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보고 싶게, 한 번 보면 빠져들게!” SUHD TV 디자이너들, 1년여의 사투를 회상하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TV 시청 방해 요소’는 뭔가요? 가끔 그 대답이 ‘TV 자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두꺼운 베젤과 주변에 널린 잡동사니들, 기기 뒷면의 복잡한 전선까지…. 삼성전자 TV 디자이너들이 ‘360도 어디서 봐도 아름다운’ TV를 고민하기 시작한 건 바로 그 때문입니다. 단순히 예쁜 TV를 만드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용자가 최대한 몰입할 수 있는 시청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목한 거죠. 2016년형 삼성 퀀텀닷 디스플레이 SUHD TV(이하 ‘SUHD TV’)는 바로 그 해답이고요. SUHD TV 디자인 이면의 흥미진진한 뒷얘기, 삼성전자 뉴스룸이 디자이너 3인과의 인터뷰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세계 최초 베젤리스 커브드 TV인 2016년형 퀀텀닷 디스플레이 SUHD TV를 디자인한 삼성전자 VD사업부 디자이너들. (왼쪽부터)이규복 선임, 조철용 수석, 이재능 선임
화면은 띄우고 베젤은 없애고… 주변 기기와도 어울리게
SUHD TV를 정면에서 보면 화면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실제로 스탠드에서 화면 아랫부분까진 한 뼘 정도의 공간이 있죠. 그뿐 아닙니다. SUHD TV에선 여느 TV 화면 테두리를 장식하고 있는 베젤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메탈로 제작된 스탠드는 얇고 고급스럽죠. 조철용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제품디자인그룹 수석은 “SUHD TV 디자인의 출발은 사용자가 몰입할 수 있는 시청 환경 조성이었다”고 말합니다. 겉보기에 아름다우면서도 최대한 TV 시청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한 거죠.
조철용 수석에 따르면 TV 화면을 ‘떠 있는 듯’ 보이게 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얇은 스탠드가 큰 화면을 안정적으로 받치려면 무게중심을 잘 잡는 일이 중요했는데요. 조금씩 중심을 바꿔 테스트하며 정확한 무게중심을 찾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지면에서 화면까지의 높이를 충분히 설정한 건 사운드바·홈시어터 등 주변 기기와의 조화까지 고려한 결과입니다. TV 아래쪽에 사운드바 같은 제품을 올려놔도 화면이 답답해 보이지 않도록 말이죠.
‘사용자가 원하는 궁극의 TV는 베젤이 전혀 없는, 이를테면 영화관 스크린 같은 화면을 갖춘 TV가 아닐까?’ 세 사람은 “아무리 얇은 베젤도 몰입에 방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커브드 TV 베젤은 화면의 곡선을 잡아주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아예 없애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이규복 삼성전자 VD사업부 제품디자인그룹 선임은 이번 작업에 대해 “TV 내 모든 부품의 조립 순서를 전부 거꾸로 바꿔야 할 만큼 완전히 새로운 시도였다”고 회상했습니다. “디자인팀은 물론, 패널·기구·화질 등을 담당하는 부서들이 처음부터 함께했기에 세계 최초의 베젤리스 커브드 SUHD TV가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죠.
나사 하나 안 보이는 뒷면, 360도 어디서 봐도 매끈하게
사실 TV를 ‘어딘가로 이동시켜 사용하는 가전’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이제껏 많지 않았습니다. ‘거실의 중심을 지켜주는 가전’이란 통념이 훨씬 더 강했죠. 그런데 이런 생각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이재능 삼성전자 VD사업부 제품디자인그룹 선임은 최근 인테리어 분야에서 ‘멀티 공간(multi space)’이 부각되고 있단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멀티 공간의 관점에서 거실은 때론 서재가, 때론 방이, 때론 거실이 됩니다. “이제 TV는 어느 공간에 배치해도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이 선임의 말에서 SUHD TV가 왜 일명 ‘360도 디자인’을 갖추게 됐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재능 선임은 “오늘날 TV는 더 이상 거실 한쪽 벽면을 지키는 가전이 아니며, 어느 공간에 둬도 자연스레 어울리는 가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SUHD TV 후면을 보면 메탈 소재를 채택, 마감 처리가 고급스럽단 인상을 줍니다. 나사를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도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인데요. 후면 나사를 보이지 않게 하려면 설계 단계에서부터의 협업, 그리고 기술적 뒷받침이 필수입니다. 이재능 선임은 “나사를 보이지 않게 하려면 일정 두께가 확보돼야 하는데 개발팀의 적극적 협조 덕분에 뒷면까지 아름다우면서도 얇은 TV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나사 하나 볼 수 없는 SUHD TV 후면은 디자인팀과 개발팀 간 긴밀한 협업의 결과물입니다
SUHD TV 후면에 메탈 소재를 채택한 이유에 대해 세 사람은 “시계처럼 잘 세공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소재 자체를 강조하기보다 ‘이 소재를 활용해 어떤 감성을 불어넣을까?’를 더 고민한 결과죠. 이들은 메탈 소재의 최적 활용 사례를 찾기 위해 덴마크에 위치한 시계방까지 방문했다고 합니다.
▲“메탈 소재 가공법을 연구하기 위해 덴마크까지 가 현지 시계방을 뒤졌다”는 이규복 선임
TV 후면과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골칫거리 중 하나는 복잡하게 얽힌 선(線)입니다. 이재능 선임은 “TV 후면은 보통 셋톱박스나 홈시어터 등 각종 주변기기 연결 선들로 어지럽기 마련인데, 원커넥트를 이용하면 최소한의 선만 노출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원커넥트는 TV와 주변기기 전선을 한데 모아 가려주는 기기인데요. 갈수록 더 많은 주변기기가 TV에 연결되는 상황에서 TV 사용자가 꼭 원했던 기능이 아닐까 합니다.
‘공간 조화’ 연구하려 세계 각국 집 빌려 직접 살아보기도
이들은 ‘공간에 녹아드는 TV’를 디자인하기 위해 도쿄(일본)·런던(영국) 등 세계 각국의 집을 빌려 직접 살아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SUHD TV엔 이 같은 ‘상주(常住) 조사’에서 얻은 인상과 아이디어가 집약돼 있죠.
1년여의 노력이 배어 있어서일까요, 이날 만난 디자이너들의 자부심은 유독 남달랐는데요. 이규복 선임은 특히 “자세히 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디테일(detail) 하나하나를 눈여겨 봐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실제로 SUHD TV 하단 중앙엔 ‘명품 클러치 백 배지(badge)’를 연상시키는 삼성 로고가 반짝입니다. 작은 부분이지만 사용자에게 삼성전자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려는 의도라고 하는데요. 이 선임은 “손잡이만 잡아도 척 알아본다는 명품 자동차처럼 SUHD TV에서 삼성전자만의 가치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귀띔했습니다.
SUHD TV는 환경 친화성까지 고려한 제품이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이규복 선임은 “두께를 줄이는 과정에서 부품 개수가 줄고, 두께가 얇아지니 포장이 간소해지는 등 다방면에서 친환경 요소를 강화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한 “정직한 소재를 잘 다듬어 만들다보니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후(後)가공 작업이 확 줄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사용자에 대한 배려를 아름다움으로 구현해낸 SUHD TV 디자인 탄생 뒷얘길 들으셨는데요. 새로운 가전제품 하나를 디자인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의 땀과 노력이 들어가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들이 내놓을 차기작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는 시간이기도 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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