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창의성을 키우는 ‘기억의 법칙과 습관의 힘’
기억 능력은 학습 능력과 직결된다. 기억은 여러 정신 작용의 기본으로, 어떤 정보를 얻더라도 기억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기억이 없으면 감정과 자아는 물론 창의성도 존재할 수 없다. 창의성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능력이다. 여기서 ‘새롭다’는 건 기억된 사물이나 방법과 비교해서 새롭다는 의미이다. 창의성 발현에도 기억이 전제된다. 학습 능력도 다르지 않다. 여러 지식을 기억하고 있어야만 학습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기억된 지식이 유용할수록, 적용 범위가 다양할수록 학습 능력은 더욱 향상된다. 학습이든 창의성이든 결국 기억으로 귀결된단 얘기다. 그렇다면 기억을 할 때도 방법이 존재할까? 일반적으로 기억이란 반복을 통해 머릿속에 남지만, 보다 수월한 3가지 방법이 있다. 바로 ‘대칭화’, ‘순서화’, ‘모듈화’이다.
기억의 법칙 1. 대칭화: 정보의 대칭 구조를 발견하라
눈을 감고 친구의 얼굴과 강의실을 각각 떠올려 보자. 매일 만나는 친구의 얼굴이라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내기 어렵다. 그에 비해 강의실은 쉽게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 얼굴을 이루는 구성 요소가 대부분 곡선인 반면, 인위적으로 만든 강의실 같은 공간은 직선이 대칭을 이루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대칭 구조는 곡선에 비해 단순해서, 비교적 기억하기 쉽다.
뇌(腦)는 시각 처리 과정에서 대상의 시각적 정보를 최소화해 기억의 용량을 줄인다. 대칭화는 시각적 정보를 최소화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인공물은 대부분 대칭 구조가 드러나 있는 데 반해, 자연물은 그 반대다. 자연물인 세포나 동물의 골격, 대륙의 형태를 그리기 어려운 건 이 같은 배경 때문이다. 즉, 사물에서 대칭 구조를 발견하면 뇌는 그 대상을 쉽게 기억한다.
기억의 법칙 2. 순서화: 정보를 시간 순서로 배열하라
‘태·정·태·세·문·단·세…’. 많은 이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국사 시간에 외웠던 조선시대 왕 이름의 머리글자를 기억한다. 원인은 ‘순서화’에 있다. 몇 시간을 붙들고 공부한 책 내용보다 낮 동안 일어난 일을 더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을 둘러싼 대부분의 일은 시간 순서로 진행된다. 잊힌 사건도 순서대로 추적하면 기억해낼 수 있다. 몸속 세포의 분열이나 생성도 마찬가지다. 역사, 세포생물학, 지각변동까지 모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진다. 시간 순서로 사건을 배열하면 원인과 결과가 보인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원인과 결과가 바로 ‘인과관계’다. 역사나 과학은 인과관계의 사슬이다. 사건의 순서가 바로 이야기가 되고, 인간의 뇌는 이야기를 통해 사건의 순서를 쉽게 기억하게 된다. 이야기가 인간 지능의 핵심 요소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억의 법칙 3. 모듈화: 정보를 덩어리 단위로 나눠라
학교에서 우리는 많은 정보를 습득한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모두 잊어버린다. 대부분의 정보는 성적을 올리기 위한 일회용이었고 사용한 뒤엔 버려졌다. 아파트 단지의 분리수거 함 속 교과서, 전집, 책들이 이를 증명한다. 우리의 지식이 버려지는 것이다. 쏟은 물처럼 버려진 지식은 곧 사방으로 흩어지며 햇살에 증발한다. 반면 오래 가는 지식도 있다. 물병 속 물처럼 일정한 형태로 ‘모듈화’된 지식이 그렇다. 환형동물에서부터 생물의 몸은 모듈식 건축 방식으로 구성됐다. 지렁이가 지닌 모듈식 체절은 인간을 비롯한 척추동물의 척추 마디에 남아 있다.
모듈은 독립 운영이 가능하다. 잘못된 부분만 제거하고 새 모듈을 삽입하면 된다. 그래서 척추동물의 모듈(척추)은 생물의 생존 가능성을 높였다. 병 속에 든 물은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 제한을 넘어서 누구에게나 전달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보가 모듈화되면 언제 어디서나 활용과 조작이 가능해진다.
정보 모듈화 과정의 핵심은 내용의 한계를 정하고 경계를 명확하게 만들어, 덩어리 단위로 나누는 것이다. 모듈을 형성하면 정보의 범위가 명확해지고, 이해한 부분과 그렇지 못한 영역의 경계가 구분된다.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 확연해지면 다음에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다. 이에 선행되어야 할 과정이 있다. 바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개념의 그릇을 마련하는 일이다.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언어화하는 연습 필요
개념은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만든다. 사물과 사건을 해석하는 일정한 틀이 바로 개념이다. 개념의 틀이 없으면 많은 정보를 담기 어렵다. 개별 사건들의 공통점이 드러나면 하나의 범주화된 개념이 생긴다. 추상적 개념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는 큰 그릇이다. 추상적 개념화에 익숙해지면 다양한 정보를 대규모로 처리할 수 있다. 대신 포착하는 힘은 약하다. 반면 구체성은 추상성과 서로 상반된다. 구체성은 세밀하며 명확하지만 포괄적이지 않다.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표현에 담아야 하는 이유다.
대표적인 예시가 ‘속담’이다. 속담이 모두의 뇌리에 생생하게 기억되는 건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언어로 표현한 덕분이다. 다양한 의견을 꿰뚫는 핵심을 특정 언어로 정의하는 순간부터 그 의미는 확실해지고, 힘이 실린다. 많은 사람 사이에서 통용되는 개념어는 사회 상황을 담고 있으며, 개인 행동의 지침이 된다. 추상적 대상을 언어로 포착한 개념어를 통해 사회는 의식화된다. 개념적 사고를 강화하려면 책이나 영화를 본 후 내용을 하나의 단어로 요약해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 현대 과학은 추상적 개념을 담은 용어로 가득하다. 사회와 문화 현상을 포착한 개념어는 곧 그 사회의 배경을 담은 정서나 다름없다.
전문가의 필수 요건은 단순한 반복 아닌 ‘새로운 습관’
반복은 중독의 시작이다. 습관이 된 행동은 의식하지 않아도 자신도 모르게 발현된다. 단순 반복은 분명 습관화 초기 단계엔 필수지만, 익숙해진 반복 행위만 계속하면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 어렵다. 특히 직장에서 한 분야에만 적응된 경우라면 함정에 빠질 위험이 더 크다. 10년 이상 직장에서 근무하면 누구나 경력자가 되지만, 모두가 전문가는 아니다. 늘 하던 작업에는 능숙하지만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은 오히려 약해지기도 한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습관화된 자동 반응을 멈추고 훈련의 강도를 높이거나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
담배 중독이나 마약 중독도 무의식적 습관 반응을 중단하지 못해 벌어지는 결과다.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을 중단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자신의 행동을 매 순간 관찰할 수 있는 순발력과 유연성도 필요하다. 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시선을 전환하려면 필수적인 과정이다. 익숙했던 사물과 현상이 낯설게 보일 때야 비로소 새로운 통찰이 가능해진다. 반복은 힘이 세다. 습관의 강력한 힘은 새로운 습관을 지속적으로 만들 토대다. 결코 녹록하지 않은 과정이더라도 이는 곧 창의적 인간이 되는 길이다. 새로운 습관을 만드는 과정 자체를 습관화하면, 언제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
※이 칼럼은 해당 필진의 개인적 소견이며 삼성전자의 입장이나 전략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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