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I), ‘전자 집사’에서 ‘삶의 동반자’로

2016/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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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비언트 인텔리전스(Ambient Intelligence). 아직 다소 낯설게 느껴질 이 단어는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ICT 기술 분야, 그중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흐름을 표현한 키워드다. 앰비언트는 ‘특정 분위기가 일정 공간을 채우고 있는 모양’이란 뜻의 형용사, 인텔리전스는 ‘지성’이란 뜻의 명사다. 따라서 이 두 단어가 결합된 앰비언트 인텔리전스는 ‘(우리) 주변 환경을 이루는 지성’ 정도로 번역된다. 약자론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을 뜻하는 ‘AI’와 구별하기 위해 ‘AmI’로 표기한다.

 

#오직 ‘나’만을 위해 작동하는 고도의 지성

가상의 사용자 ‘A’가 거주하는 한 스마트홈(smart home)을 예로 들어보자.

아침에 일어난 A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욕실로 향하는 통로에 자동으로 불이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욕실 내 온도가 따뜻하게 조성되고 딱 A가 좋아할 정도로 따뜻한 물이 준비된다. 샤워를 끝내고 거실로 가면 밤새 ‘에너지 절약’ 모드였던 실내 온도가 알맞게 올라가 있다. 블라인드도 자동으로 올려진 상태다. TV 역시 A가 좋아하는 뉴스 채널에 맞춰 켜졌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갓 내린 아메리카노를 대기 중이고 토스터에선 식빵이 A의 입맛에 마침맞게 구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가능해지려면 집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똑똑해져야 한다. 사용자의 움직임을 파악, 분석하는 건 물론이고 이후 행동을 예측해 그에 맞게 필요한 준비도 마쳐야 하기 때문. 그 단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그 집은 ‘사용자 맞춤형 환경을 알아서 조성해주는’ 고도의 지성, 다시 말해 AmI 환경을 갖췄다고 말할 수 있다.

혹자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의 발달로 21세기는 ‘전자 집사(electronic butler)’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집 안 일을 척척 해주는 집사처럼 사물인터넷이 작용하는 스마트홈 자체가 사용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알아서 해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AmI 서비스의 영역은 ‘가정’을 훌쩍 넘어선다. 일상 영역 어디서나, 어떤 시기에서나, 필요한 모든 일을 정확하게 지원해줘 사용자의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다.

출근 준비를 마친 A가 현관으로 향하면 문이 열리면서 승용차가 시각에 딱 맞춰 대기하고 있다. 차에 오르면 자동으로 안전벨트가 채워지며 시동이 걸리고, 차는 목표 출근 시각에 늦지 않도록 알아서 도로를 선택, 자율 주행한다. 만약 주행 도중 A에게 심장 박동 이상이나 호흡 곤란 같은 건강 문제가 생기면 미리 등록해둔 건강 관리 기관에 해당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동시에 차는 알아서 안전한 길가에 정지하고 잠시 후 차가 전송한 위치 신호를 따라 앰뷸런스가 도착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길, 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동네 마트에 들렀다. 점원은 태블릿으로 A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그에 맞는 식품을 권한다.

 

해외 출장을 가게 된 A. 회사에서 출장 사실이 결정되고 온라인 상에서 승인이 떨어지면 그와 동시에 A 전담 여행사에 해당 정보가 전달된다. 잠시 후 가장 적절한 비행기 티켓이 발권된다. A는 그저 출장 당일 가방을 챙긴 후 공항으로 향하기만 하면 된다. 체크인 게이트를 통과하는 것만으로 모든 절차가 재빨리 점검, 승인되고 탑승구 앞에서 기다리던 A는 유유히 비행기에 탑승한다.

 

AmI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평가의 공정성이 확보된다는 사실이다. 당장 이런저런 공인 시험 시장이 직격탄을 맞을 것이다. AmI 환경에선 토플(TOEFL)이나 토익(TOEIC) 점수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평소 수업 시간이나 과외 활동 시간에 보여준 성취도가 실시간으로 기록돼 해당 분야에서 얼마나 준비된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는 객관적 데이터로 정리되기 때문이다. 거기에 커닝이나 운(運)이 작용할 여지 따위란 없다. 그저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만으로 공정한 평가 수치가 차곡차곡 쌓인다.

자동화된 세계

 

#환경 구축의 전제 조건? ‘일상화된 컴퓨터’

"가장 심오한 기술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이다. 그것들은 일상 환경(setting) 속으로 엮여 들어가 다른 사물과 구분되지 않을 정도가 돼버린다.”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 개념을 최초로 명시한 미국 컴퓨터공학자 마크 와이저(Mark Weiser. 1952~1999)의 논문 ‘21세기를 위한 컴퓨터(The Computer for the 21st Century)’는 이 두 문장으로 시작한다. 20세기 사람들은 일상의 소소한 일거리를 도와주는 로봇의 출현을 꿈꿨다. 하지만 로봇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이 갖춰지자, 관련 기술은 (눈에 보이는 실체인) 로봇 조립에 쓰이기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채) 일상으로 녹아 들어갔다. 앞서 열거한 ‘AmI 환경 가상 시나리오’에서도 기술은 전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인간은 그저 ‘뻔하고 번거로운’ 일을 하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고 편안하게 살 수 있을 뿐이다.

유비쿼터스 컴퓨팅

사실 이런 변화는 꽤 오래전부터 조금씩 진전돼왔다. 1930년대에 등장한 최초의 컴퓨터는 덩치가 크고 시끄러운 기계였다. 미국 해군처럼 막강한 조직(혹은 아주 큰 기업)만이 갖출 수 있는 설비였으며 소유자는 별도 공간을 마련하고 여러 전문 인력을 동원, 장비를 공유하도록 했다. 1950년대 말 IC(Integrated Circuit, 집적)회로가 발명, 보급되면서 컴퓨터는 점점 작아졌다. 1980년대에 이르러선 웬만한 가정에서도 퍼스널 컴퓨터 한 대쯤은 갖추게 됐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컴퓨터 보급률은 ‘잘해야 1인당 한 대’가 고작이었다.

1990년대 후반, 컴퓨터는 점차 다른 기기와 통합되기 시작했다. 세탁기∙냉장고∙TV 등과 결합, ‘스마트 가전’ 분야를 탄생시켰고 자동차 분야에선 ‘(컴퓨터가 기계를 움직이는) 메카트로닉스’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컴퓨터와 레코더의 통합은 MP3 플레이어의 발명으로 이어졌고, 컴퓨터와 전화의 만남은 스마트폰을 등장시켰다. 이 단계에 이르러선 컴퓨터 자체에 이동성(mobility)이 생기며 관련 기술이 또 한 차원 도약했다. 오늘날 현대인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기기 중 상당수는 알게 모르게 컴퓨터와 통합돼 있다. 사실상 무수한 컴퓨터의 지원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의 진화 추이 1950년대~60년대 대형 계산기 -> 1970년대~80년대 퍼스널 컴퓨터  1990년대~2천년대 컴퓨터의 일상화 가정에서 회사에서 이동하면서

 

#IoT∙연결성∙빅데이터… ‘첨단 기술의 첨단’

마크 와이저의 예언은 적중했다. 컴퓨팅 기술은 점차 다른 기기나 아이템에 녹아 들어가 본래 모습을 감췄다. 와이저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21세기 컴퓨팅 기술은 (서로 다른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넷의 지원 아래 또 다른 차원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유비쿼터스 컴퓨팅으로 명명했던 컴퓨터 분야의 ‘제3의 물결’은 이미 지구 전역을 휩쓸고 있다. 그 물결을 타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일상 환경이야말로 AmI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AmI는 IoT의 구현으로 연결성(connectivity)이 온전하게 이뤄져야 최적화되는 기술이다. 오늘날 가장 자주 언급되는 최신 ICT 기술, 이를테면 △인공지능 △빅데이터 △센서 △클라우드 컴퓨팅 △바이오메트릭스 △스마트홈 △스마트 헬스케어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첨단 기술의 첨단’에 서 있다고나 할까?

앰비언트 인텔리전스 홈, 이렇게 작동된다  센서 스마트폰 등 발신장치로 사용자의 움직임 감지 -> 정보송신 데이터 프로세서 행동 분석 ->과제도출 -> 반응지시 -> 반응지시

앞서 든 A의 스마트홈을 다시 예로 들어보자. 외출에서 돌아온 A가 현관에 접근하면 현관 외부에 장착된 센서가 A 소유 스마트폰 위치 발신 장치에서 나오는 정보를 읽어 들인 후 중앙 데이터 처리 장치로 보낸다. 중앙 데이터 처리 장치는 접수된 정보를 분석, A가 집 주인이란 사실을 확인한 후 A가 귀가했을 때 필요한 일련의 조치를 관련 기기에 지시한다. 그 결과, A의 집은 A가 들어올 수 있도록 스마트 잠금 장치를 풀고 문을 열어준다. 신발장을 열어 실내화를 내어주고 에스프레소 머신이 커피를 내리도록 한다. 거실 TV 전원을 켜 A가 그 시간대에 자주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재생되도록 설정해둔다.

이 장면만 봐도 AmI 환경이 완벽하게 구현되려면 상당 수준의 센서 가동 기술과 (사용자 정체성 확인에 필요한) 바이오메트릭스 기술의 존재는 필수다. 사용자의 안면∙행동 유형이 인식돼야 하는 만큼 인공지능도 기반 기술로 요구된다. 현관 자물쇠와 신발장, 에스프레소 머신과 TV 등 과거엔 단순 기계 장치에 불과했던 기기에도 IoT을 구현하는 컴퓨팅 기술이 빠짐없이 포함돼야 한다.

AmI 적용 영역이 가정을 넘어서려면 사회 전반적으로 연결성에 필요한 인프라(infrastructure)가 갖춰져야 한다. 더 나아가 의료∙교육∙금융∙쇼핑∙행정 등 분야별 사회 활동 관련 기기와의 연결을 담당하는 메카트로닉스 부문도 확대돼야 한다. 결국 AmI는 이 모든 게 갖춰져야 구현될 수 있는 상황인 동시에 이 모든 것의 발달을 촉진하는 목표다.

직장-엔터테인먼트-금융-교육-인터넷-정부-의료-쇼핑-다른집 원격조정-인터넷-접속네트워크-인터넷-자동차 원격조정- 앰비언트 ㅇㄴ텔리전스의 사회적 확장 가능 분야

 

#컴퓨터, ‘삶에 녹아들 정도’로 친근해져야

세상을 크게 바꿔놓을 잠재적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한쪽에선 신기술의 가능성에 열광, 해당 기술 개발에 몰입하거나 지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선 그 기술이 인간에게 가져올 부정적 측면을 두려워하며 비판적 태도를 견지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무수히 많은 기술자들이 관련 기술 개발에 온 열정을 바쳐왔다. 그런가 하면 스탠리 큐브릭 같은 영화감독은 1968년 자신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2001: A Space Odyssey)’에서 ‘우주선에 탄 인간을 교묘하게 죽여가며 지구 정복을 꿈꾸는 인공지능(HAL9000)’의 모습을 섬뜩하게 그려내며 신기술에 내재된 위험 요소를 경계했다.

기계와 인간

하지만 최근 컴퓨터를 두려워하는 사람의 수는 점차 줄어드는 양상이다. 다이앤 쿡(Diane J. Cook) 미국 워싱턴주립대학교 전기엔지니어링∙컴퓨터과학학부 교수는 “AmI이 구현되기까진 기술적 기반 외에 컴퓨팅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전환이란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처럼 컴퓨터 응용 기기를 매일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컴퓨팅=(의외로) 재밌고 친근한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됐고,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이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이끌었단 얘기다.

어떤 관계든 양쪽 힘이 모두 작용한다. 똑같은 기술이라도 부정적으로 쓰이면 위험천만해지고 긍정적으로 쓰이면 필수불가결해진다. 일찍이 마크 와이저가 말한 것처럼 “컴퓨터는, 숲 속 길을 산책하는 듯한 기분으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인간을 자신에 맞추도록 강제하는’ 기계가 아니라 ‘인간 환경에 녹아 들어가는’ 기계가 될 수 있다.” 그야말로 AmI이 ‘제대로’ 구현되는 세상을 맞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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