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독거진사_①삼성 카메라가 걸어온 길<上>
최초의 삼성 카메라는 지난 1979년 출시됐다. 당시 업계에서 혁신적 기술로 주목 받던 일본 미놀타사(社)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삼성정밀 창원공장에서 AF필름 카메라 모델 ‘하이매틱-S’ 300대를 생산한 게 시초였다. 이후 도입된 후속 제품 SD 모델은 5000대가 출하됐다.
1979년 日 기술 제휴 통해 탄생한 ‘하이매틱-S’가 최초
▲최초의 삼성 카메라 ‘하이매틱-S’. 한국영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판매 정가는 9만 원. 1980년 당시 근로자 평균 임금이 15만 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월급 중 3분의 2를 투자해야 살 수 있었던 고가 제품이었다. 물론 20∙30만 원대였던 니콘이나 캐논 카메라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했다.
▲1980년 4월 일간지(경향신문)에 게재된 ‘하이매틱-SD’ 광고
카메라는 전자기술뿐 아니라 광학기술도 뒷받침돼야 만들 수 있어 개발하기 특히 어려운 제품군에 속한다. 초창기는 물론, 관련 기술이 상당히 발달한 지금도 여전히 진입 장벽이 높다. 특히 기술력이 부족했던 우리나라로선 해외 브랜드에 로열티를 주고서라고 카메라 제조 기술을 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삼성정밀은 하이맥스 제품 출시 이후 꾸준한 연구를 통해 1985년 마침내 순수 자체 기술로 생산한 ‘SF-A’ 모델 4만 대를 일본에 역(逆)수출하기에 이르렀다. 1995년엔 멕시코에 카메라 공장을 세워 북미 시장 수요에도 대응하기 시작했다.
사업 시작 12년 만에 유럽서 ‘인정’… 자체 브랜드 개발도
1991년엔 삼성 카메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다. ‘ECX-1’ 모델로 유럽 영상기자재 분야에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TIPA(Technical Image Press Association) 어워드 ‘베스트 필름 콤팩트 카메라’ 부문에 선정된 것. 삼성이 카메라 사업에 뛰어든 지 10여 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1991년 TIPA 어워드 ‘베스트 필름 콤팩트 카메라’ 부문에 선정된 ECX-1<왼쪽 사진>. 삼성은 1999년 ‘VEGA 140S’ 모델로 동일 부문에 다시 한 번 오르기도 했다
1996년 삼성은 독자적 카메라 브랜드 ‘케녹스(KENOX)’를 선보였다. 케녹스는 ‘KEN(보다, 알다)’과 ‘NOVELTY(신기하고 색다르다)’, ‘EXCELLENT(훌륭한)’를 합성한 신조어. 유독 보수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은 카메라 시장에서 승부수를 띄우려는 삼성의 의지가 엿보이는 브랜드명이었다.
1990년대 들어 삼성은 세계 7대 카메라 제조 업체가 됐다. 하지만 전자기술이 발달하며 ‘필름 시대’는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1991년 코닥이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한 이후 수많은 업체가 ‘필름 이후 제품’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삼성도 1993년부터 ‘미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카메라 연구에 뛰어들었다. 마침내 1997년 6월, 국내 최초로 41만 화소급 디지털 스틸 카메라를 선보였다. 당시 출시된 100만 화소급 경쟁 제품과 비교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제품이란 점에서 큰 의의가 있었다.
▲삼성이 선보인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 ‘케녹스 SSC-410N’
카메라 시장서도 ‘디지털 혁명’… DSLR서 돌파구 찾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도래하면 비즈니스에선 지각 변동이 일어난다. LCD가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다. 광학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카메라가 여느 아날로그 기기들과 마찬가지로 디지털화되면서 소니·카시오∙파나소닉 등 유수 전자업체가 카메라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반면, ‘필름 카메라 강호’였던 코닥∙아그파∙후지필름 등의 사업은 점점 축소됐다.
CCD∙CMOS 등 이미지센서 기능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카메라 성능과 화소 수가 동일시되면서 카메라 메이커 간 화소 경쟁은 날로 치열해졌다. 반면, 디지털로의 전환이 느렸던 삼성은 상당 기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 같은 상황은 니콘과 캐논을 제외한 일본 업체들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시장 내 필름∙디지털 카메라 출하량 변동 추이(1997~2010, 출처 ‘퓨처소스닷컴’/출처가 명기된 이미지는 무단 게재, 재배포할 수 없습니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 카메라가 급속도로 확산, 보급되면서 필름 카메라 시대는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관련 업체 역시 해당 사업 부문을 접거나 다른 곳에 속속 인수됐다. 그 즈음, 삼성도 콤팩트 카메라만으론 한계를 느끼고 당시 점점 시장이 커지는 ‘전문가용 DSLR’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일본 업체와의 공동 개발에 나섰다. 이 업체가 바로 펜탁스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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