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① 삼성전자, 디자인에 눈 뜨다(1969-1992)
기술이 보편화되면 될수록 사람들은 ‘기술’보다 ‘디자인’에 관심을 갖습니다. 엄청난 기술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 한 보편화 된 기술은 소비자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죠.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에 관심을 갖는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일찍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지한 삼성전자는 1970년대부터 디자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습니다. 1971년 영업부 판촉과 소속 제품 디자인으로 출발한 삼성 디자인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진화했는데요. 과거 장식에 그쳤던 디자인은 제품 외관 설계와 차별화를 통해 점차 전략과 기획의 출발이자 경영의 핵심이 됐죠.
이제 삼성전자에서 디자인은 외적인 아름다움과 감성의 영역을 넘어 사용자와 사회·환경에까지 의미 있는 변화와 가치를 만드는 ‘가치 창조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는데요. 삼성투모로우에서는 삼성 디자인이 걸어온 40년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 삼성 디자인이 나아갈 길을 알아보려 합니다.
삼성전자 최초의 제품 디자이너 탄생
1969년 설립된 삼성전자의 디자인은 ‘디자인’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1971년에 출발했습니다. 이 시기 디자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제품 설계가 끝난 뒤 외관을 장식하는 것에 불과했는데요. 1980년대부터 제품 디자인이 상품 차별화의 도구로 활용되면서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됐죠.
삼성전자는 1971년 영업부 판촉과 소속으로 1명의 디자이너를 채용하며 본격적으로 디자인에 관심 갖기 시작했는데요. 공업 디자이너로 삼성전자에 입사한 홍성수 명예교수가 그 행운의 주인공이었습니다.
홍 교수는 삼성전자의 첫 제품 디자이너로 중앙일보에 난 공업 디자이너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고 하는데요. “ ‘공업 디자인이 뭔가요?’라는 첫 질문으로 면접이 시작됐다”며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포괄적인 면접관의 질문에 홍 교수는 시장조사·경쟁사 조사·모델링 작업 등을 거쳐 제품을 양산화하는 공업 디자인의 과정을 10분가량 이야기했다고 하는데요. 보통 3분 이내로 답변을 끝내야 하는데 면접관들은 홍 교수의 이야기를 중지시키기는커녕 매우 관심 있게 들었다고 합니다.
보름이 지났을까요. 홍 교수는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는데요. 2~30명의 지원자 중 합격자는 오직 홍 교수뿐이었다고 하네요.
시작은 한 명의 디자이너였지만 삼성 디자인은 추후 설계팀, 종합연구소를 거쳐 1983년엔 삼성전자 통합 디자인실로 승격, 분리됐는데요. 삼성 디자인의 규모가 점차 확장되며 총 55명의 디자이너가 삼성전자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을 선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디자인 경영, 대단원의 막을 열다
삼성 디자인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말이 ‘디자인 경영’입니다. 일찍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한 삼성전자는 디자인 경영에 힘써왔는데요. 사내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삼성 굿 디자인전’을 열어 디자이너들이 마음껏 열정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든 것은 물론, 해외 출장의 기회를 줘 선진 문물을 접할 수 있게 했습니다.
1983년 서울 로열 호텔에서 처음 열린 ‘삼성 굿 디자인전’은 당시 디자이너들의 창작 열망을 해소해주는 유일한 창구였는데요. 항상 경쟁사의 제품을 염두에 두고 제품을 디자인하던 디자이너들이 이날만큼은 자신의 창작 욕구를 마음껏 발산했다고 하네요.
▲ 삼성 굿 디자인전 현장(왼쪽)과 삼성 디자인 도쿄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디자이너들(오른쪽)
또 디자이너들에겐 드물지만 해외 출장의 기회도 주어졌습니다. 해외 출장은 디자이너들에게 특전과 같은 느낌이었는데요. 하지만 디자인 지사가 없었던 시절 해외 출장은 주로 전시 지원이나 참관에 불과했습니다.
삼성전자는 1987년부터 본격적인 디자인 경영을 실시했습니다. 삼성전자는 해외 디자인 연구를 위해 동경에 최초로 삼성 디자인 도쿄 연구소(SDT, Samsung Design Tokyo)를 설립하고 디자이너들에게 선진 디자인 기법과 프로세스를 전수했는데요.
이때 삼성전자는 일관된 상품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기 위해 수원 생산라인 개발부서 소속이었던 디자인팀을 분리, 상품기획 조직과 통합했습니다. 그 결과, 서울엔 새롭게 ‘상품기획센터’가 신설됐는데요. 디자이너와 디자인 조직의 역량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본적인 틀을 갖춰지면서 삼성 디자인은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아날로그 디자이닝, 그것이 궁금하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삼성 디자인의 태동기를 알아보면서 ‘디지털이 발달되기 전 디자이너들은 어떻게 제품 디자인을 했을까’라는 궁금증이 생기셨을 겁니다. 삼성전자는 이 시기를 ‘아날로그 디자이닝’ 시대라 정의하는데요.
아날로그 디자이닝 시대의 디자인은 △디자인 콘셉트 맵 작성 △아이디어 스케치 △렌더링 △2D 드로잉 △ 소프트 목업 △하드 목업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디자이너들은 제품 디자인을 할 때 가장 먼저 디자인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수집된 카탈로그를 오려 붙이는 이미지 맵핑 작업을 하는데요. 이를 디자인 콘셉트 맵 과정이라 부릅니다.
디자인 콘셉트가 결정되면 바탕으로 사인펜이나 마카펜으로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는데요. 당시엔 스케치 능력이 좋으면 우수한 디자이너로 여겨지기도 했습니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마치면 몇 가지 안을 선택, 도면의 바로 전 단계인 정밀한 렌더링 작업에 들어가는데요. 제품 디자인의 한 부분이 달라지면 전체를 다시 그려야 해 디자이너들이 꼬박 밤을 지새우는 일도 많았다고 하네요.
렌더링을 통해 디자인 안이 좁혀지면 도면 작업을 시행하는데요. 작업이 진행되면 될수록 디자인 도면은 점차 설계 도면에 버금갈 정도로 복잡성과 전문성을 띠게 됩니다.
아주 중요한 모델이거나 입체적인 형상 확인 꼭 필요한 제품 디자인은 하드 목업 전에 소프트 목업 작업을 거치기도 합니다.
목업은 제품의 실제 크기로 디자인 모형을 만드는 작업을 말하는데요. 하드 목업은 실제 제품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감 있게 완성됩니다.
아날로그 디자이닝의 긴 과정을 거쳐 최종 제품 디자인이 결정되면 제품은 그제야 설계 이관과 제작 작업에 넘겨지는데요. 한 제품이 탄생하기까지 디자이너들이 정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의 모습과는 달리 삼성 디자인의 시작은 미비했습니다. 하지만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를 통해 삼성 디자인은 조금씩 성장해 나갔는데요. 단 한 명의 디자이너로 시작했던 삼성 디자인이 이젠 기술과 감성을 아우르는 디자인으로 전 세계 소비자들을 감동시킬 정도죠.
이어지는 연재에선 삼성전자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하는데요. 많은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이전 콘텐츠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② 최후 승부처는 디자인이다(1993-2004)
☞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③ 디자인, 미래의 핵심이 되다(2005-현재)
☞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④ 세계 명문 디자인 학교를 꿈꾸는 SADI 김영준 학장을 만나다
☞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⑤ SADI 졸업생과의 만남 편
☞ [삼성전자 디자인을 말하다] ⑥ 디자인멤버십 졸업생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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