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응답하라 1985! 40년 동안 우리집 먹거리를 책임진 삼성 냉장고 이야기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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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가까운 세월을 한 가족과 함께한 삼성전자 다목적 냉장고가 삼성전자의 전자산업사 박물관인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으로 찾아왔다. 1985년 제조된 이 냉장고는 놀랍게도 최신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의 기능과 디자인을 쏙 빼닮아 눈길을 끌었다.

과거 부의 상징으로 통했던 냉장고가 모든 가정의 필수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던 그 때 그 시절의 냉장고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삼성전자 뉴스룸이 1986년부터 40년 가까이 가족들과 함께 삼성 다목적 냉장고를 사용해온 기증자 이숙희 씨, 그리고 1991년부터 32년 간 냉장고 기술 개발을 이끌어온 삼성전자 DA사업부 서국정 기술컨설턴트를 만나 이 오래된 냉장고에 얽힌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냉장고 개발을 담당하는 DA사업부 서국정 기술컨설턴트,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에 ‘다목적 5S 냉장고’를 기증한 이숙희 씨

▲ (왼쪽부터) 삼성전자 냉장고 개발을 담당한 DA사업부 서국정 기술컨설턴트,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에 ‘다목적 5S 냉장고’를 기증한 이숙희 씨

 

부모님 혼수품 삼성 다목적 5S 냉장고, 40년간 4만번 열고 닫았다!

이 씨가 이번에 기증한 제품은 1985년 제조된 삼성 ‘다목적 5S 냉장고(모델명 SR-215GQ)’다. 내부 온도조절기를 조작해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사용하거나, 필요에 따라 냉장실 전원만 끌 수 있는 기능으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냉장고가 어떻게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까지 오게 되었을까? 이 씨는 “부모님이 세 평짜리 단칸방에서 신혼을 시작하면서 혼수로 구매한 것이 냉장고와 장롱 단 두 가지였다”고 운을 뗐다. 이어 “말 그대로 ‘먹고 살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넉넉치 않은 형편에도 큰 맘 먹고 냉장고를 구매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증자 이숙희 씨가 삼성전자 ‘다목적 5S 냉장고’와 함께 한 추억에 대해 말하고 있다.

▲ 기증자 이숙희 씨가 삼성전자 ‘다목적 5S 냉장고’와 함께 한 추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씨와 가족들에게 이 냉장고는 단순한 가전 제품을 넘어 삶의 동반자였다. “어릴 때 냉장고를 열면 항상 유리병에 든 오렌지 주스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이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지금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외갓집 간식 냉장고’로 통한다”고 설명했다.

40년 세월이면 냉장고 문을 하루에 세 번씩만 열고 닫아도 그 횟수가 4만 번이 넘는다. 그만큼 탄탄한 내구성으로 오랜 기간 이 씨 가족과 함께 한 것.

이 씨는 “3대에 걸쳐 함께해 온 물건이라 이 냉장고의 가치를 알아줄 수 있는 곳에 기증하고 싶었다”며, “한 영화 제작사에서 촬영 소품으로 구매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기도 했는데, 기증을 통해 가족과의 추억을 간직하는 것이 더 뜻 깊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에 1985년 제조된 냉장고가 기증됐다는 소식에 반가움과 놀라움을 표현한 이가 있다. 바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지금까지 냉장고 기술 개발을 담당해 온 서국정 기술컨설턴트다.

 삼성전자 DA사업부 에너지기술랩의 서국정 기술컨설턴트. 1991년 삼성전자 냉장고 연구팀으로 입사해 현재 부품과 시스템 에너지 효율 개선을 위한 기술컨설턴트 역할을 맡고 있다.

▲ 1991년 삼성전자 냉장고 연구팀으로 입사해 30년 넘게 냉장고 개발을 담당해온 DA사업부 서국정 기술컨설턴트.

그는 “기계공학을 전공하며 가전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 시절, 이 냉장고의 광고를 본 기억이 있다. 당시 다섯 가지 방식으로 절전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떠올렸다. 이어 “삼성전자에 입사하게 된 작은 계기라고 할 수 있는 이 냉장고가 기증된다는 소식을 듣고 감회가 새로웠다”며, “과거와 현재의 냉장고를 기술 관점에서 비교해볼 수 있다는 생각에 개발자로서 설렘을 느꼈다”고 말했다.

 1980년대 삼성전자 ‘다목적 5S 냉장고’를 소개하는 신문광고 모습.

▲ 1980년대 삼성전자 ‘다목적 5S 냉장고’를 소개하는 신문광고 모습.

 

디자인부터 냉장 기술, 에너지 절감까지…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의 역사를 담다

‘다목적 5S 냉장고’는 소비자 취향에 맞는 색상과 기능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현재의 ‘비스포크’를 떠올리게 된다. 소비자가 원하는 색상과 소재를 선택할 수 있는 맞춤형 디자인, 식재료 신선도 유지를 위한 멀티 팬트리와 맞춤보관실 등 최신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와 40년 전 오래된 냉장고는 놀랍도록 닮아 있다.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에 기증된 ‘다목적 5S 냉장고’

▲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에 기증된 ‘다목적 5S 냉장고’

냉장고 역사를 돌아보면 1980년대 초반에는 ‘식품 보존’이라는 본연의 기능에 집중한 화이트 컬러의 ‘백색(白色) 가전’이 주류를 이뤘다. 이후 1980년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고려한 컬러 냉장고 시대가 개막했다. 서 기술컨설턴트는 “당시 경제 성장에 힘입어 디자인 다양화 바람이 불었고 그린, 아몬드, 와인 레드 등 다양한 색상의 냉장고가 등장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2019년 처음 등장한 삼성전자 비스포크 가전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삼성전자 비스포크 가전은 개개인의 취향과 가치관을 우선시하는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 타입과 소재, 색상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며 ‘백(白)색 가전’을 넘어 ‘백(百)색 가전’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

냉장고는 개인 맞춤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는 식품이 상하지 않도록 차갑게 보관한다는 기능에 집중했지만, 현재는 외관 디자인은 물론 내부 공간도 원하는 음식과 맛을 고려해 온도를 직접 설정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

서 기술컨설턴트는 “’다목적 5S 냉장고’는 냉동실을 냉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비스포크의 시초라 할 수 있다. 지금은 개인 맞춤형 기능이 더욱 발전해 내부 온도를 0.1도 단위로 제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비스포크 냉장고의 맞춤보관실은 영하 23도에서 영상 4도까지 넓은 온도 대역을 미세하게 설정할 수 있어 김치, 와인, 육류, 채소 등 각 식품별 최적의 보관이 가능하고, 김치의 경우 염도별 섬세 보관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서 기술컨설턴트와 기증자 이숙희 씨가 과거와 현재의 냉장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삼성전자 서 기술컨설턴트와 기증자 이숙희 씨가 과거와 현재의 냉장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서 기술컨설턴트는 “개인 맞춤형만큼 가전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에너지 효율이다. 전기 요금을 아끼고 싶은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목적 5S 냉장고’는 삼성전자만의 절전 특허로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아랫칸 냉장실을 끌 수도 있어 그 당시에 최고 히트작으로 꼽혔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가전에는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다양한 기능이 개발, 적용돼 왔다”고 소개했다.

이 씨는 “당시 에어컨이 없어서 여름이면 너무 더웠는데, 냉장고 안이 시원해서 부모님 몰래 더운 여름 날 냉장고 문을 열고 시원한 냉기를 쐤던 기억이 있다.”며 추억을 떠올렸다.

이에 서 기술컨설턴트는 “현재 비스포크 냉장고는 1980년대 대비 5~6배 큰 용량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사용량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며, “새로운 소재, 부품, 쿨링 시스템 등을 발전시켜 에너지 효율을 크게 높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은 전기 요금을 넘어 지속가능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냉장고 전 제품에 친환경 냉매를 적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스마트싱스 AI 절약모드를 통해 냉장고 스스로 전력 사용량을 예측하고 조절해 에너지 소비를 절감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추억은 사료로 남고’… 박물관 기증으로 이어진 ‘따뜻한 냉장고’ 이야기

기증자 이숙희 씨는 냉장고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며 과거 어머니가 담근 매실청을 보관했던 기억, 어릴 적 부모님 몰래 간식을 꺼내 먹던 기억 등을 떠올렸다.

▲ 기증자 이숙희 씨는 냉장고에 얽힌 추억을 회상하며 과거 어머니가 담근 매실청을 보관했던 기억, 어릴 적 부모님 몰래 간식을 꺼내 먹던 기억 등을 떠올렸다.

우리 삶에서 오랫동안 간직한 물건들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전해지는 중요한 유산이 될 수 있다. 기증자 이씨는 나중에 자녀들과 함께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에 방문하게 되면 이 냉장고를 보고 무척 반가워할 것 같다. 부모님 세대부터 아이들까지 함께 사용했던 이 냉장고가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의미 있게 활용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기술컨설턴트는 “과거와 현재의 냉장고를 비교해보니 우리 제품이 얼마나 많이 발전해왔는지 느낄 수 있어 뿌듯하다. 식재료의 신선도를 최상으로 유지하면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냉장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자 서 기술컨설턴트와 기증자 이숙희 씨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지금의 삼성전자 비스포크 냉장고를 떠올리게 하는 그 시절 다목적 5S 냉장고처럼, 수십년 간 사용돼 온 가전은 제품 본연의 가치를 넘어 사용자와 함께한 추억, 기술의 발자취와 같은 깊은 의미를 담는다.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다채로운 시대상을 엿볼 수 있도록 도와준 이번 냉장고는 앞으로 삼성이노베이션뮤지엄의 한 공간에서 삼성전자 가전의 성장과 발전을 입증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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