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90% 앱(app)에 들어가는 이것은? 답: OOOO’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 2018’ 현장]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서울 신반포중학교 1학년인 박솔우 양이 질문을 던지자, 오픈소스 업계 리더인 ‘리눅스재단’ 짐 젬린 대표가 답을 건넨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식이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원천이 되는 시대입니다. 지금도 세계의 수많은 개발자들이 무상으로 소스코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미래가치의 핵심인 데이터 공유를 가장 쉽고 빠르게 하는 방법, 그것이 바로 오픈소스니까요.”
10월 17일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 2018’ 현장. 5회를 맞은 올해 나이, 직업, 국경을 넘어 1,500명이 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 학생, 스타트업 종사자들이 모여 오픈소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공유했다.
매일 1,000개 프로젝트 생성…인기만점 ‘오픈소스 샌드위치’
‘글로벌 기업의 오픈소스 동향’을 주제로 무대에 오른 짐 젬린 대표는 “오늘날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현재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는 2,300만 명에 다다르고, 하루에 1,000여 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새로 공개되고 있다. 짐 젬린 대표는 “어마어마한 양의 소프트웨어를 생산해낼 수 있는 오픈소스는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혁신을 구축해 가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시스템”이라고 정의했다.
가장 쉬운 예가 바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제작이다. 짐 젬린 대표는 이를 ‘오픈소스 샌드위치’라고 표현했다. 가장 밑에 기본이 될 뼈대(Framework)를 깔고, 그 위에 핵심이 될 커스텀 코드(Custom code)를 올린다. 마지막으로 오픈소스를 활용해 덮어주면 하나의 앱이 완성된다는 것. 그는 “이와 같은 방식으로 현존하는 앱의 90% 정도에 오픈소스가 녹아있다”고 가늠했다.
핵심은 바로 중간에 쌓는 커스텀 코드다. 소비자들이 앱을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 담아내야 하기 때문. 짐 젬린은 “나머지 과정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쉽게 해결할 수 있기에, 개발자들은 이 커스텀 코드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다”면서 “이런 선순환을 구축하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 커다란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거대한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삼성전자의 전략은? 삼성리서치 최승범 기술전략팀장(전무)은 “오픈소스는 협업을 이용한 혁신”이라고 정의하며,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5세대(5G) 네트워크, 스마트 머신, 엣지(Edge),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미래 기술들을 기반으로 한 오픈소스 업체들과 협력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소스 프로세스가 더 체계적으로 지속되기 위해 오픈소스가 기술개발의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팀장은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집단지성 플랫폼인데, 삼성전자는 ‘모자이크(MOSAIC)’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면서 “새로운 미래 기술을 선행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외부 오픈소스 방식을 사내 개발 문화로 전파하는 이너소스(Inner Source)를 추진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꿈나무 개발자’ 발표부터 톡톡 튀는 앱 소개까지
10살에 안드로이드 앱 개발을 처음 시작해 올해 4년차에 접어든 ‘꿈나무 개발자’ 박솔우 양.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앱인벤터[1] 그룹이 선정하는 2018년 이달의 앱 수상자이기도 한 박양은 “지난해 ‘삼성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에 참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면서 오픈소스를 활용해 앱을 개발했던 모험담을 풀어냈다.
박양은 6개월 동안 진행된 이 대회에서 ‘리드 마이 퓨처(Read My Future)’라는 앱을 만들었다. 평소 책을 좋아하다가 모바일 형태의 독서 일지 아이디어를 떠올린 것. 그는 “ISBN으로 책을 스캐닝해 앱에 등록하면 책과 관련한 퀴즈를 풀고, 느낀 점을 쓰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면서 “다른 앱들과 차별점을 주기 위해 ‘미래’라는 탭을 만들었는데, 현재 독서습관 등을 분석해 미래 롤 모델을 매칭시켜준다”고 설명했다.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오픈소스를 활용해 극복했다. “개발 도중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MIT 앱인벤터에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해주는 커뮤니티가 있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해당 커뮤니티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박양은 이제 다른 개발자들의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개발자들끼리 서로를 도와야 한다(Developers, help others)’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당차게 얘기했다.
‘삼성 오픈소스 컨퍼런스 2018’에선 삼성전자의 최신 기술부터 스타트업 기업들의 솔루션까지, 20개의 부스로 꾸려진 전시장도 운영됐다.
‘삼성 인터넷 VR’ 존에선 기어 VR을 직접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영상, 웹서핑 등 다양한 콘텐트를 가상현실(VR)에 최적화한 ‘삼성 인터넷’ 웹 브라우저로 구현, 더 생생하고 몰입감 넘치는 체험을 지원했다. 또한, ‘Tizen .NET’ 부스에서는 스마트 TV, 갤럭시 기어에서 손쉽게 앱을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로봇과 사람이 같은 공간에서 협력하며 일할 수 있을까’란 궁금증을 해소하는 부스도 마련했다. ‘픽잇(Pick-it)’은 제품의 위치, 방향, 치수를 3차원(3D)으로 측정해 정확하게 운반한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작동시킬 수 있을 만큼 간편한 소프트웨어로 구성돼, 다양한 산업에 응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삼성전자가 후원한 스타트업 히든트랙은 일정 구독 서비스 ‘린더’를 선보였다. 스포츠 더비경기, 대학교 학사일정,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방영 일정 등 소비자들의 취향별 데이터를 수집해 전달하는 앱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 플랫팜은 메신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키보드 등 다양한 플랫폼에 이모티콘을 스트리밍으로 표출하는 ‘모지톡’을 공개했다. 이 앱은 사용자들의 글자를 분석해 2만여 가지 이모티콘을 추천·발송하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 서비스다.
이밖에 이번 컨퍼런스에선 ‘엣지 컴퓨팅의 미래’, ‘인공지능 활용 사례’, ‘명함 크기 컴퓨터’ 등 다양한 발표세션과 해커톤, 아이디어 챌린지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1]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용 응용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오픈소스 웹 애플리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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