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사물인터넷판 훈민정음, ‘아이오티비티(IoTivity) 1.0’ 탄생의 주역을 만나다
집을 나선다. 도어록(door lock)이 집안 모든 사물들에 주인의 외출을 알린다. 전등과 난방장치는 그 말을 듣고 절전 모드로 상태를 바꾼다. 로봇청소기와 공기청정기가 서로 대화하며 집안을 정돈하고 세탁기와 식기세척기는 일사불란하게 작동하기 시작한다.
위 상자 속 내용은 일상 속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며 더는 낯설지 않은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s) 구현 환경의 한 예다. 미국 IT 분야 리서치 전문 업체 가트너는 “오는 2020년엔 208억 개에 이르는 기기들이 연결될 것”이라 예견했었다. 그 규모는 해마다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사물인터넷 시대’의 도래가 정말 머지않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런 미래로 가기까진 한 가지 해결해야 할 부분이 있다. 서로 다른 기기 간 ‘언어’를 통일시키는 일이다. 사람도 언어가 다르면 소통하기 어렵듯 기기 간에도 소통 가능한 언어가 필요하다.
우린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역사를 바꾼 사건’으로 기억한다. 최근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도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 사물인터넷 표준 컨소시엄 OIC(Open Interconnect Consortium)의 ‘아이오티비티(IoTivity) 1.0’(이하 ‘아이오티비티’) 공개가 바로 그것. 아이오티비티는 OIC에서 처음으로 발표한 첫 번째 오픈소스 프레임워크란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이번 프로젝트의 주역인 아이오티비티 개발진 5인방을 만났다(이들은 모두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소속 임직원이다).
사물인터넷 시대 열 ‘기기 간 소통 표준’ 탄생
▲아이오티비티 프로젝트의 핵심 요원 5인방. (왼쪽부터) 하지훈 책임, 정진국 수석, 서지환 선임, 홍문기 책임, 성열웅 책임
아이오티비티를 이해하려면 관련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OIC의 개념부터 알아야 한다. OIC는 △삼성전자 △인텔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사물인터넷 통신 표준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결성한 컨소시엄이다. 특히 표준화와 오픈소스를 함께 고민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OIC의 창립 멤버이자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렇게 탄생한 OIC는 기기 간 소통의 기준이 될 수 있는 아이오티비티를 발표했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개발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
▲성열웅 책임(사진 오른쪽)과 홍문기 책임은 “같은 언어로 대화해야 말이 통하듯 기기 간 의사소통에도 표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에 발표한 아이오티비티 버전은 사물인터넷 기술 표준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두 가지에 초점을 뒀다. 첫 번째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초 문법에 비유할 수 있다. ‘주어+서술어’ 등 기초적인 문장 구조를 알고 있어야 원활하게 언어를 구사할 수 있듯 이에 대한 표준을 만든 것이다.
두 번째는 ‘스마트홈 기기에 대한 정의’다. 사실상 사물인터넷의 출발점인 스마트홈 활용 기기들의 표준과 기능에 대한 세부사항을 정의했다. (사물인터넷이 구현하는 스마트홈에 관해선 지난해 9월 17일자와 올 1월 21일자 삼성전자 뉴스룸 ‘스페셜 리포트’ 참조)
“사물인터넷, 개방성과 클라우드 지원으로 보다 풍성해질 것”
▲하지훈 책임(왼쪽)과 서지환 선임은 “아이오티비티를 이용하면 서로 다른 회사가 만든 전자레인지와 냉장고도 서로 통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오티비티 프로젝트의 핵심에 관해 묻는 말에 개발진들은 하나같이 ‘개방성’이라고 입을 모았다. 완전한 오픈소스인 아이오티비티는 소유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지만, 동시에 자신이 개선하거나 개발했다고 해서 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
이와 관련해 홍문기 책임은 “사물인터넷은 다양한 사물들이 서로 통신해 개방성이 핵심”이라며 “특정 기업이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없는 만큼 다양한 기업과 개발자들이 참여해 서로 협력하고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함께 키워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이오티비티는 뛰어난 클라우드-네이티브(cloud-native) 지원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기기와 기기 간의 소통’ ‘기기와 서버 간의 소통’을 넘어 기기가 직접 ‘사물인터넷 서비스’와 통신할 수 있는 기반이 잘 잡혀있단 걸 의미한다. 정진국 수석은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누릴 수 있는 이점에 대해 “사물인터넷 기기를 개발해 서비스와 연동시키기 쉬워진 만큼 앞으로 더 다양한 기기와 서비스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물인터넷 시대의 웹(web)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정진국 수석
처음 시도되는 일인 만큼 어려운 순간도 많았을 터. 하지훈 책임은 “미래 기술을 개발하는 일인 만큼 구현해야 할 구체적 모습이 명확하지 않아 어려웠다”고 밝혔다. 함께 개발 업무를 담당한 서지환 선임은 “다양한 개발자들과의 협업 과정에서 서로의 개발 방향이 달라 많은 의견이 오갔고 이를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개발 실무뿐 아니라 전략·기획 등 큰 그림에 대해서도 하나의 표준을 맞춰가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특히 프로젝트 참여 개발진이 세계 각국에 분포해 있어 화상회의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 소통을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고 한다. 하나의 표준을 만드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시작일 뿐… 함께 꿈꾸며 다양한 시도 거듭할 것”
▲서지환 선임(사진 오른쪽)은 아이오티비티 프로젝트에 대해 “오랜만에 개발자로서 순수한 열정을 느낄 수 있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아이오티비티 프로젝트는 현재진행형이다. 앞으로 헬스케어나 스마트카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해나가며 사물인터넷의 가치를 높여갈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꿈꾸는 아이오티비티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정진국 수석은 “사물인터넷의 핵심요소는 효율·안전·편의”라며 “앞으로 다가올 사물인터넷 시대에 아이오티비티가 많은 사람에게 윤택한 생활을 제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아이오티비티는 개발자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물론 일반 사용자들 역시 일상 속 아이디어를 공유함으로써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초행길은 누구에게나 낯설고 어렵다. 하지만 많은 이의 관심과 참여가 더해진다면 아이오티비티와 사물인터넷 세상 모두 풍성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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