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복합 인재가 온다]_① SCSA, 인문학도들에게 소프트웨어의 날개를 달아주다
융합의 시대, 또는 통섭의 시대라는 말이 이제는 낯설지 않습니다. 언뜻 서로 연관 없어 보이는 영역들이 교류를 통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내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한 예로, 삼성전자의 모바일 기기들이 패션 브랜드와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지요. 이 둘의 만남은 차가운 기계에 화려한 무늬를 덧입히는 것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처럼 융합의 시대를 말할 때 곧잘 언급되는 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메디치 효과’라는 것인데요.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 모인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창조물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리고 이 창조물들은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되었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한 데 모으고 후원한 가문의 이름이 메디치였다는 데서 메디치 효과라는 용어가 생겨났고요.
삼성전자는 SCSA (Samsung Convergence Software Academy)를 통해 이 시대의 메디치를 꿈꾸고 있습니다. SCSA가 무엇이냐고요? 간단히 말하면 삼성전자가 인문학도에게 소트프웨어의 날개를 달아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지금부터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소프트웨어 관련 경험이 없더라도,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도전
인문학 전공자에게 소프트웨어 직무의 기회를 주는 SCSA는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되었습니다.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두 차례에 걸쳐 총 400명을 선발했고, 선발된 인문학도들 중 대부분은 6개월의 교육 기간을 거쳐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올해도 새로운 기수의 교육생들이 열심히 과정을 이수하고 있고요.
인문학 전공자라 해도 평소에 소프트웨어에 관심이 있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이를 자신의 일로 삼는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지요. 이 과정의 선배들도 “수학이나 과학에 대한 깊은 지식은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소프트웨어 전문가 양성 과정인데 정말 그래도 되는 걸까요?
▲SCSA 2기 교육생들은 롤러코스터 제작을 통해 조직 활성화와 팀워크 향상에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1기 교육생 출신인 김지수 사원(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 졸업, 삼성전자DS 소프트웨어연구소 소속)은 “고등학교 때 수학이나 과학 성적이 좋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당당히(?) 고백했습니다. 그래도 “6개월 동안 열심히 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결과는 생각한대로였죠. 또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언어도 문법이 다른 하나의 언어일 뿐이라서 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문학 전공자들에게 더 유리한 측면도 있는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이 과정을 담당하는 인사팀 글로벌채용그룹의 김지선 사원은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사전 지식이 없었던 비전공자들도 알기 쉽도록 기초부터 심화까지 체계적으로 교육이 진행되므로 경험이 없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열정’과 ‘관심’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정보처리기사나 OJCP, OCP 등 소프트웨어 관련 자격증들도 있으면 더 좋기야 하겠지만 선발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이 정도면 도전해볼 욕심이 나지 않나요?
6개월이라는 교육 과정 내내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융합형 인재를 육성하려는 목표에 걸맞게 저명인사들을 초청해 다양한 강연도 진행한다고 합니다.
▲SCSA 3기 입학식에서 축사를 해주신 어길수 부사장(왼쪽)과 2기 교육생들의 로봇 페스티벌 현장
혁신도 결국 사람의 일, 융복합 인재가 필요한 이유
삼성전자는 왜 인문학도들에게 주목했을까요? 인문학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 영역’입니다. 중심에 바로 인간이 있지요.
갤럭시 S5나 기어 핏, 갤럭시 탭S 등 다양한 혁신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삼성전자는 사람보다 제품이 먼저 돋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혁신도 결국 인간의 일이죠. 어쩌면 전자회사가 인문학도에게 관심을 두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습니다.
▲로봇 페스티벌 현장에서 로봇 구동을 위한 알고리즘 구현과 문제해결 방법을 찾고 있는 교육생들
SCSA는 단순한 체험 과정이 아닙니다. 지원할 때 이미 자신이 일하고 싶은 회사를 직접 선택하는 실무형 과정입니다. 삼성전자 지원자는 스마트폰 등 IT 제품의 소프트웨어 개발(IM/CE)과 반도체 소프트웨어 개발(DS) 분야에서 일하게 되고, 삼성SDS 지원자는 웹 시스템 개발 업무에 종사하게 된다고 하네요.
또한 6개월의 교육 과정은 경력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사실상 신입 직원에 준하는 자격을 갖춘 셈이지요. 그래서인지 현업에 있는 선배들은 후배가 될지도 모를 교육생들에게 진심 어린 멘토링을 지속적으로 해준다고 합니다. 이런 점들이 교육생들에겐 더 큰 동기부여가 되겠지요?
다음은 이 과정을 담당하고 있는 김지선 사원(인사팀 글로벌채용그룹)과의 일문일답입니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의 원천이죠”
Q : 비전공자들이 6개월만에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되기에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진 않나요?
A : 6개월 동안 대학의 컴퓨터공학 전공 수업시간에 준하는 960시간의 집중교육을 합니다. 단계별 커리큘럼을 통해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되기 위한 기본 소양을 충분히 습득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물론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는다고 해도 6개월은 전문가가 되기에는 굉장히 부족한 시간입니다. 따라서 SCSA 교육은 소프트웨어의 기본소양을 탄탄히 한다는 데 의미가 있으며, 입사 후 부서별 업무에 필요한 교육을 추가적으로 이수하고, 현업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 인문학 전공자들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받으며, 생소한 배움에 대해 힘들어하진 않나요?
A : 비전공자들이 소프트웨어 교육을 어렵게 여기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언어를 논리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므로, 인문학 전공자라고 해도 논리력과 문제해결력을 갖추고 있다면 교육과정에 적응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Q : 교육을 진행하면서 ‘융복합 인재가 이래서 필요하구나’하고 느끼신 순간은 언제인가요?
A : 교육생 대부분은 인문학 전공자답게 사람과 사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남다릅니다. 따라서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기획할 때도 개발에 앞서 ‘인간’과 ‘인간의 행복’에 주목하며, 사람이 진정으로 원하는 기술과 소프트웨어는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듯 합니다. 이런 고민을 통해 도출된 아이디어들이 소프트웨어로 구현되는 모습을 볼 때 융복합 인재의 필요성을 실감하곤 합니다.
Q : SCSA 2기 수료생까지 배출이 되었는데 앞으로 어떤 친구들이 SCSA에 지원을 했으면 좋겠는지, 그리고 SCSA의 비전이나 목표가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A : 인문학에서 배운 가치를 소프트웨어에 담아야겠다는 포부를 가진 분들이 많이 지원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짧은 기간 동안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관심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SCSA에 관심이 있다면 소프트웨어 기초교육을 대학에서 이수하고, 관련 서적이나 기사를 자주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SCSA의 목표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소프트웨어에 접목시킬 수 있는 통섭형 인재를 양성하는 것입니다.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소프트웨어 전문가들이 많이 배출되어 사람을 보다 행복하고 편리하게 해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소프트웨어 전문가로 거듭난 인문학 전공자들이 삼성전자의 대들보로 성장할 날이 기다려집니다. 또한 그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혁신에 대해서도 기대치가 커집니다.
다음 회에서는 실제 교육생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볼 예정입니다. 2기 수료생 4명의 입을 통해 지원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 힘들진 않았는지, 선택에 만족하는지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릴 테니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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