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잠비아 마쿨룰루 마을에 희망의 첫 삽 뜨다
패트릭이 흘린 희망의 눈물
▲잠비아 수도 루사카에서 100㎞ 떨어진 마쿨룰루 마을
잠비아의 수도 루사카(Lusaka)에서 100㎞가량 떨어진 도시 카브웨(Kabwe)의 마쿨룰루 마을. 이곳에선 아침부터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북적거렸다. 마을 주민 패트릭(Patrick Mulenga)과 니코데무스(Nicodemus Mwansa Kabamba), 크리스틴(Christine Mpomwa)의 집이 허물어지고 있었기 때문. 이들의 집이 모두 사라지자 작업자들이 새 집을 짓기 위해 땅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예순한 살의 패트릭은 새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 생각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고마움과 희망의 눈물이었다.
▲새집을 짓기 위해 기초공사를 시작한 모습
지난해 삼성전자는 마쿨룰루 마을의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지역 정부와 협의, 본격적인 현지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마을 주민들을 위해 새 집을 지어주기로 했고 가장 먼저 세 가족의 집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희망의 첫 삽이 떠올려지기까지 마쿨룰루 마을엔 어떤 얘기가 있었을까?
절망 속에 뿌려진 희망의 씨앗
평화로워 보이는 한 초등학교의 모습. 하지만 보기와 달리 마쿨룰루 마을 주민들의 실제 삶은 절망적이었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Time)은 ‘세상에서 가장 오염된 장소’로 카브웨를 소개하기도 했다. 사실 영국 식민지 시절이던 1920년대엔 카브웨에 매장돼 있던 납이 상당량 발견돼 잠비아에서 가장 큰 광업도시로 호황을 누린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심각한 환경 오염에 시달려야 했다. 마쿨룰루 마을 회장은 “광산 개발로 수많은 현지인이 중금속으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며 “광산 개발이 문을 닫은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카브웨는 여전히 오염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 아이들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미국 환경보호국에서 제시한 기준치보다 다섯 배에서 열 배 이상 중금속에 많이 노출됐다”며 “심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마쿨룰루 마을 주민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게다가 이곳은 잠비아에서 인체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와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 감염자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잠비아는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HIV와 AIDS 감염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2011년 한 해 동안만 무려 4만2000여 명의 성인과 9500여 명의 어린이가 HIV에 감염됐다. 당시 잠비아 전체 성인 인구의 약 13%가 HIV에 감염됐으며 매일 115명의 새로운 HIV 감염자가 발생하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와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한 해비타트 현지 담당자 조셉(Joseph S. Mumsanje)씨는 “수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이주하면서 HIV가 확산됐다”며 “카브웨는 광산업의 발전으로 중부 주(Central Proviance)와 함께 HIV 감염자 수가 가장 많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그 영향으로 마쿨룰루는 ‘아이들은 교육 받지 못하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며, 성인들은 병들어버린’, 절망밖에 남지 않은 곳이 돼버렸다. 삼성전자는 이런 마쿨룰루 마을을 방문, 해비타트와 함께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로 한 것이다.
▲해비타트 직원과 마을 지도자가 함께 신축 주택 부지를 조사하고 있다
이 마을에선 누구 하나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더욱 어려운 상황에 놓인 18 가구를 선정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패트릭과 니코데무스, 크리스틴 세 가족의 집이 지어지게 됐다. 그렇다면 세 가족은 어떤 사연을 갖고 있었을까?
가난∙질병과 다투는 패트릭과 니코데무스, 크리스틴
① 아홉 명의 손자와 함께 사는 크리스틴
▲크리스틴씨와 아홉 명의 손자
크리스틴씨에겐 본래 여섯 명의 자녀가 있었다. 하지만 그중 다섯 명을 에이즈로 잃고, 지금은 자녀들이 남기고 간 아홉 명의 손자와 HIV에 감염된 스물여덟 살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마을 교회와 정부의 도움으로 얻은 집에서 남편을 포함, 총 열두 명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진흙 벽돌로 지은 집엔 창문이 없는 건 물론, 문도 부서진 지 오래다. 또 갈라진 벽과 고장 난 지붕 때문에 비라도 오면 온 집안이 금세 흥건해진다.
▲크리스틴 씨의 집. 갈라진 벽과 고장 난 지붕 때문에 비라도 오면 온 집안이 흥건해진다
크리스틴씨는 “집안으로 빗물이 들이치면 잠을 자던 아이들이 공포에 빠진다”며 “얼마 전 비 때문에 무너진 옆집을 보고 겁을 먹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은 튀김을 팔고, 남편 샌포드(Sanford)씨는 시장에서 가끔 일자리를 얻어 돈을 번다. 부부의 수익으로 아이들의 먹거리나 생필품을 사고 나면 집을 고칠 여력이 없다.
② 고령의 나이로 자녀와 손자를 키우는 니코데무스
▲니코데무스씨와 그의 딸의 모습
니코데무스씨는 55세다. 잠비아의 기대수명이 49.4세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고령인 셈이다. HIV에 감염된 그는 정기적인 수익이 없이 빨래, 타일 붙이기, 마을 청소 등을 하면서 살고 있다. 하지만 이 돈으로는 그가 맡아 키우고 있는 두 명의 자녀와 세 명의 손자를 위한 위한 식료품을 사기에도 빠듯하다.
▲창문이 없어 환기가 어려운 니코데무스씨와 집과 화장실
그는 “한 번도 음식의 영양성분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우리 가족에겐 음식은 생존을 위한 것이지 맛과 영양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한다. 진흙 벽돌로 지어진 니코데무스씨의 집은 작은 구멍만 있을 뿐 창문이 없다. 이 때문에 집안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아이들이 쉽게 호흡기 질환에 걸린다.
③ 고령∙질병과 다투는 패트릭
▲패트릭씨의 가족
패트릭씨는 HIV 감염자다. 그에겐 다섯 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모두 사망하고 고아가 된 다섯 명의 손자들을 보살피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패트릭씨는 고령에다 잦은 질병 때문에 일을 하기 어려워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깝게 지내는 친척이나 마음씨 좋은 마을 주민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상황. 패트릭씨의 집 역시 창문도 없고 바닥도 엉망인 상황이다. 지붕도 철판이나 플라스틱 등으로 대충 덮여 있어 집안 보호가 부실하고 화장실엔 풀이 자라고 있을 정도로 열악하다.
이젠, 희망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해비타트 사업의 수혜자로 선정된 18가구 중 패트릭과 크리스틴, 니코데무스 세 가족이 살 집이 완성되려면 3개월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이제껏 절망 속에서 지내던 시간에 비하면 이 3개월은 더없이 행복한 기다림의 시간이다. 대부분 HIV 감염인인 이들은 신체적 고통 못지않게 세상의 편견과 싸워야 하는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해비타트 후원 사업을 통해 외부인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하길 바란다. 각종 어려운 조건이 지운 그들의 삶의 무게를 덜어 주고자 시작한 삼성전자의 해비타트 후원 사업, 그들의 삶 속에 움튼 작은 희망의 씨앗이 잘 자라나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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