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린 만드는 개발자, 노인천 책임

2014/08/27 by 삼성전자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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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개발자’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대개 영화 속에서 개발자는 알 수 없는 언어들로 가득한 모니터 앞에서 쉴 틈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으로 묘사되곤 하는데요. 여기, 컴퓨터만큼이나 음악을 사랑한 개발자가 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것뿐 아니라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바이올린을 손수 제작하기까지 하죠. 최첨단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인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품질그룹 책임을 소개합니다.

 

불빛에 이끌려 들어간 곳에서 만난 바이올린

서울 예술의전당 앞에 위치한 서초동 악기거리는 악기를 사고파는 사람부터 만들고 고치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데요. 악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골목 구석구석 자리 잡아 형성된 곳입니다. 조용한 듯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활기로 가득한 이곳의 한 바이올린 공방에서 노인천 책임을 만났는데요. 나무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공방 안에서 그는 마에스트로의 지도 아래 바이올린 손질에 한창이었습니다.

바이올린 만드는 과정(공구와 재료들)▲바이올린을 만드는 재료들

“바이올린을 만든 지 벌써 4년이나 흘렀네요. 주말마다 공방에서 틈틈이 작업하고 있습니다. 전공자도 아니고 손재주가 좋은 편도 아니라 느리긴 하지만, 꾸준하게 하나씩 만들고 있답니다.”

쑥스러운 듯 웃는 노인천 책임은 다시 바이올린 제작에 집중했습니다. 사실, 노인천 책임은 TV 사용성을 점검하는 개발자입니다. 음악을 좋아해 삼성전자 디지털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콘트라베이스 주자로도 활동했다는데요.

바이올린 만드는 개발자 – 노인천 책임(VD)▲바이올린 만드는 개발자, 노인천 책임

어느 늦은 저녁, 콘트라베이스를 수리하기 위해 악기점을 찾았다가 우연히 이곳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어두운 골목길을 환히 비추던 불빛과 창문 너머로 보이는 바이올린에 홀리듯 문을 두드렸고, 그것이 공방과의 첫 인연이 됐다고요.

 

바이올린 1대 제작에 꼬박 2년 반 걸려

“바이올린과 콘트라베이스는 구조가 비슷해요. 비율의 차이죠. 자기 악기를 직접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너무나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바이올린을 배우고 싶다고 선생님을 졸라 제자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단지 의욕 하나로 바이올린 제작에 뛰어든 노인천 책임. 하지만 악기를 직접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거치지 않는 곳이 없을 뿐더러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르고 깎고 붙여야 했습니다. 딱딱한 나무를 수없이 깎은 탓에 손에 물집이 잡히는 건 흔한 일이었죠. 지금까지 완성한 바이올린은 단 하나뿐이라는데요. 이를 완성하는 데 2년 반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바이올린 안에 새긴 글귀. ‘제자 노인천, 박준배 마에스트로를 사사(師事)하다’▲바이올린 안에 새긴 글귀. ‘제자 노인천, 박준배 마에스트로를 사사(師事)하다’

자신이 직접 만든 바이올린으로 즉흥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노인천 책임▲자신이 직접 만든 바이올린으로 즉흥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노인천 책임

사실 기성품을 산다면 단 두 시간 만에 손에 넣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 꼭 하나뿐인 악기를 손에 넣기 위해 2년 동안 주말을 작업대에서 보냈습니다.

노인천 책임에게 처음 만든 바이올린은 보물 1호라고 합니다. "어느 작은 부분 하나도 쉽게 만든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는데요. 특히, "맨손으로 바이올린의 섬세한 곡선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어려웠다"고 하네요. 첫 번째 바이올린 제작 경험을 발판 삼아 지금은 두 번째 바이올린을 만들고 있다고요.

바이올린을 만드는 노인천 책임▲바이올린의 매끄러운 몸통을 만들기 위해선 수많이 나무를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노인천 책임이 요즘 몰두하고 있는 작업은 바이올린 앞·뒤 목판을 깎는 단계인데요. 쉴 틈 없이 칼로 나무를 깎아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점점 그의 손끝에 집중하게 됩니다. 수십 번, 수백 번 해야 하는 칼질은 그에게 있어 무척 중요한 일입니다. 맨손으로 나무를 다듬어 바이올린의 완벽한 곡선을 얻어내기 위해선 필수로 거쳐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작업장에서 환한 미소로 촬영하고 있는 노인천 책임.▲노인천 책임은 "남들보다 느리더라도 손수 만드는 바이올린이라는 것 자체에 기쁨을 얻는다"고 합니다.

바이올린을 제작하다보면 자연스레 오랜 시간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느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이올린에 쓰는 나무만 봐도 알 수 있죠. 나무를 벤 뒤 바로 쓰지 않고 오랫동안 말려서 틀어질 대로 틀어진 다음에야 조각 내 악기를 만든다는데요. 나무가 완전히 마른 상태에서 잘라야 나무 변형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0년, 20년 이상 인고의 시간을 거친 나무만이 좋은 악기로 탄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내 자식같은 바이올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악기

‘개발자’라는 그의 이력은 공방에서도 꽤나 독특합니다. 그는 해외 유명 바이올린 제작 학교를 다니는 사람, 바이올린 연주자 등 예술 전공자 사이에서 홀로 IT 개발자이면서도 바이올린 제작에 대한 열정을 멈추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준배 마에스트로(오른쪽)와 포즈를 취한 노인천 책임(왼쪽)▲박준배 마에스트로(오른쪽)와 포즈를 취한 노인천 책임

“세상에 딱 하나밖에 없다는 게 수제 바이올린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직접 만들었으니, 제 자식 같기도 하고요. 스스로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바로 손볼 수도 있죠. 작은 꿈이 있다면 먼 훗날 조그만 공방에서 바이올린과 현악기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장인이 되고 싶습니다.”

노인천 책임은 마음 가는 대로 따르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합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음악을 하고, 음악을 하다 보니 음을 들려주는 악기에 관심이 생기고, 관심이 있으니 만들게 됐다고요.

그가 만든 악기가 여러 사람의 손에서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줄 날이 올까요? 노인천 책임의 작은 꿈이 실현되는 날, 또 한 번 투모로우가 만나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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