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사고 인명 구조율 높이겠다”며 불 속 훈련 나선 ‘열혈’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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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경기도소방학교(경기 용인시 처인구).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에게도 낯익을 네 얼굴을 포함, 도합 여덟 명이 이곳에 찾아왔다.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 아이디어로 지난해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아이디어’ 부문 대상을 차지한 ‘이그니스’ 팀이 그 주인공(관련 기사는 여기 참조).

수상 이후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는 삼성전자 크리에이티브랩(C랩) 사회공헌 과제로 채택됐다. 단순 아이디어에서 ‘실제 사회에 적용시킬 수 있는 솔루션’으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이날 이들이 경기도소방학교를 찾은 것도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가 실제 화재 현장에선 어떻게 작동하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C랩 과제가 되며 팀원 구성도 다채로워졌다. 한경승 소방관(경기 동두천소방서)을 비롯, 지난해부터 함께해온 ‘원년 멤버’에 4명의 C랩 팀원(김민준·김한준·김세훈·주형민)이 합류한 덕분이다.

지난 17일, 경기도소방학교(경기 용인시 처인구). 삼성전자 뉴스룸 독자에게도 낯익을 네 얼굴을 포함, 도합 여덟 명이 이곳에 찾아왔다.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 아이디어로 지난해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 ‘아이디어’ 부문 대상을 차지한 ‘이그니스’ 팀이 그 주인공

삼성 투모로우 솔루션(SAMSUNG TOMORROW SOLUTIONS)

2013년부터 삼성전자에서 진행해오고 있는 대표적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공모전이다. ‘아이디어(Idea)’ 부문과 ‘임팩트(Impact)’ 부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아이디어’ 부문에서 수상한 팀은 다음 해 ‘임팩트’ 부문으로 진출해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각자의 솔루션을 실제로 사회에 적용할 수 있다

 

테스트 현장, 사위 어둡고 연기 자욱… 한 치 앞도 안 보여

카메라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가상으로 조성한 화재 현장. 어두운데다 연기가 자욱해 바로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카메라 성능을 실험하기 위해 가상으로 조성한 화재 현장. 어두운데다 연기가 자욱해 바로 앞도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화재 현장 인명 구조’가 본업이라 해도 소방관이 연기 자욱한 암흑 속에서 생존자를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개는 목소리나 움직임 등에 의존하지만 호흡조차 곤란한 상황에서 그마저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구조는 종종 실패로 끝나고 심한 경우 소방관 본인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 받기도 한다.

이런 경우 쓰이는 게 바로 열화상 카메라다. 방사율을 활용, 구조자와 발화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촬영 기기여서 화재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에겐 반드시 필요한 기기다. 하지만 2017년 3월 현재 국내 소방에서 보급된 열화상 카메라는 구조대당 평균 한 대가 고작이다. 대당 200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가격 때문이다. 이그니스 팀은 열화상 카메라의 대당 단가를 줄이는 동시에 현장 상황에 맞게 최적화해 보급하는 걸 목표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열화상 카메라 보급이 확산되면 그만큼 인명 구조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소방 분야에서 이들에게 거는 기대도 크다.

 

마스크·호흡기 끼고 가상 화재 현장 투입… 각종 성능 점검

테스트 직전 이그니스 팀원 한규동(사진 왼쪽)씨와 김홍주씨가 카메라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테스트 직전 이그니스 팀원 한규동(사진 왼쪽)씨와 김홍주씨가 카메라 작동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이그니스 팀원들은 체험 전 경기도소방학교 소속 소방관과 인사를 나눈 후 개발 중인 열화상 카메라의 개발 의도와 진행 상황, 향후 계획 등을 간략히 설명했다. 이 자리에 모인 소방관들은 높은 관심을 보이며 이런저런 질문을 쏟아냈다.

1차 테스트 도중 촬영한 현장. 바깥쪽 관제실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한 모습이다▲1차 테스트 도중 촬영한 현장. 바깥쪽 관제실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한 모습이다

이어 훈련에 관한 설명이 진행됐고 이후 실제 소방 현장 파악을 위한 교육과 카메라 성능 테스트가 진행됐다. 이날 소방 체험은 두 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1차 테스트는 공기 호흡기에 적응하는 훈련으로, 실내 교육장에서 가상의 연기를 피운 후 방화복을 입고 산소통을 등에 멘 채 실제 환경과 비슷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모의 훈련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는 C랩 소속으로 이그니스 팀에 합류한 김윤래·김민준·김한준씨 등 세 명이었다.

이그니스 팀이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는 산소 마스크에 부착하는 형태여서 두 손이 자유로운 게 특징이다▲이그니스 팀이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는 산소 마스크에 부착하는 형태여서 두 손이 자유로운 게 특징이다

1차 테스트를 마치고 나온 김윤래씨는 “막상 현장을 경험해보니 지금 개발 중인 열화상 카메라에 각도 조절 기능이나 조도 센서를 탑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차 테스트는 야외 컨테이너 박스에 조성한 특수화재 교육장에서 진행됐다. 목재를 태워 연기를 피운 다음,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 기존 열화상 카메라와 이그니스 팀이 개발 중인 열화상 카메라의 성능을 비교하는 방식이었다.

▲2차 테스트에 참여하기 위해 특수화재 교육장으로 진입 중인 이그니스 팀원들


팀원들 “훈련 덕에 개선·보완 사항 분명해져… 적극 반영할 것”

모든 훈련이 끝난 후 김윤래씨는 “실제 화재 환경은 훈련 상황보다 훨씬 뜨거울 텐데 제 목숨 부지하기조차 힘든 환경에서 인명을 구조해낸다고 생각하니 새삼 소방관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모든 훈련이 끝난 후 김윤래<위 사진>씨는 “실제 화재 환경은 훈련 상황보다 훨씬 뜨거울 텐데 제 목숨 부지하기조차 힘든 환경에서 인명을 구조해낸다고 생각하니 새삼 소방관에게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며 “지금 개발 중인 제품에 △각도 조절 △조도 센서 탑재 △전원 온·오프(ON/OFF) 기능을 추가해야겠단 아이디어도 얻었다”고 말했다. “지금 보급돼 있는 고가의 열화상 카메라는 실제 사용 환경에 비해 지나치게 성능이 높습니다. 저희는 보급이 가능한 가격대에 꼭 필요한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입니다.”

김민준씨는 “오늘 소방관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구조 현장에서 필요한 건 수색과 구조에 적합한 모드 지원, 그리고 해상도·안정성·견고함이더라”며 “특히 소방관이 현장에서 최대한 손쉽게 쓸 수 있도록 사용성 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이그니스 팀의 훈련 참여를 도운 김홍석 경기도소방학교 현장교육 팀 교관은 “팀원들이 실제 소방관과 다름 없이 훈련에 참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이그니스 팀의 훈련 참여를 도운 김홍석<위 사진> 경기도소방학교 현장교육 팀 교관은 “팀원들이 실제 소방관과 다름 없이 훈련에 참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현장에서도 예상했던 것보다 잘 적응해줘 훈련이 무사히 종료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 화재 현장은 훈련 환경에서처럼 정형화돼 있지 않기 때문에 돌발 변수가 많다”면서도 “오늘처럼 테스트를 거치고 거기서 발견된 문제점을 계속 보완해간다면 훌륭한 제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이그니스 팀이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의 초기 모델. 팀원들은 이날 훈련에서 알게 된 점을 바탕으로 외형과 성능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해갈 계획이다▲지난해 이그니스 팀이 개발한 열화상 카메라의 초기 모델. 팀원들은 이날 훈련에서 알게 된 점을 바탕으로 외형과 성능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해갈 계획이다

이그니스 팀원과 관계자들이 훈련을 마치고 복귀하고 있다

이그니스 팀의 목표는 올해 안에 제품을 “실제 상황에서 테스트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하는 것. “우리 제품이 실제로 쓰이는 환경을 비슷하게나마 체험해볼 수 있었단 점에서 오늘 훈련이 특히 뜻깊었다”는 김윤래씨의 소감처럼 이들이 내놓을 보급형 열화상 카메라가 머지않아 소방관의 ‘눈’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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