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녹색경영 특집]_② 버려진 가전제품, 새 생명을 얻다
수명이 다한 가전제품은 어떻게 될까요? 부모님의 신혼 추억이 담긴 냉장고, 어린 시절 만화영화를 보여주던 TV 등은 어쩌면 버려져 쓰레기가 되거나 이름 모를 고물상에 팔려가 산산조각이 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가전제품들은 곱게 분해돼 새 가전제품을 만드는 자원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1998년 충남 아산시 둔포면에 아산리사이클링센터(이하 ‘아산RC’)를 설치하고 국내 최초로 가전제품 재활용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아산RC는 말하자면 가전제품의 ‘무덤’이자 ‘요람’입니다. 못 쓰게 된 가전제품을 파쇄해 각종 유가물(자원)로 재탄생시키기 때문입니다.
경제 위기 속에서 탄생한 ‘국내 1호 재활용센터’
갑작스럽게 경제 위기가 찾아와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할 때가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 경제는 큰 위기를 겪고 있었고 기업들은 저마다 투자를 줄이며 긴축 재정에 돌입했는데요. 이와 달리 삼성전자는 무려 345억 원을 투자해 최신 설비를 갖춘 재활용센터를 건립했습니다. 단기 이익보다 장기적인 친환경 효과를 바라본 투자였죠.
건립 이후 아산RC는 국내 재활용센터의 표준 모델로 우뚝 서며 가장 큰 규모로 운영돼 왔는데요. 아산RC에는 놀라운 비밀이 하나 숨어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운영하는 재활용센터이지만 아산RC는 단순히 삼성전자의 가전제품만을 취급하지 않고 타사의 가전제품까지 수거합니다. 가전제품의 운송 비용을 줄이기 위해 타사의 재활용 센터와 협약을 맺어 제조사와 상관없이 가까운 거리의 가전제품을 처리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죠.
삼성전자의 아산RC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총 8개의 재활용센터가 권역별로 수거한 가전제품을 처리하고 있는데요. 주요 처리 대상은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프린터, 토너 카트리지 등입니다.
재활용은 전(前)처리와 파쇄, 자동화 선별 등 세 단계에 거쳐 진행되는데요. 지금부터 수거된 가전제품이 어떻게 새 생명을 얻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단계1_전처리 과정: 일일이 사람 손 거쳐 ‘꼼꼼 분해’
가전제품의 재활용 과정을 엿보기 위해 아산RC의 작업현장에 들어섰습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큰 벨트컨베이어 양옆으로 임직원들이 나란히 서서 가전제품을 분해하고 있었습니다.
재활용의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전처리 과정은 유일하게 사람 손이 가장 많이 가는 공정인데요. 아산RC에서 전처리 과정을 담당하는 작업자만 총 32명이나 됩니다.
작업자들은 냉장고의 냉매와 콤프레서를 분리하고 세탁기의 모터와 회전통을 떼어내는 작업을 하는데요. 파쇄되면 가치가 떨어지는 PCB(폴리염화바이페닐) 기판과 전선도 손수 분리합니다.
최근에는 냉장고의 냉매가 친환경 냉매로 바뀌어 환경 피해가 적은 편이지만, 구형 냉장고의 냉매는 공기 중에 퍼졌을 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고 하는데요. 아산RC는 작업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해물질을 완벽히 차단하는 곳으로도 유명합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냉매 포집 설비를 설치하는 건 물론, 회수한 냉매는 전문 업체에 전달해 안전하게 처리한다고 하는데요. 정말 믿음직스럽습니다.
단계2_파쇄 과정: 커다란 제품이 순식간에 작은 쇳조각으로
전처리 공정에서 직원들이 파쇄기에 투입할 수 없는 부품을 분리하면 가전제품은 파쇄기로 이동합니다. 300마력의 강력한 파쇄기는 냉장고와 세탁기 등 덩치가 큰 가전제품들을 통째로 집어 삼켜버리는데요. 가전제품들이 파쇄기에 빨려 들어가 작은 쇳조각으로 변하는 과정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아산RC는 파쇄 공정에서도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공기 오염을 일으킬지 모르는 분진을 완벽히 걸러내는 집진 설비를 갖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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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계3_선별 과정: 철·구리·알루미늄… ‘화려한 부활’
얼마 전까지 커다란 몸집을 자랑하던 가전제품은 파쇄 공정을 거쳐 작은 조각이 됐습니다. 이제 재활용을 위한 마지막 단계만이 남았는데요. 금속을 자동으로 분류하는 선별 공정이 그것입니다.
자동화 선별 공정을 통해 1차로 철과 비(非)철 금속을 나누고 비철 중에서도 구리와 알루미늄, 플라스틱, 기타 우레탄으로 2차 분류를 합니다. 이렇게 하면 재활용의 모든 과정이 마무리되는데요.
아산RC에서 재활용을 통해 생산된 자원은 지난해에만 철 1만2000톤, 구리 200톤, 알루미늄 400톤, 플라스틱 4400톤이라고 합니다. 수명을 다한 가전제품을 재활용해 찾은 값진 자원인데요. 이렇게 탄생한 재생자원들은 각각 중간 수집소를 거쳐 제강사 등 대규모 업체에 매각됩니다. 이후 새로운 철, 구리 등이 되어 다시 가전제품으로 만들어지는데요. 결국은 정들었던 가전제품들이 우리 품으로 되돌아오는 셈입니다.
“수명 다한 가전 재활용, 환경 보존의 지름길입니다”
5년 전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는 곽동완 아산RC 대표는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에서 근무했었습니다. 그는 제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부터 시작해 지금은 제품이 제 몫을 다하고 돌아왔을 때 다시 새 생명을 부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가전제품에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곽동안 대표를 만나 재활용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봤습니다.
“철 1톤을 생산하려면, 얼마나 많은 산을 파괴해야 할까요?”
곽동완 대표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었습니다. 어림짐작해봐도 1톤의 철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푸르른 우리 강산이 상당 부분 훼손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 그는 “수명을 다한 세탁기나 냉장고에서 철 1톤을 만들어 내는 만큼 환경은 보존되고 비용은 줄어든다”며 재활용센터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이어 그는 재활용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환경을 지키는 일도 어려워진다는 생각을 내비쳤는데요. 아산RC에서 직접 보았듯, 누군가에게는 쓰레기로만 보이는 폐가전제품들은 이곳에서 귀중한 원료가 됩니다. 곽동완 대표는 “아산RC 임직원들은 도시 광산의 광부이자 재활용 전도사라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어쩌면 그들이야말로 환경을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곽동안 대표는 ‘폐가전제품’이라는 말도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폐(廢)’라는 표현 자체가 부정적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수명이 다한 가전제품에서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는 것’이 새 자원으로 가전제품을 만드는 일보다 위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요? 아마 쓰레기로 버려질 뻔한 가전제품에서 귀중한 새 생명을 찾았기 때문일 텐데요. 그런 만큼 재활용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많은 사람들이 아낌없는 관심을 보내줘야겠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국내 최고 수준의 환경분석랩(lab)을 소개할 텐데요. 삼성전자의 녹색경영 이야기,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삼성전자 녹색경영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 녹색경영 특집]_① 친환경 정책 한 길, 결실을 맺다
☞ 여기서 잠깐!
못 쓰게 된 가전제품, 무료 수거 신청은 이렇게
제품 내부의 쓰레기를 제거한 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에서 운영하는 폐가전무상배출예약시스템(☎1599-0903)에 가전제품 재활용을 신청해주세요. 대형 폐기물 스티커를 부착할 필요 없이 무료로 가전제품을 수거해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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