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베트남 생산법인 제조분야 첫 여성 주재원 박선미 수석을 만나다

2015/05/26 by 최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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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화학 공부에 전념하고 기술 개발 연구에만 몰두해 온 박선미 수석은 지난해 베트남 생산법인 파견 근무를 제의받았습니다. 삼성전자는 기술 연구를 하던 그에게 ‘갤럭시 S6’ 제조 업무를 담당하라고 요청했는데요. 낯선 공간에 막중한 임무, 그리고 지금까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업무까지. 박선미 수석에게 파견 제의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또한, 박선미 수석은 제조분야 담당자로 해외 파견된 첫 번째 여성 주재원이기도 한데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자리기에 박 수석은 베트남 파견 근무를 더욱 면밀히 검토했습니다.

인터뷰 중인 박선미 수석

며칠간의 고민 끝에 박 수석은 결국 베트남행을 결심했습니다. 그 날을 회상하며 박선미 수석은 “베트남행을 결정할 당시 1%의 도전정신과 99%의 걱정으로 가득 찼었다”며 “그런데 단 1%의 도전정신이 99%의 두려움을 눌러 이 같은 선택을 하게 됐다”고 말했는데요. 그렇게 그는 삼성전자 베트남 생산법인으로 파견됐고 제조분야 첫 여성 주재원이 됐습니다.

물론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박 수석은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를 극복했는데요. 그는 자신의 전문분야였던 ‘기술’을 ‘제조’에 접목시켜 눈부신 성과까지 이뤘습니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뛰어들어 일하는 사람

박 수석은 “일할 때 ‘기꺼이 뛰어들어 일하는 사람(be willing to contribute)’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지난 2004년 미국에서 연구원 생활을 하던 박 수석은 삼성전자로부터 면접 제의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듬해 삼성전자 메카트로닉스(생산기술연구소 전신)에 입사했는데요. 당시 삼성전자엔 전자공학과 기계공학 전공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신사업을 위해선 화학 분야 전문가가 꼭 필요했다고 하네요.

다른 전공자가 주류를 이루는 곳에서 근무한다는 것도 또 하나의 도전이었던 셈인데요. 입사 후 박 수석은 삼성전자에서 설비를 만드는 일을 담당하며 자신만의 입지를 다졌습니다.

웃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박선미 수석

당시 전체 조직원 중 화학과 출신은 박 수석이 유일했다고 하는데요. 박선미 수석은 “처음엔 다른 전공자들이 사용하는 용어를 잘 알지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잘 모르는 분야라고 해서 포기하면 앞으로도 절대 그 분야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없을 것 같았다”며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뛰어다니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하는데요. 그때 기꺼이 뛰어들어서 일하는 태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네요.

 

갤럭시 S6, 박 수석의 손에서 제 색 찾다

노력 끝에 박 수석은 베트남 생산법인에서도 인정받는 연구원으로 거듭났습니다. 사실 그가 갑작스레 베트남 생산법인으로 파견된 건 갤럭시 S6에 적용되는 메탈 ‘아노다이징(Anodizing)’ 기법 때문이었는데요.

아노다이징이란 화학반응을 이용해 물질에 색을 입히는 것을 말합니다. 아노다이징 기법은 이전에도 카메라나 노트북, 플라스틱을 기반으로 한 제품에 널리 사용됐는데요. 갤럭시 S6에 적용된 아노다이징 기법은 이전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삼성전자는 플라스틱이나 작은 메탈 부품에 적용했던 아노다이징 기법을 기기 전체가 메탈로 구성된 갤럭시 S6에 적용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화학 반응을 이용하는 아노다이징 기법이 매주 중요한 역할을 차지해 박 수석과 같은 화학 전문가가 필요했던 거죠.

동료와 함께 현장에서 업무 중인 박선미 수석. 아노다이징 기계를 체크하고 있다.

처음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부담감으로 인해 베트남행을 망설였던 박 수석. 하지만 직접 개발한 기술이 제품에 적용됐던 지난 일들이 떠올라 그는 제조분야에 대한 1%의 호기심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그 작은 호기심이 갤럭시 S6에 아름다운 색을 입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조분야 첫 여성 주재원으로서의 책임감

처음이라는 건 누구에게나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안겨주기 마련입니다. 현재 박 수석은 자신이 잘해내야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하루하루 더 힘을 내 업무에 임하고 있는데요.

그는 “처음이라는 것 외에도 ‘내가 내린 결정’이라는 것에서 오는 책임감도 막중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박 수석은 “비록 1%의 도전정신이 내린 결정이지만 그것도 나 자신이 내린 결론”이라며 “스스로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장 업무 중인 박선미 수석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시작도 하기 전 지레 겁을 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요. 하지만 박 수석은 용기 내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고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며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냈습니다.

인터뷰 말미에서 박 수석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도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는 “제조를 이해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싶다”며 자신의 목표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제조 업무를 담당하며 아무리 혁신적인 기술일지라도 제조 단계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걸 새롭게 느꼈기 때문인데요.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박 수석의 다음 행보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by 최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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