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예비 스쿠버 다이버’의 특별한 도전
“오늘은 피곤해서 운동은 무리야.”
“배워보고 싶긴 한데 시간도 없고….”
사람들은 종종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 붙이며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을 미루곤 한다. 어쩌면 순간의 편안함을 위해 그저 핑계를 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지금, 주위를 한 번 둘러보자.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그들은 하나같이 바쁜 일상을 핑계 삼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걸 배운다. 그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하나씩 성취해간다. 삼성전자에도 동호회 활동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키우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임직원이 제법 많다. 오늘 사연의 주인공도 그중 한 명이다.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 일상의 불편을 넘어 태생적 불편까지 극복하고 있는 최진원(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메모리사업부)씨가 그 주인공이다.
불편과 두려움 딛고 물속으로 ‘풍덩’
삼성전자 나노시티 화성캠퍼스(경기 화성시 반월동) 내 한 사무실. 모니터에 시선을 집중한 임직원들의 열기로 가득한 이 공간 한편에서 근무에 한창 열중하고 있는 진원씨를 만났다. 약간 구부정한 자세로 세 손가락을 이용해 자판을 입력 중이었다. 아주 어릴 때 불의의 사고로 뇌병변 장애를 갖게 된 그는 이후 줄곧 양 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 걷는 자세도 영 불편하다.
비록 거동은 남보다 불편하지만 진원씨만큼 많은 일을 해내는 사람도 많지 않다. 실제로 그는 업무 틈틈이 시간을 내 △자전거 전국 일주 △벽화 봉사 활동 △제빵 기술 이수 △10㎞ 마라톤 완주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최근엔 필리핀 보라카이에서 난생처음 스쿠버 다이빙을 체험한 후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 그리고 이내 생각했다. ‘이 기술, 좀 더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다!’
막상 결심은 섰지만 실제로 교육을 받기까진 시간이 꽤 걸렸다. 선뜻 강사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진원씨는 전문가급 회원들이 포진한 사내 동호회의 지원 덕에 스쿠버 다이빙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훈련은 물론 난관의 연속이었다. 맘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손가락 때문에 인플레이터[1] 조작이 어려웠고 이퀄라이징[2]도 잘 되지 않았다. 두 동작 모두 물속에서 안전을 유지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간간이 연출됐다. 설상가상으로 불편한 다리에 추진력이 제대로 실리지 않아 앞으로 나아가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최대 난관은 그간 물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진원씨 마음속 두려움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두려움을 떨치는 일. 진원씨가 내린 결론은 ‘정면 돌파’였다. 그는 일과가 끝나면 어김없이 훈련장을 찾았고, 동호회 연습이 있는 날엔 공기통 내 공기가 소진될 때까지 수중 연습을 거듭했다.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때엔 마스크와 오리발을 착용하고 수영장을 수십 번씩 왕복했다. 연습이 없는 날엔 ‘안전 제일’을 떠올리며 이론을 숙지하는 데 열중했다.
훈련 두 달 만에 제주 바다서 ‘실전’
꼬박 두 달을 실내(수영장) 훈련에 매진한 덕분일까. 진원씨는 어느새 물에 대한 두려움을 상당 부분 떨쳐냈다. 장비 조작도 꽤 익숙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이틀간의 해양 실습을 통해 스쿠버 다이빙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 것. 목적지는 제주였다. 그는 스쿠버 다이빙 전용 슈트를 혼자 입고 벗으며 제주 바다에 뛰어들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지난달 10일, 진원씨는 강사 두 명의 도움을 받으며 드디어 제주 바다에 입수했다. 역시 바다는 바다였다. 한여름이었지만 제법 한기(寒氣)가 느껴졌고, 생각보다 좋지 않은 시야 때문에 생애 첫 바다 잠수의 두려움은 더해갔다. 연습할 때와 달리 생각처럼 되지 않는 하강 동작 때문에 당황하기도 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맘이 서서히 안정되더군요. 바닷속 풍경도 그제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어요. 해양 식물들도 신기했고 여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들의 모습이 정말 환상적이었습니다. TV에서나 접했던 풍경을 바로 눈앞에서 경험할 수 있단 사실이 어찌나 신기하던지요!”
진원씨의 스쿠버 다이빙 강사이면서 이날 그의 해양 실습을 곁에서 도운 사내 스쿠버 다이빙 동호회원 이승하(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씨는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만 해도 안전 문제가 생기면 어쩌나, 하고 걱정했지만 반 년 넘게 스쿠버 다이빙을 진심으로 배우고 싶어하는 진원씨 열정을 지켜보며 결국 ‘가르쳐보자’고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내 교육에 이어 바다 실습까지 열정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에 저도 자극을 받습니다. 불편을 극복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실습 이틀째 되던 날, 진원씨는 섬 외곽까지 진입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조류는 그에게 스쿠버 다이빙이 얼마나 만만찮은 도전인지 다시 한 번 실감나게 해줬다. 하지만 낙담하진 않았다. “다른 사람들보다 물 차는 힘이 약해 조류 극복이 유독 어려웠던 것 같아요. 이제 뭐가 문제인지 알았으니 실내 훈련을 통해 해결해가야죠.”
제주에서의 일정이 모두 끝난 후, 진원씨는 이틀 내내 함께해준 동호회원들에게 특히 고마워했다. “저 혼자만의 의지론 절대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예요. 저조차 제가 해낼 수 있을지 자신 없을 때가 많았거든요. 절 믿고 끝까지 지도해준 강사님과 동호회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 인사 전하고 싶습니다.”
드디어 자격증 취득! ‘예비 다이버’로
지난달 31일, 진원씨는 드디어 꿈에 그리던 다이버가 됐다. 그가 받은 자격증은 ‘오픈 워터 다이버(Open Water Diver)’<아래 박스 참조>. 동호회원들이 마련해준 수여식을 통해 자격증 취득의 기쁨을 만끽한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뗐을 뿐인걸요. 앞으로 갈 길이 멉니다. 최종 목표는 ‘다이브 마스터(Dive Master)’가 되는 거예요. 그 꿈을 이루고 나면 제가 도움 받았던 것처럼 스쿠버 다이빙에 도전하려는 분들을 돕고 싶습니다.”
진원씨는 한때 자신의 몸을 원망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몸 좀 불편한 게 제 인생의 장애물이 될 순 없어요. 스쿠버 다이빙뿐 아니라 다른 도전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성취의 기쁨을 보다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거든요. 특히 저처럼 몸이 불편하신 분들과요. 좀 더 열심히 준비해 그분들께 매사 두려움 없이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하고 싶습니다.”
[1] 수중 상승·하강 동작을 위해 부력 조절기에 공기를 주입하거나 뺄 때 사용하는 장치
[2] 수압으로 높아진 귀의 압력 평형을 맞추기 위해 코를 막고 바람을 넣는 동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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