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이태원 지구촌축제에서 ‘쓰레기통’이 주목 받은 이유는?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서울 이태원에서 특별한 축제가 열렸다. ‘이태원 지구촌축제’(이하 ‘지구촌축제’)가 바로 그것.
지난 2008년 시작된 지구촌축제는 한국 전통문화를 전 세계에 소개하는 동시에 세계 각국 문화를 한국에 알리기 위한 축제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곳에 ‘이색 쓰레기통’ 하나가 등장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화제가 되고 있다. 축제와 쓰레기통, 과연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이태원을 찾았다.
참여 인원 170만 명! 국제적 ‘핫플레이스’ 이태원, 축제로 세계 품다
축제 기간 중 차량 진입이 통제된 거리는 세계 각지의 ‘문화’로 가득 찼다. 자국 국기를 자랑스럽게 내건 가게들엔 각국에서 공수해온 음식과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특히 저렴한 가격으로 세계 음식을 만날 수 있는 ‘세계 음식거리’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발 디딜 틈 없었다. 다양한 문화권에 속한 참가자들이 허물 없이 교류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이색 외교의 장(場)’이었다.
지나간 자리까지 아름다운 축제, ‘빼꼼 냥이 쓰레기통’이 만든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존재하는 법. 행복으로 가득해야 할 축제 현장에도 커다란 골칫거리가 하나 있다. 수많은 인파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남은, 엄청난 양의 쓰레기다. 실제로 지난해 지구촌축제 운영위원회 역시 참가자들이 남긴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빼꼼 냥이 쓰레기통은 귀여운 고양이 캐릭터를 활용, 자칫 지저분하게 느껴질 수 있는 쓰레기통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감성’과 ‘재미’를 부여했다
쓰레기 처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구촌축제 운영진의 선택은 다름 아닌 ‘빼꼼 냥이 쓰레기통’. 소프트웨어와 조도(照度) 센서를 활용, 쓰레기통 위에 쓰레기가 놓이면 자동으로 버려주는 발명품이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청소년 대상 사회공헌 프로그램 주니어소프트웨어아카데미(이하 ‘주소아’) 제2회 게릴라 미션 우수작 수상작이기도 하다.
▲빼꼼 냥이 쓰레기통을 만든 주역들. 최소리 교사, 손민혁·양찬희·박경민군, 박경은 교사(왼쪽부터). 김태우군은 주소아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독일 게임회사에 취업, 사진 촬영 현장에 함께하지 못했다
“우리 동네를 어떻게 하면 깨끗하게 만들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어요.” 빼꼼 냥이 쓰레기통은 지극히 평범한 생각에서 시작됐다. 서울 디지텍고(용산구 이태원동)에 재학 중인 손민혁·양찬희·박경민·김태우군은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동네와 환경미화원을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을 거듭했다. 그 결과, 주소아에서 배운 소프트웨어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빼꼼 냥이 쓰레기통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빼꼼 냥이 쓰레기통은 지구촌축제를 찾은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고교생 신분으로 아이디어를 실현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역사회를 도울 수 있는 아이디어가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지기 직전, 그들 눈에 우연찮게 주소아 포스터가 들어왔다. 학생들은 삼성전자 주소아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배웠고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프로그램으로 구현했다. 이후 학생과 교사들은 힘을 모아 종이상자로 틀을 만들고, 그 안에 직접 설계한 회로를 넣어 빼꼼 냥이 쓰레기통을 제작했다. 그리고 이 작품은 당당히 제2회 주소아 게릴라 미션 우수작으로 선정됐다(빼꼼 냥이 쓰레기통의 초기 형태는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어, 내 주스 컵 어디 갔지?” 아이들 시선 모으는 데도 ‘대성공’
우여곡절 끝에 올해 지구촌축제 행사장에 등장한 빼꼼 냥이 쓰레기통은 금세 방문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대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이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사람들은 쓰레기가 들어갈 때마다 고개를 빼꼼 내미는 고양이 모습에 너나 없이 신기해했다. 특히 아이들은 발걸음을 멈춘 채 넋을 잃고 빼꼼 냥이 쓰레기통을 관찰하느라 바빴다.
▲빼꼼 냥이 쓰레기통 속 고양이를 보기 위해 조금씩 아껴 마시던 주스를 단번에 들이켜는 태은양의 모습은 주변 사람들의 잔잔한 미소를 자아냈다
특히 “아버지와 함께 축제 구경을 나왔다”는 태은양은 빼꼼 냥이 쓰레기통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갖고 있던 쓰레기를 빼꼼 냥이 쓰레기통에 모두 버린 후엔 귀여운 고양이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은 맘에 조금씩 아껴 마시던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버릴 쓰레기가 다 떨어진 아이들 몇 명은 주변 쓰레기를 주워오기도 했다. 재미 요소를 더해 아이들 스스로 공중도덕을 익히게 만든 빼꼼 냥이 쓰레기통의 기발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축제 현장에 빼꼼 냥이 쓰레기통이 설치되도록 힘쓴 이정남 용산구청 폐기물관리팀 팀장(맨 왼쪽)과 김영원 용산구 미화원노조 지부장(왼쪽에서 두 번째)
여기서 생기는 궁금증 하나, 환경미화 관계자들의 눈에 비친 빼꼼 냥이 쓰레기통은 어땠을까? 이정남 용산구청 폐기물관리팀 팀장과 김영원 용산구 미화원노조 지부장은 입을 모아 빼꼼 냥이 쓰레기통 발명 학생들을 칭찬했다. 특히 김영원 지부장은 “단지 생각에 그치지 않고 환경미화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실현한 점이 무척 기특하다”고 말했다.
빼꼼 냥이 쓰레기통의 지구촌축제 참여를 제안하기도 한 이정남 팀장은 “현실화된 아이디어가 앞으로 더욱 개선돼 머지않아 용산구 전체에 빼꼼 냥이 쓰레기통이 비치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빼꼼 냥이 쓰레기통의 교육적 효과에 주목한 이 팀장은 “공립유치원에서 교육용으로 활용되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상상’을 ‘현실’로 바꿔주는 주소아의 다음 주인공은 당신!
소프트웨어를 배운 고교생 네 명의 아이디어는 빼꼼 냥이 쓰레기통이란 결과물로 탄생했고 올해 지구촌축제 행사장에서 당당한 ‘주역’으로 맹활약했다. 지금도 전국의 초·중·고교에선 다양한 소프트웨어 교육·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삼성 주소아와 함께한 청소년들은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더욱 즐겁고 가치있게 변화시키고 있다. 빼꼼 냥이 쓰레기통에 이어 이번엔 또 어떤 창의적 아이디어가 세상에 선보이게 될까? 생각을 현실로 구현시켜주는 주소아, 그 새로운 주인공은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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