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作作하는 그녀_①내가 책과 사랑에 빠진 이유
어린 시절, 제게 책은 질투의 대상이었습니다. 책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스러운 눈빛이 미웠던지 엄마가 보던 책 페이지마다 펜으로 달팽이를 그려놓았다고 합니다(부모님은 요즘도 종종 그 얘길 하십니다). 청소년이 돼서도 책 읽는 어머니를 방해할 수 없어 학원에 갈 때나 집에 돌아왔을 때 인사도 제대로 드리지 못했습니다.
▲젊었을 적 사진 속 어머니의 손엔 늘 책이 들려 있습니다
어머니는 책 한 권을 다 읽은 후 꼭 그 책에 관한 얘길 들려주셨습니다. 하지만 전 어쩐지 그런 어머니에게 삐딱하게 굴었습니다. ‘별로 듣고 싶지 않아’ ‘엄마는 왜 나보다 책을 더 사랑할까?’… ‘난 책이 싫어!’
책, ‘베개’의 오명을 벗다
전 어느덧 자라 고 3이 됐습니다. 공부에서 탈출하기 위해, 혹은 공부하는 척하기 위해 ‘스트레스 돌파구’로 책을 택했습니다. ‘담임 선생님도 문학 담당이고 어머니도 책을 좋아하시니 책 보고 있으면 혼나진 않겠지!’ 나름 머릴 쓴 거죠. 책 읽는 척하다 잠을 청하는 것, 그게 당시 ‘소심한 고 3의 작은 일탈’이었습니다.
어느 날,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전 5권, 열린책들)가 제 ‘베개’로 낙점됐습니다. 두 권씩 겹쳐 베면 잠들기 딱 좋은(?) 높이의 책이었죠.
‘터닝 포인트(turning point)’란 말이 있죠. 도무지 잠이 오지 않던 어느 순간, 책을 열게 됐습니다. 운이 좋았던 걸까요? 평소 과학에 관심이 많아서였는지 개미의 내용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그제서야 알게 됐습니다. 어머니가 왜 책을 보며 행복해 하셨는지, 유독 눈을 반짝이셨는지. 그날 이후 제게 책은 더 이상 베개가 아니었습니다. 저 역시 어머니처럼 책을 통해 행복을 얻으며 살아가고 있죠.
▲SNS에 올린 ‘독후감’에 “좋아요”로 공감해주는 분들이 있어 책 읽는 즐거움이 배가됩니다
“아니, 책을 읽으신다고요?”
“독서가 취미”라고 하면 사람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습니다. “아니, 책을 읽으신다고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어떻게 읽게 됐어요?” “그 바쁜 시간에 언제 책을 읽어요” “무슨 책을 주로 읽어요?”… 제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들은 대부분 책을 읽고 싶어합니다. 독서의 필요성도 실감하고 있죠. 다만 바쁜 일상, 힘든 몸을 이끌고 독서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울 뿐입니다.
지금 제가 살고 있는 집엔 TV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집에서 제가 즐길 수 있는 볼거리는 책이 유일하죠. 일상 속 짧은 시간이라도 TV 대신 책을 보기 시작하면 ‘독서 시간’을 일부러 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식후 단 10분이라도 책을 읽으며 자신을 치유해보면 어떨까요? 짧게 나눠 읽을 수 있는 책이라면 전자책도 훌륭한 대안이 됩니다. (제 경우 회사에서 제공하는 전자도서관 서비스를 활용, 3개월간 32권의 전자책을 읽은 적도 있습니다.)
자녀와, 혹은 연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도서관을 한 번 찾아보세요. 도서관은 책도 많고 봉사 활동도 할 수 있어 시간을 가장 멋있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카페나 공원처럼 잘 꾸며놓은 도서관도 많으니 산책을 겸해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요즘 전 시각장애인용 오디오북 녹음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 작은 노력으로 누군가의 눈이 돼줄 수 있다니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오디오북 녹음 도중 휴식 시간을 틈타 한 컷 촬영해봤습니다
책을 통해 직접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을 구경하다보면 세상 보는 눈이 점점 넓어지는 걸 느낍니다. 삶의 가치, 그리고 제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도 갖게 되죠. 책 읽는 시간은 오롯이 저 혼자만의 시간입니다. 제 자신에게 모든 걸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죠. 자신을 돌아보며 오히려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기도 합니다. 배려와 긍정, 열정 등 삶의 자세를 좀 더 확고하게 다지는 데도 독서만 한 게 없죠.
▲‘청춘 의사’(박성우 글, 온베스트) 저자의 친필 서명. ‘1판 1쇄’ 책에 받아 그 의미가 더욱 남달랐습니다
실제로 전 독서 경험을 계기로 삼성전자가 주최하는 대외 강연이나 외부 기관의 취업 강연, 크고 작은 멘토링 프로그램, 대학원 강의 등 다양한 자리에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생로병사의 비밀’(KBS1)을 비롯,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기회도 얻었죠. 그 얘긴 다음 편에서 좀 더 자세하게 들려드릴게요.
▲삼성전자 주최 대외 강연 ‘소통락서-열정의 DNA’ 편에 출연했을 당시 제 모습입니다
독서, 부담 없이 시작해보길
여러분은 책을 왜 읽나요? 제 독서의 최대 목표는 “한마디라도 기억하기 위해서”입니다. “분명 책을 읽었는데 돌아서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분, 많으실 겁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한참 읽다보면 ‘아, 지난번에 읽었던 책이네’ 하는 경우도 허다하죠. 같은 책이라도 다른 시∙공간에서 접하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어쩌면 그게 독서의 가장 큰 매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전 누군가의 성공담을 좋아합니다. 비슷한 이유로 위인전도 즐겨 읽죠. 한 인간을 집중적으로 조명, 그 사람의 장점을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기계발서도 종종 찾아 읽습니다. “그 내용이 그 내용”이라며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분도 있지만 한 번씩 제 자신을 채찍질하는 덴 ‘딱’이거든요. 자기계발서는 뭔가 목표가 필요한 사람에게 ‘나와의 약속을 정하고 그걸 이루며 삶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수단’이란 게 제 생각입니다.
때론 책 제목에서도 메시지를 얻고자 노력합니다. 입사 3년차 때 읽은 ‘토요일 4시간’(신인철 글, 리더스북)이 대표적 경우였죠. 책을 다 읽은 후 전 제목 그대로 ‘토요일 오전 4시간을 소중하게 쓰리라!’ 다짐했습니다. 이후 지금껏 토요일 오전 4시간은 최대한 ‘내 일상과 다른 뭔가’를 도전하는 게 써오고 있습니다. 영어 공부, 힙합 댄스 배우기, 봉사 활동, 가족과 시간 보내기 등이 대표적이죠. 아, 물론 독서도 빼놓을 수 없고요.
간혹 주인공 이름과 문장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기억하고 파악해가며 읽으려 애쓰시는 분이 계십니다. 하지만 그건 독‘서(書)’가 아니라 독‘학(學)’ 아닐까요? 전 간혹 필요한 걸 얻기 위해 ‘발췌독’을 활용합니다. 한 권을 보다 지루하면 다른 책을 꺼내 들고, 그러다 궁금한 내용이 생기면 그와 관련된 또 다른 책을 꺼내 읽죠. 그런 습관 덕분일까요, 생각의 전환 속도가 빨라졌고 다양한 주제에 대한 적응력도 높아졌습니다.
한번은 팀원 200여 명 앞에서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어라’(나루케 마코토 글, 뜨인돌)란 책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행사가 끝난 후 사무실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에서 평소 “독서는 정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시던 상무님께서 조용히 한 말씀 하시더군요. “그래도 책은 깊이 있게 통독해야 한다네.” 사실 상무님 말씀도 맞습니다. 대화법도 상대방에 따라 달라지듯 독서 역시 어떤 책을 읽느냐에 따라 그 방법을 달리해야 하니까요.
▲지난 2012년 말, ‘통독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던 바로 그 상무님께 상을 받았습니다. 이름 하여 ‘올해의 챌린저(Challenger) 상’! 기분 좋은 반전이었습니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는 속담이 있죠. 하지만 책은 그 빚을 질 필요가 없도록 지혜로운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실제로 전 책을 통해 지혜는 물론 물질(상금∙상품 따위)도 꽤 많이 얻고 있습니다.
거리를 지나다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칠 확률, 얼마나 될까요? 사람을 많이 만나본 사람이 반드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아닙니다. 책의 ‘양’에 연연하지 마시고 일단 여러분의 두 손에 책 한 권 쥐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런 다음, 책과의 대화를 시작해보세요. 타인의 얘길 통해 여러분 자신을 들여다보고 인생을 채워나가실 수 있을 겁니다.
… 그리고 남은 이야기
제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신 어머니가 눈 수술을 앞두고 계십니다. “네가 재밌게 읽었다던 개미, 나도 다 읽었다!” 수화기 너머, 밝게 말씀하시는 어머니의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큰 수술은 아니지만 평소 병원을 너무 무서워하셨던 기억이 나 걱정이 되네요. 모쪼록 수술이 잘돼 좋아하시는 책 맘껏 읽으실 수 있길 기도해봅니다.
때마침 다음 주엔 어머니 생신이 있습니다. 그때 이 글을 꼭 선물로 드려야겠어요. 다음 편에선 더 유익한 내용으로 여러분을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모두들 안녕하시길.
▲어머니가 무사히 눈 수술을 마치고 좋아하는 책을 맘껏 읽을 수 있도록 여러분도 응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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