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직원 칼럼] 징징 손언니_④알수록 흥미진진! 중국 숫자 이야기
안녕하세요. 네 번째 칼럼으로 돌아온 징징 손언니입니다. 지난 두 편에서 너무 진지하고 학구적인 내용을 담아 이번엔 좀 더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중국의 숫자’ 얘길 준비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중국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얘기가 많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숫자에 관련된 얘기가 참 많답니다. 아, 제가 지난 칼럼에서 말씀 드렸던 ‘지나가며 중국어로 숫자 읽기’ 연습은 열심히 하고 계신가요? 자동차 번호나 전화번호 등 눈에 보이는 숫자를 그때그때 중국어로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는 새 ‘중국어 발음의 달인’이 되실 수 있을 거예요. 자, 그럼 지금부터 본론을 시작해볼까요?
1부터 10까지, 손으로 표현해보세요
중국에 가보신 분이라면 중국인들이 숫자를 손으로 표시하는 걸 한 번쯤 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시장에서만 해도 상인들이 물건 가격을 흥정할 때, 상대의 얘길 잘 못 알아들었을 때, 혹은 뭔가 강조해야 할 게 있을 때면 손으로 숫자를 가리키곤 하는데요. 한자(漢字) 모양을 본떠 손으로 만든 손동작들, 한 번 따라 해보고 갈까요?
‘5’까진 만국 공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고 ‘6’부터 ‘10’까진 전부 한자 모양을 본떠 만든 거랍니다. ‘10’이 두 가지로 표현되는 것도 재밌죠? 잘 연습해뒀다 중국 갈 일 있을 때 꼭 한 번 사용해보세요. 현지인과 한결 친해지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중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브랜드는 ‘아우디’?
중국인은 홀수보다 짝수를 좋아합니다. 결혼 날짜를 정할 때도 웬만하면 ‘짝수 월, 짝수 일’로 정하죠. 결혼은 여자와 남자(음양)의 결합이기 때문에 서로 짝을 이루는 수가 선호되는 겁니다. 반대로 장례 등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땐 ‘한 번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홀수로 성의를 표시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중국인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숫자는 뭐니 뭐니 해도 ‘8’입니다. 중국어로 8의 발음은 영어로 표기하면 ‘ba’인데요. ‘부자가 되다’는 의미의 중국어 ‘发财’([fācái])의 ‘fā’ 발음과 비슷하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중국인의 ‘8’ 사랑에 관해선 수많은 일화가 있지만 오늘은 그 중 대표적인 몇 가지만 소개해드릴게요.
지난 2008년 개최된 베이징 올림픽의 개회식과 폐회식 시각을 기억하세요? 개회식은 8월 8일 오후 8시 8분, 폐회식은 8월 24일 오후 8시(현지 시각)에 각각 열렸답니다. 앞서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에도 중국인의 상당수가 ‘개막식이 8월 8일 열리지 않은’ 걸 무척 안타까워했었죠.
요즘은 한국에서도 ‘중국인의 8 사랑’이 꽤 많이 알려져 다양한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는데요. △중국과 제주를 오가는 전용기 편명을 ‘8989’로 정하고 △중국인이 좋아하는 88개 브랜드를 선정, 백화점에서 행사를 진행하며 △당첨자 수를 888명으로 정해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한편, 의도하지 않고도 중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도 있습니다. 바로 독일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Audi)’인데요. 아시다시피 아우디의 엠블럼이 8자 두 개를 옆으로 뉘어놓은 듯한 모습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8888’ 차량 번호는 중국인 사이에서 어느 정도로 ‘완소(완전 소중한) 아이템’일까요? 저도 “8888 번호판은 중국 고위급 공산당이나 억만장자만 탈 수 있다”는 소문깨나 들었었는데요. 지난해 한 경매에서 ‘粤B8888R’이란 자동차 번호가 172만 위안(약 3억 원)에 낙찰되며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보도가 있었답니다. 8에 대한 중국인의 사랑, 정말 대단하죠?
‘8’ 다음으로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는 ‘6’과 ‘9’인데요. 서양에서 기피 숫자로 꼽히는 ‘6’의 경우, 중국인들은 ‘만사형통’을 뜻하는 말 ‘六六大顺’([liùliùdàshùn])과의 연관성 때문에 오히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린다’는 의미로 여겨 좋아합니다. 한편, ‘8’이 중국에서 ‘재물을 부르는 숫자’로 통한다면 ‘9’는 ‘생명과 권력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중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에서 ‘9’의 발음([jiǔ])은 ‘영원하다’는 뜻을 지닌 단어 ‘永久’([yǒngjiǔ])의 발음과 비슷합니다. 또한 ‘9’는 한 자리 홀수 중에선 가장 강한 숫자이기 때문에 ‘최고(최대)’란 의미를 지니기도 합니다.
이 밖에 ‘520’은 발음([wǔ èr líng])이 중국어 문장 ‘我爱你(당신을 사랑합니다)’와 비슷하죠. 그 때문에 5월 20일은 ‘예식장 잡기 가장 힘든 날’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에선 모 제과 업체의 막대 초콜릿 과자를 연상시키는 ‘○○○데이’로 알려진 11월 11일이 중국에선 일명 ‘솔로데이(光棍节)’로 통합니다. ‘11’이 두 번 연속 이어져 있다고 해 ‘쌍11절’로 불리는 이 날은 ‘双十一 全民狂欢节’라고 해서 마치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처럼 규모 있는 할인 행사가 많이 열립니다.
위 사진은 삼성전자 중국 공식 온라인몰에서 쌍11절에 맞춰 11월 11일부터 19일까지 펼쳤던 행사 포스터인데요. 특히 이벤트 기간 중 11일과 17일 최초 결제 고객에 한해 1000위안(약 18만 원) 상당의 포인트를 특별히 적립해주는 행사가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사진 찍을 때 ‘V’ 자 그리는 한국인, 이상해요”
그런가 하면 중국인이 선호하지 않는 숫자도 분명 존재합니다. ‘2’가 대표적인데요. 중국에서 ‘2’는 ‘바보같다’ ‘멍청하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한 지역의 방언에서 유래했다는 설(說)이 가장 유력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사진 촬영할 때마다 두 손가락을 펴 ‘V’ 자 그리길 좋아하는 한국인을 보며 중국인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단 얘길 누군가 했던 기억이 납니다. 굳이 “난 바보다”란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남기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
그러고 보면 나라마다 문화는 참 다양한 것 같습니다. ‘4’는 (많이들 아시겠지만) ‘죽는다’는 뜻의 한자 ‘死’([sǐ])와 발음이 비슷해 기피되죠. ‘13’이나 ‘250’ 역시 ‘2’와 유사하게 ‘바보’란 뜻을 지니고 있어 중국 현지에선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73’이나 ‘84’도 꺼려지는 숫자인데요. 두 숫자는 각각 중국의 대표적 성현(聖賢)인 공자와 맹자가 세상을 떠난 나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대단한 인물도 피해 가지 못한 죽음의 숫자’란 의미에서 중국인들은 그 나이에 대한 언급은 되도록 삼간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숫자에 얽힌 중국인의 호불호에 대해 말씀 드렸는데요. 물론 제가 말씀 드린 내용은 지역에 따라, 또 개개인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앞으로 사라지거나 변경될 내용도 있겠죠. 재미로 읽어주시되, 좋은 건 활용하시고 피할 수 있다면 적절히 피하면서 중국인과 즐겁게 소통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다음 번에 또 흥미로운 내용으로 찾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 본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개인적인 것으로 삼성전자의 입장, 전략 또는 의견을 나타내지 않습니다.
필자의 또 다른 칼럼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임직원 칼럼] 징징 손언니_①중국어 자기 소개, 이렇게 해보세요
☞[임직원 칼럼] 징징 손언니_②중국어 발음 이해하기<上>
☞[임직원 칼럼] 징징 손언니_③중국어 발음 이해하기<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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