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리포트] 진화된 공간 혁명, 사물인터넷(IoT)
사물인터넷이 대체 뭘까(What)?
‘유비쿼터스’ ‘사물 간 통신’ ‘스마트 디바이스’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IT 개념이 등장하는 오늘날, 사물인터넷(IoT, Internet of Thing)은 또 뭐란 말인가.
한마디로 사물인터넷은 적절한 디바이스에 연결돼 있는 ‘사물’들끼리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인간의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쉽게 이해하자면 역시 익숙한 기존 개념에 빗대어 보는 편이 빠를 것 같다. 이제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인터넷과 비교해보자.
통상적으로 인터넷은 PC, 스마트폰 등의 디바이스들을 연결해 콘텐츠들을 엮어주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다루는 인간의 존재, 좀 더 정확히 말해 ‘인간 의식’의 존재다. 인간의 의식은 단말 디바이스에서 정보를 읽어낸 후 나름대로 조합하고 가공해 행동이나 사고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와는 달리 사물인터넷은 인간의 의식을 거치지 않는다.
#1
서울 한복판의 오피스텔로 이사를 간 직장인 지수(의식)는 자주 목이 따끔거리고 머리가 띵한 증상을 호소했다. 원인을 찾기 위해 갤럭시S(디바이스)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환기를 잘 해주지 않으면 실내에 오염 물질이 축적돼 외부 공기보다 오염도가 수십 배 더 높아진다는 사실(콘텐츠)을 알게 됐다. 깜짝 놀란 지수는 먼지가 들어올까 봐 꼭꼭 닫아뒀던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후 검색을 더 해 좋은 공기청정기를 구입, 실내 공기를 청정하게 유지했다(변화).
#2
게임업체에서 일하는 상훈은 퇴근하면서 손목에 찬 갤럭시 기어(디바이스)를 통해 집에 도착하기 전 미리 집안 공기를 환기시킨다. 아파트 창문이 열리게 하거나 인공지능 에어컨이 가동되도록 한다. 관련 가동을 시작하라는 명령(콘텐츠)을 받은 홈오토메이션 시스템(디바이스)은 상훈이 집에 도착하기까지 실내에 축적된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실내 공기를 청정하게 해놓는다(변화).
#3
모 대기업 모바일 파트에 근무하는 영진의 아파트 홈오토메이션 시스템(제1디바이스)은 실내 공기 오염 수준이 어느 정도 이상 되면(콘텐츠) 이를 스스로 인식,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창문을 움직이거나 인공지능 에어컨(제2디바이스)을 가동한다. 영진의 아파트는 거주자가 별다른 수고를 하지 않아도 늘 적정 온도와 청정한 공기를 갖춰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다(변화).
위 세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첫 번째 지수의 행동 방식은 사람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은 후 이에 기초해서 직접 행동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상훈의 삶은 사람의 의식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줘 사물을 움직이는 방식이다. 마지막 영진의 경우는 사람의 의식을 거치지 않고도 생활 공간의 사물들이 인터넷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최적화된 상태를 창출하는 상황이다. 사물인터넷이 실현된 삶인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인간에게 왜 중요할까(Why)?
우리가 두뇌를 써서 ‘의식’하는 활동은 상당한 에너지 소비를 필요로 한다. 반면, 의식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돌아가는 구조인 사물인터넷이 실현된 공간에서 인간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훨씬 더 많이 절약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추가로 확보된 에너지는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창출 활동에 보다 많이 투입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사물인터넷은 인간이 좀 더 자유롭고 생산적이며 높은 소득에 직결되는 일을 하도록 돕는다.
사물인터넷이 쓰일 수 있는 곳은 비단 위 3개 사례 같은 실내 환경 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일단 물·대기·토양 상태와 야생동물의 이동, 그들의 서식지 상태 등 다양한 환경 관리에 쓰일 수 있다. 각종 기반시설 관리와 유지에도 유용하다. 교각 상태, 철도, 폐기물 처리 시설 등에서 사물인터넷은 정확하고도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산업 과정에서도 여러 단계에서의 프로세스 컨트롤, 통계 자료 처리를 통한 예측 관리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수력·화력·원자력 발전소와 재생에너지 시설에선 원격 조정 기능을 통해 위험한 현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도록 해준다. 의료·건강관리 분야에서도 웨어러블 심장 모니터 등의 디바이스를 이용한 원격 건강관리와 응급상태 알림 시스템 등이 가능해진다.
사물인터넷은 현재 원격조정이 응용 중인, 혹은 응용 가능한 모든 분야에서 인간 행동이 전혀 개입되지 않고 어려운 과제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그 결과, 인간은 부가가치가 큰 활동을 더욱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세계 IT업계의 선두주자인 미국 가트너사(社)의 연구에 의하면 오는 2020년엔 사물인터넷 이용 가능 기기 수가 260억 개에 이를 전망이다. 가히 전 세계 IT업계의 이목을 끄는 차세대 아이템이라고 할 만하다.
일각에선 사물인터넷에 대해 ‘고독한 현대인의 메마른 정서를 충족시켜주는 공생의 상대도 될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하기도 한다. 올 초 아카데미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허(Her, 2013)>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포켓에 들어가는 인공지능 여인 ‘사만타’와 사랑에 빠진다. 마치 실제 연인처럼 테오도르는 매일 사만타와 대화하고 데이트를 하며 감정적 교감을 이룬다.
▲ 영화 허(Her, 2013)의 영화 장면(출처: 영화 허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사람은 다른 존재와의 교감 없인 살아갈 수 없는 존재다. 도시 생활에서 혼자 쉴 수 있는 공간들을 다 갖춰놓고도 늦게까지 친구들과 음식, 술, 이야기, 그리고 사랑을 나눈다. 혼자서 쓸쓸한 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사물인터넷이 잘 실현된 집 공간에서라면 다를 수 있다. 현관 앞에 선 순간, 문이 저절로 열리면서 빛이 환하게 밝혀진다. 신발을 벗으면 컨베이어 벨트가 자동으로 가지런히 정리해 신발장에 놓아두고 슬리퍼를 대령한다. 알맞게 따뜻한 물과 거품 세제를 곁들여 샤워를 마치고 나면 뽀송뽀송한 수건과 실내복이 기다리고 있다. 소파에 앉으면 조명이 아늑해지면서 TV가 저절로 켜지는 건 기본. 쿠션에 기대면 다정한 여인이 반가운 인사와 함께 그날의 주요 뉴스나 정보를 간추려 들려줄지도 모른다. 이런 집에서라면 피로도 풀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도 줄이면서, 혼자 있더라도 세상과 연결된 듯한 안정감을 갖게 될 것이다.
사물인터넷 세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How)?
본격적 사물인터넷 세상이 실현되려면 IT업계는 물론, 관련 분야에 관심 있는 모든 이의 노력이 필요하다. 일단 이 모든 기능을 직접 수행하는 단말 장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단, 여기서 말하는 장치란 그때그때 정보를 입력해줘야 하는 기기가 아닌, 인터넷으로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판단하는 ‘스마트 오브젝트’를 가리킨다.
가정에서 실내 공기가 혼탁해지면 저절로 적당히 열리는 ‘스마트 윈도우’에서부터 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적정량의 재료가 지속적으로 투입되도록 조절해주는 ‘스마트 프로바이더’까지 무수한 스마트 오브젝트들이 개발되면 사물인터넷 세상은 한결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물들이 생명력을 가진 듯 작동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각 사물이 인터넷과 긴밀하게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모든 생명체를 다 품을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있어야 개별 생명체가 잘 살아갈 수 있듯이 스마트 개체도 그들의 활동을 이어주고 지탱해줄 건강한 생태계가 있어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행보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 중 한 곳이다. 그 비결은 각기 다른 브랜드와 작동 기제를 갖춘 스마트 오브젝트 간 공유를 가능케 하는 개방형 플랫폼 구축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인텔, 스마트싱스(Smart Things) 등 사물인터넷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개방형 사물인터넷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 IFA 2014 기조연설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 부문 사장이 글로벌 기업 파트너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작동하는 생태계의 보호 아래 생동감 있게 활동하는 생명체의 존재처럼 우리의 생활 공간을 채우고 있는 사물들이 왕성한 교감을 통해 인간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세계는 말 그대로 ‘공간의 혁신’이라고 할 만하다. 이 공간은 작게는 일명 ‘퓨처홈(혹은 스마트홈)’으로 불리는, 안전하고 쾌적하며 인간과의 교감이 전제된 가정환경에서부터 출발해 크게는 지구 전체를 이어주는 인프라 관리에 이르기까지 거의 무한하게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사물인터넷 세상으로 향하는 길목엔, 현재로선 미처 생각지도 못할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은 언제나 그래 왔다.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고 험한 길을 닦아가며 모두가 수월하게 지나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런 의미에서 사물인터넷은 인간을 한 차원 높은 세상으로 이끄는 길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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