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감성 충만’ 인문학도 K, 몰스킨 노트와 헤어진 사연

2014/10/22 by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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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종의 커밍아웃이다. ‘속도’나 ‘첨단’ 같은 단어에 무의식적 거부감이 있고, 딱 그만큼 ‘느림’과 ‘아날로그’ 감성을 추앙하는 30대 후반 인문학도가 털어놓는 고백기(告白記)이기도 하다.

 

대체불가능한 조합, 몰스킨 노트와 파버 연필

몰스킨 다이어리

내게 몰스킨 노트와 파버카스텔 2B 연필(이하 ‘파버 연필’)은 단순한 필기도구가 아니다. 감성의 촉매제이자 생각의 창을 여는 열쇠다. 난 그 둘을 늘 지니고 다니며 예고 없이 치밀어 오르는 감성과 발상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곤 했다.

몰스킨 특유의 미끈한 미색 종이 감촉과 파버 연필의 부드러운 필기감 간 조합이 지닌 힘은 신묘했다. 어느 순간, 꿈틀대는 무정형 감성에 딱 맞는 언어의 옷이 입혀졌다. 꽉 막혀 있던 생각의 터널은 언제 그랬냐는 듯 뻥 뚫렸다. 꽤 많은 경우, 머릿속에선 좀처럼 풀리지 않던 문제도 이 둘의 조합으로 간단히 해결됐다.

아무 종이와 펜이면 되지 않느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반드시 몰스킨 노트와 파버 연필이어야만 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빨간색 몰스킨 노트의 고무 밴드를 벗기고, 탄탄하게 제본된 노트를 펼쳐놓은 후 진녹색 파버 연필로 한 자 한 자 눌러 쓰는 과정은 내게 ‘(사색과 감성의 길로 들어서는) 의례’ 같은 것이었다. 그 의례를 가능케 하는 두 도구는 ‘대체 불가능한 조합’이었다. 적어도 2년 전까진 말이다.

 

스마트폰이 ‘손글씨 감성’ 품을 수 있을까?… 있다!

그런 내가 언제부턴가 몰스킨 노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작정한 건 아니었다. 부적과도 같았던 노트의 존재를 종종 잊고 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고 스스로도 놀랐으니까. 범인은 갤럭시 노트였다. 갤럭시 노트가 몰스킨 노트의 자리를 조금씩 잠식하고 있었던 것. 시간이 흐를수록 전자의 이용 빈도가 느는 만큼 후자의 이용 빈도는 줄었다. 급기야 요즘은 몰스킨 노트를 거의 지니고 다니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갤럭시 노트4의 S펜으로 필기를 하고 있습니다.

갤럭시 노트(정확히는 갤럭시 노트2)를 만난 건 지난해 4월이다. 지금도 사용 중이니 1년 7개월째 쓰고 있는 셈이다. 당시 갤럭시 노트를 택한 이유는 단 하나, S펜이었다. 아날로그 감성 추종자들이 으레 그렇듯 나 역시 최첨단 기기와 속도에 꽤나 회의적이었다. 특히 스마트폰은 감성의 대척점에 있는 기기로 여겨졌다. 딱딱하고 차가운 금속성 느낌이 싫었고, 무엇보다 획일적 폰트로 기록되는 ‘영혼 없는 서체’에 대한 혐오가 짙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만의 ‘손글씨 감성’은 지켜내고 싶었다.

갤럭시 노트를 만난 건 바로 그즈음이었다. 펜과 일체화된 노트, 펜을 쏙 뽑기만 하면 저절로 펼쳐지는 S노트, 그 위에 한 자 한 자 눌러 쓰는 손글씨… 보자마자 마음을 빼앗겼다. 내게 갤럭시 노트는, 이제껏 갖고 있던 스마트폰 이미지를 단번에 불식시키는 신세계였다.

선택의 여지도,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기종이 쏟아져 나왔지만 손글씨 감성을 품은 기기는 갤럭시 노트가 유일했다. 갤럭시 노트를 구입한 후 스마트폰에 대한 내 관심은 눈에 띄게 늘었다. 갤럭시 노트에서 S펜을 뽑아드는 사람은 어쩐지 달라 보였다. 그들이 S펜으로 S노트에 뭔가 끼적이는 모습은 사뭇 서정적이기까지 했다.

 

감성 입고 일상 속으로… 직업화가 ‘화폭’ 역할도

일상 생활에서 편리하게 사용되는 갤럭시 노트4의 S펜

내 손에 들어온 갤럭시 노트는 아날로그 감성을 입고 본격적으로 일상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책 제목이나 사람 이름 등 잊기 쉬운 고유명사를 적을 때마다 난 재빨리 S펜을 꺼내  들었다. 길 가다 문득 스친 단상을 적기 위해 S펜을 뽑을 때도 잦았다. 밥을 먹다가도, 차를 마시다가도 툭하면 S펜을 찾았다. 언제 어디서나 재빨리 쓸 수 있는 S펜은 휴대성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용했다. 가방을 꺼내 노트를 꺼내고 펜을 뒤적이던 때와는 비교가 안 됐다. 펜을 다시 꽂기만 하면 자동으로 저장돼 메모를 잃을 걱정도 없었다.

S펜은 기록 당시의 섬세한 감성도 고스란히 반영했다. 바삐 메모할 땐 휘갈겨 쓰고 사색적 글은 가느다란 펜으로 또박또박 써 내려갔다. 기분이 좋을 땐 밝은 초록색이나 파란색 펜을, 착 가라앉은 날엔 짙은 회색이나 짙은 초록색 펜을 골랐다. 어느 쪽이든 당시 내 감성을 정리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중견 화가 이석조씨는 갤럭시 노트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다. 그는 암 투병 중인 아내의 병상을 지키다 우연히 S펜을 꺼내들었다. 한 점 두 점 그리기 시작한 말(馬) 그림은 100점이 넘는다.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모눈종이 같은 바탕화면에 드로잉을 해보니 펜이 나가는 느낌이며 선이 의외로 좋다. 색과 색을 겹칠 때 밑 색이 틈새로 보이면서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것도 색다른 효과를 낸다. 옛날 선비들이 바위에 물로 글씨 연습을 했듯, 종이 걱정 없이 마음껏 그릴 수 있다. 캔버스가 아닌 전자기기 속에 전혀 새로운 작품 세계가 들어 있을 줄이야.”

 위 내용에 언급된 이석조 화가 인터뷰 기사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암 투병 아내에게 바친 말

 

펜은 틀렸다? 아니, 잡스가 틀렸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를 처음 선보인 건 지난 2011년 9월이다. 출시 당시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에 대해 “기존 스마트폰이 진화한 형태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스마트기기”라고 표현했다. 돌이켜보니 그 말이 옳았다.

갤럭시 노트는 세상에 없던 기기다. 단순히 화면을 키우고 더 많은 기능을 더 빨리 수행할 수 있게 만든 ‘똑똑한 기기(smart device)’ 그 이상이다. 갤럭시 노트엔 여느 기기에 없는 ‘감성’의 가치가 담겨 있다. 이용자는 손글씨 노트를 통해 자신만의 감성을 채워나가고 그 결과물은 곧 개개인의 역사가 된다.

갤럭시 노트4를 사용하고 있는 플로리스트

결국 잡스는 틀렸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의 저명한 IT 칼럼니스트 리치 자로스로브스키(Rich Jaroslovsky)는 ‘갤럭시 노트, 잡스가 틀렸다는 사실 증명’이란 제목의 칼럼을 통해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혁신성을 높게 평가했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아무도 스타일러스를 원하지 않는다”며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터치 기기는 우리가 갖고 태어난 손가락”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펜은 틀렸다’는 주장이다.

갤럭시 노트 특유의 감성은 해외에서도 통했다. 갤럭시 노트는 최초 출시 2개월 만에 밀리언셀러가 됐다. 9개월 후엔 글로벌 판매 대수 1000만을 넘어섰다. 두 번째, 세 번째 노트가 잇따라 출시되며 인기는 더욱 치솟는 추세다. 실제로 지난해 말 첫선을 보인 갤럭시 노트3는 출시 2개월 만에 1000만 대가 팔렸다.

 

아쉬웠던 필기감 개선… ‘막강 기능’ 탑재까지

갤럭시 노트4와 S펜

최근 출시된 갤럭시 노트4엔 부러운 기능이 많다. 무엇보다 필기감이 압도적으로 훌륭해졌다. 갤럭시 노트2를 사용하며 아쉬웠던 점 중 하나가 필기감이었다. 실제 펜에 비해 섬세함과 정교함이 다소 떨어졌고 필기 속도에도 약간의 시차가 존재했다. 갤럭시 노트4의 S펜은 이 점이 확실히 개선됐다. 이전 모델의 곱절에 해당하는 2048단계 필압(筆壓) 인식 부분도 놀랍다. 매장을 찾아 써보니 확실히 좋아졌다. 펜이 노트에 착 감기고 필기감도 실제 펜에 훨씬 가까워졌다.

한층 똑똑해진 몇몇 기능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게 ‘스마트 셀렉트(Smart Select)’다. 펜으로 원하는 콘텐츠를 선택하면 저장하고 싶은 내용을 손쉽게 스크랩할 수 있는데, 이렇게 스크랩 된 정보는 아이콘 형태로 띄워져 메일이나 메시지를 보낼 때 간편하게 공유할 수 있다.

아날로그 메모를 디지털로 전환,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칠판이나 종이에 쓴 메모를 카메라로 촬영, 디지털로 전환할 수 있는 ‘포토노트(Photo Note)’가 그것이다. 아날로그 메모를 디지털 공간으로 불러들여 하나로 아우를 수 있다니 ‘아날로그와 디지털 간 시너지’ 창출을 충분히 기대해볼 만하다.

 

몰스킨서 영감 받은 노트, 몰스킨같은 명품 될까

갤럭시 노트4 화이트

몰스킨 노트와 갤럭시 노트는 여러모로 닮았다. 손바닥만 한 크기도 비슷하다. 알고 보니 갤럭시 노트 개발진은 몰스킨 노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몰스킨은 자타공인 ‘명품 노트’의 대명사다.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세기의 예술가들이 몰스킨 노트 고객 목록에 올라 있다. 천재 예술가들은 몰스킨의 촉촉한 종이 위에 번뜩이는 영감과 날카로운 감수성을 글로, 또 그림으로 남겼다.

몰스킨이 처음부터 명품이었던 건 아니다. 200여 년 전 깐깐한 프랑스 장인들이 두툼한 미색 속지와 검은색 양피 커버, 둘을 묶는 고무밴드로 된 수제노트를 완성한 게 몰스킨 노트의 시초였다. 세월이 흐르며 몰스킨 사용자의 스토리가 하나둘 쌓였고 그 역사가 몰스킨을 명품으로 만들었다. 고집스런 철학이 담긴 고급 제품,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이들이 빚는 스토리야말로 명품의 조건이다.

지금 갤럭시 노트에 ‘온라인 명품 노트의 대명사’ 지위를 부여한다면 성급한 과찬일까. 태어난 지 4년밖에 안 된 갤럭시 노트가 전 세계 곳곳에 마니아를 하나둘 탄생시키는 과정을 보면 전혀 실현 불가능하진 않을 듯하다.

침대 위에서 갤럭시 노트4를 바라보는 여성

어떤 이는 갤럭시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또 어떤 이는 일기를 쓴다. 짝사랑 대상을 향해 연애편지를 쓰는 청년도 있을 테고, 풋풋한 감성 가득 담아 시구를 남기는 시인 지망생도 있을 것이다. 이 기록 모두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손글씨’ 형태로 남겨질 게 분명하다. 바로 여기에 의의와 가치가 있다. 몇십 년, 몇백 년이 흐른 후 유럽 어느 박물관에서 ‘○○○이(가) 사용하던 일기장’이란 이름으로 갤럭시 노트가 전시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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