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이 옷 수 백만 원어치씩 산 까닭은?_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 이야기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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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기가 대중화 되기 전 한 여성이 힘겹게 빨래를 하고 있다

하나의 발명품은 세상을 바꿉니다. 자동차의 발명으로 인간의 생활 반경이 획기적으로 넓어지고, 인터넷의 발명으로 시공간을 초월해 세계가 하나 된 것처럼 말이죠. 세상을 바꾼 발명품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물건이 있는데요. 바로 세탁기입니다.

세탁기의 발명은 인간 생활에 혁신을 가져왔습니다. 세탁기의 등장으로 집안일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빨래 부담은 크게 줄었고, 이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에 큰 원동력이 됐는데요. 세계적 경제학자인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자신의 저서 ‘그들이 자본주의에 대해 말하지 않는 23가지’(부키)에서 “세탁기가 인터넷보다 세상을 더 바꿨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인 제임스 킹(James King)이 현대적 개념의 세탁기를 발명한 건 지난 1851년. 벌써 160여 년이 흘렀습니다. 세탁기는 등장 초기 단순히 빨랫감을 깨끗하게 해주는 역할에서 현재는 의류 소재의 특성을 살리고 사용자의 건강까지 지켜주는 단계로 쉼 없이 진화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여러분께 세탁기의 미래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일정 온도·습도 유지되는 '첨단 빌딩 속 실험실'

지난달 19일 삼성전자 뉴스룸은 삼성전자 디지털시티(경기 수원시 영통구) 내 생활가전사업부 사무실을 찾았습니다. 오늘의 주인공들이 저희를 실험실로 초대했기 때문인데요. 2중·3중의 엄격한 보안 과정을 거쳐 들어간 사무실 안은 그야말로 ‘세탁기의 천국’이었습니다. ‘항온항습실험실’이라고 쓰인 곳에 들어서자 두 연구원이 저희를 반갑게 맞았는데요. 오늘 우리가 만날 주인공인 임정수 환경가전파트 수석과 이보람 의류파트 책임(이상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선행개발팀 소속)입니다.

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마케팅팀 박민 과장, 선행개발팀 환경가전파트 임정수 수석연구원, 의류파트 이보람 책임연구원▲ 임정수 수석(사진 가운데)와 이보람 책임(사진 오른쪽). 맨 왼쪽은 두 연구원과 함께 근무하고 있는 박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마케팅팀 과장입니다

난생처음 들어와본 실험실을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둘러보자, 이보람 책임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이 책임은 “이 실험실은 항상 섭씨 22도에서 24도 사이의 온도와 60%의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있다"며 "온도나 습도 변화에 따라 세탁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한 “다른 방과 독립적으로 완전히 밀폐돼 있어 실험실 속의 실험실인 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기능성 의류 세탁∙관리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_의류파트

이보람 책임연구원은 기능성 의류의 관리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보람 책임은 기능성 의류의 관리법에 대해 설명하며 “고어텍스 제품은 드라이클리닝보다 전용 코스로 세탁해주는 게 좋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보람 책임이 속해 있는 의류파트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의류 소재의 특성을 파악, 소비자 요구보다 한발 앞서 세탁법을 개발하는 곳입니다. 세탁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선 의류 소재에 대한 전문지식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모든 파트원이 의류학이나 섬유공학 전공자들로 구성돼있다고 하네요.

최근 이들의 연구는 고어텍스 아웃도어 의류나 패딩 점퍼 같은 기능성 의류의 세탁∙관리 기능 개발에서 성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기능성 의류는 많은 사람이 애용하지만, '세탁과 관리가 까다롭다'는 인식이 있는데요. 

의류파트 연구원들이 수 년간의 연구를 통해 개발한 ‘스포츠 버블 코스’는 세탁 시 발생할 수 있는 기능성 의류의 손상을 줄여줍니다. 이 책임은 “세탁물의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탁이 잘 되는 물 온도와 세탁시간을 다각도로 연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구진은 세탁 기술뿐만 아니라 기능성 의류의 손상된 기능을 회복시켜주는 기술도 개발했는데요. 건조기의 열풍 기능을 이용해 상실된 고어텍스 의류의 발수 기능을 재생시켜주는 ‘아웃도어 발수케어’와 납작하게 눌린 패딩 점퍼의 충전재를 새 것처럼 회복시켜주는 ‘패딩케어’ 기능이 바로 그겁니다. 

'패딩 케어' 전후에 따른 패팅 충전재의 부피 피교. 패딩 케어 이후 충전재가 부피가 늘어남을 볼 수 있다 ▲'패딩케어' 기능 적용 후(사진 왼쪽)와 자연건조 후. 충전재 부피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충전재가 넓게 퍼지면 그 사이로 공기층이 형성돼 보온에 유리해집니다

이 책임의 등 뒤에 놓인 탁자엔 '실험용'으로 보이는 여러 종류의 기능성 의류가 쌓여있었는데요. 이 책임은 “각기 다른 소재의 특성에 따른 세탁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제품을 두고 실험한다”며 “백화점에 한 번 갈 때마다 옷을 수 백만 원치 씩 샀더니 VIP 고객 대접을 해주더라”며 말하며 멋쩍게 웃었습니다.

 

‘위생’은 좋은 세탁기가 갖춰야 할 기본 요건_환경가전파트

선행개발팀엔 세균을 연구하는 환경가전파트도 있는데요. 환경가전파트는 수처리∙환경∙위생 등 관련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세탁기와 세탁물이 세균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입니다.

임정수 환경가전파트 수석이 '무세제 통세척' 기술 개발 뒷얘기를 들려주고 있다 ▲ 임 수석은 “기술 조사를 위해 세탁기 분해 청소 업체를 따라 다니며 청소 과정을 유심히 지켜봤다”며 ‘무세제 통세척’ 기술 개발 과정의 뒷얘기를 전했습니다

임정수 수석은 환경가전파트의 업무에 대해 “좋은 세탁기가 갖춰야 할 조건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위생은 그 중에서도 기본”이라고 말했는데요. 사용자들이 안심하고 세탁기를 쓸 수 있게 연구하는 환경가전파트의 연구진들은 오랜 연구 끝에 지난 2009년 ‘무세제 통세척(pure cycle)’ 기술을 개발해냈습니다.

무세제 통세척 기술은 기존 드럼세탁기 세탁조 세척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인데요. 전용 세제를 이용해 세탁기 드럼을 세척하는 기존 방식은 화학 성분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세탁기 내부 부품의 부식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제 없이 열과 고속수류만을 이용해 세탁기 드럼 세척이 가능한 무세제 통세척 기술의 등장으로 이런 우려는 말끔히 해결됐습니다.

"무세제 통세척 기술 개발을 위해 폐가전 센터에서 가져온 50여 대의 세탁기를 직접 분해해 오염 상태를 측정했다"는 임 수석은 “세탁기 내부는 상상 이상으로 오염이 심했는데, 한 직원은 역한 기운을 참지 못해 화장실로 뛰어갔다”고 신기술 개발 이면에 숨은 고충을 들려줬습니다. 

선행개발팀이 연구한 버블샷 애드워시의 다양한 기능

'에어 살균' 기능과 '에어 탈취' 기능도 환경가전파트가 자신있게 내세울 만한 신기술입니다. 출∙퇴근시 버스나 지하철 등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지나는 경우가 잦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공기를 통해 각종 전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외출할 때마다 매번 세탁하기엔 번거로운 외투를 뜨거운 건조열로 살균∙탈취해 청결하게 유지하는 데 유용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생활을 책임지는 것”이라고 말하는 임 수석은 평소 일상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을 떠올리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다고 하는데요. 에어 살균·탈취 기능 아이디어 역시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사람이 외투 터는 모습'을 상상하다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사용자의 일상 돌보고 그들의 감성 충족시켜라!

항온항습실험실의 한쪽 벽면에서 'SOFT'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두 연구원과 한참을 대화하며 실험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한쪽 벽면에 붙여진 ‘소프트(SOFT)’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떤 의미냐고 묻자 임 수석은 “소프트(SOFT)는 시너지(Synergy)∙오버웰밍(Overwhelming)∙프론티어(Frontier)∙테크놀로지(Technology)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라며 “선행개발팀엔 의류∙환경가전파트 외에도 다양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우리 기술로 사용자들의 생활 환경을 돌보며 그들의 감성을 만족시킨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날 실험실에서 만난 두 연구원은 세탁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유독 눈을 반짝였습니다.. 그만큼 그들의 머릿속엔 항상 사용자들의 생활 만족과 세탁기의 진화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하다는 뜻이겠죠? 사용자의 감성을 움직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에서 그들이 바꿀 새로운 세상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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