 더 높은 에너지가 허용되고 비어있어 전자가 이동해올 수 있는 밴드를 ‘전도대(Conduction Band)’라고 한다.

가전자대에 있는 전자들이 에너지를 흡수하면 전도대로 이동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에너지를 방출한 전자들은 다시 가전자대로 돌아오는 원리다. 에너지를 흡수∙방출하며 이동할 때 전자가 극복해야 하는 두 에너지 밴드 사이를 ‘밴드 갭(Band gap)’이라고 한다.

고체 상태에서의 부도체, 반도체, 도체

▲고체 상태에서의 부도체, 반도체, 도체

부도체는 밴드 갭이 크기 때문에 가전자대에 있는 전자가 전도대로 이동하기 어려워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로 고무, 유리 등이 있다. 반면, 구리와 은과 같은 도체는 가전자대와 전도대가 중첩되어 있어 전자가 자유롭게 흐르는 특성을 지닌다.

반도체는 부도체와 도체 중간 수준의 밴드 갭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전기가 잘 흐르지 않지만, 열이나 빛, 전기 등 자극을 주면 전자가 움직이면서 전기를 전달하거나 빛을 내는 등의 현상을 발생시킬 수 있다.

현택환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는 “에너지 밴드 구조는 물질의 전기적 특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밴드 갭의 개념이 퀀텀닷의 원리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신기한 퀀텀닷 – 입자가 작아질수록 커지는 밴드 갭

“큰 입자에서 작은 입자로 갈수록 적색에서 청색으로 파장이 변화”
– 이도창 KAIST 교수

 

퀀텀닷은 크기가 굉장히 작고 물성이 특이한 반도체 나노 결정이다. 크기가 머리카락 굵기의 수만 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작아 10억 분의 1미터인 ‘나노미터(nm)’ 단위로 측정한다. 반도체는 나노미터 단위로 크기가 작아지면 벌크(bulk, 덩어리) 상태일 때와 달리 전기적, 광학적 특성이 크게 변한다.

벌크 상태에서는 입자가 충분히 크기 때문에 반도체 물질 내의 전자들이 파장의 구속 없이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때 밴드 갭은 반도체의 재료에 따라 고유한 값으로 일정하고, 각각 에너지를 흡수∙방출한 여러 전자들이 모여 전체적인 에너지 준위(Energy level, 입자가 가질 수 있는 에너지 상태)는 마치 경사가 완만하고 긴 미끄럼틀처럼 연속적이다. 그러나 퀀텀닷은 입자의 크기가 전자의 파장보다 작아진 경우로, 전자 이동에 일정한 제한이 발생한다.

퀀텀닷 기술 원리

▲퀀텀닷 기술 원리

커다란 냄비(벌크 상태)에서 국자(전자 파장의 대역폭)로 물(에너지)을 따라낸다고 생각해보자. 적은 양부터 여러 국자에 해당하는 많은 양까지 조절해가며(연속적으로) 물을 옮길 수 있다. 그러나 냄비가 찻잔(퀀텀닷)처럼 작아지면 국자가 용기에 더 이상 들어가지 않는다. 이 때는 물을 따라내지 못하거나, 아예 잔을 통째로 비우는 수밖에 없게 된다. 이게 에너지 준위가 양자화(Quantized)된 상태이다.

현 교수는 “반도체 입자 크기가 나노미터 수준이 되면 간격이 넓은 계단처럼 특정 에너지만 가질 수 있게 양자화된다”며, “이때 입자 크기로 밴드 갭을 조절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양자 제한 효과(혹은 양자 구속 효과, Quantum confinement effect)’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퀀텀닷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입자 내 분자 수가 줄어들면서 겹쳐진 분자가 적어지는 효과가 생긴다. 이로써 양자 제한 효과는 더 강해지며 밴드 갭도 커진다. 그리고 전자의 낙차에 해당하는 밴드 갭에 따라 에너지량이 달라져 방출되는 빛의 색도 달라진다. 이도창 교수는 “큰 입자에서 작은 입자로 갈수록 적색에서 청색으로 파장의 변환이 일어난다”며, “나노 결정을 어떤 크기로 만드느냐가 색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순도 높은 컬러를 살리는 삼성만의 노하우, 퀀텀닷 필름

“퀀텀닷 필름은 QLED TV의 핵심이자 삼성전자 기술 노하우의 정점”
-이도창 교수-

 

크기에 따라 방출되는 파장을 조정할 수 있는 퀀텀닷은 태양전지, 광촉매, 의료, 양자 컴퓨터 등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았지만, 가장 먼저 상용화 성과를 낸 것은 디스플레이 산업이었다. 손상현 삼성전자 선행디스플레이랩장은 “삼성이 퀀텀닷에 주목했던 이유 중 하나는 뾰족한 꼭지점을 갖는 컬러였다”며 “파장이 좁고 형광성이 높아 다양한 컬러를 정확하게 표현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퀀텀닷의 광학적 특성을 활용하면 파장이 좁고 형광성이 높으며 '순도가 높은' 적∙녹∙청(Red∙Green∙Blue, RGB) 컬러를 구현해 최고 수준의 색 재현력을 확보할 수 있다

▲ 퀀텀닷의 광학적 특성을 활용하면 파장이 좁고 형광성이 높으며 ‘순도가 높은’ 적∙녹∙청(Red∙Green∙Blue, RGB) 컬러를 구현해 최고 수준의 색 재현력을 확보할 수 있다

퀀텀닷을 디스플레이 제품에 사용하려면 높은 성능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장치가 필수적이다. 삼성 QLED는 이를 위해 ‘퀀텀닷 필름’을 채택했다. 이도창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교수는 “퀀텀닷 필름은 빛을 잘 빠져나가게 하면서 효율적으로 광변환을 이끌어내야 하는 등 요구 사항이 많다”며, “퀀텀닷이 가지고 있는 광특성을 필름으로 어떻게 구현하느냐가 디스플레이의 색 재현율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필름 제조시 퀀텀닷을 균일하게 분포시키는 게 어렵다고 설명하는 손상현 삼성전자 VD사업부 선행디스플레이랩장

▲ 필름 제조시 퀀텀닷을 균일하게 분포시키는 게 어렵다고 설명하는 손상현 삼성전자 VD사업부 선행디스플레이랩장

삼성 QLED에 쓰이는 퀀텀닷 필름은 고온에 녹인 고분자 원료에 양자점 용액을 첨가하여 얇게 편 뒤 경화 과정을 거쳐 탄생한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제조 과정은 그렇지 않다. 손상현 랩장은 퀀텀닷 제조 공정이 “마치 끈적한 꿀에 커피 가루를 섞는 것과 같이 어려운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때 필름에 퀀텀닷을 고르게 분산하기 위해서는 소재, 설계, 공정 등 여러 가지를 까다롭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과정 속에서도 삼성은 더 나아갔다. 강력한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고분자 물질까지 자체 개발했다. 손 랩장은 “수분 침투를 막을 수 있는 베리어 필름(Barrier film)과 퀀텀닷을 고르게 분산할 수 있는 고분자 물질을 개발하고 단가 절감을 통해 양산까지 성공하며 퀀텀닷 기술에 대한 종합적인 노하우를 축적해왔다”고 말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삼성의 퀀텀닷 필름은 독보적인 내구성을 기반으로 정확한 컬러 구현은 물론 뛰어난 광효율을 발휘한다. 손 랩장은 “보통 촛불 하나 켰을 때의 밝기를 니츠(nits)로 보는데, 기존 LED로는 통상 500니츠를 표현할 수 있었다면 퀀텀닷은 이보다 약 4배 밝은 2000니츠 이상, 즉 촛불 2000개를 켰을 때의 밝기 수준을 구현해 화질 혁신을 앞당겼다”고 자랑했다.

CIE 1931 색도도상 가시광선, sRGB, DCI-P3 색 영역(Color space) 비교

▲ CIE 1931 색도도상 가시광선, sRGB, DCI-P3 색 영역(Color space) 비교

※ CIE 1931: 국제조명위원회(Commission internationale de l’éclairage)에서 1931년에 발표한 색 체계 (참고: 삼성디스플레이 뉴스룸)※ sRGB(standard RGB): 마이크로소프트와 HP가 협력하여 1996년에 발표한 모니터와 프린터 표준 RGB 색 공간으로, 사람이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색상의 33.3% 정도를 재현※ DCI-P3(Digital Cinema Initiatives – Protocol 3): 영화 업계에서 제정한 디지털 영사기용 색 영역으로 HDR 콘텐츠를 포함, 디지털 영상의 컬러 표현에 적합

삼성전자는 양자점을 활용해 디스플레이의 밝기, 컬러 표현 모두 획기적으로 개선하며 전에 없던 생생한 화면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실제 삼성 QLED는 색 재현율이 DCI-P3(Digital Cinema Initiative, 디지털 시네마 색 표준) 기준 90%를 상회한다.

이 교수는 “퀀텀닷은 소재 개발 이후에도 내구성 강화를 통한 안정성 확보가 중요한데 삼성전자의 인듐 포스파이드(InP)를 활용한 퀀텀닷 합성과 필름 제작 기술은 높은 수준”이라며, “퀀텀닷 필름은 QLED TV의 핵심이자 삼성전자 기술 노하우의 산물”이라고 평가했다.

양자점으로 컬러 만드는 진짜 ‘QLED’, 소재와 함유량 모두 월드클래스

“퀀텀닷 TV의 정체성은 양자 제한 효과 발생 여부”
-현택환 교수-

 

퀀텀닷이 산업계의 주목을 받으면서 다양한 제품이 상용화되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퀀텀닷을 적용했다고 해서 모두 같은 퀀텀닷 TV는 아닐 터. 그렇다면 ‘진정한 퀀텀닷 TV’의 조건은 무엇일까?

진정한 퀀텀닷 TV는 양자 제한 효과가 발생해야 한다는 현택환 교수

▲ 진정한 퀀텀닷 TV는 양자 제한 효과가 발생해야 한다는 현택환 교수

현택환 교수는 “퀀텀닷 TV의 정체성은 크기에 따라 밴드 갭 에너지를 조절하는 양자 제한 효과 발생 여부에 달려있다”며 “퀀텀닷 TV의 전제조건은 퀀텀닷 함유 여부”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퀀텀닷 TV로 정의되기 위해서는 퀀텀닷이 핵심 광 변환 소재 또는 핵심 발광 소재로 기능해야 한다”며 “백라이트 유닛에 쓰이는 청색광을 충분히 흡광해 변환할 수 있을 정도의 퀀텀닷을 함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퀀텀닷이 핵심 발광소재 혹은 광 변환소재로 사용되어야 퀀텀닷 TV로 정의할 수 있다"는 이도창 교수

▲ “퀀텀닷이 핵심 발광소재 혹은 광 변환소재로 사용되어야 퀀텀닷 TV로 정의할 수 있다”는 이도창 교수

손 랩장 역시 “퀀텀닷 필름에 일정 수준 이상의 퀀텀닷을 포함해야 한다”며 함유량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삼성 QLED는 퀀텀닷 소재를 3000ppm 이상을 사용하여 적색과 녹색을 100% 퀀텀닷으로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 영상: 월클 전문가가 알려주는 “나노 과학의 결정적 제품”

삼성전자는 2001년부터 퀀텀닷 기술 개발에 착수해 2015년 세계 최초 친환경 무(無)카드뮴 퀀텀닷 TV인 ‘SUHD TV’를 선보였다. 2017년엔 프리미엄 TV 라인업 ‘삼성 QLED’를 공개하며 퀀텀닷 디스플레이 업계를 선도해왔다.

[리얼 퀀텀닷 인터뷰] 2편에서는 양자점을 활용한 디스플레이 상용화에 성공한 삼성전자가 어떻게 무(無)카드뮴 퀀텀닷 소재를 만들고 노벨 화학상 수상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쳤는지 상세히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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