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기자단] 첨단소재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를 찾다
어떤 물질을 발견하고 이를 이용하는 일은 인류 역사에서 늘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구리와 주석을 이용한 '청동기 혁명'이 그랬고 철과 석탄이 가져온 '산업 혁명'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문명이 어떤 물질의 발견에 의해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 역시 열려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은 그 '어떤 물질'이 될 가능성이 있는 소재 하나를 소개하려고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그래핀(Graphene). 그래핀이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서로 연결돼 2차원 평면 구조를 이루고 있는 물질을 말한다. 복잡한 설명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면, 연필심으로 사용되는 흑연을 생각해 보자. 그래핀이란 흑연을 이루는 아주 얇은 층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눈으로 볼 수 없을 만큼 매우 얇고 투명한 데다 반도체에 쓰이는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 이동성이 빠르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철보다 200배 이상 강도가 높고 열전도율은 다이아몬드의 2배 이상이며, 투명하면서도 신축성까지 뛰어나다. 가히 ‘꿈의 소재’라 부를 만하다.
▲ 그래핀의 구조
삼성전자가 이런 그래핀 기술에서 선도적인 위치에 있다는 것은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래핀 관련 시장 규모는 점차 증대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를 이용한 완제품과 그래핀 생산에 필요한 기계장비들의 시장규모 또한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미래의 먹거리로 그래핀을 택해 지속적으로 연구해왔고, 그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어떤 점에서 그럴까?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은 획기적인 방법으로 그래핀을 분리해낸 안드레 가임,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이상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전까지 그래핀은 여러모로 흥미로운 물질이지만 실제로 흑연에서 분리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2차원 결정은 표면 에너지가 매우 높아 불안정하기 때문에, 잠깐 만들어낸다 한들 그것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당시 학계의 분석이었다. 저명한 과학자들과 기업들이 그래핀을 분리해내려는 온갖 시도를 했었지만, 결과는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교수는 그래핀을 분리하는 방법을 고안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가임 교수와 노보셀로프 교수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했다. "흑연도 탄소의 결정체잖아. 그럼 그냥 흑연에다 스카치테이프를 붙여서 떼어내면 그래핀이 분리되지 않을까?" 이 예상은 정확히 적중했다. 흑연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이면, 그래핀 표면과 스카치테이프의 접착력으로 인한 결합이 그래핀 사이의 결합보다 더 강해지게 되고, 이 상태에서 테이프를 떼내면 그래핀이 스카치테이프에 붙은 채 떨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그래핀을 합성하기 위한 방법은 수없이 많이 나왔지만, 현재까지도 이 스카치테이프를 이용한 방법보다 질적으로 나은 그래핀을 얻는 방법은 없다. 가장 순수하면서 전자 이동도 또한 높은 그래핀을 얻기 위해서는 스카치테이프를 써야만 한다. 다만, 떼어낼 수 있는 면적에 한계가 있어 이것을 산업적으로 이용하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큰 면적의 그래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 그래핀의 활용 가능 분야
그래핀을 본격적으로 산업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은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2009년 삼성전자와 성균관대가 세계 최초로 탄소 가스로부터 대면적 고품질 다층 그래핀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해낸 것. 곧이어 이효영 성균관대 교수가 상온에서도 흑연에서 그래핀을 박리 분산,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해 삼성전자와 성균관대는 금속 촉매가 아닌 반도체 위에서도 고품질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래핀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현재 상용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디스플레이, 특히 플렉서블(flexible) 디스플레이 분야다. 그래핀은 엄청난 강도와 투명성을 갖추고 있다. 구부려도 부서지지 않을 만큼 강하고, 거기다가 투명해서 빛을 잘 투과시킬 수 있다면 당연히 스마트폰, TV, 웨어러블 컴퓨터 등에 활용할 수 있는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핀은 또 용량을 현재보다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2차전지 쪽에 응용할 수도 있다. 정말 활용도가 무궁무진한 셈. 이런 높은 활용도와 원천기술의 확보는 삼성전자의 미래가 될 수 있는 그래핀의 가치를 그만큼 높여준다고 할 수 있다.
나노카본합성 분야의 전문가인 한종훈 전남대 응용화학공학부 교수는 “아직 그래핀의 상용화를 논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다"면서도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현재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인 대면적의 고결정성 그래핀 제조기술, 그래핀 양산화 기술 등의 상용화 장벽들을 걷어낼 수 있다면 소재 강국의 꿈도 머지 않아 실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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